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가방속의 두 세상-면생리대 사용 | ||
피고지고 | 2004-04-28 | Hits : 131 |
<가방속의 두 세상 - 면생리대 사용> "어, 어? 잠시만, 잠시만, 조금만 있다가! 10분만 있다가 들어 와 줄래?" 세면장으로 들어오는 창렬 법우님을 애써 밀어내는 말속에 처음에는 당황스러움이, 나중엔 미안함이 묻어 납니다. 아직은 남자들에게 생리대를 빤 검붉은 물을 보이기가 민망하기 때문입니다. 12명이 공동체생활을 함으로 인해 그러잖아도 비좁은 세면장에서 남자의 출입을 제한하며 여자들간의 비밀 아닌 비밀을 공유하는 시간. "선배님, 면생리대 쓰면 좋아요? 고정이 되나요? 미끄러져서 빠지진 않나요?" 오늘 아침에도 생리대를 빨고 있는데 한 법우님이 물어 옵니다. 옆에 있던 박지원 법우님이 대답을 대신합니다. "그럼, 훨씬 좋지! 생리대 특유의 그 냄새도 안 나고 감촉도 좋고. 요즘 여자들 펜티는 작게 나오니까 안 움직이지. 불안하면 위생팬티(*여성들의 생리용 팬티) 입어도 되고." "그럼, 돈도 훨씬 절약되겠네?" "그래, 절약되지. 생리대 값도 비싸잖아?" "이 달부터 나도 면생리대 써 볼까?" 한 3년 전쯤인가 봅니다. 우연히 신문을 보다가 이런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1회용 아기 기저귀와 생리대 등을 수거해 가면 잘 타지 않아서 석유를 붓고 태워야 되는데 그 석유량이 만만치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베어 넘어지는 열대림의 나무들과 심한 매연, 과다한 연료비 등 2중, 3중으로 문제가 된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문제가 심각했습니다. 우리나라만 봐도 남한의 4천만 인구 중에 대강 여성이 반이라면 2천만, 그 중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는 여성이 1천만이라면, 아니 500만이라 하더라도 그 쓰레기양은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심각한 내 문제로 다가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그 때는 면생리대가 있다는 것 자체도 몰랐습니다. 처음 생리대를 사용할 때부터 1회용을 사용했었고 어머니나 언니가 그런 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도 한 번도 보지 못했기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문제의식도 전혀 가져 보지 못했습니다. 내 속마음 이야기를 하니까 한 후배가 자기는 집에서만 면생리대를 사용하는데 냄새도 안 나고 좋긴 한데 빨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 후배는 어머니가 다 세탁을 한다더군요. 어쨌든 함께 있던 동료들과 어머니께 부탁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어머니의 정성이 깃들인, 소형 아기 기저귀 같이 생긴 면생리대가 한 사람에게 10개씩 배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그 달부터 하얀 가아제로 된 면생리대가 환경오염을 시킨다는 1회용 생리대 자리를 대신해서 지금까지 잘 쓰여지고 있습니다. 면생리대를 사용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거나 질문을 해 옵니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은 새지 않느냐, 고정되지 않아 불안하지 않느냐, 귀찮지 않느냐, 활동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집이 아니라 밖에 나갈 때는 어떻게 하느냐 등입니다. 어떤 사회운동을 하시는 여자 분은 1회용 생리대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활동의 폭이 얼마나 넓어졌는데 시대에 반하는 이야기를 하느냐며 약간 흥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코 남보다 사회활동이 적지 않은 나. 생리 때가 되면 저는 가방에 사용 전의 생리대와 사용 후의 생리대를 넣어 두는 2개의 작은 주머니를 준비합니다. 삶아 빨아 하얀 뽀송한 생리대와 누구나 꺼려할 것 같은 피묻은 생리대. 가방의 한 켠을 차지하는 두 개의 세상입니다. 처음 사용할 땐 어색했습니다. 저도 새진 않을까, 접착력이 없는데 움직이진 않을까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새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잘 몰라서 새기도 하고 움직이기도 하고. 변기에 생리대가 빠질 때는 참으로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금새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문제점들을 조금씩 살피면서 하나 하나 저에게 맞춰 나가는 시간들이 필요했습니다. 면생리대를 사용한 지 벌써 3년이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둘째 날 양이 갑자기 많아지는 형이라 처음 생리를 시작하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면생리대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옷이나 이불을 한 번은 꼭 빨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잠자는 시간이나 둘째 날은 신경이 곤두서곤 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잠도 편안하게 자고 둘째 날도 신경 곤두세우지 않아도 됩니다. 양이 많은 날은 길게 두 개를 겹치고 양이 적은 날은 한 개로 그 때 그 때 내 상황에 맞출 수가 있습니다. 양이 많은 날은 중학교 때 이 후 입어 본 적이 없었던 위생팬티를 다시 입지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아직 며칠간의 여행이나 오랜 등산을 할 때는 1회용도 함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려면 지금보다는 훨씬 부지런해져야 합니다. 그 날 썼던 생리대를 그 날 삶아 빨면 빨래가 쉬운데 며칠을 두면 빨래가 약간 힘들어집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났다 하더라도 약한 불에서 20분 정도만 삶으면 새하얗고 뽀송뽀송한 촉감의 생리대가 탄생을 한답니다. 찬물에 빨아야 응고되지 않는다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상식이죠? 또한 생리가 있는 날에는 가방 속의 두 세상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불결하지 않냐고 묻곤 합니다. 그런 물음을 받으면 조용히 혼자 생각해 보곤 합니다. 불결하다는 것과 깨끗하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고. 내 몸에서 나오는 체액. 아직도 여성의 그 체액을 신성하게 받드는 부족도 있는데. 한 생각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면생리대를 사용하고부터 훨씬 편해졌습니다. 내 몸에서 나온 체액을 아무런 생각 없이 휴지통에 버릴 때보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하얗게 삶으면서 내 몸이 더 귀중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낍니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내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하나의 작은 혁명으로서의 재미도 솔솔 난답니다. 면생리대는 손쉽게 구할 수가 있습니다. 재래시장의 아기 기저귀 파는 곳에 가서 천을 뜨면 됩니다. 아기 기저귀로 쓰는 천을 떠서 적당하게 잘라 사용하면 됩니다. 밤에 사용할 것은 조금 넓고 길게, 일상 생활 속에서 사용할 것은 그보다 약간 좁으면서 짧고 얇게. 사용에 불편이 없는 저는 같은 크기의 생리대를 겹치거나 펴서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도화지 한 장 속에 온 세상이 녹아 있습니다. 나의 작은 실천 하나가 현대문명의 수많은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 가는 꼭지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저는 가방 속에 두 개의 세상을 준비합니다. -장도연(부산정토회 사무국장) |
첫댓글 감사합니다. 여기 글 써주신분은 소창기저귀로 만든 생리대를 쓰시는 분이군요. ^^ 아참.. 요샌 방수 파우치도 많잖아요. 소창이라도 가지고 다니는데 별 문제 없을듯 합니다. ^^
요... 이런 세상이 있었군요... 빨아서 뽀송뽀송한 생리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