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지성 니체가 자신이 도스또예프스끼를 읽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을 특별한 행운으로 받아들일만큼 도스또예프스키가 대문호라 할지라도 디지털 시대인 지금 당신은 도스또예프스끼를 읽겠는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것 같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는 한 무모한(?) 출판인이 있다.
21세기인 지금 왜 하필 도스또예프스끼인가.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은 시공을 초월해 있어 지금도 유효한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도덕적 리얼리즘을 주제로 한 「죄와 벌」 같은 작품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이 작품의 무대인 페테르부르크를 서울로, 라스콜리니코프 등 주인공 이름을 철수로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한국식으로 바꿔 읽으면 한국 소설처럼 그대로 읽을 수 있다. 선악의 문제, 자유 의지, 신의 문제 등을 다룬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서 읽든 유효한 인간의 본성과 본질을 다룬 작품들이다. 해서 그의 작품은 21세기 작품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25권을 완간한 열린책들 홍지웅 대표의 생각이다.
◇ 1권 = 분신 외 / 석영중(고려대 교수) 외 옮김 = '가난한 사람들'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처녀작으로 서간체 소설의 형식을 취했다. 이 작품은 새로운 형식의 탐구와 진정한 완성에 대한 갈망으로 점철된 그의 예술적 엄격함 을 잘 보여 주는 것으로 수 차례에 걸친 개작과 수정, 보완 작업을 통해 완성되었다. 또한 '분신'은 '뻬쩨르부르그 서사시'라고도 불리는데, 벨린스끼 사상의 흔적이 보인다. 이 작품은 문단의 많은 관심과 다양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 2권 =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외 / 이항재(고려대 교수) 옮김 = '쁘로하르친 씨',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 '뻬쩨르부르그 연대기', '여주인'은 도스또예프스끼가 1846년부터 1847년 사이에 쓴 초기 단편 소설들이다. 청년 도스또예프스끼가 '가난한 사람들'의 대대적인 성공 직후에 소설가로서 새로운 테마와 방법으로 고심한 흔적을 볼 수 있다. 특히 '뻬쩨르부르그 연대기'는 당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자적 시각을 갖고서 간결하고 세련된 문체를 사용한 작품이다.
◇ 3권 = 백야 외 / 석영중(고려대 교수) 외 옮김 =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약한 마음', '뽈준꼬프', '정직한 도둑',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 '백야', '꼬마 영웅'은 1848년부터 1857년 사이에 씌어진 단편 소설들이다. 이 작품들에는 그가 뻬뜨라셰프스끼 모임에 가담하면서 유토피아적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한 흔적과 체포된 후 유배지로 추방될 때까지 약 8개월간 뻬뜨로빠블로프스끄 감옥에 수감된 기간 동안의 실러적인 삶의 환희 등이 엿보인다.
◇ 4권 = 네토츠까 네즈바노바 / 박재만(서경대 교수) 옮김 =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는 최초의 장편 소설로서 미완성작이다. 도스또예프스끼가 뻬뜨라셰프스끼 서클 가담의 죄목으로 체포됨으로써 총 6부로 계획되었던 '네또츠까 네즈바노바'는 '조국 수기' 5월호에 작가의 이름이 빠진 채 3부가 실리는 것으로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작가의 체포와 유형으로 인해 작업은 중단되었고, 유형 후에도 도스또예프스끼는 단지 부분적인 수정을 가했을 뿐 소설을 완성하지는 못하였다.
◇ 5권 아저씨의 꿈 / 박종소(서울대 교수)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 창작 활동의 중기를 시작하는 작품으로, 후기의 사실적 형이상학적 세계로 나아가는 과도기적 성격인 감상주의적 특징과 사실주의적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과장과 희화적 색채를 드러낸 희극적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풍자 드라마 혹은 사회 비판적 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 6권 스쩨빤치꼬보 마을 사람들 / 변현태(모스끄바 대 박사 과정) 옮김 = '아저씨의 꿈'과 함께 시베리아 유형 직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도스또예프스끼가 애정을 쏟은 작품으로 작가의 창작 의도인 '두 거대한 전형적 성격'의 형상화를 보여준다. 또한 '아저씨의 꿈'에서 보여 준 유쾌한 희극적 기법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고골적 발화와 형상에 대한 패러디의 성격으로 인해 비평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 7, 8권 상처받은 사람들 / 윤우섭(경희대 교수)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들 가운데 뻬쩨르부르그를 배경으로 한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로, 러시아 역사상 큰 획을 긋는 사회적 문학적 사건들, 즉 크림 전쟁에서 러시아의 패배, 농노제 폐지, 소설 문학의 전성기, 새로운 신문과 잡지의 발간의 와중에서 씌어졌다. 19세기 중엽의 러시아 수도 내의 실제 구역과 접목되는 공간 설정, 그것들의 상세한 묘사 등을 통해 뻬쩨르부르그 상류 사회의 이중적 삶과 하층민의 고통, 그로 인한 비극적 갈등과 모순을 그리고 있다.
◇ 9권 죽음의 집의 기록 / 이덕형(성균관대 교수) 옮김 = 이 작품은 러시아 최초의 수용소 생활 기록으로 작가의 전기적 사실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따라서 작가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그의 실제 경험과 이야기가 많이 고려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나열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일련의 흥미로운 예술적 장치를 부가하고 있다.
◇ 10권 지하로부터의 수기 / 계동준(대전대 교수)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중편 소설로서, 이 작품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창작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작가 창작의 흐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다소 적은 분량의 이 작품에는 이후의 대작들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중요한 주제들, 즉 인간 개성의 본질로서 선과 악의 충돌, 환경 결정론과 인간적 윤리간의 갈등적인 양상들, 인간이기에 갖게 되는 제 문제들과 그 해결 방안으로서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문제들이 크고 작은 정도에서 대부분 제기되고 있다.
◇ 11권 악어 외 / 박혜경(한림대 교수) 옮김 = '악몽 같은 이야기',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 '악어'는 작가의 중기 작품들로서 점차 완숙해져 가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예술적 사상적 세계관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름 인상에 대한 겨울 메모]는 작가가 시베리아 유형으로부터 돌아온 후 1860년대 초에 이르러 한창 고민에 빠져 있던, 원리와 원칙, 선과 악 등에 관한 새로운 신념의 문제에 바탕한 것으로, 여기서 다져진 작가의 사상은 잇단 작품들에서 다양하게 전개되어 나타나고 있다.
◇ 12권 노름꾼 / 이재필(서라벌대 교수) 옮김 = 1866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된 이 작품은 1860년대 전반 작가 자신이 주도하였던 '시대'와 '연대기'의 실패와 형과 아내의 죽음 그리고 유럽 도박판에서 진 빚 등으로 인해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그가 향후 9년 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저작권을 내주어야 한다는 출판사의 위협 아래 27일만에 급하게 쓴 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를 흔들고 괴롭혔던 다양한 사건들이 박진감있게 그려져 있다.
◇ 13, 14권 죄와 벌 / 홍대화(부산대 강사)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장편 소설. 이 작품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속기사인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도움으로 1866년 1월부터 12월에 걸쳐 '러시아 통보'에 연재된 뒤, 1867년에 약간을 수정을 거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다. 작가로서 명실공히 도스또예프스끼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든 후기 5대 장편 가운데 첫 작품인 '죄와 벌'은 겉으로는 살인 사건을 다루는 탐정 소설의 형식을 취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한 가난한 대학생의 범죄를 통해 무엇보다도 죄와 벌의 심리적인 과정을 밝히며 있으며, 이성과 감성, 선과 악, 신과 인간, 사회 환경과 개인적 도덕의 상관성, 혁명적 사상의 실제적 문제 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 15, 16권 백치 / 김근식(중앙대 교수)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장편 소설. '백치'는 작가의 두 번째 여행기간(1867∼1871) 동안에 구상, 집필된 것으로 1867년 봄 뻬쩨르부르그를 떠나면서 <러시아 통보>로부터 이미 작품에 대한 선불을 받은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도스또예프스끼의 5대 장편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그는 전적으로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에 대해 염원해 왔고, 그 형상의 구현을 백치인 미쉬낀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 17, 18, 19권 악령 / 김연경(서울대 박사과정)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장편 소설. '러시아 통보'의 편집장 까뜨꼬프에게 약속한 새 소설의 구상에 골몰하고 있던 도스또예프스끼는 네차예프 사건에 강한 인상을 받았으며, 자신이 젊은 시절 몸담았던 뻬뜨라셰프스끼 모임과의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며, 네차예프 사건을 새 소설의 소재로 쓰기로 마음먹는다. 초기 구상 단계의 정치 팸플릿적 특징에다 점차적으로 심리적, 형이상학적 색채를 가미하여 위대한 비극 소설을 탄생시켰다.
◇ 20권 영원한 남편 외 / 정명자(건국대 교수) 외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심화된 예술 세계를 볼 수 단편들로서 도스또예프스끼적 특징이랄 수 있는 인물의 성격 묘사, 날카로운 심리 묘사, 일종의 해학적 표현, 현실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온순한 여자'는 20세기에 프루스트나 조이스 등의 작가들에 의해 '내적 독백' 혹은 '의식의 흐름'이라 불리는 기법으로 계승되는 서술 형식을 사용한 작품이다. 또한 '우스운 인간의 꿈'은 도스또예프스끼 창작의 주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환상적 리얼리즘을 실현한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작가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의 진리를 모색하는 주인공의 형상을 통해 새로운 '환상 소설'의 세계를 그려 보이고 있다.
◇ 21, 22권 미성년 / 이상룡(연세대 교수) 옮김 = '미성년'은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한 청년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방황을 그린 성장 소설로서 삶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야 할 아버지 세대의 부재로 인해 온갖 불의와 도덕적 타락의 유혹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위험하고 불완전한 상황에서 보호받을 수 없는 자식들에 대한 작가적 문제 의식에서 씌어졌다. 도입부에서 주인공이자 1인칭 화자인 아르까지 돌고루끼가 밝히고 있듯이 이 작품은 작가의 자서전적 소설로 평가된다.
◇ 23, 24, 25권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 이대우(경북대 교수) 옮김 = 도스또예프스끼의 마지막 장편 소설. 40여 년간에 걸친 작가 창작의 결산으로서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심오한 사상적 깊이와 이에 걸맞는 예술적 구조를 구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원래 2부작으로 구상되었는데, 첫 번째 이야기를 완성한 지 약 석 달만에 찾아온 작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물군과 크고 작은 사건들, 무수한 에피소드를 담은 방대한 규모의 소설은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주며, 많은 비평가들에 의해 '문학 작품의 총체성'을 구현한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