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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누정(樓亭)
[관풍루(觀風樓)]
○ 조하망(曺夏望)
淸凉浦口鳥飛還 청령포 어구에 새 날아 돌아오는데,
梅竹難尋野草間 잡초 사이에서 매죽루 찾았다.
從古越中三讓地 예부터 월중에서 세 번 왕위 양보한 곳,
至今江上九疑山 지금토록 강가에는 구의산이 있네.
梨花遮莫春簷月 배꽃은 처마의 달 아랑곳 않고,
杜宇應愁夜度關 두견새는 응당 밤에 옥문관 넘을 것 근심하리.
百世人情如昨日 백세토록 사람의 느낌 어제 같으니,
無心天地太虛閒 무심한 천지에 하늘 한가롭다.
○ 황정욱(黃廷彧)
삼가 시운에 따라 짓다.
我祖登臨後 우리 할아버지 이곳에 오르신 뒤,
玄孫又御風 현손이 또 바람 맞고 서 있구나.
九秋遙落日 가을에 저 멀리 지는 태양,
撫古一江空 텅 빈 강가에서 옛 일을 생각한다.
○ 이만영(李晩榮)
시운에 따라 짓다.
郡閣依林樾 군의 누각은 숲의 그늘 곁에 기대어 있고,
虛簷四望通 텅 빈 처마는 사방으로 통하여져 있다.
登臨當夜月 산위에 올라 달빛을 바라보니,
時節正秋風 때는 바로 가을바람 부는 계절이다.
錦水波聲冷 금강물 물결소리 차갑고,
華山霧氣空 화산의 물안개가 활짝 개였다.
衰年倦何說 노쇠한 몸은 지쳐 있으니 그 무얼 말할 건가,
興斷酒杯中 주흥이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 구택규(具宅奎)
영월(寧越) 동헌(東軒)의 운에 따라 짓다.
自成三峽阻 스스로 삼협의 험준함이 이루었으니,
誰遣五丁通 그 누가 오정을 보내어 길을 통하게 만들었나.
地接眞仙界 땅은 참으로 선계와 접하여 있고,
民存太古風 백성들은 태고 풍속 그대로 살아간다.
錦江涵素壁 금강(錦江)은 흰 바위벽을 적시고,
刀岫揷靑空 험준한 산은 푸른 하늘을 찌른다.
事蹟隨灰燼 사적(事蹟)은 재와 더불어 사라져버렸으니,
悠悠指點中 아득히 손가락 가리키는 쪽에 있을 뿐이다.
○ 신규(申奎)
능역(陵役)을 떠나기 직전에 삼가 짓다.
千年積鬱一朝平 천년의 울적함이 하루아침에 다 사라져버렸으니,
雨細春天淑景明 부슬비 내리고 나서 봄날 하늘이 화창하게 개였다.
驛路和風吹萬里 역로(驛路)에 봄바람 만 리를 불어 가는데,
野禽山鳥總歡聲 산과 들의 새들은 언제나 즐겁게 노래한다.
○ 신응한(申應漢)
삼가 증조할아버지 취은공(醉隱公)의 시운에 따라 짓다.
恩綸飛下五雲天 은혜로운 조칙은 오운 찬란한 하늘로 날아 내리니,
曠典重瞻九十年 광전을 거듭 바라보기 구십년 동안이었다.
天疎尙傳臣有祖 하늘은 성글어도 오히려 신에게 선조 있음을 전하니,
宸章爭頌聖追前 신장을 다투어 칭송함에 거룩함이 앞을 질러갔다.
直廬每夜鵑聲苦 숙직하는 집은 매일 밤 두견새 울음소리에 고달프고.
泠浦殘春草色綿 물가의 사라지려는 봄날에 풀빛이 끝없이 이어진다.
幸睹規樓遺詩揭 다행히 자규루에 유시가 걸린 것 바라보고.
奉將榟繡共周旋 삼가 받들어 재수(榟繡)와 더불어 주선한다.
千秋事與水雲平 천추(千秋)의 사적(事蹟)은 물안개처럼 허망한데,
甑鉢山高日月明 증발산(甑鉢山) 위로 높이 해와 달이 밝게 비친다.
醉老孱孫恭寢直 취하고 늙은 나약한 후손은 공손히 능묘를 지키니,
朝朝掩袂子規聲 아침마다 소매로 얼굴 가리며 자규새 울음 듣는다.
○ 민진원(閔鎭遠)
무인년 9월 26일에 명을 받들어 장릉(莊陵)에 봉심(奉審)하였다가 삼가 율시 한 수를 지어, 주축(禱祝)의 정성에 깃들이고자 한다.
前王幽鬱我王伸 전왕(前王)의 깊은 근심 지금의 우리 군왕께서 풀어주셨고,
陟降靈宜感至仁 영혼(靈魂)이 오르내리니 의당 지극한 사랑을 느끼겠다.
永雪積寃三百載 삼백년 묵은 원한을 영원히 씻었으니,
應扶洪祚萬千春 응당 홍조(洪祚)에 의지하여 천만(千萬)의 봄을 누리리라.
方當聖候頻違豫 지금 성후(聖候)에 직면하여 빈번하게 주저하고,
尙恃園陵固有神 아직도 원릉(園陵에 의지하여 참으로 신령함이 존재한다.
衛社酬恩今日是 사직을 일으키는 일은 오늘의 일이고,
願垂陰隲慶祥新 보이지 않는 도움을 드리우자 경사스러운 일이 새롭다.
봉심(奉審) 후에 우연히 짓다.
寃氣消盡瑞暉臨 억울한 기운 다 사라져서 상서로운 빛이 비치고,
草木欣欣雨露深 초목이 잘 자라고 비와 이슬이 많다.
誰言蜀魄啼聲苦 촉백(蜀魄)의 울음소리가 듣기 괴롭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夜月聞來亦好音 달밤에 듣노라니 그 또한 아름다운 소리로다.
○ 우세준(禹世準)
삼가 민상국(閔相國)의 운에 따라 짓다.
百年幽鬱孰能伸 백년의 그윽한 울적함 그 누가 풀 수 있나,
爭頌吾王霈至仁 다투어 우리 군왕 칭송하니 그 큰비는 지극한 사랑이시다.
銀海珠邱回瑞氣 은빛 바다나 아름다운 언덕은 서기(瑞氣)를 돌려주고,
鉢山泠浦護深春 발산(鉢山)과 청령포(淸泠浦)는 깊은 봄을 지켜준다.
四時香火齋明地 사시 향불은 이 땅을 밝게 비추어주고,
一軆君臣陟降神 한 몸이 된 군신 위에 신명이 오르내리신다.
夢裏丁寧參慶會 꿈속에서 엄숙히 경회(慶會)에 참석하고,
虔誠修掃感懷新 경건한 정성으로 청소하니 감회가 새롭다.
聖君三載卽瑞臨 성군이 다스린 삼년 만에 상서로운 기운이 감돌고,
遺廟如何越峽深 유묘(遺廟)는 어찌하여 영될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가.
春草年年空自綠 봄풀은 해마다 부질없이 푸르고,
繞林啼鳥總悲音 숲속을 날아가며 우는 새는 언제나 슬픈 울음소리를 낸다.
○ 신광수(申光洙)
장릉(莊陵) 기일(忌日)에 감회가 일어 짓다.
天下傷心處 천하가 마음 아픈 곳,
天下傷心日 천하가 마음 아픈 날.
吾聞子規啼 자규의 울음소리 들리니,
乃在春三月 곧 춘삼월이로다.
不如年年今夜哭陵前 자규는 해마다 오늘 밤 무덤앞에서 곡하여,
枝枝寒木灑淸血 차가운 가지마다 맑은 피 토한다.
한식(寒食)날 성묘를 드리려하다가 감회가 일어 짓다.
蓁蓁越山裏 울창한 월산(越山) 속에서,
老作拜鵑臣 늙어서 두견에 절하는 신하 되었다.
揖讓三韓國 삼한국(三韓國)을 읍양(揖讓)하니,
歔欷萬古人 만고(萬古)에 사람들을 탄식하게 한다.
白雲僊陵遠 흰 구름속 선릉(僊陵) 아득하고,
寒食峽花新 한식날 산골짜기 꽃들이 새로 피었구나.
不有寧王德 군왕을 편안하게 하는 덕이 없으니,
如何慰聖神 어찌 성왕의 정신을 위로하리오.
군(郡)을 떠나던 날, 우러러보다가 문득 감회가 일어 짓다.
奧絶深山晴蘗蘿 깊고 그윽한 산속에 벽라(蘗蘿)가 환히 피어 있고,
三年苦聽子規多 지난 삼년 동안 자규 울음소리를 많이도 들었구나.
孤臣不敢辭陵去 고신(孤臣)은 감히 산골짜기를 떠나지 못하는데,
落日淸泠揜淚過 맑은 노을 아래에서 눈물을 훔치며 지나간다.
○ 이유(李渘)
민상국(閔相國)의 운(韻)에 추후하여 화답하다.
一理流行有屈伸 하나의 이치 흘러 굴신이 있으니,
端宗復位肅宗仁 단종의 복위는 숙종의 인.
山河氣豁千年鬱 산하의 기운 천년의 울적함 풀어버려서,
天地和生萬物春 천지엔 생기가 돋고 만물엔 봄기운 감돈다.
太廟光增群聖烈 태묘(太廟)는 군성(群聖)들의 열렬한 빛을 더하게 하고,
遺祠感泣六忠臣 유사(遺祠)는 여섯 충신 감읍하게 한다.
王孫別有傷心處 왕손이라 특별히 상심하는 바가 있어,
獨上鵑樓月影新 홀로 배견루(拜鵑樓)에 오르니 달그림자 새롭구나.
梅竹樓頭月逈臨 매죽루에 달빛이 멀리서 비쳐오니,
子規啼血恨何深 자규가 피 토하는 원한 얼마나 깊을까.
卽看寃氣成佳氣 원통한 기운이 상서로운 기운됨을 바라보고,
方信哀音作好音 슬픈 곡조 좋은 곡조됨을 믿게 되었다.
○ 송광정(宋光井)
노릉(魯陵)을 배알하고 감회가 일어 짓다.
江水滔滔恨不窮 강물은 도도히 흐르고 원한은 끝없이 생겨나는데,
園陵草木更悲風 원릉(園陵)의 초목은 더욱 쓸쓸한 바람소리를 낸다.
君能讓德終遭禍 임금 덕을 양보하다 끝내 재앙을 만났으니,
臣未知天謾欲忠 신하는 하늘이 거짓으로 충성케 하려함을 알지 못하겠다.
蜀魄催啼三月暮 촉백(蜀魄)은 춘삼월 밤에 울기를 재촉하고,
越山無語舊祠空 월산(越山)은 말이 없는데 낡은 사당 텅 비어 있다.
傍人莫恠遙瞻拜 곁의 사람들이여 멀리 바라보며 절하는 것을 괴이치 말게나,
忍作何懷向此中 차마 무슨 마음으로 이곳을 향할 것인가.
○ 남희로(南羲老)
虎踞龍盤勢壯哉 호랑이가 웅크리고 용이 서린 듯 형세가 장엄하니,
衣冠月出六臣拜 의관을 정제하고 달 앞에서 육신 향해 절한다.
休言此日儀文盛 이날 의례가 성대하다 말하지 마시게.
松栢千秋尙有哀 송백(松栢)은 천추(千秋)에 아직 원한 남아 있다.
○ 김태남(金台南)
삼가 민봉조하(閔奉朝賀)의 운(韻)에 따라 짓다.
百世幽寃一日伸 백세(百世)의 유원(幽寃) 하루 만에 풀었으니,
含生遍泣肅宗仁 중생들과 두루 흐느끼심은 숙종(肅宗)의 어지심이다.
祔陞太廟寰區慶 신령이 태묘(太廟)에 오르시니 환구(寰區)는 경사롭고,
衆設園陵草木春 원릉(園陵)이 많이 만들어졌으니 초목은 봄기운 속에 있다.
永解六臣窮宙鬱 영원히 육신(六臣)의 끝없는 울적함 풀었으니,
同歡列朝在天神 조선왕조에 천신 계신 것 함께 기뻐한다.
欲知繼述今王業 지금 왕의 업적 이어 기록하고자 한다면,
瞻彼西崗瑞色新 저 서쪽 산등성이에 상서로운 빛 바라보시게.
拜鵑樓逈客登臨 머나먼 배견루(拜鵑樓)에 오늘 오르게 되었으니,
咽咽何枝夜向深 밤 깊은 이 시점에 어느 나무 가지에서 울어대는가.
淸泠浦上寃雲散 청령포(淸泠浦)가의 원운(寃雲)이 흩어지고,
莫復千秋啼血音 천추에 피토하는 울음소리를 다시 반복하지 말라.
○ 정경순(鄭景淳)
장릉재실(莊陵齋室)에 감회가 일어 시를 지어 침랑(寢郞) 장공(張公)에게 써 보이다.
衣屨仍茲土 옷과 신발은 여전히 이 땅에 남아 있는데,
當年採藥云 당시에 약 캐러 갔다고 말하네.
一哀如昨日 그 슬픔이 마치 어제일 같은데,
至德竟吾君 지극하신 덕망 우리 군왕께서 극진하다.
古木鵑留血 고목에 두견새 남긴 피,
空山鳥學耘 텅 빈 산속 새들이 밭가는 것 배운다.
六臣祠不遠 육신의 사당 멀지 않아,
劍佩月中聞 검과 패옥소리 달빛 속에 들린다.
○ 윤행철(尹行澈)
직려(直廬)에서 감회가 일어 시를 짓다.
魯陵松栢夕陽多 노릉(魯陵)의 송백(松栢)에 석양 짙게 물드니,
鵑語鳥啼奈无何 두견이 호소하고 새가 울어댄들 어쩌란 말인가.
父老至今皆涕淚 부로(父老)는 지금도 모두 눈물 흘리고,
臣民當日自謳歌 신민(臣民)은 당일 스스로 태평시절 구가한다.
蓬萊宮遠山名在 봉래궁(蓬萊宮) 먼 산에 이름만 남아 있고,
梅竹樓新火劫過 매죽루(梅竹樓) 새 단장했으니 화겁(火劫)이 지나갔다.
三月齋居春欲暮 삼월에 재거(齋居)하니 봄이 저물려 하고,
越中寒食又殘花 월중(越中)에서 한식(寒食) 보내니 또 꽃이 시들어간다.
梧山悲此地 창오산 슬픈 이 곳,
茅屋祭前王 띠집에서 전 왕께 제사 드린다.
復見天心定 다시 천심이 정해지는 것 바라보고,
謙知聖德光 겸허히 성덕의 빛 알겠다.
落花春寂寂 꽃이 지니 봄은 적막한데,
靈雨夜蒼蒼 영험한 비는 밤에 구슬피 내린다.
咫尺忠臣墓 지척에 충신의 묘가 있으니,
時聞劍佩蹌 때때로 검과 패옥 부딪치는 소리 들린다.
[관풍헌(觀風軒)]
○ 이명한(李明漢)
春夜不知曙 봄밤에 날 밝는 줄 모르다가,
酒醒窓已明 술 깨니 창은 이미 훤하더라.
嶺雲寒欲落 산마루의 구름은 차가워 떨어지려하고,
峽水曉仍鳴 산골짜기 냇물은 새벽에도 울어대네.
梅竹樓何在 매죽루는 그 어디에 있는가,
汀洲草又生 강가엔 풀이 또 자란다.
行人雘淚落 나그네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니,
不待子規聲 자규새 울음소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 숙종(肅宗)
육신묘(六臣墓)를 바라보니 감회가 있어
嗟哉凜凜六臣忠 아! 늠름하고 늠름하구나. 육신의 충성이여,
可比皇明遜志公 명나라의 손지공(遜志公)에 비할 만하구나.
起敬千秋遐想切 천추에 공경심 일어나 멀리서 그리워 함 간절하다가,
空瞻遺廟恨無窮 공연히 남겨진 묘를 보니 한이 무한하구나.
忠魂陪衛寢園裏 충성스런 혼 침원(寢園) 안에서 호위하니,
冈間幽明二百祠 이승과 저승 사이 이백 리.
事符前代永安宮 섬김은 전시대 영안궁(永安宮)에 벼슬하니,
一體君臣同祭祀 모든 임금과 신하 함께 제사하네.
[금강정(錦江亭)]
○ 황희(黃喜)
軒高能却暑 집 높아 더위 물리칠 수 있고,
簷豁易爲風 처마 넓으니 바람 쉽게 든다.
老樹陰垂地 늙은 나무 그늘은 땅에 드리우고,
遙岺翠揷空 먼 묏부리는 푸른 빛 공중에 꽂았다.
○ 이황(李滉)
鵑啼山裂豈窮年 두견새 울어 산 찢어지니 어찌 한 해를 다할꼬,
蜀水名同非偶然 촉수와 이름 같은 것 우연이 아니지.
明滅曉簷迎海旭 별 깜빡이는 새벽 처마 바다 햇살 맞이하고,
飄蕭晩瓦掃秋烟 쓸쓸한 저녁 기와 가을안개로 쓸린다.
碧潭風動魚遊錦 푸른 못 바람 일자 물고기 비단에서 헤엄치고,
蒼壁苔生鶴踏氈 푸른 절벽 이끼 생겨 학 담요 밟는다.
更約道人携鐵笛 다시 도인과 약속하여 쇠피리 가져와,
爲來吹罷老龍眠 다시 올라 피리 불어 늙은 용 잠 깨우리.
○ 이교영(李敎榮)
錦水東流不復還 금빛 물결 동으로 흘러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仙遊只在白雲間 신선 놀이 오직 흰 구름 사이에 있다.
空懸明月淸泠浦 하늘에 밝은 달 걸린 청령포,
獨有靑天劍閣仙 홀로 푸른 하늘 검각에 있는 신선.
杜宇古樓春又至 두견새 봄 되자 옛 누각에 또 와서,
梨花深院夜相關 배꽃 우거진 뜰 밤에 서로 오간다.
年年寒食王孫草 해마다 한식이면 왕손초 돋는데,
白髮村翁坐說閑 백발의 촌노인 앉은 채 이야기 한가롭다.
○ 지우석
東風杜宇却飛還 동풍에 두견새 날아 돌아와,
啼向淸凉杳藹間 청령포 향해 아득한 숲속에서 운다.
千古無情長遊水 영원토록 무정하게 흘러가는 물,
百年如夢但靑山 백 년도 한바탕 꿈인 듯 변함없는 청산.
虛樓梅竹空留月 빈 누각 매화와 대나무 공연히 달만 남겼고,
遺廟松杉只掩關 남아있는 묘당엔 소나무와 삼나무 문을 가렸다.
落花岩邊春寂寞 낙화암 옆에는 봄 적막한데,
悠悠天地白雲閒 아득한 천지에는 흰 구름 한가롭다.
○ 이의철(李宜哲)
금강정(錦江亭)에서 저녁에 잠들다.
錦門迢遞錦江淸 금문(錦門)은 아득히 먼데 금강(錦江)은 맑디맑고,
郡角西頭倚晩晴 군(郡)의 서쪽 모서리는 저녁 무렵 맑게 개었다.
峽古渾疑望帝境 골짜기 오래되어 촉나라 망제(望帝)의 땅인가 의심되고,
山深不盡子規聲 산은 깊어 자규 우는 소리 끝이 없다.
花巖落蕋飄何處 낙화암에서 떨어진 꽃잎 어디로 날아가나.
泠浦流雲空復情 청령포에 떠가는 구름 부질없이 생각 떠올리게 한다.
鐵笛橫秋詩更健 철 피리 비껴부는 가을이라 시는 더욱 굳세지니,
退翁經過舊畓名 퇴계선생은 옛 명승지 지나가셨지.
○ 오도일(吳道一)
금강정(錦江亭)에서 호군(犒軍)할 때 취해서 짓다.
肩輿催上錦江亭 가마를 재촉하여 금강정에 올라가니,
東峽樓臺此擅名 영월 산골짜기 누대는 여기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岳翠來簷眉戴淺 산의 푸른 색 처마 끝에 얕게 드리워지고,
江流遶郭鏡光明 강물은 성곽을 돌아 흘러 거울같이 빛나고 밝다.
新粧耀日笙歌沸 새로 단장한 누각 햇살에 반짝이고 생황노래소리 퍼지고,
大旆飜風鼓角鳴 큰 깃발 바람에 펄럭이고 북소리 피리소리 울려 퍼진다.
王事敢嘆長路役 왕사에 감히 노역 길다고 탄식할 수 있으랴,
壯遊猶足詑生平 멋진 유람 오히려 평생 자랑할 만하다네.
노릉(魯陵)를 지나며.
峽路停驂故倦遊 골짜기 길에 말을 멈춤은 유람이 권태로웠기 때문인데,
西風殘照魯陵秋 가을바람이 부는 석양은 노릉의 가을이다.
寒天落木添蕭瑟 차가운 하늘의 떨어지는 잎들은 쓸쓸함을 더 해주고,
不待鵑聲已惹愁 두견새 울음소리 기다리지 않아도 이미 수심에 젖어든다.
판상운(板上韻)을 차운하여 사군(使君)에게 주다.
地僻饒閒趣 땅이 후미져서 한가로운 정취는 풍성한데,
民淳有古風 백성은 순박하여 옛 풍속 남아 있다.
鳴琴東閣上 거문고 소리 동각에서 울려 퍼지니,
訟息一庭空 송사가 그치자 마당이 텅 비어진다.
금강정에서 취하여 짓다.
斗絶蒼崖勢壯哉 우뚝 솟은 푸르른 절벽 기세가 장대하다,
何年創此好樓臺 그 어느 해에 이 아름다운 누각을 지었던가.
天輸一面雲山簇 하늘이 한 면을 주어 구름과 산이 높이 솟았고,
春放千層雪水來 봄은 겹겹이 쌓인 층을 풀어놓아 눈 녹은 물을 흘러 보낸다.
小雨已敎花事動 부슬비는 이미 꽃피게 하지만,
薄寒偏侑酒籌催 봄추위는 오로지 술잔의 산(算)가지를 재촉하기만 한다.
倚欄吟久迎江月 난간에 기대어 강물 위의 밝은 달을 맞으며 오래도록 읊조리지만,
却被風烟挽不廻 도리어 바람과 안개 때문에 끌어오지 못하누나.
○ 이천재(李天栽)
化翁用力最奇哉 조화옹이 힘을 들였나 가장 기이하구나,
鑒破古巖闢小臺 오래된 바위를 깨뜨려 작은 누대 세웠다.
憑檻客如天上坐 난간에 기댄 나그네 천상에 앉은 것 같고,
移船人似鏡中來 배를 저어가는 사람 흡사 거울 속에 왕래하는 것 같다.
鷺眠偏倚明沙穩 해오라기는 백사장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고,
花意爭迎晩雨催 꽃은 다투어 저녁 비 내리는 것을 맞이한다.
漁笛一聲江色暮 어부의 피리소리 울리자 강 주위는 저물어지고,
詩情酒興却忘廻 시정(詩情)과 주흥(酒興)은 사람을 돌아갈 줄 모르게 한다.
○ 조하망(曺夏望)
월산(越山)에서 감회가 일다.
淸泠浦口鳥飛還 청령포구에 새들도 날아 돌아가고,
梅竹難尋野草間 들풀 가운데서 매죽(梅竹) 찾기 어렵다.
從古越中三讓地 예로부터 월중(越中)에는 삼양지(三讓地)가 있었고,
祗今江上九疑山 지금은 강물 위에 구의산(九疑山)이 있구나.
梨花且莫春添月 배꽃은 봄이 달에 깃들이게 하지 말게,
杜宇應悲夜度關 두견새가 한밤중에 관문 넘는 것 응당 슬퍼하리라.
百世人情如昨日 영원토록 사람의 마음은 마치 어제와 똑 같은데,
無心天地太虛閑 무심한 천지는 공허하고 한가롭다.
죽은 친구 신유언(申幼言)이 지은 금강정 판상운(板上韻)에 차운(次韻)하다.
冷然風馭太悠哉 차가운 바람 불어오니 너무나 유유하구나.
三島雲烟幾處臺 삼도(三島)의 구름과 안개 누각에 몇 번이나 머물렀던가.
錦水亭空明月在 금수정이 텅 비었는데 밝은 달빛은 남아 있고,
碧桃花落故人來 복사꽃 떨어지자 친한 벗이 찾아왔다.
紗籠古壁蛛絲老 옛 벽 사롱엔 오래도록 거미줄 쳐 있고,
霞佩朝元鶴羽催 패옥 차고 상제께 조회하느라 학의 깃털 재촉한다.
詩社舊遊今白髮 시모임에 함께하던 벗들 지금 모두 백발이 되었는데,
剡溪孤棹夢中廻 섬계(剡溪)의 외로운 배만 꿈속에서 돌아온다.
청령포(淸泠浦)
水咽成幽瀨 물은 오열하여 그윽한 여울이 되었고,
山哀䠞翠巓 산은 슬퍼하여 푸른 산마루 찡그렸다.
如何有此地 어떻게 이 땅이 생겨나서,
直欲聞高天 다만 높은 하늘의 소리만을 듣고자 하는가.
行殿澂遺楚 행전(行殿)은 관동 지방을 해맑게 하고,
平臺鎖暮烟 평안한 누대 저녁노을을 붙들어둔다.
當年臣祖筆 그 당시 할아버지께서 붓을 잡으시고,
漬血子規篇 피 묻혀 쓰신 자규새의 노래.
낙화암(落花巖)
彰烈嘉名大字新 창열(彰烈)이란 아름다운 이름 큰 글자 새로운데,
殘碑錯記落春花 부서진 비석에 잘못 기록된 떨어진 봄꽃.
誰知宮裏尋常女 그 누가 알았으랴, 궁궐의 평범한 여인들이,
却勝島中五百人 섬 중의 오백인보다 뛰어날 줄을.
○ 민진원(閔鎭遠)
금강정 운(韻)에 차운(次韻)하다.
層巖百尺何高哉 백 척의 층암은 어찌 그리 높은지,
自古相傳錦水臺 예로부터 금수대(錦水臺)가 전해오고 있다.
蒼翠屛開羣嶂匝 푸른빛이 병풍인양 열려있고 뭇 산들은 둘러싸고,
東西峽坼兩江來 동서로 산골짜기 열려져 두 강물이 흘러온다.
霜林葉落秋容瘦 서리 내린 숲 낙엽이 떨어져 가을모습 수척하고,
遠浦烟沈暮色催 먼 청평포엔 노을이 가라앉아 저녁 빛 재촉한다.
更有風流賢太守 다시 풍류 아는 어진 태수가 있어,
共携罇酒却忘廻 함께 술잔 들다 돌아갈 줄 모른다.
○ 민백순(閔百順)
금강정에서 증조부 단암상공(丹巖相公)의 판상운에 받들어 차운하다.
高秋臨水氣悲哉 맑은 가을날 강가에 서니 가을기운 쓸쓸하여
千尺朱欄倚石臺 천 길 붉은 난간 돌로 쌓은 축대에 기대어 있다.
宮女祠前斜日沒 궁녀사(宮女祠) 앞에 노을이 지고,
端宗陵上暮雲來 단종릉(端宗陵) 가에 저녁 구름이 찾아온다.
江山漠漠羈人立 막막한 강산 속에 나그네가 서 있고,
天地蕭蕭落木催 천지는 쓸쓸하여 낙엽을 재촉한다.
從古越中多感慨 예로부터 영월에는 개탄할 일 많았으니,
風烟雖好莫遲廻 바람과 안개 비록 좋더라도 늦게 돌아가지 말지라.
○ 송순명(宋淳明)
어명을 받들고 영월에 와서 감회가 일어 우연히 읊다.
越中舍啓菊華時 영월의 집에 국화 피어날 때,
滿峽秋光感我思 산골짜기 가득한 가을빛은 나를 수심에 젖게 한다.
泠浦暮雲仙馭遠 청령포 저녁구름 신선의 행차는 멀어지고,
梅樓曉月子規悲 매죽루(梅竹樓) 새벽달의 자규가 구슬프다.
當年聖德仍三讓 그 당시 성덕을 이에 세 번 사양했었는데,
是處靑山卽九疑 이곳 청산이 바로 구의산(九疑山)이더라.
碧石淸江鳴似咽 푸른 돌에 맑은 강은 오열하듯 울어대고,
行人揮涕六臣祠 행인은 육신사(六臣祠)에서 눈물 흘린다.
○ 김진상(金鎭商)
안절사의 시운에 치화(穉和)하여 짓고 지주(地主) 조숙함(趙叔涵)에게 주다.
崖下錦江一帶淸 절벽 아래 금강(錦江)은 한줄기 맑은 강물인데,
崖邊亭揭錦江名 절벽 가의 정자는 금강(錦江)이란 이름 걸고 있다.
江村遠近蒼松列 강촌엔 온통 푸른 소나무 줄지어 서 있고,
雲嶂參差綠水縈 구름 낀 산봉우리 삐죽삐죽 솟아있고 푸른 물 감돌며 흐른다.
靈運再乘褐屨興 사령운은 다시금 거친 베옷과 짚신의 흥을 탔고,
子游新有絃歌聲 자유(子游)는 새로이 거문고 반주에 맞춘 노랫소리를 얻네.
越中自古悲凉地 영월은 자고로 슬프고 쓸쓸한 땅이니,
春日祭臨過客情 봄날 제사에 임하여 느껴지는 나그네의 정서.
○ 김상성(金尙星)
금강정 판상운(板上韻)에 차운하다.
秋之爲氣情悲哉 가을의 기운은 참으로 슬픈 것이구나.
況復西風上古臺 하물며 다시 서풍이 옛 누대위로 불어옴이랴.
暮色蕭森華嶽出 저문 노을 쓸쓸한 화악산(華嶽山)이 그 모습 드러내고
寒聲嗚咽錦水來 차가운 소리로 오열하듯 비단 빛 강물 흘러온다.
蜀鵑怨入遺祠苦 두견새의 원망이 남겨진 사당으로 슬피 들어오고,
湘竹哀傳故瑟催 상강 대나무의 슬픔 전해져 일부러 비파 재촉한다.
遮莫主人歌舞勸 주인은 가무를 권하지 마시게,
孤臣淸淚謁陵廻 외로운 신하 맑은 눈물로 능을 배알하고 돌아오는 길이니.
西風殘照斷腸時 가을바람 속 석양 간장이 끊어지는 때,
不待春山聞子規 봄 산의 자규 울음소리를 기다리지 않는다.
最是淸泠江上水 가장 큰 것은 청령포 강가의 물이,
聲聲如訴六臣悲 소리마다 여섯 신하의 슬픔을 하소연하는 것 같은 것이라.
○ 정시윤(丁時潤)
판상운(板上韻)에 차운(次韻)하다.
江頭畫閣最高哉 강물 위의 아름다운 누각은 가장 높은 곳이로다.
百尺蒼崖陡作臺 백 척 푸른 절벽에 우뚝 서 있는 누대.
蓬島況從鰲背落 봉래섬이 자라 등에서 떨어져 나온 것 같기도 하고,
錦流疑自蜀中來 비단결 같은 냇물은 파촉에서 흘러온 것 같기도 하다.
詩因遺興沈吟久 시는 흥을 풀기 위해 오랫동안 읊조리고,
酒爲排寒滿酌催 술은 추위를 덜기 위해 가득 채워 재촉한다.
誰意十年前度客 그 누가 알았으랴, 십년 전의 나그네가,
佩符今日此重廻 오늘 다시 지방관이 되어 올 줄을.
○ 이조(李肇)
特地登臨信快哉 특별한 곳에 오르니 참으로 유쾌하다,
危巖百尺架高臺 백 척의 가파른 바위 위 높은 누대를 세웠구나.
環回列岫兼天聳 여러 봉우리들이 고리를 이어 함께 높이 솟아있고,
丫字雙江劈峽來 아자(丫字) 모양의 두 강은 골짜기를 가르며 흘러온다.
護岸樹陰晴靄合 언덕을 감싸고 있는 나무그늘은 아지랑이와 합해지고,
媚春花意晩風催 아름다운 봄꽃을 감상할 뜻은 저녁바람을 재촉한다.
關東始識多名勝 관동에 명승이 많음을 비로소 알았으니,
不到蓬萊亦懶廻 봉래에 이르지 않더라도 또한 천천히 돌아가겠다.
關東緣重亦奇哉 관동과 인연 깊은 것 또한 기이한데,
靑眼相迎錦水臺 사랑스런 눈으로 금수대 맞이한다.
一域江山曾領略 이 지역의 강산을 전에 이미 알았는데,
十年旌節又歸來 십년 만에 부절들고 다시 찾아왔구나.
巖花點地春光晩 낙화암에 점찍듯 꽃 떨어뜨리니 봄빛은 저물었고,
岸樹浮天雨宜催 언덕 나무 그림자가 하늘로 떠오르니 비가 곧 오겠구나.
淸賞悤悤餘興在 총총히 유람하지만 여흥은 아직도 남아 있으니,
前期更約仲秋廻 뒷날 중추절에 다시 찾아오리라 기약한다.
○ 유득일(兪得一)
금강정 판상운에 차운하다.
亭下淸江江上亭 정자 아래는 맑은 강물이요, 강 물 위는 정자로다,
錦江亭子昔聞名 금강정은 예부터 유명하다고 들었다.
驅車峽路身全倦 산골짜기 샛길을 달려가니 몸은 지칠 대로 지쳤는데,
駐節仙區眼始明 선계에 발을 멈추니 눈이 비로소 맑아진다.
疎雨一番芳草綠 부슬비 내리자 방초들 푸르러지고,
暮春三月好禽鳴 늦은 봄 삼월에 아름다운 새들이 우는구나.
看來物物眞如畫 살펴보니 만물이 모두 참으로 그림처럼 아름답고,
匝岸晴沙望裏平 강 언덕 백사장을 감돌며 평지를 굽어본다.
○ 박사해(朴師海)
금강정으로 제(題)하다.
越中何所有 영월에 무엇이 있는가?
萬古一江鳴 만고에 들려오는 온 강물의 울음소리.
日暮秋風起 해지고 가을바람 불기 시작하면,
千山落木聲 천산에 낙엽지는 소리.
○ 이기익(李箕翊)
先君當日莅茲州 선군이 그 당시 이 고을에 부임하셔서,
江上名亭更創修 강가에 유명한 정자 처음으로 지으셨다.
人事卽今堪涕淚 사람의 일 이에 이르니 눈물이 흐르는데,
夕陽愁倚曲欄頭 석양 속에서 수심에 젖은 채 굽이진 난간에 기대어 서있다.
○ 신광수(申光洙)
돌아갈 즈음에 금강정이란 제목으로 짓다.
滄洲今別白鷗還 창주에서 백구와 이별하고 돌아오려니,
落日孤亭縹緲間 석양의 외로운 정자는 아득한 가운데 있다.
歌舞朱欄更難到 붉은 난간에서의 가무는 더욱 찾아가기 어려워지리니,
此生長憶此江山 나의 생애에서 이 강산을 오래도록 기억하리.
○ 이연(李溎)
江聲山色兩悽然 강물소리와 산색은 둘 다 처연한데,
百五東風哭杜鵑 한식날 봄바람에 두견이 호곡한다.
越女猶知當日痛 영월의 여인들은 아직도 그날의 비통함을 기억하고 있으니,
淸泠歌曲祗今傳 청령포의 곡조는 지금까지 전해진다.
○ 홍상한(洪象漢)
금강정이란 제목으로 주쉬(住倅) 원명령공(原明令公)의 운에 차운하다.
霜落天高峽氣淸 서리 내리고 하늘 높아지면 산기운이 맑아지고,
錦江秋物十分晴 금강정의 가을 정경은 십분 맑다.
蒼梧暮色悲風響 창오산 저녁 노을에 바람소리 슬프고,
泠浦幽哀咽瀨聲 청령포에는 그윽한 슬픔 여울소리 오열한다.
古道雲迷神馬迹 옛길엔 구름이 신선 발자취 가리고,
荒祠日照六臣情 거친 사당엔 햇빛이 사육신의 충정 비춘다.
花巖咫尺人倚檻 낙화암은 지척에 있고 사람은 누각에 기대어 있고,
遺曲休傳蜀魄名 남겨진 곡조 두견새 이름을 전하지 말라.
○ 홍의모(洪義謨)가 두 번 절하고 삼가 쓰다.
증조부의 금강정 판상운에 받들어 차운하다.
江抱孤亭日夜淸 강물은 외로운 정자를 감싸 안은 채 밤낮으로 맑게 흐르고,
欄頭遊客倚秋晴 난간 앞의 나그네 맑은 가을날에 기대있다.
無邊暗靄千山色 끝없는 밤안개는 천산의 색채,
不盡哀波萬古聲 가없는 슬픈 물결은 만고의 소리.
老樹危巖那對眼 높은 바위의 늙은 나무 어찌 마주 바라볼 수 있을까,
淸歌妙舞若爲情 맑은 노랫소리와 아름다운 가무 마치 정을 실은 듯하네.
規樓節院蒼茫視 자규루와 창절서원을 창망하게 바라보니,
日月昭懸竹帛名 해와 달처럼 역사속에 이름 밝게 적혀 있다.
○ 신헌조(申獻朝)
越州江水錦爲名 영월의 강물은 비단 금자(錦字)로 이름 지었고,
江上孤亭纔數楹 강가의 외로운 정자는 겨우 몇 개의 기둥이 있을 뿐이다.
往事至今猶有恨 지나간 일 지금도 여전히 한 맺혀 있는데,
誰人到此不傷情 그 누가 여기 와서 슬퍼하지 않을 수 있으리.
鵑聲夜夜啼何極 두견새 소리 밤마다 어찌 그리 구슬픈지,
芳草年年空復生 향기로운 풀은 해마다 헛되이 다시 돋아나네.
忍見落花巖畔路 어찌 참아 낙화암 곁의 길을 바라볼 수 있으리,
香魂寂寞野棠明 미인의 혼은 적막한데 들의 해당화는 환하게 피어 있다.
○ 이신원(李信元)
峽束淸江轉 골짜기를 묶어 맑은 강이 흐르고,
林回細棧通 숲은 돌아 오솔길과 통한다.
孤亭平省石 외로운 정자는 돌을 털어내어 평평하게 하고,
哀壑窅生風 슬픈 골짜기는 그윽한 곳에서 바람 일으킨다.
宕夢灘聲壯 단잠을 깨우는 여울소리 요란하여,
鄕愁月色空 달빛 훤한 텅 빈 하늘 아래에서 고향생각에 잠긴다.
因悲魯陵事 노릉의 일을 슬퍼하기에,
獨立亂山中 홀로 어지러운 산 속에 서 있다.
○ 이소(李素)
금강정 운(韻)에 차운하다.
皓髮銅章可愧哉 백발의 관찰사라 부끄러워할만 한데.
肩轝扶病强登臺 가마타고 병든 몸을 이끌고 억지로 누대 오른다.
莊陵樹色蒼蒼暮 장릉의 수풀색은 짙푸르게 저물어가고,
泠浦鷗羣白白來 청령포의 물새들은 흰빛 반짝이며 날아온다.
勝地多懷終日醉 명승에서의 감회가 많아 하루 종일 취해 있고,
浮生易感早秋催 뜬구름은 이른 가을의 재촉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落花巖下長江水 낙화암 아래의 길게 흘러가는 강물은,
何事西流不復廻 무슨 일로 서쪽에서 흘러와 돌아가지 않는가.
○ 이상도(李尙度)
特地孤亭更快哉 특별한 땅의 외로운 정자 더욱 상쾌하구나,
錦江江上百層臺 금강 강물 위에 세워진 백층의 누대.
空山漠漠雲嵐入 텅 빈 산 막막한데 구름은 산빛 속으로 들어가고,
古渚超超鳧雁來 옛 물가는 아득한데 들오리와 기러기가 날아온다.
野廟香煙寒食過 들 속 사당 향과 연기 속에 한식은 지나가고,
官橋笳吹夕陽催 관교의 호가소리 석양을 재촉한다.
蒼梧咫尺遺民感 창오산 지척이라 유민의 느낌 절실하고,
蒲柳春光又一廻 물가 버드나무에 봄빛이 또 한 번 돌아오누나.
○ 김강(金鋼)
悽切淸泠詞 처절한 청령포의 시구,
那堪盡一闋 어찌 다 읽어낼 수 있으리.
靑山獨不言 청산은 홀로 아무 말이 없는데,
流水寧何咽 흐르는 물은 어찌하여 오열하고 있는가?
○ 이지존(李之存)
낙화암(落花巖)을 지나며.
死而如不死 죽어서도 죽지 않은 듯하여,
花落又春花 꽃은 져도 봄이 오면 다시 피기 시작한다.
解言今不語 말을 알아듣는 꽃 지금 아무 말이 없으니,
疑是愴年華 슬픔으로 가득 찬 꽃이 아닐까 한다.
○ 이병정(李秉鼎)
금강정 벽상운(壁上韻)에 차운하다.
我馬超超勢快哉 나의 말은 뛰는 듯 달려 그 기세 빠르고,
逶迤旌節晩登臺 끝없이 이어진 깃발로 저녁 늦게 누대에 올랐다.
江流未見歸源處 강물은 그 근원을 드러냄이 없이 흐르고,
山色無端入檻來 산색은 무단히 집안으로 들어온다.
萬事名區秋又到 모든 것이 명승인 이곳에 가을이 다시 찾아왔는데,
一樽纖月夜何催 한잔 술과 달빛에 밤은 어찌 그리 재촉하는가.
越中吟望蕭蕭感 영월에서 시 읊으며 바라보니 쓸쓸한 느낌 젖어들고,
松柏喬陵奉審廻 소나무와 측백나무 능묘 살펴보고 돌아간다.
○ 박기정(朴基正)
신해년(1791) 3월[暮春] 초에 홍문관 부교리로써 임금의 특교(特敎)로 장릉(莊陵)의 대축(大祝)으로 이르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잠시 금강정에 올라 감회가 일어 시를 짓다.
往事那堪說 지난 일 어찌 말로 설명해낼 수 있으리,
今行不賦詩 지금 행차 때에는 시를 읊지 않으리.
錦江亭下路 금강정 아래의 길,
步步涕洟垂 걸음마다 눈물방울 흘러내리네.
○ 남희로(南羲老)
華表春風鶴語遲 화표주에 봄바람 불어 학은 더디게 울어대고,
人間四十二年悲 인간세상 사십 이년 동안 살아온 슬픔이여.
吏民落落皆新面 아전과 백성은 다 죽어 모두 낯선 얼굴뿐이지만,
樓榭依依記往時 누대와 정자는 아련히 지난 일을 기억하고 있다.
錦水流蹤雲影白 금강의 물은 구름 그림자 뒤쫓아 흐르고,
仙巖題字蘚痕滋 선암에 써 놓은 글자엔 이끼자국 선명하다.
此來萬事成追憶 이제는 모든 일이 추억으로 변하고 말았으니,
況復空山聽子規 텅 빈 산속에서 다시금 자규 울음소리 듣는다.
○ 정연시(鄭淵始)
野草亭花摠是情 야초정의 꽃은 모두 정을 일으키는데,
九疑山碧暮雲橫 구의산은 푸르고 저녁 구름 떠 있다.
畵欄獨夜驚殘夢 아름다운 난간에 기대 꿈꾸다 한밤중에 깨어나니,
空裏如聞杜宇聲 텅 빈 가운데 두견새 울음소리 들은 것 같다.
花似佳人泣露華 꽃은 가인 같아 이슬 눈물인양 떨어지고,
春期已薄送餘霞 봄은 이미 지나가 남은 노을을 보내고 있다.
雨後不堪巖畔去 비온 뒤라 바위산 가까이 갈 수가 없지만,
當時零落似今花 그 당시 떨어지던 모습이 지금의 꽃잎과 같다.
○ 남상중(南尙中)
落花不與春俱返 지는 꽃잎은 봄과 더불어 돌아올 줄 모르는데,
萬古無端草色靑 만고에 무단한 것은 초색의 푸름이다.
恐有子規聲到耳 자규의 울음소리 귀에 들려올까 두려우니,
月明休上錦江亭 달빛 밝을 때는 금강정 오르지 말게.
錦江日夜流何急 금강은 밤낮으로 흐르면서 어찌 그리도 급하던가.
西過揚州是漢都 서쪽으로 양주를 지나가면 한나라 수도이다.
遙憶五陵佳氣遍 멀리 오릉을 떠 올리니 맑은 공기가 가득하리니,
九疑山月不勝孤 구의산 달빛은 홀로 지내기 어려워라.
○ 조종진(趙琮鎭)
淸泠浦在錦江西 청령포 금강의 서쪽에 있는데,
杜宇何歸不復啼 두견새는 어디로 가서 더 이상 울지 않는가.
夜夜落花巖畔月 밤마다 떠오르는 낙화암 곁의 달빛,
天門上訴鶴飛齊 하늘 문에 상소하듯 학은 나란히 날아간다.
○ 홍우희(洪宇熙)
東風二月錦江亭 봄바람 불어오는 이월의 금강정,
江水初生江草靑 강물이 처음 흐르기 시작하니 강가의 풀 푸르다.
冪冪蒼烟棲翠壁 어둑어둑한 푸른 노을은 비취빛 절벽에 서려있고,
雙雙白鷺坐寒汀 쌍쌍이 백로는 차가운 물가에 내려앉는다.
漁歌晩唱客愁起 어부들이 부르는 저녁노래에 나그네 수심이 일어나고,
短句纔成官酒醒 짧은 시구 겨우 이루니 관청의 술에 깨어난다.
回首魯陵雲影暮 고개 돌려 노릉의 저녁 구름 그림자 바라보는데,
春山杜宇不敢聽 봄날 산속의 두견새 울음소리 차마 들을 수가 없구나.
○ 이소구(李韶九)
삼가 숙부(叔父)의 운(韻)에 화답하다.
叔姪越東不易哉 숙질간에 영월을 함께 함은 참으로 쉽지 않은데,
登臨況復此樓臺 하물며 다시금 이 누대에 올랐음에랴.
灘聲過檻尙呑咽 여울소리 난간 지나 아직도 울음을 삼키고 있고,
峽影御天皆欲來 골짜기 그림자 하늘에 드리워 모두 내려오려는 듯.
嵓畔夕陽隨客上 바위산의 석양은 나그네 따라 올라오고,
祠前老菊待人催 사당 앞의 늙은 국화는 사람을 기다리며 재촉한다.
至今觸目傷心處 지금까지 바라보면 서글퍼지는 곳,
錦水無窮巴字廻 금강은 하염없이 구비 돌며 흘러간다.
낙화암(落花巖)
五女俱從義 절의를 지킨 다섯 여인 모두 의로움을 따랐으니,
千秋煥表旌 천추에 환하게 정절 드러냈다.
寧能知所死 죽을 바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人愧苟其生 사람들 구차히 살아감을 부끄러이 여긴다.
樹古棲鴉亂 고목에서 사는 까마귀 요란하게 울어대고,
祠荒老石淸 사당은 황폐하지만 오래된 바위만은 해맑다.
落花巖下水 낙화암 아래로 흐르는 강물,
猶作訴寃聲 지금도 원통함을 호소하고 있다.
○ 권시경(權始經)
錦閣重修日 금강정 누각 중수하는 날,
蓬山吏優辰 봉산의 아전 넉넉한 때.
新交靑眼少 새로 사귄 벗이라 반겨주는 이 적고,
舊約白鷗親 오래전 약속이라 백구는 친하다.
洒涕喬陵樹 눈물 뿌리는 교릉의 나무,
回頭甲戊春 고개 돌리는 갑무(甲戊)년의 봄날.
栽松又種菊 소나무를 심고 또한 국화를 가꾸니,
留與後來人 남겨서 뒤에 올 사람에게 물려주려 하노라.
○ 이응규(李應奎)
금강정(錦江亭)에 다시 놀러가다. - 아울러 서문을 짓다. -
蓬萊山碧錦江淸 봉래산은 푸르고 금강은 맑으니,
此地重來倍有情 이곳으로 다시 와서 갑절로 정든다.
東閣趨庭如昨夢 동각에서의 산책은 어젯밤 꿈과 같고,
外臺承命卽今行 외대에서의 어명 받음은 바로 지금의 행차.
霜天風樹餘生感 차가운 하늘의 바람 부는 나무는 여생의 느낌이고,
玉宇瓊樓望美誠 대궐을 향한 마음은 군왕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정성.
十七年間多少事 십 칠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 일어났는지를,
白頭官妓說分明 백발의 관기가 분명하게 말해준다.
○ 조홍진(趙弘鎭)
금강정(錦江亭)에서 삼가 서파(西坡) 오공(吳公)의 시에 차운하다.
仙陵物色儘傷哉 선릉의 정경은 몹시도 서글프고,
旌節迤登水上臺 정절은 강물 위의 누대로 비스듬히 올라간다.
野勢忽連東越闢 들판의 형세 이어지다 동쪽 영월에서 갑자기 펼쳐지고,
江聲遙撼太華廻 강물소리는 멀리 태화를 흔들며 돌아간다.
淸泠歌闋離筵晩 청령포에서의 이별잔치 늦도록 이어져,
蜀魄啼殘畵角催 두견새 울음소리 사라지고 화각이 재촉한다.
更道於羅巖扃近 비단같은 바위문 가까운 곳에서 길을 바꾸니,
年年搜勝幾往來 해마다 명승지 찾아 몇 번이나 왕래하였던가.
○ 이중협(李重協)
縹緲孤亭錦水淸 외로운 정자는 아득하고 비단 같은 강물은 맑은데,
越中佳勝舊聞名 영월의 승경은 예부터 유명했다.
汀洲塘雪踈松立 모랫가 못에 눈 내려 성근 소나무 서 있고,
岸石生春細草縈 절벽 바위엔 봄기운 돌아 작은 풀들 에워 싸고 있다.
空裏如歸金節影 공허 속으로 돌아가는 금절의 그림자,
風前欲試玉簫聲 바람을 맞으며 옥피리소리 시험해본다.
故人不見詩猶在 고인은 뵈지 않아도 시는 여전히 남아 있어,
怊悵憑欄無限情 난간에 기대어 쓸쓸한 심정 무한히 펼쳐본다.
○ 이문용(李文容)
生同忠義死同祠 살아선 충성을 같이하고 죽어선 사당에 나란히 배향되니,
百越山中數尺碑 백월산 가운데 수척의 비석이 있다.
後世皆知嚴戶長 후세 사람들 엄호장 모두 다 알고 있으니,
野花啼鳥一般思 들꽃이나 우는 새 모두 같은 생각이리라.
子規樓下唱歌兒 자규루 아래에서 노래 부르는 동자는,
從古傷心總不知 예로부터의 슬픈 일들 하나도 모른다.
月落蘋洲秋雨散 달이 갈대 물가에 지고 가을비 흩어지자,
玉簫烏咽夢中思 옥피리소리는 꿈에서 만난 사람을 생각하며 오열한다.
○ 이약소(李躍沼)
嚴公永配六臣傳 엄공은 육신전(六臣傳)에 영원히 짝하리니,
貤贈堂堂耀炳然 당당함을 주어 환히 빛나게 한다.
大義獨全刀筆地 대의는 홀로 역사책에 온전하리니,
萬年知有魯陵天 영원히 노릉의 하늘 아래에 있음을 알게 한다.
殘春杜宇空啼血 늦은 봄 두견새 부질없이 피토하며 울어대고,
落日昏鴉已散烟 석양의 까마귀 이미 노을을 다 흩뜨렸다.
可惜遺孫淪滯久 유손이 오래도록 침체함이 안타까운데,
忠臣到此孰能前 충신이 여기에 온다 해도 그 누가 앞설 수 있으리.
- 위는 금강정(錦江亭)에서 엄공(嚴公)의 유허(遺墟)를 바라본 것이다. -
今來古往幾男兒 고금을 통하여 오간 남아 몇이나 되는가,
到此歔欷自不知 이곳에 이르면 저도 모르게 한숨 쉬게 된다.
天地無言當日事 천지는 그 당시 일에 대하여 아무 말이 없는데,
越中山水總悲思 영월의 산수는 항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 박명섭(朴命燮)
蜀錦江名奚取哉 촉금강이라는 이름 어디에서 취했는가,
子規樓外更層臺 자규루 밖에 더욱 높은 층대가 있다.
波浮日夜龍吟處 파도는 밤낮으로 용 우는 곳 덮고,
山似東南羽衛來 산은 동남쪽에서 우위하여 오는 듯하다.
上界神仙如可遇 천상의 신선은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는가,
傍筵歌瑟莫相催 연회석상의 노래와 비파는 서로 재촉하지 말지라.
落花時節傷心事 꽃 지는 시절의 구슬픈 일,
環珮泠泠月下廻 환패는 짤랑거리며 달빛 속에서 돌아온다.
○ 홍언섭(洪彦燮)
愛爾蓬萊山下亭 그대 봉래산 아래의 정자를 사랑하노니,
我王當日駐霓旌 우리 군왕께서 그 당시 예정을 멈추시던 곳이다.
東流錦水到今白 동쪽으로 흐르는 금수는 지금도 맑디맑고,
西望疑峰依舊靑 서쪽으로 구의산 바라보니 여전히 푸르다.
江客最誇明月夜 강가의 나그네는 밝은 달밤을 가장 자랑하는데,
歌娥猶說落花汀 노래하는 여인은 아직도 낙화정(落花汀)에 대하여 말한다.
天設名區何所意 하늘이 명승을 만들어 놓은 것 그 무슨 뜻이던가,
烟霞深處又淸泠 노을 색 짙은 곳에 또 청령포라네.
○ 정권(鄭權)
삼가 퇴계선생의 시운에 따라 짓다.
乾坤灰劫幾經年 건곤 회겁은 몇 년이나 흘렀는가,
壁上孤亭獨巋然 절벽 위의 외로운 정자는 홀로 우뚝 서 있다.
晩樹風輕紅落雨 저녁의 숲엔 바람이 잔잔한데 꽃비 날리고,
遙吟日暖翠生烟 날 따뜻해져 푸른 산에 아지랑이 생김을 멀리서 노래한다.
淸流圍合眞成帶 맑은 강은 구비 돌며 흐르면서 참으로 띠를 이루고 있고,
細草留連巧作氈 가는 풀잎들은 머뭇거리며 기묘하게 융단을 만들어낸다.
峽裏民淳無箇事 협곡에 사는 백성들은 순박하여 별일 없이 지내는데,
憑欄閑對白鷗眠 난간에 기대어 졸고 있는 백구를 한가로이 바라본다.
○ 박규순(朴奎淳)
봄날 금강정(錦江亭)에 오르다.
別是東風花落辰 특별히 봄바람 불고 꽃 떨어지는 날,
詩情酒意兩相親 시정과 술 생각 이 둘은 서로 친밀하구나.
亭因往蹟兒童識 정자는 지난 자취로 인해 아이들도 알고 있고,
江亦流名眼目新 강물 역시 이름 남기고 있으니 안목이 새롭다.
千歲白雲於粵郡 천년의 흰 구름은 월군 하늘을 떠돌고,
一端生氣上王臣 한줄기 생기는 왕의 신하에게 일어난다.
渚烟欲起灘聲轉 물안개 피어오르려 하니 여울소리 휘감아오고,
終曲留如憶遠人 마지막 곡조 남김은 멀리 떠난 사람 그리는 듯하다.
○ 이면승(李勉昇)
怊悵虛欄倚半酡 쓸쓸히 텅 빈 누각에서 술기운 의지하여 멍하니 있으니,
丹邱歸客意如何 단구의 돌아가는 나그네 뜻은 어떠한가.
疑山不語嚬成黛 구의산 말없이 자주 눈썹 찌푸리고,
錦水無情咽作波 금강 물은 무정하되 오열하는 파도 소리낸다.
寃鳥血隨殘月吐 원망하는 새는 새벽달 따라 피 토하고,
佳人恨入落花多 가인의 한은 떨어지는 꽃속으로 많이 스며든다.
應知髩髮三分白 수염과 머리카락 하얗게 되면,
綠草淸泠聽暮歌 푸른 풀 돋은 청령포에서 저녁노래 듣겠지.
○ 이약수(李若洙)
蹇驢扶病獨登亭 쩔뚝거리는 나귀타고 병든 몸으로 홀로 정자에 올라가니,
百粵樓臺此有名 백월루라는 누대 이름이 여기서 생겼구나.
山擁水廻相蘊藉 산은 감싸 안고 물은 구비 돌아 서로 감싸주고,
天容壄色共虛明 하늘과 들판의 모습이 모두 텅 비고 밝다.
黃雲十里嘉禾熟 누런 구름낀 십 리에 아름다운 벼가 익어가고,
紅錦千秋落木聲 붉은 비단 천추에 낙엽지는 소리.
憑檻莫愁家國遠 난간에 기대어 고향이 멀리 있음을 슬퍼하지 말라,
茲遊奇絶託生平 이 아름다운 곳에 유람하며 평생을 의탁하리라.
○ 윤행철(尹行澈)
蜀水東朝越 촉나라 강물은 동쪽으로 영월을 조회하는데,
何年羽衛遊 그 어느 해에 우위로 유람하러 갈 것인가.
江山兼四郡 강산은 사군을 아우르고,
悲樂一孤樓 슬픔과 기쁨 외로운 누대에서 한가지로다.
雨泣花巖字 비는 낙화암이란 글자에 흐느껴 내리고,
春生杜宇愁 봄은 두견새의 수심 속에 생겨난다.
眼前今古意 눈앞에 전개되는 역사의 의미,
西日數漁舟 석양 속에 보이는 몇 척의 고깃배.
○ 허식(許湜)
금강정(錦江亭)의 시운에 따라 짓다.
峽坼危亭古 산골짜기 트인 곳에 오랜 정자가 있고,
秋高落葉鳴 가을하늘 높으니 낙엽소리 쓸쓸하다.
百年全節地 한평생 절개 온전히 하던 곳,
萬事一江聲 인생만사가 한낱 강물소리일 뿐이다.
○ 신재식(申在植)
영월에서 옛 일을 회상하며.
谷口烟雲晝日昏 골짜기 입구 물안개로 대낮에도 어두운데,
淸泠浦上却銷魂 청령포에서는 오히려 혼백 녹아 없어진다.
杜鵑夜哭曾何處 두견은 한밤중 그 어디서 울었는가.
木葉秋波未敢言 가을 물결에 지는 나뭇잎들 감히 말할 수 없구나.
祠屋長隣空老樹 사당은 길이길이 텅 빈 고목 곁에 서 있고,
宮花自落一碑存 궁화는 절로 지는데 비석 하나 남아 있다.
越人詳說嚴興道 영월사람들 엄흥도를 상세히 이야기하는데,
瞻望珠邱拭淚痕 능묘를 바라보며 눈물자국 닦아낸다.
[매죽루(梅竹樓)]
○ 단종
一自寃禽出帝宮 원통한 새 황제의 궁에서 한번 나오고부터,
孤身隻影碧山中 푸른 산 속의 외로운 몸, 외 그림자.
假眠夜夜眠無假 밤마다 잠깐 눈 붙이려하나 잠은 오지 않고,
窮恨年年恨不窮 해마다 한 다하려하나 한 끝없다.
聲斷曉岺殘月白 자규새 소리 끊긴 새벽 언덕, 조각달 밝은데,
血流春谷落花紅 피 흐르는 봄골짝 떨어진 꽃 붉다.
天聾尙未聞哀訴 하늘도 귀 먹어 아직도 애소 듣지 못하는데,
何奈愁人耳獨聰 수심 젖은 사람 귀만 홀로 잘 들림을 어이할꼬.
月白夜蜀魂啾 달 밝은 밤 두견새 우는데,
含愁情倚樓頭 수심에 쌓여 누각에 기댔다.
爾啼悲我聞苦 네 울음 슬퍼 내 듣기 괴로우니,
無爾聲無我愁 네 울음 그쳐야 내 수심도 그치리라.
寄語世上苦勞人 세상에 괴로움 많은 사람에게 한마디 부치노라,
愼莫登春三月子規樓 춘삼월에는 자규루에 오르지 말라고.
○ 김시습의 자규사
子規啼子規啼 두견새 우네 두견새 우네,
月落天空聲似訴 달 떨어진 어둔 하늘에 읍소하는 두견새소리.
不如歸不如歸 불여귀 불여귀,
西望峨眉胡不度 서쪽으로 아미산 바라보며 어찌 건너지 못할까.
懸樹苦啼呼謝豹 나무에 매달려 괴로이 울며 표범 물러가기 애원하느라,
點點花枝哀血吐 방울방울 꽃가지에 슬픈 피 토해 놨네.
落羽蕭蕭無處歸 찢긴 날개 쓸쓸하여 돌아갈 곳 없는데,
衆鳥不尊天不顧 뭇 새들 받들지 않고 하늘도 돌아보질 않네.
故向中宵幽咽激不平 어둔 밤 하늘 향해 애처롭게 우니 그 소리 괴로워,
空使孤身寂寞 외로운 나그네 마음 쓸쓸해진다.
窮山殘更數 산 다해도 애잔하게 들리는 울음소리.
○ 조상치의 자규사
子規啼子規啼 자규가 운다 자규가 운다,
夜月空山何所訴 달만 비치는 텅 빈 산 어느 곳에 호소하나.
不如歸不如歸 불여귀 불여귀,
望裏巴岺飛欲度 바라보는 곳 파촉의 산봉우리, 날아서 넘으려는 듯.
看他衆鳥㧾安捿 다른 새들 모두 편안히 깃들었는데,
獨向花枝血謾吐 홀로 꽃가지 향해 피만 부질없이 토한다.
形單影孤貌憔悴 모양 단초로워 그림자 외로곱 모습은 초췌하네,
不肯尊崇誰爾顧 기꺼이 존숭하지 않으니 누가 너를 돌아보랴.
嗚呼人間寃恨豈獨爾 아! 인간 세상에 원한 어찌 너뿐이랴,
義士忠臣增感慨 의로운 선비 충성스런 신하 의기 더욱 북받쳐,
激不平屈指難盡數 격렬하게 쏟아지는 불평 손으로 꼽을 수 없다.
○ 박효손의 자규사
子規啼子規啼 자규가 운다 자규가 운다,
啼月啼花不盡訴 달에 울고 꽃에 울어 끝없이 호소하네.
不如歸不如歸 불여귀 불여귀,
刷翼西山飛欲度 날개 씻어 서산 날아서 건너려 하네.
啼近志士寃何深 울면서 뜻있는 선비 가까이 하니 원한 어찌 이리 깊을까,
啼近孤臣血空吐 울면서 외로운 신하 가까이 하다 피 허공에 토해내며,
脉脉謾聲又短聲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소리 또 짧은 소리,
錦城烟花眷焉顧 금성의 안개와 꽃 돌아본들 어찌 돌아보리.
己焉哉 그만 두자꾸나,
自古遺恨皆如此 옛부터 남은 한 모두 이와 같으니,
啼莫啼歸不歸 울고 싶어도 울지 마시게. 돌아가고 돌아가지 못함.
悠悠問天數 아득히 물어보시게, 하늘의 운수를.
○ 박규손의 자규사
子規啼子規啼 자규가 운다 자규가 운다,
跳枝何天有向訴 나뭇가지에 솟구쳐 어느 하늘 향해 호소하는가.
不如歸不如歸 불여귀 불여귀,
一辭巴岺不復度 파촉 봉우리 한 번 이별하자 다시는 가지 못하였네.
錦城烟花寄那邊 금성의 안개와 꽃 어디에 부쳤는가,
夜夜枝頭吻血吐 밤마다 가지 끝에 피를 토한다.
剩水殘山春山空 넘치는 물 남은 산에 봄 산은 비었는데,
飛去飛來誰肯顧 날아갔다 날아온들 누가 돌아보랴.
聽未了擊余節 울음소리 듣다 내 무릎 친다.
淚先傾地老天荒 눈물로 먼저 땅 다 없어지고 하늘 텅 비어도,
綿綿此恨難盡數 면면이 이어진 이 한이야 다 헤아리기 어렵다.
○ 김준택의 자규사
子規啼子規啼 자규가 운다 자규가 운다,
越山夜靜寃恨訴 영월의 산 밤들어 고요한데 원통한 한으로 호소한다.
不如歸不如歸 불여귀 불여귀,
錦江水湖飛難度 금장강 넓은 물 날아 넘어가기 어려워,
年年思歸歸不得 해마다 돌아갈 것 생각하지만 돌아갈 수 없어라.
西望帝宮血淚吐 서쪽으로 황궁을 바라보며 피울음 토해내고,
哀吟也應聞于天 슬프게 읊으니 응당 하늘에 들렸으리.
天意胡無一眷顧 하늘의 뜻 어찌 한 번도 돌아보질 않는가,
嗚呼悠悠此恨何時已 아! 유유한 이 한이야 어느 때 다하리오.
明月梨花梅竹樓 밝은 달 배꽃 핀 매죽루,
淸凉夜夜啼無數 청량한 밤마다 무수히 운다.
첫댓글 동국여지승람 강원도 영월군에 나오는 시입니다.
軒高能却署 簷豁易爲風
老樹陰垂地 遙岑翠掃空 인 것 같은데
遙岺翠揷空이라고 표기가 되었고. 이 시의 제목을 금강정으로 하셨는데 혹시 관풍루는 아닌지요. 다시 한 번 점검을 부탁드립니다.
참 영월 관련한시 나머지는 복사가 안 되는데 이 부분만 복사가 되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