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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의 과정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전통의 '효(孝)'에 대한 문제를 조명하고 있는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에 젖어 있는 이기적인 자식과 그 자식에 대한 노모의 사랑이 대조되고 있다. 아들인 '나'는 자수 성가하여 도시에 정착해 있는데 모처럼 아내와 함께 노모를 찾는다. 노모가 사는 마을은 지붕 개량 사업이 한창 이루어지고 있는데, 사후를 위해 집을 개축하려고 하는 의사를 비친다. 그러나 '나'는 노모의 의사를 못들은 척하고 귀경을 서두른다. 이 때 아내는 노모의 사랑으로 남편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를 쓴다. |
핵심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귀향소설 ▶배경 : 어느 해 겨울, 시골 ▶제재 : 눈길 ▶주제 : 눈길에서의 추억을 통한 인간적인 화해 |
등장인물
▶나: 고등학교 시절 집안이 어려웠을 때 부모가 자신에게 물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떠올려 지붕개량 사업에 돈이 필요하다는 모친의 의사를 무시한다. 자식 노릇을 못한 자신이나 자식 뒷바라지를 못해 준 어머니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가진 이기적 인물이다. ▶처: 이 작품의 이야기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데, 시어머니와 남편 사이의 교량 역할을 충실히 하는 인물이다. 모친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에 당혹해 한다.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에 나타난 어머니의 한은, 아들을 배웅해주고 혼자 돌아오는 눈길에 선명한 모자의 나란한 발자국을 보며 흘린 어머니의 눈물에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아들에의 그리움, 옛 집을 잃은 서러움과 부끄러움, 아들에게 따뜻한 집안을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과 부끄러움, 이런 감정이 복합적으로 뒤엉켜 고갯마루에서 동네로 들어서지도 못하고 망연히 동네를 내려다 보았던 것이다. '나'가 어머니를 노인이라고 부르고, 부모에게 빚이 없다고 자위하는 동안, 어머니는 '옷궤'를 들여놓을 번 듯한 집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옷궤가 있던 커다란 옛 집, 아들에게 따뜻한 밥을 해 먹이고 함께 밤을 새울 때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주던 옷궤, 그리고 눈길을 걸을 때의 서러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옷궤를 들여놓을 큰 방을 갖고 싶었던 것이다.
'눈길'이 주는 이미지는 '나'와 '어머니'에게 각기 따로 작용한다. '나'에게 있어서 '눈길'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의 쓰라린 추억과 몰락해 버린 집안과 스스로 자수성가해야만 하는 운명을 의미한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있어서 '눈길'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는 상징물로서, 스스로 받아들여야 하는 혹독한 시련이면서도 따스한 자식에 대한 사랑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더 알아보기
▲‘눈길'의 의미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모자의 기억 속에 교차되며 회상되고 있는 <눈길>은 작품의 서사적 의미의 핵심이다. 아직 깜깜한 새벽길, 급히 상경하는 자식이 안스러워 자식과 함께 나선 눈길, 그러나 자식이 상경하고 난 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눈길은, 몰락한 집안의 '어머니'가 겪어온 인고의 생애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를 지닌다.
▲'빛'의 대조적 의미 자식이 떠난 뒤에 시린 눈으로 차마 보지 못했던 과거 속의 '아침 햇빛'과 부끄러워서 '나'로 하여금 차마 눈을 뜨지 못하게 하는 '전등 불빛'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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