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업(徐敬業)을 위하여 무측천(武則天)을 토벌하는 격문
낙빈왕(駱賓王)
분수에 넘치는 높은 자리에서 수렴청정하던 무측천은 성격이 포악한 미천한 출신이다. 전에 태종의 후궁이었는데, 옷을 갈아입고 알현하다 태종의 사랑을 받았다. 만년에는 동궁에서 태자(후의 高宗)와 음란한 생활을 했다. 그 후 몰래 삭발을 하고 중이 되어 태종의 후궁이었다는 흔적을 없애고, 다시 머리를 기르고 몰래 입궁하여 고종의 후궁이 되려 했다.
입궁하자, 질투를 하여 아름다운 미간에 오만한 기색을 드러내고,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교묘히 참언을 하며 애교를 떨고, 기어코 고종을 미혹시켰다. 황후가 된 후에 거마와 의복을 아름답게 꾸미고 고종을 취우(聚麀 : 亂倫)에 빠지게 했다. 게다가 마음이 악독하고 성격도 간악했다. 옳지 않은 사람을 가까이 하고 충성스럽고 선량한 신하를 해쳤으며 언니와 오라버니를 죽였으며, 천자를 죽이고 짐주(鴆酒)로 황후도 독살시켰다. 하느님과 사람들이 미워하고 천하도 용납하지 못할 사람이다. 그런데도 모반하려는 마음을 품고 황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황제께서 사랑하시는 아들을 별궁에 가둬놓고, 충성을 맹세한 자들만 요직에 임명했다. 아! 곽자맹 같은 사람이 없고 주허후 같은 사람도 보이지 않는구나. 조비언이 황손을 살해한 것으로 한(漢) 나라가 망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용시(龍漦 : 용이 뱉은 거품)에서 태어난 포사 때문에 하(夏) 나라가 갑자기 망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 경업은 대 당(唐)나라 구신이고 공후의 적장자이다. 선제께서 취하신 일을 받들어 조정에 많은 은덕을 입었다. 송미자가 슬픔을 금하지 못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 있어서였다. 원군산이 눈물 흘린 것이 어찌 이유가 없겠는가? 내가 분개하니, 풍운도 일어난다. 나의 뜻은 나라를 안정시키는데 있다. 천하 사람들이 무씨에게 실망하고 나를 믿기에, 이에 의로운 깃발을 들고 재앙을 없애고자 한다.
남으로는 백월 북으로는 삼하에 이르기까지, 정예 기병이 무리를 이루고 전차도 서로 접해있다. 해릉 지역에는 쌀이 너무 많아 붉게 변질되고 창고에 쌓아놓은 식량도 무궁하다. 강포 지역에는 우리의 황색 깃발 꽂혔으니, 나라 바로 잡을 공을 세울 날도 멀지 않았도다. 출병하는 말의 울음소리는 폭풍이 부는 듯하고, 날카로운 칼에 서리는 기운은 남두(南斗)처럼 눈부시다. 노기를 발하면 산도 무너지고, 꾸짖으면 풍운도 안색이 변한다. 이러한 힘으로 적을 제압하면 어느 적이 꺾이지 않겠으며, 이러한 힘으로 공로를 세우려 하면 어떤 공을 세우지 못하겠는가?
공들 중에, 어떤 사람은 황실과 성이 다른 공신이고 어떤 사람은 황실과 가까운 친척이며, 어떤 사람은 중요한 부탁을 받고 어떤 사람은 천자에게서 유명을 받았다. 선제의 유언이 아직 귓가에 맴도는데, 어찌 충성심을 잊을 수 있겠는가? 선제 묘지의 흙이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어리신 중종을 장차 누구에게 맡긴다는 말인가? 무씨의 환란을 전화위복시켜 돌아가신 고종을 보내고 살아계신 중종을 섬기며, 함께 충성을 다하고 천자의 명령을 버리지 않는다면, 공로 세운 사람들에게 무두 작위를 내리겠소. 우리 모두 산하를 가리키며 맹세합시다. 만약 여러분이 자신의 성에 연연하여 기로에서 방황하며, 정세에 어두워 가만히 앉아 좋은 기회를 놓친다면, 늦었다는 말로 죽음을 당할 것이오. 지금의 나라를 잘 살펴, 최후로 누구의 천하가 될 것인가 생각하기 바라는 바이오.
吳楚材 編, 이제원 역, <<古文觀止>>(知永社, 1998), p.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