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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미도에서 바라보니 영종도가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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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 |
| 지난 4월 셋째 주 일요일, 봄바람 따라 간곳은 영종도. 부천에서 경인고속도로를 탔더니 15분여 만에 월미도가 보인다. 월미도는 예나 지금이나 젊음이 있고 사랑이 있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 연인들은 20대 초반의 나를 보는 듯 풋풋한 사랑이 느껴진다. 그날 관광특구 월미도에서는 거리공연이 한창이고, 벚꽃 만발한 놀이공원에서는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내가 나이먹고 있음을 느끼는 건 이럴 때다. 음악인지 굉음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소음은 얼른 자리를 뜨라고 외치는 듯하기 때문. 월미도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10분 만에 도착하는 영종도. 해질 무렵이어서인지 들어가는 사람보다 나오는 사람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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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조개를 10,000원어치 달라고 했더니 아주머니가 조개를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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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 |
| 영종도에서 제일 먼저 반기는 것은 선착장 왼편에 있는 작은 어시장이다. 갖가지 해산물과 조개가 발걸음을 붙잡는다. 사실 영종도를 찾은 이유도 어시장에서 구입한 조개를 구워먹는 재미 때문이다. 10여 년 전에 이곳에서 구워먹었던 조개 맛은 그 후 어디 가서 만나지 못했다. 조개 맛이야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분위기가 더해진 맛은 짝이 없을 정도다.
“조개 어떻게 해요?” “3킬로에 2만원 해요”
3킬로그램이면 두세 사람이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맘에 드는 조개를 고르기 위해 어시장을 한바퀴 더 돌아봤다. 조개는 크다고 좋은 게 아니다. 무게만 많이 잡아먹고 질기기밖에 더 하겠는가? 조개 옆에는 쭈꾸미도 보이고, 생생하게 살아서 움직이는 쏘기는 참 먹음직스럽다.
쏘기 몇 마리와 맛조개, 홍조개 그리고 이름을 모르는 한두 가지를 더해서 만원어치만 샀다. 이 정도만으로도 두 사람이 먹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여기까지는 여느 관광객과 차이가 없다. 사람들은 조개나 회를 사서 양념 집으로 가지만 내가 간 곳은 따로 있었다.
횟집을 지나서 조그만 골목길로 접어들면 마을 뒤쪽 언덕으로 통한다. 언덕에서 바다로 내려가면 모래사장 해변이 나온다. 이곳에서 구워먹는 조개 맛은 업소에 들어가서 먹는 맛과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음식의 참맛이란 무엇을 먹느냐의 문제보다 어떻게 먹느냐에 달렸다. 남이 구워주는 고기보다 직접 구워야 맛나고, 먹기 편하게 까놓은 메추리 알도 직접 까서 먹는 게 더 맛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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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를 굽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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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 |
| 마찬가지로 횟집에 들어가서 먹으면 편하기야 하겠지만 맛도 덜하고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내가 “그냥 어디 들어가서 먹자” 는 동행인의 말에 따르지 않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한마디로 낭만을 모르고서야 어찌 맛과 즐거움을 알겠는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불탄에 불을 붙였다. 그 위에 석쇠를 올리고 조개를 구웠다. 배낭에서 미리 준비해 온 것들을 꺼냈다. 양념과 냄비, 칼, 가위, 수저, 컵, 초장, 고추, 냄비, 휴대용 가스렌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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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개에서 나온 뽀얀 국물이 끓고 있다. 이때가 맛있는 순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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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 |
| 영종도 구읍뱃터에서는 생필품이 비싸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은 미리 준비해 오는 게 낫다. 조개가 꿈틀대더니 입을 벌리면서 뽀얀 국물이 끓어오른다. 조개는 너무 익혀 수분이 없어질 정도면 맛도 없어진다. 조개가 껍데기를 벌리고 속살을 보이면 먹어도 된다. 흐음~ 이 맛! 간이 다 돼있어 초장이 없어도 좋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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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기' 와 '조개' 를 익혀먹은 국물에 라면을 끓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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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 |
| 조개를 어느 정도 먹고 나서 냄비에다 물을 끓였다. 일단 쏘기부터 삶아 먹고 조개와 라면을 넣고 익혔다. 요즘 라면이 싫어져서 안 먹고 산지 1달도 넘었지만 이날 라면 맛은 달랐다. 이삿짐 나르고 나서 먹는 자장면만큼이나 맛있었다. 맛 삼매경에 빠져있는 사이 바닷물이 몇 미터 근처까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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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판에서 쑥과 몇가지 들나물을 뜯는 재미도 쏠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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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객 |
| 자리를 정리하고 해안도로를 달렸다. 봄바람과 바닷바람이 만나니 스트레스도 저만치 달아난다. 잠시 차를 세우고 도로 옆 벌판으로 가 보니 쑥과 개망초 질경이 씀바귀가 보인다. 그래, 이것들을 가져가서 향긋한 쑥국과 들나물 비빔밥을 만들어 먹자. 이렇듯 뜻하지 않게 만나는 즐거움, 이게 여행의 묘미 아니겠는가? 봄날 영종도에서 낭만적으로 즐기기, 대 만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