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와 시인
박물관을 다녀와서 / 오선 이민숙
밀짚모자와 흙 묻은 장화를 신으신
관장님 모습은 어느 시골 농부 같은 모습으로 빙그레 웃으며
따스하게 맞아 주셨다
흙을 딛고 풀을 만지고 돌을 쓰담다가
풀 물이 들어 있는 까만 손톱을 보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정감이 어리는지
어린 시절 객지에서 돌아온 아버지께서
곡식을 거두고 소 꼴을 베어 오면
풀 물든 까만 손톱은 소를 먹여 살리고
자식을 키우던 일꾼의 손이라
밉지가 않고 고왔던 기억이 아련히 떠올랐다
나는 아버지의 씨를 받아 태어난 것처럼
종족의 번식은 김 씨 이 씨 박 씨
그렇게 인류는 자연의 섭리를 따라
걷고 또 걸어 세월을 맞이하고 보내면서
씨앗의 번식으로 인류의 종말을 면하고
꽃을 피우고 곡식을 거두니
생명의 근원이 되는 씨앗은
인류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생명의 시작이라는 가르침이
종자와 시인 박물관에 고스란히 베어 있어
겸허해지는 마음은 삶의 근원이 되는
씨앗 앞에 숙연해졌다
글의 씨앗으로 문장이 되고
한편의 글이 지어진다는 글씨, 꽃을 피우는 꽃씨,
좋은 사람들의 착한 마음씨, 곡물 씨,
씨앗 없이는 생명을 움 틔울 수 없다는
거룩한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종자와 글의 씨앗으로 새긴 시비가
자연과 함께하는 종자와 시인 박물관은
탄탄한 자리매김으로 사랑 받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관장님의 깊은 뜻으로
사후에는 박물관 모두를
경기도에서 관리할 수 있게
기증을 하셨다니 그 깊은 뜻은
아마도 유족보다는 정부 지방자치에서
박물관을 관리하여 영원 무궁 세세토록
씨앗과 글의 소중함을 남기고 싶었을
관장님의 깊은 뜻을 헤아려보니
코 끝이 찡해지는 울림이 있는 아름다운 삶에
참으로 따뜻하고 훈훈했다
우리는 지난 역사 속 인물정보를 보면
훌륭하신 선조들이 후세에 끼친
향기로운 삶을 배우고 이어오듯
종자와 시인 박물관 또한
선조들이 남겨주신 참 교육을 받아서 실천하는
그 곳을 다녀온 내내 숙연해지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