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과로사· 과로자살 사건에 부딪힌 가족, 동료, 친구를 위한 안내서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 지음,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
"가족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과로 때문이었다."
모든 일하는 사람과 일하는 사람의 가족, 구직자가 꼭 읽어야 할 중요한 안내서가 나왔다.
2021년 3월 22일이 출간일이니까 서점에 깔린 지 1달도 채 안 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미안하게도 책을 소개하는 내가 아직 못 읽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일터가 과로를 권하는 현장이고, 우리의 인생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기에 긴급하게 제목과 내용이라도 올리고 싶었다. 누구나 남겨진 사람이 될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남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못 읽은 채로 조금 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주최하는 <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줌 북토크를 들었다.
책의 저자들인 한국과로사·과로자살유가족모임은 2017년 7월에 시작되어 현재 20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구성원들은 여성들이 많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공부와 산재를 준비하는 모임, 심리치료를 함께 하는 과정 등 가족을 잃은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극복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은 과로를 권하는 사회에서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말하고, 더 이상 과로사, 과로자살에 의한 다음 사람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유가족이 작가로 참여한 이 책은 과로사, 과로자살로 남겨진 유가족들이 고통과 아픔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연대의 기록이다.
처음 유가족들은 과로죽음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알려주는 데가 없어 막막하고 힘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죽음의 원인을 알아야했기에 충격과 아픔을 안은 채로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시민단체를 만나고 법을 공부했다. 유가족들이 먼저 경험하고 공부한 것을 알리고 싶고, 과로죽음과 과로자살의 심각성을 사회에 문제제기하고 싶어 책을 냈다.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내 온 정신은 남편의 죽음을 증명하는 데에만 쏠려 있었다. 장례를 곧바로 치를 것인지 회사와 옥신각신하는 사이 남편의 상사 둘이 찾아왔다. 회사 안에서 업무적 마찰은 없었다고, 회사 내부에서 사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산업재해 절차에 협력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제야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남편의 존재가 회사에서 이 정도였구나. 그들은 사과하지 않았다. 그렇게 힘들었는데 왜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느냐, 다른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냐며 내게 되물었다. 장례를 치르기로 결정하기까지 사흘이 걸렸다. 며칠 동안 선택하고 대응해야 할 많은 일들이 나를 짓눌렀다. 남편의 죽음을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나 자신이 불쌍했다.
--- p.100
회사에서 그해 과로로 3명이 사망했다. 팀장님을 포함한 2명은 잘 알고 지내던 동료였다.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지 회사 안에 일하다 죽은 사람은 이 외에도 꽤 많을 거로 생각한다. 이 게임회사는 본사가 따로 있고 게임별로 자회사가 여럿 있는데, 본사 입장에서는 자회사의 과로죽음에 대해 산재 처리를 반드시 무마시켜야 했다. 과로사에 관한 기사에 언급되지 않으려 애쓰고 사건을 축소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었다. 고인들이 지병 때문에 사망했다고 하려는 것 같았다. 4~5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아침 10시에 출근해 새벽 1시~2시까지 일했고 주말에도 쉬지 않던 팀장님이 과로사하자 자회사의 중간관리자가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말을 했다. “○○ 팀장의 사망은 과로사가 아닙니다. 그는 일을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기가 막혔다. 팀장님이 책임감이 강했고 일을 좋아했던 사람이었음이 사실일지라도 그것으로 팀장님의 죽음이 과로사가 아니라는 걸 입증할 수는 없다.
--- p.197~198
한 사람의 죽음을 과로죽음으로 인정받는 것은 남은 동료들에게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과로죽음이 인정된다는 것은 그가 일했던 일터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말과 같다. 이를 인정하면서 아무 변화 없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할 수는 없다. 과로죽음의 인정은 필연적으로 그 일터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마찬가지다. 한 사회에서 일 년에 수백 명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정신질환을 앓고, 나아가 사망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가 제대로 인식한다면, 필연적으로 과로를 방지하는 제도와 대책 마련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유가족 등 남겨진 사람들은 산재 보상 신청과 승인 외에도 과로죽음을 언론과 회사 동료들에게 알리고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기 위해 노력한다.
--- p.150~151
<예스24 "그리고 우리가 남았다" 책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