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내리는데..
한국에서 내리던 비를 피해 터키로 올때에는 왜 터키의 여름에 비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은 안했던걸까
그 모든것으로부터 떠나고 싶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던 바램중에 비가 오지 않는 터키를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터키, 이스탄불의 거리는 비오는 모습도 얼마나 운치가 있는지..
어떤 영화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나는 이런 거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부러운지ㅣ..
세계에서도 아주 우수한 한국사람이라고 자부하지만, 문화와 예술의 측면에서는 언제나 열등감을 느낀다.
그 모든 아름다운것들의 가치를 왜 제대로 보존하고 느끼지 못하고 있는지.
터키는
이스탄불의 거의 모든 바닥은
아스팔트가 아니라 단색=회색의 모자이크 타일처럼 보이는데(돌이 많은 나라라는 지형의 선택적 특성말고도)
이 때문에 어느 거리나 운치가 더 배가 되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 터키의 여름 소나기가 정말 장난 아니게 삼십 분 퍼붓다가 십분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 시간 퍼붓는 식이다.
게다가 얼마 안 내린 비에 거리에는 물이 넘쳐 나는 걸로 보아서 아마 하수 시설이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시간은 정해져 있고,
볼거리는 너무 많은 지라 일단 5리라, 약 4000원 정도 하는 비닐 우산을 사서 길을 나섰다가 그만
한 시간 만에 홀딱 젖었다. 여기저기서 나무 밑에 잠시 멈춘 사람들이 난리다.
옷이 너무 젖은 것은 그렇다 쳐도 퍼붓는 비에 카메라며 핸드폰이 걱정이 되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아쉽고 살짝 조급한 마음이 들지만, 이런 터키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또 다른 행운이다.
터키가 아니라 나 왜 자꾸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로맨틱한 장면이나 쉘부르의 우산같은 고전영화가 떠오르는 것인지.
다행히, 오후가 되어서 빗줄기가 뚝 그치는 듯 싶어 다시 길을 나섰더니 이내 쨍쨍 찌는 해가..
숙소 가까이에 아야 소피아 성당(사실은 지금은 박물관이다)과 블루모스크와 톱카피가 모두 몰려있다.
오늘은 시간도 일단 늦었고 일단 블루모스크를 보기로 했다.
너무 엄청난 칭찬과 그 유명세 때문인지 막상 외관이 블루에서 연상 되는 칼라와는 전혀 거리가 먼 회색인데 그 자태 만큼은
누가 뭐래도 멋지고 고고하다. 안쪽은 사실 대개의 모스크가 그렇듯 훵한 공터이다. 장방형의 빈 곳에 모스크를 상징하는 코란과 유리 타일이 거의 블루라고 할 만하다.
볼만하다. 모스크에 입장하는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여자는 특히 히잡을 써야 하는데,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이 헛걸음 하지 말라고 다 준비되어있다.
모스크 안쪽에는 정말 모슬렘만 입장이 가능하다 들어가서 기도하는 모습을 줄 밖에서 보고 있다. 사람들이 엄청나고
무엇보다 여기 물가가 가히 환상이다.
아니, 우리와 다를 바가 없지만 조금 더 비싸다. 특히, 박물관이나 기념관이나 이런 입장료는 거의 10리라에서 20리라가 보통인데
1리가가 거의 우리 돈 800원이라고 하니까 16000원은 기본이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입장 시간이 길어져서 맞은편에 서있는 아야소피아성당으로 향했다.
역시, 매체에서 미리 너무 많이 접한지라 오히려 초라해 보이기조차 했던 아야소피아 성당이다.
그런데 역시..
안으로 들어가서 정말 그 아름다움은 지금은 이것저것 본 탓에 기억도 잘 안난다.. 이른바 스탕달 신드롬..
중세 유럽 교회 건축 양식의 중 비잔틴 양식을 설명할 때 반드시 예로 드는 그 유명한 하기야소피아(아야소피아) 남아있는 모자이크의 성화가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에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볼 것이 많고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리고 너무 오래 걸어서..
허기가 밀려온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만난듯한 한국인 일가족 몇 팀을 또 만났다. 뭐 인사는 안하고 지나쳤지만
지금 터키는 인도처럼 한국 사람이 동양인의 80퍼센트에 이르는 것 같다.
터키 이틀에 들어서며 느끼는 것은 터키는 유럽의 이미지가 더 크다.
떠나기전에는 막연히 중동에 더 가까운 이미지들. 터번. 구리빛 피부. 시샤 건과일.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오는 시각적 영상을 오버랩하곤 했는데 말이다.
다음날 저녁에 카파도키아, 터키의 스머프마을이라고 불리는 괴뢰메로 야간에 떠날 예정이라서
톱카피를 보려다가
역시 톱카피 근처에있는 ISTANBUL Archaeological박물관에 들어갔다. 이게 장난이 아닌거다..
아...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의 모든 유적과 유물이 여기 다 몰려있다.
단언컨데 고대 그리스 로마유적과 모든 가치있는 유물은 전부 터키에서 보게 될 것이다.
이걸 열심히 보다 보니 일 층만 돌아보았는데도 몇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아쉽다.. 안탈랴나 올림푸스의 로마의 도시로 가서 보았어야 더 생생하고 오래도록 더 의미 있게 볼 것들을
여기다 모아 놓으니(물론, 보호 차원에서 그 이유를 모르지는 않으나).. 나도 이런데 일반인들은 그냥 획획 지나갈 것 같다.
게다가 너무 유물이 넘쳐나니까 박물관 안쪽에 있는 카페테리아와 밖에 길바닥에도 왠만한 건축 기둥들이 즐비하다.
완전히 인도와 똑같다.
게다가 여기저기 고양이도 넘쳐 난다. 길고양이 들고양이 잔디고양이들이다.. 집고양이가 아니라..
주변에 쥐들이 많은 걸까.?..
이 거만한 녀석들이 역시 유적옆에서 제 집인양 한 자리 하고 있는 포즈가 마치 인도에 있는 원숭이랑 왜 이리 닮았는지..
톱카프궁전이 어마어마 하다는데.. 오늘은 더 보면 마치 명절 날 미친 듯이 일년 치를 먹어 대고 다 게워 내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될 것 같아서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했다.
밤 버스에서 역시..
한국 사람들 대거 만나다..
버스 기다리는데 가만보니 호텔 이름이 동양장이다. 그 옆에는 하나로 여행사.. 어떤 터키쉬가 버스 기다리는 내가 무료할까봐 친절하게 말을 걸더니
너는 코리안이라면서.. 내 카메라와 핸드폰에 있는 글자들이랑 저게 닮았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버스 안에 역시 한국 사람 대거.. 그냥 안면 안 트고 지난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에서 한국 사람끼리 만나서 인사도 안 하려고 하냐고 질타하기도 하는데..
꼭 아는 척을 해야만 한국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는 너무 친밀감이 커서 좀 가까워지면 행선지가 헝클어지고 이내 외국 속에 한국인들만의 단합 대회가 쉬워지기도 하기 때문에 기타 등등...
뭐 나한테 물어보면 내가 일본 사람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나.. 너무 국적에 집중하고 싶지는 않다.
이렇게 한국 사람이 넘쳐 나는 곳에서 그냥 나 하나 쯤은 저 멀리 떼어두고 관심 갖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박물관에서는 제발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
당근 영어로 나오는 유적 발굴과 관련된 설명을 하는 비디오를 방영하는데, 아마도 엄마가 아이들에게 그 장면을 설명 하는 듯, 그런데 영어를 해석해서 들려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그냥 그렇고 그런 아이들도 알 수 있는 그림의 장면을 그냥 다시 길게 설명하는 이유는 뭔지.. 함께 보고 있는 사람들이 좀 방해가 될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 같아서 아쉬웠다. 내가 영어가 짧아서 예민하게 귀를 쫑긋 세워야 쫌 들리던가 하는 관계로..
서둘러서 떠난 한국과 미처 준비되지 못한 터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직도 환율에 대한 감이 없다는 것..
기본이 1리라로 되어있으니까.. 왠지 자꾸 백원 같아서.. 우리나라도 화폐 단위 빨리 바꿔야지 이거 안되겠다는..
1리라가 1.8유로 1.5달러 라는데.. 이게 어떻게 800원이 되는 것인지.. 아 헷갈려라..
암튼 지금 돈 엄청 많이 쓴 거다. 게다가 뭐 맛있다고 소문난 집에 가서 저녁 세 번 먹고 났더니 벌써 카드 두 번이나
긁었다는..
그래도..
여기가 인도가 아닌 지라.. 일단은
각오하고 떠난 지라.. 일단
왔는 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