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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
우 석 자*
이집트는 세계 여행객들이 꿈꾸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여행지 중 하나이며,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황금 마스크, 카르나크 신전 등 찬란한 7,000여 년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들의 나라로 인류문명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잭 니콜슨,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영화 <버킷 리스트>에선 두 노인이 이집트 여행을 떠난다. 석양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기자의 피라미드와 생기 넘치는 카이로 시내, 그들의 목록에 이집트는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장소로 적혀 있다.
면적은 한반도의 5배(95%가 사막), 아랍어를 쓰며 한국보다 7시간 늦고, 겨울철인 11∼3월이 여행 적기다.
사막 기후의 더운 이집트를 부담스러워하는 여행객들에게 한낮의 건조한 기후가 아침과 저녁을 경계로 서늘한 기온이 감도는 가을, 겨울의 이집트는 매우 매력적인 여행지다.
인류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중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나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는 아랍어로 '승리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독특한 느낌을 가진 도시로 동양과 서양 그리고 아프리카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이색지대다.
시가지는 시끄럽고, 혼잡스러우며 낯선 여행자들에게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요란하다. 이런 시끌벅적함이 카이로의 첫인상이다.
▲코샤리: 이집트 전통 음식 ▲에이쉬: 이집트 빵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은 '빨리빨리' 문화라고 비판하는데, 카이로는 우리보다 더 급해 보인다. 거리는 짙은 매연과 온갖 소음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앞으로 달려 나가고 있어 잠시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얼마 걸리지 않아 이런 소란스러움과 바쁜 생활에 익숙해진다.
이집트 여행이 시작되는 카이로는 피라미드는 보이지 않고 사막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그야말로 거대 도시다. 둥근 돔의 모스크와 터번을 두른 사람들, 때맞춰 기도시간을 알려오는 주문 같은 아잔 소리는 이집트가 이슬람의 땅임을 알게 해준다.
카이로에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곳이 이슬람 지구다. 이곳에 많은 명소들이 집합해 있어 여행자라면 여행기간 내내 몇 번이나 찾게 되는 곳이다.
먼저 시가지 전망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시타델 요새로 올라가자. 12세기에 만들어진 요새는 십자군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이다. 요새 내에는 군사박물관과 무하마드 알리 모스크가 있다.
▲ 시타델: 이집트의 중세 성곽
▲ 이집트 고고학 박물관
그 나라의 역사를 가장 빠르게 이해하는 방법은 박물관을 찾는 것이다. 카이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고학 박물관은 이집트 전역에서 출토된 고대 유물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이다. 짙은 분홍색 외벽의 프랑스풍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백여 개 이상의 전시실에 12만점 이상의 고대 이집트 유물들이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되고 있는데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와 람세스 2세 관련 유물이 대표적이다.
▲ 파피루스 ▲ 연꽃
박물관 안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입구의 카메라 보관소에 맡기고 입장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작은 연못으로 이집트를 상징하는 두 식물인 파피루스와 연꽃을 심어 놓았다.
1층은 고왕국시대, 중왕국시대, 신왕국시대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서는 투탕카멘의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전시물들은 한마디로 너무 많아 주체를 못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방대하다.
수많은 유물 가운데서도 고왕국 시대의 유물인 멘카우라왕과 두 여신의 상, 그리고 중왕국 시대를 대표하는 유물인 멘투호테프 2세 좌상,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년 파라오 투탕카멘의 황금 마스크다.
박물관에서 가장 화려한 공간은 투탕카멘의 보물들이 전시된 곳이다. 특히 왕의 황금 마스크는 정면에서 바라볼 차례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는 전시물이다.
▲ 투탕카멘의 가슴에 단 장식
황금 목걸이와 장신구들 역시 정교한 세공술과 아름다운 문양을 지녀 파라오들이 누렸던 호사스러움을 짐작해볼 수 있다.
역시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은 미라 전시실이다. 이집트를 지배했던 고대 왕들의 미라는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람세스 2세를 중심으로 전부 10개 이상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데 유리상자 속에 있는 미라들이 변질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엄격히 습도와 조명을 관리하고 있다.
관람자들은 미라가 만들어지는 장소를 그린 벽화와 미라의 제작과정 그림, 장례식 광경을 그린 벽화를 통해 미라에 대한 한 가닥 이해를 구할 수 있다.
당시의 의료기구나 운반선도 유리 상자에 보관되어 있어 고대 이집트인들의 내세관과 생활풍속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고대문명을 눈으로 직접 보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일 날이 없다. 대영박물관이나 루브르에 비하면 시설이 떨어지지만 약탈물로 채워진 그들의 박물관과는 비교할 바가 아니다.
고대문명의 황금기를 거쳤던 나라라서 그런지 유물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한편으로는 제국주의 시대에 다른 나라들에 빼앗겨 그 나라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도 많으니 이집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카이로 동쪽에 위치한 칸 엘 칼릴리 시장(Khan El Khalili Bazaar)은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14세기 말부터 형성된 이 거대한 시장은 이집트를 떠올리는 기념품들을 비롯 금세공, 가죽, 수공예품, 보석점들이 즐비하다. 또 케밥이나 차를 파는 노점에서 식당까지 다양한 먹거리들도 맛볼 수 있다.
한국의 남대문시장, 용산전자상가, 노량진 수산시장을 섞어놓은 듯하다. 혼잡하기가 이를 데 없고 호객행위도 심하다. 하지만 품목이 다양하고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집트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600여 년 전부터 이집트의 대외무역과 상업의 중심지로 주변 중동 국가들과 유럽, 아시아 각지에서 모여든 상인들이 묵던 숙소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었다. 장신구, 카펫, 향신료, 골동품, 낙타, 수공예품 등 다양한 품목이 거래된다. 보석으로 장식된 펜던트에 상형문자로 이름을 새겨주는 곳도 있다. '칼릴리에서 구하지 못하는 물건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고 했을 만큼 품목이 다양하다. 칼릴리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흥정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건 값이 엿장수 맘이어서 상점 주인이 처음 제시한 가격은 일단 절반 정도 깎아놓고 흥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 카르투쉬
이집트여행 시 잊지 말고 볼펜을 가져가자.
“헬로우! 펜!” 여행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의 하나이다. 애나 어른이나 모두 다가와서 펜을 달라고 한다. 심지어 물건을 살 때 볼펜이 있으면 상인들과 쉽게 흥정할 수도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4,5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피라미드는 이집트 전역에 산재해 있으며 그 양식 또한 다양하게 나타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3대 피라미드는 쿠푸왕, 카프라,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로 카이로의 서쪽으로 약 13㎞ 정도 가면 나타나는 기자에 있다.
기자(Giza) 피라미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석조건축물로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기자는 반 사막지대로 여름에는 무척 덥기 때문에 겨울에 가면 좋다. 피라미드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보통 버스 편을 이용해 근처까지 간 다음 또 한참을 걸어 올라간다. 이곳에는 거대한 피라미드 세 개가 드넓은 사막 위에 나란히 서 있다.
피라미드에 가까이 갈수록 그 크기와 위용에 압도당한다. 수천 년 전, 특별한 기계나 장비도 없이 이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2.5톤 가량의 돌 230만 개를 쌓아올려 만든 세계 최대의 건축물 중 하나다. 사각형으로 된 이 피라미드의 네 모서리는 정확하게 동서남북을 향하고 있다. 수백만 개의 큰 바위 덩어리를 한 치의 오차 없이 쌓아 올린 당시의 건축술은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꼽히게 할 만큼 탁월했다.
피라미드를 드나들 땐 약간의 주의가 필요하다.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 입장하지 않는 것이 좋다.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므로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갇힌 곳이라서 답답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로 들어갈 때는 경사진 길을 내려간다는 것에도 주의하자. 또한 피라미드 위에 올라가면 위험하고 경찰의 단속대상이기도 하므로 올라가지 않도록 한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안으로 들어가면 어둡게 침침한 분위기 속에 좁고 가파른 통로가 이어진다. 갑자기 어두워진 실내의 낮은 천장 아래에서 몸을 낮추고 좁은 길을 따라 내리막으로 내려가면 왕의 무덤이 있는 장소다. 이곳까지 와서 내부를 구경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왕의 방까지 가도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안에는 별다른 장식 없이 석관이 놓여 있다. 하지만 규모와 크기만 가지고도 충분한 볼거리가 된다.
피라미드의 축조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부활과 영생을 믿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이 왕의 사후(死後) 시신을 보관하기 위한 무덤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카프라왕의 피라미드는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스핑크스가 함께 있는데 이 스핑크스는 편안한 자세로 해가 뜨는 동쪽을 응시하고 있다. 하나의 석회암 덩이를 조각한 것으로 주변을 골짜기처럼 깎아서 만들었다. 즉, 피라미드처럼 단을 쌓아가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하나의 거대한 돌덩이었던 것을 깎아 만든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스핑크스는 머리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모래에 파묻혀 있었다. 그러나 기원전 1,400년 경 스핑크스는 한 왕자의 꿈에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는데, 투트모세 4세가 왕자시절 사냥 후 지쳐서 스핑크스의 머리 밑에서 잠이 들었다가 그의 꿈에 스핑크스가 나타나 “숨 막히는 모래에 서 나를 꺼내주면 왕이 되도록 해 주겠다”는 말을 하였고 왕자는 꿈에서 깨어났다. 이를 심상치 않게 여긴 왕자는 모래를 파 보았고 드디어 스핑크스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훗날 왕이 된 투트모세 4세는 스핑크스의 두 발 사이에 이 꿈을 기록한 비석을 세웠다.
수 천년 동안 사막의 모래에 묻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 스핑크스를 본 사람들은 신적인 존재로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의 머리에 사자의 몸을 한 스핑크스는 금방이라도 달려갈 듯이 생생하다.
인간의 얼굴에 사자의 몸통을 하고 있으며 얼굴은 생전의 카프라왕의 얼굴을 토대로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인간들에게 무언가 전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다.
스핑크스는 아랍어로 '공포의 아버지'라고 하는데 코가 깎여 나가고 수염이 없어진 스핑크스는 안쓰러워 보인다.
얼굴 부분은 많이 훼손되었으며 코도 떨어져 나갔는데 나폴레옹군이 쏜 대포로 인해 그랬다는 둥, 오스만 터키 지배기간에 이집트인들이 사격연습을 했다는 둥, 우상숭배를 하지 않는 이슬람교도들이 도려냈다는 둥,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게 맞는 지 확실하지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떨어진 코는 현재 영국의 대영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피라미드를 여행할 때는 모자와 선글라스, 마스크, 스카프, 자외선 차단제 등을 필히 준비한다. 이집트는 햇볕이 굉장히 뜨겁고 기온도 높다. 특히 사막지역에서는 심하다. 하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쌀쌀하므로 따뜻한 겉옷을 입어야 한다.
특별한 피라미드를 보고 싶으면 매일 밤 화려한 음악과 조명, 레이저 쇼로 꾸며지는 ‘빛과 소리의 쇼’를 관람하는 것도 좋다.
이와 같이 피라미드는 독특한 생김새와 엄청난 크기, 또한 아무 것도 없는 사막에 돌을 쌓아 만들었다는 사실 때문에 세계적인 불가사의로 통한다. 그 덕분에 소설, 영화, 만화 등의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 최근에 만들어진 영화로 <미라 1ㆍ2>가 있다. 피라미드 속을 발굴하다가 우연히 얻은 물건으로 고대 이집트 왕국으로 되돌아가서 온갖 모험을 겪는 이야기다.
피라미드는 스핑크스와 함께 이집트 문명이 남긴 최고의 유적으로 평가 받으며, 무엇보다 인간이 갖고 있는 영원한 삶에 대한 열망을 반영한다.
세 개의 피라미드가 시야에 들어오면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여행자들은 사막언덕에 올라가 사진을 찍는다. 이미 관광객을 노리고 많은 낙타몰이꾼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언덕 옆에는 낙타들이 줄지어 있는데 1달러만 주면 낙타를 타볼 수도 있다. 낙타를 타볼 기회가 없는 우리들에겐 특별한 경험이다.
훈련이 잘 된 낙타는 주인의 지시에 따라 몸을 숙이는데 역시 안내하는 대로 올라타면 된다. 낙타 등에 올라 보면 보기보다 높아서 아찔해진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타야 한다.
낙타를 타고 잠시나마 사막을 느껴보자.
한 바퀴 돌면서 마치 사막을 건너는 대상이 되는 상상을 해 보는 건 어떨까?
이집트 여행은 눈과 귀, 입, 마음 등 온몸으로 하게 된다. 거대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건설한 이집트 사람들의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집념. 하지만 그러한 집념이 있었기에 오늘날 그토록 많은 여행자들이 이집트의 매력에 사로잡혀 그 땅을 여행하는 것이다.
이집트만큼 볼거리와 체험이 다채로운 곳도 드물다. 장엄한 고대 문명부터 사막의 경이로운 하룻밤, 홍해에서 즐기는 골프와 스쿠버다이빙까지 선택의 폭이 방대하다. 어느 곳을 어떤 방식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코스가 만들어진다.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루트를 찾는 일이 급선무가 아닐까?
* 대전 출생, 세계여행 전문가, 한밭대학교 ‘세계문화기행’ 지도교수, TJB 모닝와이드 라이프 인 출연,
seoksa1095@hanmail.net, cafe.naver.com/trip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