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심 훈 전국 시낭송대회
일시: 2013년 9월28일(토요일)
예선: 09시~ (자유시 1편 30행 이내)
본선: 13시~ (자유시,심 훈시1편(30행 이내)
장소: 당진 문예의전당 대공연장
참가방법 : mhkim6704@hanmail.net
참가신청서와 시원문 제출
(문의 김명회 010-6809-3477)
접수 : 9월 21일까지
참가비 : 1만원 461-02-557084 (농협) 김명회
시상 : 대상1명 100만원, 금상2명 50만원
은상3명 30만원, 동상5명 10만원
주최 : 상록문화제 집행위원회
주관 : 한국시낭송가협회당진지회
대회 시상식 후 오후7시부터 시와 음악의 밤 공연이 인기 연예인들과 함께 펼쳐집니다. 이때 수상자는 공연 무대에서 시낭송축제에 함께 출연하게 됩니다.
[심훈시 모음]
1. 소야악(小夜樂)
달빛같이 창백한 각광을 받으며
흰 구름장 같은 드레스를 가벼이 끌면서
처음으로 그는 세레나드를 추었다.
<차이코프스키>의 애달픈 멜로디에 맞춰
사뿟사뿟 떼어놓는 길고 희멀건 다리는
무대를 바다삼아 물생선처럼 뛰었다.
그 멜로디가 그대로 귀에 젖어 있다.
두 손을 젖가슴에 얹고 끝마칠 때의 포즈가
대리석의 조각인 듯 지금도 내 눈 속에 새긴 채 있다.
그때까지 그는 참으로 깨끗한 소녀였다.
돈과 명예와 사나이를 모르는 귀여운 처녀였다.
나의 청춘의 반을 가져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2. 첫 눈
눈이 내립니다, 첫 눈이 내립니다.
삼승버선 엎어 신고 사뿟사뿟 내려 앉습니다.
논과 들과 초가집 용마루 위에
배꽃처럼 흩어져 송이송이 내려앉습니다.
조각조각 흩날리는 눈의 날개는
내 마음을 고이고이 덮어줍니다.
소복 입은 아가씨처럼 치맛자락 벌리고
구석구석 자리를 펴고 들어 앉습니다.
그 눈이 녹습니다, 녹아 내립니다.
남몰래 짓는 눈물이 속으로 흘러들 듯
내 마음이 뜨거워 그 눈이 녹습니다.
추녀 끝에, 내 가슴 속에, 줄줄이 흘러내립니다.
3. 패성의 가인
네 무덤에 눈이 덮였구나.
흰 조갑지를 씻어서 엎어논 듯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였구나.
흑진주같이 영롱하던 너의 눈도
복숭아를 쪼개논 듯 연붉던 너의 입도
그리고 풀솜처럼 희고 부드럽던 너의 살고,
저 눈 속에, 저 흙 속에 파묻히고 말았구나.
네 마음 속의 조그만 허영이
죄 없는 네 몸을 죽음의 길로 이끌었다.
참새가 한 섬 곡식을 다 먹지 못하고
비단 옷도 열 겹 스무 겹 껴입지는 못할 것을
돈에 몸을 팔아 일찌감치 죽음을 샀구나.
구두를 전당 잡혀 고무신짝을 끌고
네게로 달려갔을 때 너는 나를 보지도 않았더니라.
병든 네 몸을 위하여 그 사나이와 칼부림할 때
너는 돌아앉아 나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더니라.
대동강은 얼음판 풀리면 전과 같이 흐르려니
이제 청류벽을 끼고 도는 내 그림자만 외롭구나!
봄이나 와야 저 산기슭에 새들이 울어 주지 않으랴.
꽃이나 피어야 네 무덤에 한 송이 꽂아 주지 않으랴.
4. 동우(冬雨)
저 비가 줄기줄기 눈물일진대
세어보면 천만 줄기나 되엄즉허이,
단 한 줄기 내 눈물엔 베개만 젖지만
그 많은 눈물비엔 사태가 나지 않으랴.
남산인들 삼각산인들 허물어지지 않으랴.
야반에 기적소리!
고기에 주린 맹수의 으르렁대는 소리냐
우리네 젊은 사람의 울분을 뿜어내는 소리냐
저력 있는 그 소리에 주춧돌이 움직이니
구들장 밑에서 지진이나 터지지 않으려는가?
하늘과 땅이 맞붙어서 맷돌질이나 하기를
빌고 바라는 마음 몹시도 간절하건만
단 한 길 솟지도 못하는 가엾은 이 몸이여
달라다 뛰면 바단들 못 건느리만
걸음발 타는 동안에 그 비가 너무나 차구나!
5. 선생님 생각
날이 몹시도 춥습니다.
방 속에서 떠다 놓은 숭늉이 얼구요,
오늘밤엔 영하로도 이십도나 된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속에서 오죽이나 추우시리까?
얼음장 같이 차디찬 마루방 위에
담요 자락으로 노쇠한 몸을 두르신
선생님의 그 모양 뵈옵는 듯합니다.
석탄을 한 아궁이나 지펴 넣은 온돌 위에서
홀로 딩굴며 생각하는 제 마음 속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습니다그려.
아아 무엇을 망설이고 진작 따르지 못했을까요?
남아 있어 저 한 몸은 편하고 부드러워도
가슴 속엔 성에가 슬고 눈물이 고드름 됩니다.
선생님 저희는 선생님보다 나이가 젊은데요,
어째서 벌써 혈관의 피가 말랐을까요?
이 한 밤엔 창 밖에 고구마 장수의 외치는 소리도
떨리다가는 길바닥에 얼어붙고
제 마음은 선생님의 신변에 엉기어 붙습니다.
그 마음이 스러져가는 화로 속에 깜박거리는
한 덩이 숯만치나 더웠으면 합니다.
6. 나의 강산이여
높은 곳에 올라 이 땅을 굽어보니
큰 봉우리와 작은 뫼뿌리의 어여쁨이여,
아지랑이 속으로 시선이 녹아드는 곳까지
오똑오똑 솟았다가는 굽이쳐 달리는 그 산줄기
네 품에 안겨 딩굴고 싶도록 아름답구나.
소나무 감송감송 木覓(목멱)의 등어리는
젖 물고 어루만지던 어머니의 허리과 같고
삼각산은 적의 앞에 뽑아든 칼끝처럼
한번만 찌르면 먹장구름 쏟아질 듯이
아직도 네 기상이 늠름하구나.
에워싼 것이 바다로되 물결이 성내지 않고
샘과 시내로 가늘게 수놓았건만
그 물이 맑고 그 바다 푸르러서,
한 모금 마시면 恨百年(한백년)이나 수를 할 듯
퐁퐁퐁 솟아서는 넘쳐 넘쳐흐르는구나.
할아버지 주무시는 저 산기슭에
할미꽃이 졸고 뻐꾹새는 울어예네
사랑하는 그대여, 당신도 돌아만 가면
저 언덕 위에 편안히 묻어 드리고
그 발치에 나도 누워 깊은 설움 잊으오리다.
바가지쪽 걸머지고 집 떠난 형제,
거칠은 벌판에 강냉이 이삭을 줍는 자매여,
부디부디 백골이나마 이 흙 속에 돌아와 묻히소서.
오오 바라다볼수록 아름다운 나의 강산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