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입찰제도…그런거야? |
임 이 석 테마피부과 원장
설계는 공장생산품이 아니다 - 적정 가이드라인 제시 필요
<글을 시작하며> IMF가 시작된 1997년 겨울 이후 우리 건축사들은 과거와 같은 건축의 호황기가 다시 오기를 꿈꾸며 미래를 기대하는 맘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음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특히 이는 동일한 세대를 살아가는 젊은 건축사들의 거의 대부분이 느끼는 심정일 것이다. 빈익빈 부익부라 했던가? 우리 건축사 업계에도 대형화, 거대화 되어있는 몇몇의 사무소들은 엄청난 호황을 맞고 최대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그 그늘 하에 있는 소규모의 영세한 건축사들은 매일의 끼니를 걱정할 정도가 되어 있기도 한 것이 또한 오늘의 모습이다. 이러한 때에 경제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면서 민간 발주마저 상당히 줄어들게 되었고, 건축사의 수는 국가정책에 따라 대폭 늘어나면서 무한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은 이미 체감하고 있는 바와 같다. 젊기 때문에 아직 인맥과 수주에 대한 기반이 없는 건축사들은 그나마 기대하는 것이 관에서 발주하는 ‘입찰’일 것이다. 오늘은 이 입찰에 대해 몇 가지를 논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1.금액 산정기준의 문제점
전자입찰 시 ‘노느니 장독 깬다’는 격으로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투찰을 하다 보면 때로는 운 좋게 낙찰이 되고서도 울상을 짓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그것은 일에 비해 낙찰금액이 너무 적거나 또는 낙찰 금액에 비해 기간이 턱없이 길어서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직ㆍ간접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경우가 발생한 케이스다. 이것은 대부분의 관청에서 사용하는 금액의 산정 기준이 우리 건축사법에 의한 업무대가를 근거한 것이 아니고, 엔지니어링진흥법에 의한 업무대가를 기준으로 하다보니 적용대가가 그만큼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우리 건축사들의 업무인 계획 및 설계를 예술적, 문화적 견지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기술적인 산업 생산품으로 인지하는 정부와 관의 관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로는, 드물기는 하지만 발주처의 예산 부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든다면 5,000만 원 짜리 건도 예산이 2,000만 원 밖에 없으면 2,000만 원으로 공고를 내는 것이다. 그래도 몇 백 명씩 투찰하더라 라는 말을 실제 담당자로부터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순박한 건축사들은 관에서 하는 일이니, 정확하게 했겠지 하는 맘으로 별 생각 없이 투찰을 하게 되는데, 나중에 낙찰된 후에 보면 과업지시서 확인 안 한 몫은 고스란히 건축사의 부담으로 남고, 온갖 책임은 다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2.입찰 참가자격의 문제점
또 다른 입찰에서의 문제점으로는 ‘공작물’에 대한 발주처의 관점이 우리 건축사들과는 사뭇 다르다는 데에 있다. 건축법에는 공작물의 종류 및 허용 범위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는 건축물로 인정하기 애매한 경우이거나 법에 명시된 건축사의 업무 영역에 못 미치는 경우로서 건축사가 아니어도 그에 대한 건축 행위를 인정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인 것이다. 하지만 입찰에 나오는 공작물인 ‘철골조립식 주차장으로써 높이가 8m 이내인 것’에 해당하는 것들은 발주처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에 상당한 관점의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다음 두 가지 경우로 나뉘게 된다. 첫째, 건축사도 참가할 수 있고, 엔지니어링활동주체도 참가할 수 있게 한 경우 둘째, 건축사는 참가할 수 없고, 엔지니어링활동주체만 참가할 수 있게 한 경우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공작물은 건축물의 범위에 못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사가 아닌 경우도 그 행위를 인정하는 취지이지, 건축사가 설계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주처의 입장은 상당히 완고한 편이다. 최근에는 점점 더 두 번째의 경우로 쏠리게 되어 그나마 젊은 건축사들의 일할 기회가 줄어들게 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서울시 및 몇몇 구청의 담당자들과 직접 통화를 해보면 그들의 답변은 대략 이러하다. 엔지니어링진흥법에 의한 활동주체인 경우는 회사가 대규모이므로 건축, 구조, 기계, 전기, 토목 등 각 파트가 한 회사 내에 있어서 관리 및 통제하기가 쉬운데 비해 건축사는 각 분야를 모두 외주 처리 하므로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관리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건축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은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말에는 “발주처의 선택인데, 위법 행위가 아닌 이상 무슨 말이 더 필요 하느냐?” 라는 답변만 듣고 말았다. 한 개인의 건축사가 막강한 발주처와 어떻게 더 싸울 수 있겠는가? 또 한 예를 들어보자. 관악구청이 발주한 실제 사례이다. 지상2층 철근콘크리트조 주차장을 위의 둘째 경우, 즉 건축사가 참가할 수 없고 엔지니어링 활동주체만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철근콘크리트조 주차장은 공작물이 아니다. 분명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건축사를 배제하고 입찰공고를 한 것은 명백히 현행 법규 위반으로서 위법한 행위인데, 이를 버젓이 관에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 입찰 공고문 참조> 이에 대해 항의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의 반론은 이미 지난 2004년 상반기에도 똑같이 발주된 사례가 있어서 그대로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참가 자격을 정정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밝혔다. 그런데 불법 행위를 단속하며 방지해야 할 관악구청은 그 후 또 이와 똑같은 사례로 입찰공고를 하여 수차례나 위법 행위를 자행하며 건축법은 힘없는 민간이나 지키는 것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3.협정(분담이행 방식)의 불합리성
또 다른 문제를 들어보자. 현재 전자입찰 시 발주처에 따라 협정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교육청의 경우 건축과 전기분야가 각각 별도로 입찰이 되고 있기에 협정에 대한 문제가 거의 없지만, 그 외의 관공서의 경우 건축과 전기 또는 전기ㆍ통신ㆍ소방의 각 분야와 함께 분담이행 방식으로 협정을 해서 입찰에 참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우리 건축사들에게 또 다른 높은 벽을 실감하게 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건축주에 대해서는 그들이 ‘갑’이면 우리는 ‘을’이지만, 우리의 협력 업체에 대해서는 어쨌든 우리는 ‘갑’이다. 우리가 수주한 분야에 대해 전기, 통신, 소방, 기계 각 분야와 계약을 하게 되면 우리 건축사가 분명한 ‘갑’이지 아니한가? 그런데 입찰 시 협정을 하게 되는 경우는 그 입장이 바뀌게 되고 마는 것이다. 예를 든다면, 현재 서울의 경우 입찰에 참가하는 건축사의 수가 약 400명 정도 된다. 2003년에는 360여 명 정도 되었는데, 2004년 들어 조금 늘어난 것이다. 2005년이면 좀 더 늘어나리라 본다. 따라서 전기를 별도로 발주하는 교육청의 경우 참가하는 수가 약 400명이던 것이 각 구청에서 전기를 분담이행 방식으로 발주하는 경우에는 그 수가 80여 개로 줄어들게 된다. 그 이유는 전기기술사의 수가 그 정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건축사들이 협정 건이 뜨기 무섭게 전기기술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번은 나와 함께 협정을 해달라고 사정하면서 부탁을 하게 된다. 그나마 동작이 빨라서 협정을 하면 다행이지만 이미 다른 건축사와 해버려서 안 되겠다 라는 말을 듣게 되면 그 건은 투찰이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수요ㆍ공급의 법칙상 그들의 금액이 올라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각 회사마다 전기에 대한 용역 금액이 정해져 있겠지만, 이러한 분담이행 방식으로 낙찰된 경우 전기에 대한 금액은 총 용역비의 15%가 현재 적정 금액으로 통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분담이행 방식이 아닌 경우는 반 이하의 금액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지 않은가? 전기, 통신, 소방이 모두 함께 분담이행 방식이 되는 경우는 건축사의 부담이 정말 커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발주처들은 한술 더 떠서 총금액 1,000~2,000만 원 정도 되는 것들도 협정을 맺게 하는 경우도 있으며, 심지어는 단 몇 백만 원짜리도 그러한 경우가 있음을 종종 보게 된다. 필자의 경우 전기기술사로부터 ‘3,000만 원 이하짜리는 협정 안 합니다’ 라는 말을 들은 이후로는 전기가 건축보다 훨씬 낫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방법은 전기기술사 입장에서 보면 정말 좋은 제도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들의 가치를 제도적으로 보장을 받고 있으니 말이다. 교육청을 제외한 거의 모든 경우의 입찰에서 그러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지만 이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할 불공정한 것이다. 교육청에서 하는 방법처럼 건축과 전기를 별도 입찰을 하든지 아니면 낙찰 후 계약시 전기업체를 선정해 분담이행 방식으로 계약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전기의 경우를 본받아 기계설비 쪽에서도 그러할까 무섭다. 수수료의 경우도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말처럼 그것도 일년 내내 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 된다. 교육청의 경우 수수료 600원에 은행 수수료 100원을 더해서 700원이지만, 구청들의 경우 어지간하면 수수료가 5,000원에 은행 수수료 100원을 합쳐서 5,100원인데, 어쩌다 1억이 넘는 경우는 또 10,000원에 200원 그래서 10,200원, 이 모두는 항상 건축사의 부담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정말 공정하게 보이는가? 우리 젊은 건축사들의 입장에서는 민간수주를 하기도 힘이 드는데다가 관급공사에 대한 설계입찰도 이러한 삼중고를 겪고 있으니 답답한 심정이다. 입찰은 아니지만, 한가지 사례를 더 들어보자. 얼마 전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영등포 지하도상가와 잠실 지하도상가 리모델링 현상설계를 발주한 경우인데, 내용을 읽어보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발주처에 질의 형식으로 소상히 질문하였다. 아래는 질문의 원문 일부이다.
질문4. 당선된 건축사가 지출하게 될 외주비중 전기, 통신, 기계, 소방 등의 비율 이 너무 커서 건축설계를 하게되는 업체의 현상설계 투자에 대비한 실질적 이득이 극히 미약 또는 오히려 당선에 대한 기대감 저하 및 손실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현상설계 참여 저조가 우려되는 바 그에 대한 보완점을 찾을 의향이 있는지 여부 - 현상설계 투자비는 건축사가 100%를 다 지출하는데, 당선시 그에 대한 외주비(전기, 기계, 통신, 소방) 지출 비율을 50%로 확정하여 발주처가 관여한다면 건축사에게 매우 불리하고 불공정한 사례가 된다고 사료됨 - 그외 건축견적, CG투시도, 구조계산, 심의 및 납품시 발생하는 인쇄잡비, 계약시 보증보험 등도 건축사 부담임 - 당선 건축사의 해야할 업무 ·사전조사 보고서 작성(구조안전진단/점검 및 현장 정밀실측 후 도면작성) ---책자 작성 ·상가운영위원회 대상 브리핑(상인 대상)-----패널 및 보고용 자료수집 ·시설관리공단 이사장 브리핑-------위와 다른 패널 및 보고용 자료수집 ·서울시 미관심의-------심의 도면 작성(보완, 재심의에 대한 부담) ·용역기간 100일----------용역에 대한 Man-Hour를 고려함 ·용역 완료 후 착공시까지의 상당한 기간 소요후 발생되는 A/S - 위와 같은 건축사의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지침을 첨부 한 것은 최초의 현상설계를 통해 좋은 결과물을 받고자 하는 시설관리공단의 의도가 실현되기 어려운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고 사료됨 - 지침서 9쪽 8.1 3)항 3)설계용역계약을 할때 전기·통신·소방분야 설계면허가 없는 경우에는 관련규정에 의한 전기·통신·소방분야 설계자격자와 분담이행 방식으로 공동 도급하여야 한다.(예상공사비에 의한 분담비율 명기 = 건축:기계:전기:통신:소방 = 50 : 23 : 16 : 4 : 7) |
이에 대한 답변은 회신 예정일보다 수일이 더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받지를 못했고, 연락을 해보니 아직 내부 회의 중이란 말을 들었기에 이번 기사에 그 답변을 실을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차후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 일에 대해 밝힐 수 있기를 바란다.
4.건축사협회의 할 일
다시 돌아와서, 입찰은 어쩔 수 없이 건축사가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관에 의해 끌려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항상 그 꼴을 못 벗어나게 되고, 오히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질 수도 있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 일을 시켜도 동등한 기술적 생산품이 나온다는 정부와 관의 건축에 대한 판단 기준이 바뀌지 않는다거나, 건축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사회적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깊어지지 않는 한 현재의 풍토는 크게 개선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에 큰 문제가 있겠지만, 이를 수수방관하는 우리 건축사들의 입장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이에 대해 젊은 건축사들은 건축사협회가 그런 것도 안하고 뭘 하냐 라고 하지만 정작 협회는 그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협회 내에 사회적ㆍ현실적 동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기도 하거니와 선배 건축사들은 정작 입찰을 전혀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2억 이상의 큰 금액 위주로 하기 때문에 민초건축사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데 그 이유가 있지 않은가 싶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같은 발주처라도 현상설계와 입찰은 또 다른 단가가 적용이 되고 있다. 현상설계는 적게는 평당 20만 원에서 30만 원 정도인데 비해, 입찰은 필자의 경우 모든 외주비 포함해서 평당 3만 원대짜리부터 해보았다. 현상설계는 그나마 디자인 비용을 감안해서 책정한 것일까? 정부 및 관청은 그 집행되는 예산이 국민들로부터 나온 것임을 생각할 때, 정말 아끼고 절약하며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만, 관이 민간에게 일을 시키면서 손해를 보게 한다거나 책임감만을 강조하여 어쩔 수 없이 감당하게 하는 것은 참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입찰을 계속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은 일하기 쉽지 않고 남는 것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일을 마친 후 비용의 지급은 제때 되기 때문에 그래도 낙찰만 된다면 좋다 라는 것이다. 하지만 기초금액에 낙찰률인 87.745%에 ±3%를 적용하게 되어 낙찰이 되기에 최초의 금액을 산정하는 데서부터 적절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면 낙찰된 업체는 참으로 어려움 가운데 그 일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고 이러한 어려움을 젊고 힘없는 건축사들은 스스로가 힘센 발주처와 각개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초의 가이드 라인은 우리 건축사협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시해야 되지 않겠는가? ‘몰랐다’ 라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도 우리 협회는 인지해야할 것이다.
글을 맺으면서
건축은 문화이며 사회적 책임이다. 어떤 건축사도 자신이 설계한 건축물이 불과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파괴되거나 없어지기를 원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축물은 수십 년에서 몇 백 년 이상 사람들과 함께 지내게 되는데, 우리 건축사들은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을 통감하며 설계에 임해야 할 것이고 많은 분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정부와 관청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상황과 심정을 충분히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기술력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건축사들의 디자인 능력을 지적 재산으로 인정해 주길 바란다. 효율적이고 멋진 설계로 인해 그 건축물이 명물이 되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된다면 그것은 ‘건물’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건축사에 대한 사회적 대우가 정부와 관으로부터 지금보다 더 나아진다면 우리나라의 건축문화가 달라질 것이며, 건축사의 사회적ㆍ문화적 기여도는 ‘기대’이상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기능과 아름다움이 겸비된 디자인을 능력과 지적 재산으로 인정해 주고 그에 대한 적절한 기간과 비용을 제시해줄 것을 바라는 바이다. 기간이 너무 짧아도 부담이 되지만, 비용규모에 비해 턱없이 기간을 길게 주어 직ㆍ간접비의 과다 지출이 되도록 하는 것도 지양해야 될 사항이다. 우리의 설계는 엔지니어링 진흥법의 적용을 받는 ‘공장생산품’이 아니다. 정부와 관은 아직도 ‘건물’을 원하지만, 우리는 진정 ‘건축’을 하고 싶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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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공업체의 설계겸업을 반대하며! 규제개혁기획단의 제도개선 방향에 관한 대한건축사협회 의견 |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은 건설산업의 시장기능 활성화 및 경쟁기반 조성을 위하여 ‘건설산업규제 합리화방안’을 추진할 계획인 바, 본협회는 이 가운데 “건설업체의 건축설계업 참여허용” 방안에 대하여 강력하게 반대의견을 피력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본협회는 앞으로도 우리 협회의 의견이 관철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오니 회원 여러분께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시고,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대한건축사협회> |
기획단의 제도개선 검토방향
□ 건설업체의 건축설계업 참여 허용 ○건축설계업 영위를 위한 건축사사무소 개설 신고시 대표자가 건축사이어야 하며, 상호에 ‘건축사사무소’라는 명칭사용. -시공업체의 건설설계업 참여 제한으로 턴키공사에서 불합리성을 유발시키고, 시공과정에서 개발된 기술·공법이 설계에 원활히 반영되지 못함으로 인해 건설기술발전에 저해. * 여의도 소재 63빌딩, 독립기념관 등 초고층 대형건물의 경우 국내 설계 기술의 한계로 외국 설계업체에 의뢰하여 설계. ⇒ 시공업체 소속 건축사의 건축설계업무 수행이 가능하도록 하되, 시공사의 건축설계업 허용 요건으로서 건축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두도록 하고, 업무 범위는 시공사가 시공하는 건물로 한정.
전문직으로서의 건축사의 위상과 책무
○건축사는 의사·변호사와 더불어 대표적인 전문직(Profession)으로 분류 되어 왔으며, WTO 양허각서상의 분류에서도 건축분야가 전문직임을 분명히 하고 있음 -이러한 전문직은 장기간 교육과 훈련에 의하여 일반인이 도달할 수 없는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추고, 그 성실성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신뢰성을 인정하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받는 대신, 사회는 그 대가로서 각종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요구함. ○전문직 업무는 공공의 이익을 기초로 한 것으로 이를 전문직 이외의 개인 또는 법인이 전문직의 전문성을 사용하여 이익을 취할 수 없음. 따라서 건축사의 업무에 제3자가 관련된다면 책임소재의 불확실, 교묘하고 지능적인 방법을 통한 책임의 전가·회피 등 막대한 혼란이 야기될 것임.
시공회사 설계겸업의 부당성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기획, 사전조사, 설계 등이 이뤄진 후 시공이 진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설계의 기능과 목적을 도외시 한 채 건설업의 편의에 따라 시공업체가 건축설계를 겸업하여야 한다는 이유가 매우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것으로 수용할 수 없음. ○설계와 시공의 상호견제와 보완기능(check & balance)을 상실하게 되어, 부실건축물과 위법건축물이 은폐되고 공공성이 결여된 건축물이 양산될 것임. -전문자격사는 독립된 지위에서 의사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본연의 업무수행과 공적인 책무를 다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책임소재도 명확할 수 있으나, 시공회사에 소속될 경우 비전문가인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므로 올바른 건축물이 지어질 수 없게 됨. -설계와 시공의 역할은 국가조직이 입법, 사법, 행정기관으로 분리되어 각 기관별 업무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과 같은 이치임. ○건설회사는 건축설계를 시공편의 위주 또는 이윤추구의 수단으로만 이용하여 설계의 독창성이 상실될 것임. 설계와 시공의 분리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임. -건설회사가 설계와 시공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게 되어 설계자의 의도와 건축주(공공, 발주자)의 이익을 도외시한 채 건설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공사가 되어 독창성 없는 부실건축물이 양산될 것임. -선진외국은 설계가 이루어진 후 설계에 적합한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이나, 우리의 경우 시공업자가 먼저 결정된 후 시공의 편의성에 따라 설계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므로 이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됨.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기술 분야 “전문화 육성정책”에 역행함. -WTO 시장개방에 대비하여 건축사자격에 대한 국가간 상호인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학교육과 건축사자격시험을 국제기준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고, 자격관리와 계속교육을 통한 건축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가 정비되고 있음. 시공회사의 설계겸업은 이러한 산·학·연 및 민·관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음. ○건축설계를 공사수주 또는 입찰시 가격경쟁의 수단으로만 이용하여 건축물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건축사사무소가 건설회사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게 됨. -건축설계비는 총공사비의 3%~4%에 불과하여 공사수주와 입찰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음. -건축사사무소와 건설회사는 경쟁관계가 아니라 협력관계이나, 이를 혼동하여 자본력과 조직을 앞세운 건설회사와 자본이나 조직보다는 전문직에 의한 창작활동이 중심이 되는 건축사사무소를 경쟁 시킨다면 설계분야는 일시에 붕괴위기에 직면할 것임. ○도목수의 전통에 따라 도입된 제네콘(종합건설업자)은 일본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되어 도태되고 있음. -우리나라 제도는 전문직인 건축사에 대한 인식부족, 공공의 시스템 부재, 사회·경제적인 여건 등 외국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여야함.
시공회사 주장의 모순
○“턴키공사에서 불합리성을 유발시킨다”는 주장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건축물은 턴키발주 되어서는 안 됨. 건축물은 토목구조물과 달리 도시 환경, 문화성, 예술성 등의 중요성에 따라 외국에서는 현상설계를 하는 것이 일반적임. -촉박한 공사일정에 따라 턴키로 발주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경우에도 우수한 설계작품을 제출한 건축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업체에 낙찰되었으며, 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건축사의 독자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함. ○“기술 및 공법이 설계에 반영되지 못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건축물의 공사감리를 감리전문회사가 감리를 하도록 제도화되어 있어, 설계자가 공사에 참여할 수 없음으로 생긴 문제임. 따라서 설계자가 공사시행 과정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한다면 이 문제는 해소될 것임. -건설업체가 요구하는 “기술 및 공법”은 근본적으로 시공편의성과 경제성만을 고려한 것으로써,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설계자와 시공자가 상호 견제하고 균형(Check & Balance)을 이루어 건축물을 완성해 나가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임. ○“설계기술의 한계로 외국 설계업체에 의뢰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러한 주장은 건축설계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문제임. 건축물은 아무리 작은 규모라 해도 복합공종이며, 건축사는 해당 건축물에 필요한 기술 분야의 협력을 받아 설계를 하는 것임. 가령 초고층 건축물의 구조설계, 오페라하우스의 음향, 공항 터미널의 대공간 등 특별한 기술은 해당 기술을 갖고 있는 엔지니어링회사의 협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며, 그 전문기술을 국내에서 확보할 수 없다면 외국에서 협력을 받아야 하며, 이러한 과정은 기술축적의 일반적인 과정임. 이는 건설회사의 시공기술과 공법의 도입도 마찬가지임. -사례로 제시한 독립기념관은 현상설계를 통해 우리나라 건축사가 설계한 것이고, 최근 부산에 지어지고 있는 107층 롯데월드도 우리나라 건축사사무소에서 설계한 것임. ○“미국의 대형종합건설업체들은 설계와 시공을 통합 일괄실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미국의 벡텔이나 파슨스 등은 건설회사가 아닌 CM회사로서 우리나라의 건설회사와는 성격이 다름. -구미선진국에서 건축설계는 기술을 넘어 예술로 인식되고 있으며, 건축사는 전문직(Profession)으로서 사회적 위상과 역할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음. ○“능력을 갖춘 시공업체 소속 건축사가 설계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경쟁원리에 부합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하여 -시공업체 소속건축사의 업무성격과 건축사사무소의 업무성격이 판이하게 다름. 시공회사의 능력은 시공기술에 대한 것이지 설계능력에 대한 것이 아님. 이는 회사에 소속된 변호사가 회사의 법률업무를 수행할 뿐이지 “소송대리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임. ○“변화되는 건설수요 및 건설업 개념변화에 대처하지 못하여 국제경쟁력 약화 요인이 된다”는 주장에 대하여 -미국 등 선진외국의 건설산업의 통합운영 형태는 CM회사의 형태로서 국내에도 건설기술관리법 및 건설산업기본법에 이미 CM제도가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음. -최근 일본에서는 제네콘(종합건설업자)의 경쟁력 상실을 인정하고 있으며, CM방식이 비용 면에서 적게는 14%, 많게는 37%까지 절감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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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
<내가 아는 건축사>
건축사 제자두어 ‘뿌듯’
오 진 근 전 서울창신 초등학교 교감
아주 반가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33년 만에 만날 수 있는 초등학교 제자 이군의 전화였다. 내일 오후에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내용인데 그동안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달포 전에 들었지만 나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초등학교 6학년 졸업할 때의 이군이 성장하여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생각하면서 머릿속에 몇 번이나 그림을 그려보며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까지 도저히 앉아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이군을 맞이하러 잠실 지하철역으로 가려고 방문을 나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아래층 문을 열고 검정색 외투를 입고 들어오는 낯선 사람이 있었다. 자세히 보니 33년 전 초등학교 6학년 때의 이군의 얼굴 모습이 어렴풋이 떠올라 “자네 이군 아닌가?” “예, 오진근 선생님이십니까?” 우리들은 아주 반갑게 손을 맞잡고 거실로 들어와 지난날의 생활에 대하여 이야기 끈을 풀었다. 이군은 내가 1969년도 경주시 천북면 모아초등학교에 근무할 때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 동안 반 편성 없이(교육부 E.S.S 자연과 실험연구 지정학반) 담임했던 학생 59명 중 한사람이었다. 모아초등학교는 시골학교로서 문화시설도 열악한 농촌학교였다. 이군은 초등학교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교내 및 시 교육청 그리기대회에 여러 번 출전하여 입상하였으며 수업 후 교실에 남아 그리기 공부도 나와 함께 하면서 장래 꿈을 물으면, 화가나 조각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좋아하던 그림공부가 이어지지 않았고 졸업 후엔 진학하지 못하고 농사꾼으로 살려고 소 몰고 밭 갈며, 씨 뿌리는 농사일을 배우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인생 역전을 꿈꾸며 고등학교를 입학하게 되었고 졸업 후 설계사무소에 입사하게 되었는데 선배들로부터 하얀 종이 위에 연필로 건축도면이라는 그림 그리는 일을 배우게 된 것이 오늘날의 건축사와 인연이 되었다는 사연이다. 이군은 80년, 나는 88년에 서울 온 이야기며 사회생활과 가정생활까지 깊숙이 이야기들이 오갔다. 어느새 5시가 훌쩍 넘어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간다. 미안하게도 우리 집에서 식사 준비가 되지 않아 양해를 얻어 가까운 식당으로 33년만의 반가운 손님을 모셨다. 안주 한 점에 소주 한잔, 술맛이 기가 막혀 그냥 수도 없이 술잔이 오고가고…. 취기가 점점 깊어만 간다. 이제 33년의 시효가 지난 이야기들…초등학교시절 시험 부정행위들…청소시간에 검사 불합격으로 철봉대 옆에 늦게까지 벌섰던 일들…36살에 건축사시험에 합격 한 사연과 만학에 불을 태워 대학교 학비의 50%는 장학금으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까지 받았던 일들…그리고 현재는 후배들을 위해 대학에 출강까지 한다면서…. 이군! ‘주경야독’ 이란 말이 자네를 두고 하는 말이든가? 가진 것 없이 서울 와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석사학위까지 받고 그래도 아직 공부가 남았다니 아마 박사학위까지 받을 모양이구나! 만학의 꿈을 버리지 않고 계속 분투 노력하는 열정의 카리스마 사나이 이군 파이팅!! 그리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새벽을 좋아하고 소중히 여긴다는 이군, 춥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대지를 적셔주는 이슬방울들이 풀잎에 방울방울 맺혀 맑고 밝게 빛나는 걸 보고 너무 좋아서 曉露(새벽이슬)라고 이름 지은 曉露이군. 서른 살에 인생관이 선다는 而立을 지나, 이제 마흔 살에는 부질없이 망설이거나 무엇에 마음이 흘리지 않는다는 不惑의 나이인데, 무한경쟁시대 우뚝 높이 솟아, 건축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어 창작 예술인으로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올 것을 建築士 이군에게 나는 기대한다. 도시에 이렇게 많은 건축물이 빼곡히 심어져 있어도 이군과 같은 건축사의 손에 의해 탄생된다는 사실을 이군을 만나고 나서 이제야 알게 되었네. 대한민국 건축사 여러분 파이팅!!
<예비건축사>
예비건축사로 살아가기
차 기 필 예비건축사
건축이라 하면 무엇이라고 할 수 있을까? 글자 그대로 세우고 쌓는다는 얘기이니까 공사, 시공이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건축에는 설계 단계가 있고 시공 단계가 있다. 설계에는 건축설계와 전기, 설비, 소방, 조경, 건축에 관련된 토목 등과 또 구조설계, 내역서 시방서 등 많은 분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설계사무소에서는 대부분 건축하라고 하면 건축설계만으로 인식하고 있다.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건축에 입문 한지 벌써 16년이나 되었다. 처음 설계사무소에 입사해서 설계 일을 배울 때는 배운다는 일념 하나로 밤낮으로 열심히 했다. 건축 경기도 좋았고 퇴근 후엔 사무실 직원끼리 소주 한잔 하면서 그 날의 피로를 풀기도 하고 정말 좋았다. 그러다가 경기가 침체되고 건설 경기가 나빠지고 설계사무소는 일어 줄어들면서 나에게도 어려움이 시작됐다. 몇몇 큰 사무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설계사무소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 인원으로 매우 열악한 환경과 적은 수입으로 생활했다. 그래서 사무실 경제가 어려워지면 사장님은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직원을 감원할 수밖에 경우 직원들이 먼저 눈치 채고 퇴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못할 때 건축사도 그렇지만 직원도 정말 힘든 순간이다. 지금은 인터넷 등으로 구직 구인 광고도 하지만 그때 작은 사무소 입사는 일반적으로 친구들 소개로 이루어질 때가 많았다. 소장님과 마주 앉아 급여·상여금 등 몇 가지 합의를 본 후에 곧바로 취직의 성사가 이루어지는 아주 단순한 절차였다. 짧게는 몇 개월 길어야 2~3년마다 입·퇴사를 반복해야 하는 정말로 어렵고 힘든 직업이 건축설계인 것 같다. 그러나 배운게 설계 일이라 설계 일을 벗어나 다른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정말로 힘들고 어렵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나도 언젠가는 건축사가 되어 사무실을 운영하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일념으로 참고 또 참아야 하는게 예비 건축사다. 그런데 건축사가 그렇게 쉽게 얻어지는 자격인가? 합격률이 10%로도 안 되는데 말이다. 하늘에 별 따기 아니겠는가? 그런데 지금 건축사 숫자가 너무 많아서 건축사 1인당 건축 수주 건수가 적어 모두들 어렵다고 한다. 건축사 숫자만 줄어들면, 사무소 숫자만 줄어들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예비건축사 앞날은 너무 망막하다. 내 경우 IMF가 터지고 사무실 축소나 폐업이 이어질 때 결국 설계 일을 떠나 1년여 동안 조그만 가계를 열었다. 다시는 설계 일을 하지 않기로 하고 말이다. 그러나 결국 많은 손해를 무릅쓰고 가게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예비 건축사들이 건축을 포기하고 다른 직업을 찾아 설계사무소를 떠나야 하는 현실 속에서 건축사 탓만 할 수는 없겠지…. 직접 조그만 사무실 얻어 설계 용역도 보았지만 직원 월급과 임대료 주고 각종 세금 주고 나면 남는게 없었다. 등록된 설계사무소에도 유지하기 힘든다는 데 설계사무소 일을 용역 받아서는 정말 살기 힘들어 몇 개월 만에 문닫고 말았다. 생계를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되겠기에 아는 사무실 여기저기 기웃거려 보지만 이제 나이 많다고 써주는 데도 없다. 건축사 한사람만이 있는 설계사무소에서는 일은 수주했지만 직원이 없어 일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생기고 또한 직원을 채용하려니 일 없을 때를 생각하면 그것도 쉽지 않다. 결국은 임시채용(계약직)하거나 아르바이트나 용역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건축사는 그렇게라도 살아가고 있지만, 설계사무소를 떠난 예비건축사는 어떠한가? 아르바이트나 용역 일을 받아 할 때면 서로간의 업무 영역을 명확하게 정해야 하지만 약자이기에 쉬운 일은 아니고 도면 작업만 약속 해놓고는 전기, 설비, 소방 등 관련업체와의 협의 구조계산서도 없이 구조도면 요구, 법규 검토, 관청의 행정업무 등 건축 설계 전반적인 것 다 요구하고 설계변경은 왜 그렇게도 자주 하는지. 그러고 비용 청구하면 제때 주는 이가 드물다. 물론 설계사무소 실정은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같은 배를 타고 가는 건축인이 아닌가. 예비건축사가 아닌가. 건축사님들! 서로들 덤핑경쟁하지 말고, 정상적인 설계비 받고 제대로 된 설계해 주고, 직원들 아니 예비건축사들이 걱정 안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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