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이 될까, 다이아몬드가 될까
태초에 탄소 형제가 공중에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에게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이제 너희의 공기 생활은 끝났다. 저 땅 밑으로 들어가 살아야 할 때가 되었다." 형은 침묵한 반면 아우는 반항했다. "싫어요. 땅 밑은 엄청난 고통일 텐데 어떻게 살아요? 저는 도망해서라도 지상에서 살겠어요. "
이내 천둥이 쳤다. 벼락이 쳤다. 폭풍우가 몰려왔다. 세상이 바뀌었다. 순명한 형은 땅속 깊숙한 곳에 묻혔다. 거기서 어마어마한 압박과 뜨거운 열을 견뎌내며 살아야 했다. 지상을 원한 탄소네 아우가 눈을 떴다. 그는 그제야 자기가 시꺼먼 숯이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느 날 숯은 아무도 견줄 수 없는 무적의 보석이 나타났다고 사람들이 몰려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다이아몬드가 된 숯의 형제였다. -정채봉의 짧은 에세이 「숯과 다이아몬드」중에서-
마더 테레사 뒤에는 역경을 이겨낸 어머니가 있었다
120여 개국에 자신의 영혼이 깃든 '사랑의 선교회'를 남기고 떠난 마더 테레사. 그녀는 평생 낮은 곳에서 사랑을 전하며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부모님의 영향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녀의 부모님은 늘 어려운 이들에게 나눠주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특히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이후 그녀의 어머니는 가정을 훌륭하게 이끌어갔을 뿐 아니라 깊은 신앙심으로 막내딸의 수녀 서원과 인도에서의 선교 활동을 지지해 주었다.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기억하는 테레사 수녀를 지탱해준 힘은 바로 어머니라는 큰 나무였다.
1997년 미국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가 풀스톨츠(Paul, G. stoltz) 박사는 IQ나 EQ보다 AQ(Adversity Quotient)가 높은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역경지수(AQ)란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고 냉철한 현실 인식과 합리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끝까지 도전하여 목표를 성취하는 노력과 능력을 말한다. 폴 스톨츠 박사는 자신의 저서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Turning Obstacles into Opportunities)>에서 사람들이 역경에 대처하는 스타일을 등반에 비유하여 3가지 타입으로 분류하였다.
첫째, 힘든 문제나 역경이 다가오면 도망가거나 포기하는 사람을 쿼터형(Quitter). 둘째, 역경 앞에서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현상유지 정도로 적당히 안주하는 사람을 캠프형(Camper). 셋째, 시련이 다가올 때 자신의 모든 능력과 지혜를 동원하여 기필코 역경을 정복하고 마는 사람을 클라이머형(Climber)이라고 분류했다.
이 클라이머형의 능력을 스톨츠 박사는 '역경지수'라 했다. 클라이머(등반자)의 주요한 특징은 자신만 역경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료를 격려하고 북돋우면서 함께 산을 정복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이 세상은 혼자만 살아갈 수 없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손에 손을 잡고' 벽을 기어오르는 담쟁이넝쿨처럼 삶을 함께 공유해야만 한다.
학자들은 필요에 따라서 삶의 가치를 측정하는 여러 가지 지표를 만들었다. 즉, EQ(감성지수), MQ(도덕지수), CQ(사회적응지수), NQ(공존지수) 등 이다. 이 모든 지수를 수치화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며 살아가는데 참고가 될 뿐인데도 이들 중 오늘날 주목하고 있는 지수가 AQ(역경지수)이다.
스톨츠 박사는 미래의 인간성은 지능지수보다 역경지수가 인간의 능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의 어록 "필생즉사(必生卽死) 사필즉생(死必卽生)" 즉, "싸움에 있어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인생이란 결국 역경을 극복하기 위한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신뢰 위기 시대, 누구를 믿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에서 공통으로 겪고 있는 경제현상은 불확실성과 변동성의 확대다. 경제학자들은 "확실한 것은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러기에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병철 회장은 내가 누구인지 알 때가 되면 죽는 날이라고 했다. 그는 죽기 얼마 전 죽음 이후의 세계를 고민하며 신부를 찾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답을 듣지 못한 채 죽었다고 한다.
지금보다 더한 불확실성의 시대가 있었을까? 끝을 알 수 없는 국제적인 경제불황, 전쟁의 위험 속에 긴장된 남북관계, 불확실한 미래와 학업 스트레스로 날마다 죽어가는 젊은이들. 일하고 싶어도 취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아픈 현실들. 좋은 소식, 행복한 소식보다는 아프고 힘든 소식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그래도 희망이라면 아름다운 봄날을 장식하는 꽃들의 향연이다.
질기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단 며칠 세상 구경을 하려고, 하늘을 향한 나팔을 불고 서 있는 꽃들 만큼이라도 역경지수를 갖췄는지 나를 돌아보며 부끄러워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자연은 가장 위대한 스승이라고 했으리라. 말없이 몸으로 보여주는 스승이 최고이니 말이다. 나라를 꾸려갈 어른들을 뽑아놓고도 뒤끝이 개운하지 않아 연일 시끄러운 걸 보면 진정 사람이 만물의 영장인가 회의하게 된다. 가진 자들은 더 가지려고 온갖 추태를 부리며 힘들게 버티는 사람들의 소박한 희망마저 뭉개버리기 때문이다.
지금은 신뢰 위기의 시대다. 누구를 의지하고 믿을 것인가. 결국은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며 지키고 이겨내게 하는 일이 급선무다. 세상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자기 자신을 바로 보게 하는 교육이 먼저다. 부모라는 울타리가 바람에 무너지고 학교라는 공동체가 나를 힘들게 할 때에도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지 않고 지켜낼 강한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 급하다. 자존감을 키우고 역경지수를 높이는 일이 급선무다. 사회 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개혁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있다, 잘 될 것이다'리고 결심하라! 그러고 나서 방법을 찾아라! -에이브러햄 링컨
지금 우리는 모두 아파야 한다. 부모도 선생님도 함께 아파야 한다. 정치가도 장관도 대통령도 모두 아파야 한다. 불신의 시대, 공허한 정신으로 무한경쟁을 벌이며 우정이나 협동, 조화나 공감 대신 개미지옥 같은 현실의 벽 속에서 서로 짓밟고 할퀴며 모두가 가해자요, 피해자로 힘들어하지만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다. 변죽만 울리는 정책, 그 정책을 수행하느라 더 바쁜 학교는 아파하는 학생들을 따뜻이 보듬어주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난감한 현실이 아닌가.
학교 교육이 힘들다며 튀쳐 나간 학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1인 시위를 벌이거나 단체 행동을 하기에 이르렀으니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나서야 한다. 살고 싶다고 울부짖는 소리를 외면한 채, 귀를 막고 늘 해오던 대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힐링캠프, 아이들의 상처를 듣고 공감하는 일부터 먼저
더디더라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 손을 잡고 그 아이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공부로 상처 받은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힐링캠프는 텔레비전 속에서 나와서 오늘 우리 아이들의 교실로 들어와야 하고, 우리 아이들의 집으로 들어가서 어버이와 무릎을 맞대고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울고 다독여야 한다. 상처를 준 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도 진솔하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버리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부둥켜 안고 사랑을 전하며 함께 울어야 한다. 마음이 통하면 방법이 나온다. 우리의 아이들, 학생들은 모두 착하다. 누군가 단 한 사람의 위로가, 눈맞춤이 절망 속에서 허덕이는 아이들을 잡아줄 지푸라기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첫댓글 이 글요~~
가슴이 저며 옵니다.ㅎㅎ
아이의 힘듦에 온몸으로 공감할 수 있었던 오늘이어서 그런지 마음 깊이 와닿는 글입니다. 그런데 공감과 위로 다음에 부모로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입니다...
미안합니다~ 고민이 참 큽니다. ㅠㅠ 죄인된 맘입니다.
헉~ 이리 말씀주시니 제가 뭔가 송구스러워지는데..ㅠㅠ 오늘 저를 가장 크게 절망케한 건,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아이들 교과서였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그동안 미뤄뒀던 책 "교과서를 믿지마라" 바로 주문했습니다...
저도 어제 저녁에 "교과서를 믿지마라"책 받아보았습니당^^~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수없이 되뇌여봅니다. 아침을 이 글로 엽니다
댓글을 달며 생각해 봅니다.. 행여 제가! 지금 글을 쓰는 일들이, 특히! 혁신학교의 학부모역할을 한답시고 행동에서 실천으로 이어져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 혹.. 어떠한 조직이든 사정?이란게 분명히 존재할터인데 (저의 열정이라 해야할지 필요에 의한 참여인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이것만으로 들이대^^ 그 사정에 부합되지 않는 일부가 있지나 않을까 잠시 고민해 봅니다.
이럴 땐 막연한 고민보다는 "사정"을 구체적으로 들어보려는 시도가 필요한 거 아닐까해요. 어렵고 두렵고 떨리지만, 한발한발 다가가기...!
잘 읽었습니다...오늘 저에겐 꼭 필요한 글이었어요. 최신글 보기가 좋긴 좋네요..^^
<교과서를 믿지마라>를 낸 바다출판사 분이 우리 학교 학부모로 알고 있습니다. 한번 모셔서 후일담 들어보는 것도 어떨까요?
요즘들어 제가 해야 할일이 공감하기, 인정하기 입니다.. 조금 벅차긴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