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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정(淸陰亭)]
○ 이광제
宿霧初收日欲生 간밤 안개 막 걷혀 해 떠오르려는데,
薔薇開遍暎階明 장미 활짝 피어 섬돌에 비쳐 밝구나.
倚欄獨坐無餘事 난간에 기대 홀로 앉으니 다른 일 없고,
時有黃鸝一兩聲 때때로 꾀꼬리 한 두 소리 들려온다.
[청음당(淸陰堂)]
淸陰堂上晝眠人 청음당(淸陰堂)에서 한낮에 잠든 사람,
雉嶽山中鶴館賓 치악산(雉嶽山) 속 학성관(鶴城館)의 빈객이라네.
卅載功名三亞使 삼십년 공명(功名)에 아사(亞使)가 세 번이고,
百年身世一閑民 백년신세(百年身世)에 한가로운 백성이 한번이네.
喜看螺鬟當前翠 소라처럼 쪽진 머리 보니 즐겁고 눈앞은 비취색인데,
羞對蛾眉向我嚬 아미(蛾眉) 대하니 부끄러운데 나를 향해 웃음짓네.
底事關東緣未了 관동의 무슨 일이든 인연 끝나지 않았으니,
炎天嶺路往來頻 무더운 날 대관령 길 왕래는 빈번하네.
○ 박종정(朴宗正)
玉宇迢迢桂月盈 하늘은 아득하고 계월(桂月) 달빛 가득 차는데,
鶴城秋色十分淸 학성(鶴城, 原州) 주변의 가을정경 몹시도 해맑다.
楓岑逈指神仙窟 풍악산(楓嶽山)은 저 멀리로 신선굴(神仙窟) 가리키고,
蓬島斜連按察營 봉래섬(蓬萊島)은 꾸불꾸불 감영과 이어졌네.
妓席漸踈年少興 기생 노는 자리는 점점 소년시절 흥취보다 시들해지니,
奚弗空慱世間名 어찌 부질없이 세상의 헛된 명성을 걱정하리오.
行忙便逐槐黃子 바삐 가면 문득 괴문(槐門) 황의(黃衣) 뒤쫓으리니,
悵殺紅欄一夜情 붉은 난간에 베어 슬프니 하룻밤 정(情)이라네.
○ 이양정(李養鼎)
春明一出脫籠樊 봄날이 밝자 곧 농번(籠樊)에서 벗어나고,
驛樹秋風皁蓋飜 역(驛) 주변 나무에 가을바람 불어 조개(皁蓋) 흩날리네.
縱浪將尋山水窟 물결에 맡겨 산과 물 경치 좋은 굴(窟)을 찾아 나서니,
關東從事亦君恩 관동(關東)에서 종사관(從事官) 역시 군왕의 은혜이시다.
古槐庭畔轉淸陰 늙은 괴(槐)나무 서있는 마당에서 청음당(淸陰堂)에 돌아오니,
公事朱欄聽鳥音 공무를 처리하는 붉은 난간에 새 우는 소리를 들려오네.
宦跡無端成一宿 환적(宦跡)은 까닭없이 하룻밤을 머물며,
好從廳壁寫新吟 관청 벽에 걸린 시의 운을 따라 새로 시를 짓네.
○ 변경우(邊景佑)
旅館事無不靜淸 여관(旅館) 일은 맑거나 고요함이 없지 않은데,
依軒盡日萬般情 동헌에 기대어 하루 종일 여러 가지 감회에 사로 잡혀있네.
龍飛郭外山岑勢 성곽 밖의 산세는 용비(龍飛)는 듯하고,
雷動城中鼓角聲 성안의 고각(鼓角)소리는 천둥 치는 듯하네.
地闢別區成沃野 땅은 별천지 열어 비옥한 들을 이루었고,
天開雄府作金城 하늘은 웅부(雄府) 열어 금성(金城)을 지었네.
人民到底安排處 백성들을 좋아하니 어찌 사는 곳이 없어지리,
物態風光鎖太平 사물의 모양과 풍광은 태평시대를 확고히 하네.
[청허루(淸虛樓)]
○ 김예몽(金禮蒙)
潭分淸影掛樓角 연못에 비춰진 청영(淸影)은 누각 모서리에 걸렸고,
風助晩凉來水頭 바람은 만량(晩涼)을 도와 물위에 오게 하네.
○ 임윤신(任允臣)
山雨欲來潭影冷 산에 비가 내리려 하여 연못 그림자는 차갑고,
一竿漁父釣綠風 한 낚싯대 드리운 어부는 녹풍(綠風)을 낚고 있네.
○ 이헌국(李憲國)
天敎吾輩共登樓 자연스럽게 우리들 함께 누각에 오르니,
山月多情掛閣頭 산과 달은 다정히 누각 꼭대기에 걸렸네.
宿約未成春後雪 오랜 약조 못 이루어 봄철 뒤에 눈 내리고,
萍蹤幸遇雨餘秋 유랑(流浪)하다 다행히 만나 빗속에 가을 남았네.
笙歌豈但銷羈思 음악과 노래는 부질없이 나그네 생각 녹이고,
談笑還堪滌客愁 돌아갈 길 참으며 담소하여 나그네 수심 씻네.
不遠長程能會此 먼 길도 멀지 않아 능히 이곳에서 만났는데,
任他河漢五更流 은하수는 제멋대로 오경(五更)을 흐르네.
○ 신광한(申光漢)
鴉啼古樹白烟生 까마귀 우는 고목에 흰 연기는 피어오르고,
蔓草溪邊縣吏迎 덩굴 풀 무성한 냇가에서 고을관리가 맞이하네.
漿水不曾看宿客 장수(漿水)를 일찍이 머무는 나그네가 못 보았는데,
酒泉何得記虛名 주천(酒泉)은 어떻게 얻어져 헛된 명성이 기록되었는가.
雲橫高嶂秋無月 구름 비낀 가파른 산에는 가을에 달마저 없고,
水落寒江夜有聲 물 마른 차가운 강에는 밤에 흐르는 소리 있네.
憀慓遠懷愁不寐 멀리 고향을 생각하다 근심에 젖어 잠 못 들다,
廚人篝火報鷄鳴 주인(廚人)은 불 지피고 닭은 울어 새벽을 알리네.
○ 이춘원(李春元)
問子如何太瘦生 그대에게 무척 수척한 것이 어떠한지 물으니,
關東風月慣將迎 관동에는 청풍명월 무르익어 장차 맞이하네.
江山到處堪乘興 강산은 이르는 곳마다 뛰어난 감흥을 돋워,
詩酒從前摠得名 종전에 시 읊고 술 마시던 모든 명성 얻었네.
高棟浮雲淸夜氣 높은 용마루에 구름 뜨고 밤기운은 맑은데,
空村落葉動秋聲 텅 빈 마을에 잎 떨어져 가을 바람소리 일렁이네.
明朝又作臨岐別 내일 아침 또다시 갈림길에서 작별함에 이르러,
將聽沙頭有鳥鳴 장차 사두(沙頭)에서 들으려니 새소리 있다네.
○ 신득연(申得淵)
郵驂未去任勞生 역참(驛站) 말 타고 오고가니 수고로움 생기는데,
有意溪山爲送迎 뜻 있는 냇물과 산을 떠나보내고 맞이하였네.
霹靂何年傳異事 어느 해 벼락 쳤던 기괴하고 이상한 일 전해져,
酒泉今日認嘉名 주천(酒泉)은 지금까지 아름다운 명칭 알려주네.
催花小雨深春候 꽃은 가랑비 재촉하여 봄기운 깊어가고,
觸石寒流永夜聲 돌 감촉 차갑게 흘러 밤새도록 소리내네.
原隰未遑窮勝賞 원습(原隰)은 겨를 없어 좋은 구경거리 다했어도,
風光空屬野禽鳴 경치는 허공에 이어지고 산새는 울부짖네.
○ 숙종(肅宗)
聞說雙樓在酒泉 듣건대 두 누각이 주천(酒泉)에 있다고 하는데,
幾經葺理尙能全 몇 번인가 수리하여 아직도 온전한가.
峨峨石壁靑雲接 험준한 바위산 석벽(石壁)은 푸른 구름 닿아있고,
漾漾澄江碧水連 넘실대는 맑은 강 푸른 물로 이어졌네.
山鳥好禽鳴樹上 산새와 날짐승 나무 가지 위에서 울고,
野花春草映階前 들꽃과 봄풀은 섬돌 앞에 비친다.
携登宮醖呼兒酌 궁온(宮醞)을 들고 올라 아이 불러 따르게 하고,
醉依欄干白晝眠 술 취해 난간에 기대어 한낮에 잠이 든다.
○ 정조(正祖)
尙說黃封降酒泉 왕의 수찰이 주천에 내렸다고 아직도 말하니,
淸虛從此勝名全 청허루는 이로부터 승지란 이름 온전하였네.
樓容重與雲漢煥 누대 모습은 거듭 왕의 수찰과 함께 빛나고,
地氣還應壁宿連 땅 기운은 도리어 벽수와 서로 연하였도다,
百里桑麻渾不改 백 리의 시골 풍경은 전혀 변함이 없거니와,
一春花鳥總依前 한봄의 꽃과 새들은 모두 예전 그대로일세.
瞻言咫尺分憂在 내가 지척에서 분우를 넘어다보고 있노니,
太守休爲醉後眠 태수는 부디 술 마시고 자우르지 말지어다.
[빙허루(憑虛樓)]
○ 강회백(姜淮伯)
獨上高樓慰此行 홀로 높은 누각에 오르니 이번 여행길에 위안이 되고,
松山當檻暯雲生 송산(松山)이 난간 마주하니 저문 구름 그림자 생기네.
人情反覆雲歸峀 인심(人心)의 번복은 구름 흐르듯 하는데,
古意凄凉雪壓城 고의(古意)는 처량하여 흰 눈이 성(城)을 가로막네.
慷慨一朝能決策 강개(慷慨)한 마음으로 하루아침에 책략을 결정하니,
存亡百歲尙留名 존망(存亡)은 백세(百歲)를 지났어도 아직 명성은 남았네.
農桑到處民安業 가는 곳마다 농상(農桑)하여 백성은 안업(安業)한데,
布穀何勞也勸耕 뻐꾸기는 어찌 수고롭게 밭 갈기를 권하는가.
○ 허종(許琮)
百里笙歌擁醉行 백리를 피리소리와 노래 속에서 취하며 가다가,
又登高閣看雲生 또 높은 누각(樓閣)에 올라 구름 치솟음을 보았네.
壺中若不開三島 호중천(壺中天)에 만약 삼신산(三神山)이 열리지 않았다면,
世上何曾見五城 세상에서 어찌 일찍이 오성(五城)을 보았겠는가!
歸來花鳥渾如識 돌아오니 꽃과 새는 모두 알고 있는 것 같아,
指點烟岑却問名 운무(雲霧) 낀 봉우리를 가리키며 이름 물었네.
倘得原頭數頃地 혹시라도 언덕 위에 조금의 토지를 얻는다면,
一犁春雨可躬耕 촉촉이 내리는 한줌 봄비 속에서 몸소 밭갈이하리.
○ 성현(成俔)
幼學詩書壯欲行 어려서 시서(詩書) 배워 커서 행하려 하였더니,
君恩如海沐鯫生 바다와 같은 임금의 은혜가 추생(鯫生)에게 미쳤네.
濫持牙節巡河陜 외람되이 아절(牙節)을 지니고 하협(河陜)을 돌아다녔고,
頻聽絃歌到武城 무성(武城)에 다다라 현가(絃歌)를 자주 들었다네.
宣化棠陰無實惠 당음(棠陰)에서 선화(宣化)했으나 실지 혜택은 없었으며,
題詩板上愧虛名 현판(懸板)에 시를 써서 거니 헛된 명성 부끄럽네.
寄語辛苦田間叟 밭에서 몹시 애쓰는 늙은이에게 기어(寄語)하기를,
耕野何如我舌耕 밭갈이가 내가 말로만 생계(生計)를 삼는 일과 어떠하던가.
冒景常愁跋涉行 햇볕을 무릅쓰고 항상 발섭(跋涉)할 일 근심하다가,
登樓偏愛嫩凉生 누각에 오르니 새롭게 서늘하여 사랑스러워라.
數叢芍藥紅翻砌 두어 포기 작약은 붉은 빛이 섬돌에 번득이고,
萬縷垂楊綠滿城 일만 가닥 늘어진 수양버들은 성에 가득 푸르구나.
乳燕傍簷初學語 젖먹이 제비는 처마 곁에서 처음 말을 배우고,
流鶯穿樹自呼名 꾀꼬리는 나무를 뚫으며 자기 이름을 부르네.
一簾踈雨驚殘夢 한줄기 성긴 비에 놀라 어렴풋이 꿈에서 깨어,
起看烏犍趁農耕 일어나 바라보니 검정 소가 달려가 밭을 갈고 있네.
○ 홍귀달(洪貴達)
暄姸官道鬧人行 따뜻하고 고운 관도(官道)에 사람 발길은 번잡하고,
雪盡村村春水生 눈 녹은 마을 마을마다 봄철의 물이 생겼네.
山氣蒸霞呈畵障 산 기운은 노을을 찌는 듯 그림병풍 드리웠고,
風光着水護江城 경치는 물에 닿아 강성(江城)을 감싸고 있네.
輕盈簷燕時能語 처마에 가득한 날쌘 제비는 때때로 지저귀고,
爛熳墻花不記名 만발한 담장 밑의 꽃은 이름조차 알지 못하네.
最愛田家生事足 가장 기쁘게도 농가에서 살아가는 일 풍족하여,
一犁時復雨中耕 보습 하나로 때때로 다시 빗속에서 밭을 가네.
炎炎畏日苦徐行 이글이글 타는 여름날에 괴로워 천천히 가다가,
絶愛濃陰水底生 짙은 그늘이 물밑에서 생겨나 몹시도 반가워라.
一點黑雲籠遠岫 한 점 먹구름이 먼 산꼭대기에 흐릿하게 끼어,
片時凉雨過孤城 잠깐 시원한 비가 내리며 외로운 성을 지나네.
閑來有味杯中物 한가로워지니 술잔 속의 술 술맛이 나고,
醉後無心紙上名 취한 뒤에 종이에 남길 이름조차 마음에 없네.
彈罷南薰財已阜 남훈곡(南薰曲) 타고 나니 재물은 이미 넉넉하나,
更呼田畯勸民耕 다시 전준(田畯)을 불러 백성들의 농사를 권장하네.
○ 이우(李堣)
淸寄見說未曾行 청아하다는 말 들었으나 일찍이 가보지 않았고,
淹泊黃塵負半生 오래도록 속세에 머물다가 반평생을 짊어졌네.
畿界西連經幾里 기계(畿界)에서 서쪽으로 이어져 몇 리를 지나니,
鴒原東入第初城 영원산성은 동쪽에 있는 제일 첫째 성(城)이라네.
蕭騷此地還多感 말울음 시끄럽던 이 땅은 많은 느낌 돌아오고,
形勝當時浪得名 뛰어난 경치는 당시에 얻었던 명성을 희롱하네.
日暮炊烟不生戶 날 저물어도 밥 짓는 연기 집집마다 나지 않아,
從知春旱失山耕 알아보니 봄 가뭄으로 산과 밭을 갈지 못하였네.
[봉래각(蓬萊閣)]
○ 신완
方塘數畝凈無埃 네모난 연못 몇 무 티끌 없이 깨끗한데,
艶艶荷花面面開 어여쁜 연꽃은 하나하나 활짝 폈다.
已向寰中成別界 이미 세상 속에 특별한 세계 만들었나니,
宜從塵外覓仙臺 마땅히 세상 밖에서 신선의 누각 찾으리.
風瀨簾幕凉生席 바람에 주렴 흔들리고 서늘한 기운 자리에 이는데,
夜靜軒窓有照盃 밤 고요해져 창에 스며드는 달빛 술잔 비친다.
自是前身香案吏 전신은 향안의 관리,
謫來猶得臥蓬萊 지금은 귀양와서 오히려 봉래에 누웠다.
○ 이덕성
方沼涵虛絶塵埃 네모난 못 하늘 담궈 티끌도 이르지 않는데,
新荷環島小亭開 새로 핀 연꽃 섬 둘러 작은 정자 열었다.
軒窓宛是空中閣 높이 단 창문 그대로 공중의 누각,
笙鶴依然月下臺 신선 태운 학 달빛 아래 누대에 있는 듯.
物色剩留淸水句 물색은 맑은 물 읊은 시 구절에 넘쳐나고,
風流好續碧簫盃 풍류는 푸른 퉁소 술잔으로 이어진다.
公堂咫尺迎眞界 동헌은 지척인데 신선 세계 맞이하니,
何用乘風到丈萊 어찌 바람 타고 방장 봉래에 이르랴.
○ 최중태(崔重泰)
周廻無地着纖埃 주위에 먼지 하나 남아 있지 않으며,
碧沼中央畵閣開 푸른 못 가운데에는 그림 같은 누각 열렸네.
楊柳蔥蘢藏別塢 수양버들 푸르고 무성하여 작은 언덕 감추었고,
芙蓉的皪護幽臺 연꽃은 환히 빛나 그윽한 누대를 감싸네.
雲濃曲几閑吟筆 구름짙은 굽은 책상에서 한가로이 시 짓고,
月泛虛窓滿酌盃 달빛 흐르는 텅 빈 창가에는 술잔 가득 술이 찼네.
誦罷黃庭燒一炷 황정경(黃庭經)을 다 외우고 향 하나 불사르니,
怳然笙鶴下蓬萊 황홀하여 신선 태운 학이 봉래(蓬萊)로 내려오네.
○ 이성신
山高鰲背絶氛埃 산 자라 등에 높아 티끌 이르지 않는데,
別界移來小閣開 별다른 세계 옮겨서 작은 누각 열었다.
幕柳烟湥訝琪樹 우거진 버들에 안개 짙어 기수인 듯 여기고,
涵池月蕩怳瑤臺 못에 담긴 달 흔들리니 요대인 듯 황홀하다.
興酣到却滄溟水 무르익자 신선 사는 곳 물가로 물러나,
醉罷斟之北斗盃 취할 때까지 북두칠성 술잔으로 잔질한다.
可笑尋眞徒遠濊 우스워라 신선 찾아 먼 예국에서 종노릇하니,
方瀛不必勝蓬萊 방장 영주가 반드시 봉래보다 좋은 건 아닐 테지.
○ 이진순
滿床朱墨困炎埃 침상 가득 주묵, 더운 날 세속 업무로 지쳐,
何處携笻好抱開 어느 곳서 지팡이 들고 가슴 활짝 열까.
帖石自能成小島 돌에 표제 부치니 절로 작은 섬 이루고,
披林方識有高臺 숲 헤치니 비로소 높은 누대 있는 줄 알겠다.
風來水面何湏扇 수면에 바람 불어오니 어찌 부채질하리,
酒熟荷心不用盃 술 연잎 속에 익으니 술잔도 필요없다.
少日趨庭如昨事 젊은 날 종종걸음 쳐 지나던 뜨락 어제일 같은데,
何堪幢節又蓬萊 어찌 수령 임무 감당하리 또 봉래에서.
○ 김상성(金尙星)
涵空萬象一吟埃 허공에 담긴 만상(萬象) 속세 한번 읊고,
環閣淸漪眼輒開 누각 둘러싼 맑은 물결에 눈이 번쩍 열렸네.
訝復浮來鰲背島 다시 둥실둥실 떠온 자라위의 섬인가 의아하고,
依然坐着鏡中臺 예와 다름없이 자리에 앉으니 거울 속 같은 누대.
先天日月寬於橘 선천(先天)의 일월(日月)은 귤보다 크고,
積水方瀛小似盃 물 가득 차 있는 방장, 영주 술잔처럼 작네.
却喜成仙由捷徑 신선되는 길에도 첩경 있음을 즐거워하노니,
短橋纔度卽蓬萊 짧은 다리 건너면 바로 봉래(蓬萊)라네.
○ 심성진(沈星鎭)
憑虛小檻絶纖埃 허공을 의지한 작은 난간 먼지 하나 없고,
漾影方塘一鑑開 그림자 출렁이는 네모난 못에는 거울 하나 열렸네.
粧點林皐移勝景 곱게 단장한 숲과 산이 승경을 옮겨오니,
排鋪花石作高臺 꽃과 돌 심고 깔아 높은 누각 만들었다.
怳迎笙鶴雲間馭 신선 탄 학 맞아 구름 사이를 타고 다니듯 황홀하고,
宜把瓊瑤月下盃 옥 술잔 잡고 달빛 아래 술잔 들이킴이 마땅하다.
別是神仙烟火裡 또 다른 신선이 불타는 노을 속에 있으니,
始知人世亦蓬萊 비로소 인간세상 또한 봉래임을 알겠네.
○ 이중협의 부
洪鑪宇宙 큰 화로같은 우주,
炎氣凝畵 뜨거운 기운 하늘바람 엉겼도다.
微風夕起 미풍이 저녁에 일어,
爽如醒酒 상쾌하기 술을 깬 듯.
余乃與客步 내 이에 손님과 더불어 걸어서,
至于蓬萊閣 봉래각에 이르렀다.
凭曲欄 굽이진 난간에 기대,
軒淸沼 동헌의 맑은 연못,
睡芳園 향기로운 정원에서 존다.
蒲葉長兮拂翠 부들 잎 길어 푸르게 흔들리고,
棠花紛兮墜紅 해당화 어지러이 꽃잎을 떨군다.
俄而薄雲收翳淡月升空 잠시 후 엷은 구름 걷히고 으스름 달 하늘로 오르니,
浩浩乎跨滄溟而涉瓊洲 아득하게 큰 바다를 넘어 아름다운 섬을 건너는 듯,
飄飄乎出霄漢而登玉樓 표표히 은하수에서 나와 백옥루에 오른 듯.
美哉玆閣之名 아름다워라 이 누각의 이름이여,
盖有由也 대개 그 이유가 있도다.
撫朱絃而呼喝 붉은 색 거문고 어루만지며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寄遙想於天涯 하늘 끝에 아득한 생각 부친다.
歌曰 노래에,
蓬萊之島兮渺無何 “봉래섬이여 아득하여 공허하구나.
蓬萊之閣兮樂婆娑 봉래각이여 즐거움 아른거린다.
擧觸兮岸巾揖 술잔 들었네, 두건 벗고 읍하노라
浮丘兮降雲車 부구(浮丘)여 구름 수레 내려온다.”
○ 조명리
老樹秋陰靜 늙은 나무 가을 그늘 드리워 고요한데,
靑荷照夕陽 푸른 연잎에 석양 비친다.
池臺棋罷後 못의 누대에서 바둑 끝낸 후,
揖酒說金剛 술 사양하고 금강산 이야기한다.
○ 윤빈경(尹賓卿)
倚遍湘簾十二欄 대발 친 열두 난간에 두루 기대어보니,
爐烟細細轉金丹 화로 연기 가늘어지며 금단(金丹)이 완성되네.
三年謫宦猶仙界 삼년 동안의 귀양 갔던 벼슬살이 선계(仙界)와 같아,
每夜朝天玉珮珊 밤마다 옥패(玉佩)와 옥산(玉珊) 차고 입궐하네.
○ 남공철(南公轍)
선각(船閣)에서 우연히 생각이 떠올라 절구 한수를 짓다.
竹籟荷香野正秋 퉁소 소리와 연꽃 향기 가득하니 들판은 바야흐로 가을인데,
讀書聲在畵船幽 책 읽는 소리 들리는 화선(畵船)은 그윽하네.
瀛洲莫說浮槎計 영주(瀛洲)에 뗏목 띄울 준비한다 말하지 말라.
鸞珮三時夢玉樓 난새와 패옥은 깊은 밤에 옥루(玉樓)를 꿈꾸네.
涵虛一沼淨無埃 허공을 담은 연못 하나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小嶼春深花滿臺 작은 섬에 봄 깊으니 꽃이 누각 주위에 가득 피었네.
遠勢蟾江空外去 멀리 섬강(蟾江)의 기세는 하늘 저 멀리 지나가고,
好顔雉嶽望中開 아름다운 치악산은 바라보는 가운데 열렸네.
林鶯巧和靑娥瑟 숲속 꾀꼬리 교묘하게 청아(靑娥)의 거문고 소리와 어울리고,
山鳥來參按使盃 산새도 날아와 안찰사의 술자리에 참여하네.
豈必仙遊探窟宅 어찌 신선이 노는데 반드시 굴택(窟宅)을 찾겠는가?
此心靜處卽蓬萊 이 마음 고요하면 그게 바로 봉래(蓬萊)인 것을.
○ 임한호(林漢浩)
경신년(1800) 늦봄에 병이 깊고 무료하여 소자(小子)에게 시켜 봉래각 시를 적은 책을 가져오게 하여 대에서 열어보고 차운시를 완성하였다. 간행에 즈음하여 비로소 운이 만족함을 깨닫고는 명루(明樓)에 그대로 두었다. 노부(老夫, 南公轍)가 지었다.
處塵埃裡不塵埃 속세에 있어도 속세의 때에 물들지 않았고,
粧點仙居特地開 신선의 거처를 곱게 단장하니 특지(特地)가 열렸구나.
盡日浮沈風送舫 하루 종일 출렁거리며 바람은 배를 보내는데,
影空搖漾水涵臺 하늘 그림자 넘실대며 물은 누대를 적시네.
神山剗削成三島 신선의 산을 깎아 삼도(三島)를 이루었으니,
滄海分斟瀉一杯 푸른 바다에 술 한 잔을 부었다네.
積費人功還造化 인공(人功)을 가하였지만 도리어 조화로우니,
小乾坤有小蓬萊 작은 우주에 작은 봉래산이 있다네.
○ 남이익(南履翼)
玲瓏畵閣淨無埃 영롱한 화각(畵閣)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데,
三島淸幽一鑑開 맑고 그윽한 삼도(三島)에 누각 하나 열렸네.
翠荷牽風魚撥刺 푸른 연꽃 바람을 이끄니 물고기는 뛰노는데,
老槐迎月鶴徘徊 늙은 느티나무 달을 맞이하니 학은 이리저리 배회한다.
徑春花氣侵罇近 봄 지난 꽃기운이 술통 가까이 침범하고,
向夕波光上檻來 저녁 무렵 은빛 물결이 난간 위로 온다.
歸自金剛仙不遠 금강산에서 돌아왔으나 선계가 멀지 않고,
超居常日又蓬萊 평일에도 초연히 지내니 그 또한 봉래(蓬萊)로다.
○ 조종진(趙琮鎭)
遠拖烟霞四郡來 멀리서 저녁노을을 사군(四郡)으로 끌어오니,
虹橋明月是蓬萊 무지개다리에 달빛 밝아 바로 그 봉래(蓬萊)라네.
蓬萊閣裏蘭臺客 봉래각(蓬萊閣) 속 난대(蘭臺)의 손님은,
借宿仙居不肯廻 선거(仙居)에 잠시 묵으면서 돌아가려 하지 않는구나.
十月瀛洲一隊春 시월의 영주(瀛洲)는 한 무리 봄기운 감돌고,
錦筵笙管解留人 주연(酒宴)의 피리소리가 사람들을 머물게 하네.
忽聞別曲關東舞 홀연히 관동별곡 들으면서 춤추고,
回首迢迢望北宸 고개 돌려 아련한 북쪽 대궐을 바라본다.
○ 서명선(徐命善)
膏雨歸來浴日功 단비 속에 다시금 돌아오니 아침 햇빛 물 위에 떠있고,
十年蓬閣見紗籠 십년 세월 지나 봉래각(蓬萊閣)에 사롱(紗籠)을 바라본다.
黃扉白髮今何許 황비(黃扉)의 백발 노옹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琪樹春深藥塢東 약밭 동쪽 기수(琪樹)엔 봄이 깊은데.
○ 이시수(李時秀)
경자년(1780) 8월, 풍악산(楓嶽山)으로 가는 길에 삼가 종숙부께 시를 지어 올렸다. 기하(記下) 학하(鶴下).
何歲無七月 어느 해인들 칠월이 없었으며,
何月無旣望 어느 달인들 기망(旣望)이 없었으랴.
有客簫可和 길손의 피리소리는 조화롭고,
有水舟可漾 물가에 배 있어 출렁거리네.
便是子瞻儔 설사 소동파(蘇東坡)와 짝할지라도,
豈遞赤壁讓 어찌 적벽(赤壁)을 양보할 수 있겠는가.
我來持東節 나는 동쪽지방에 부절(符節)을 지니고 왔다가,
七旬恣聊浪 칠순의 몸으로 마음껏 이리저리 돌아다니네.
厭運廣州甓 광주자사(廣州刺史)의 벽돌 나르기 실컷 하고,
嗜泛歐公舫 구양수(歐陽修)의 배 띄우는 것은 좋아한다.
井欄一葉飛 정자(井字) 모양 난간 속에 나뭇잎 하나가 날아들어,
爽氣生西嶂 상쾌한 기운이 서쪽 산봉우리에서 생겨난다.
乃十六之夜 바로 십육일 밤이라.
夜色彌晃亮 야색(夜色)이 두루 밝게 빛나는구나.
銀漢澈底淸 은하수는 밑바닥이 보일만큼 맑고,
氷輪抉雲上 차가운 달 구름 위를 뚫고 나오네.
於是狂興發 이에 미친 듯한 감흥[狂興]이 일어나니,
浩渺誠難當 그 넓고 아득함을 진실로 감당하기 어려워라.
長嘯而不足 길게 휘파람 불어보지만 그래도 부족하여,
抵掌仍孤唱 손뼉을 치면서 거듭 홀로 노래 부르네.
小艇眞戱耳 작은 배는 진실로 장난일 따름으로,
橫棹翠袖颺 비껴 놓은 노에 푸른 소매가 바람에 펄럭인다.
沿洄匝三島 물길 거슬러 올라 삼도(三島)를 도니,
翩欲指崑閬 나부끼면서 곤랑(崑閬)을 가리킨다.
松老有舊闋 소나무 아래에 사는 노옹에게는 옛날 곡조 있어,
聽之爲怊悵 이를 들으면 절로 서글퍼진다.
不醉亦何爲 취하지 않고 또 무얼 하겠다는 건가,
强飮佳景償 억지로 술을 마시며 아름다운 경치 감상하네.
樵仙今復在 초선(樵仙)이 지금 다시 살아난다면,
許我肩輩行 나와 나란히 배행(輩行)함을 허락하겠지.
碌碌浮世士 용렬한 뜬세상의 선비들이,
任他笑顔妄 마음껏 비웃도록 내버려두라.
夜久白露下 밤 깊어 맑은 이슬 내리고,
歸臥月在帳 돌아와 누우니 달빛은 장막 가까이 다가와 있네.
○ 이치중(李致中)
雨後微波靜 비 내린 후 잔잔한 물결마저 고요해지고,
幽塘繞檻圓 그윽한 연못은 난간을 둥글게 둘렀네.
丹燒鰲背夜 붉게 타오르는 자라 등위의 섬,
碁落鏡中天 바둑알 떨어지는 거울 속 하늘.
樹影風三島 나무 그림자에 바람 부는 삼도(三島),
櫓聲月一艇 노 젓는 소리 들리는 달밤에 조각배 한 척.
澄淸別世界 맑고 맑은 별세계에,
高臥老神仙 편히 드러누운 노신선(老神仙).
○ 남원평(南元平)
7월 기망(旣望)에 화방(畵舫) 타고 채약오(採藥塢)에 이르니 이날 밤 달빛이 매우 밝았다.
下樓攬明月 누각에서 내려가 밝은 달을 움키니,
瑤華滿空手 아름다운 꽃잎들이 빈손에 가득하네.
欲贈離居者 멀리 떠나 있는 사람에게 건네주고 싶어서,
花間佇立久 꽃나무 사이에서 한참 동안이나 서 있네.
新秋月色照欄干 첫가을 달빛이 난간을 비추니,
一道琉璃汎木蘭 유리알 같은 수면 위로 목란(木蘭)이 떴네.
遙憶廣寒淸爽甚 멀리 광한전(廣寒殿) 생각하니 매우 맑아져,
似聞仙珮戞珊珊 선패(仙佩)의 딸랑거리는 소리 들리는 것 같네.
○ 심승진
憑虛小檻絶纖埃 허공에 기댄 작은 난간 티끌 하나 없는데,
深影方塘一鑑開 그림자 짙은 연못에 거울 하나 열렸다.
粧點林皐移勝界 단장한 숲 언덕 아름다운 세계로 옮겨와,
排舖花席作高臺 꽃자리 펼쳐 높은 누대 만들었다.
怳若笙鶴雲間馭 선학이 구름 사이에서 수레 모는 듯 황홀해,
宜把瓊琚月下盃 달빛 아래 술잔 잡아야지.
別是神仙烟火裏 별도의 신선세계 속세에 있어,
始知人世亦蓬萊 비로소 인간세상 또한 봉래인 줄 알겠네.
○ 장시성
塘蓮十丈愛新叢 못의 연꽃 열 장 새로운 떨기 사랑스러워,
塵世遊人涉閬風 진세의 나그네 낭풍 건넌다.
瑤海蒼茫飛閣外 아름다운 바다 날 듯한 누각 밖에 아득하고.
仙山縹緲少塘中 신선의 산 작은 못 속에 아련하다.
淸遊太守登臨暇 맑은 놀이 즐기는 태수 틈내어 오르고,
乘興騷人醉醒同 흥 솟은 시인은 취하나 깨나 마찬가지.
靑鳥一雙今不至 파랑새 한 쌍 지금은 오지 않는데,
三宵圓夢十洲通 사흘 밤 꾼 꿈의 해몽 십주와 통한다.
[부평각(浮萍閣)]
○ 이명한(李明漢)
灼灼荷花獵獵蒲 활짝 핀 연꽃 하늘거리는 부들,
夜深風定月輪孤 밤 깊어 바람은 잦았는데 둥근 달만 외롭구나.
炎天幻出淸凉界 무덥던 날씨 변화되어 청량한 세계로 바뀌니,
別有人間造化爐 인간 세상에는 특별히 조화옹의 화로가 있구나.
浮萍閣小蓬萊 부평각은 작은 봉래산,
天光水影同徘徊 맑은 하늘빛이 물에 비추며 함께 오락가락하네.
摩訶衍躑躅杖 마하연의 철쭉 지팡이는,
萬二千峰前日回 일만 이천 봉우리에 이전과 같이 돌아오네.
沉沉樹陰靜 어둑어둑한 나무그늘은 고요하고,
艶艶荷花開 윤기 흐르는 연꽃은 활짝 피었네.
三更獨立發孤嘯 한밤중에 홀로 서서 쓸쓸히 휘파람부니,
一輪明月靑山來 둥글고 밝은 보름달이 푸른 산에 떠오르네.
○ 이정신(李正臣)
삼가 증조부 문정공(文靖公, 李明漢)의 운에 따라 짓다.
隰有楚原有萊 낮은 곳에 잡목 있고, 높은 곳에 묵은 밭 있어,
吾祖鋤荒此徘徊 우리 할아버지 황폐한 땅 일구며 이곳에서 배회하셨네.
鑿斯池刱斯閣 이 연못 파시고, 이 누각 지으셨으니,
於焉觴詠日幾回 그로부터 술잔 들고 시 읊으신 것 얼마나 되셨을고.
淸芬去已遠 맑은 향기 이미 멀리 사라져버려,
芰花空自開 마름 풀과 연꽃만 부질없이 스스로 피었네.
八十五年輸一夢 팔십 오년의 세월을 꿈 하나에 실어왔으니,
小孫今又按節來 어린 손자는 오늘 다시 관찰사 되어 왔다네.
○ 이시수(李時秀)
大蓬萊小蓬萊 큰 봉래 작은 봉래,
我家三世此徘徊 우리 집안 삼대가 이곳에서 배회하였네.
雙玉節十二欄 쌍(雙) 옥절(玉節) 열두 난간에,
靑山明月圓幾回 청산의 밝은 달은 몇 번이나 둥글었나.
萍水離還合 부들 든 물은 흩어졌다 다시 합치고,
芙蓉落又開 연꽃은 떨어졌다가 다시 피네.
數聲林鶯啼送人 숲속 꾀꼬리는 울며 길손 전송하고,
扁舟杳然歸去來 일엽편주는 아득히 귀거래(歸去來)하네.
○ 이민보(李敏輔)
浚池沼剔蒿萊 깊은 연못 속 쑥대를 베어내고,
人與舊月重徘徊 사람과 옛 달이 거듭하여 배회하네.
琴樽淸裘帶緩 거문고와 술통 맑아 갓옷과 끈은 느슨하게 풀고,
我祖當年詠幾回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그 당시 몇 번이나 시를 읊으셨나.
紅樓看復起 홍루(紅樓)에서 다시 일어나 보니,
白藕待新開 흰 연꽃 기다렸단 듯이 새로 피어나네.
輪奐一變風流盛 달빛이 일변하니 풍류가 왕성해지고,
按使通判同時來 안찰사(按察使)와 통판(通判)이 동시에 찾아오네.
○ 이태원(李太源)
然且疑洲與萊 그렇다고 생각하다가도 의아해지네, 영주와 봉래
使眞豈必遠徘徊 가령 진실이라면 어찌 반드시 멀리 가서 배회하리오.
烟火間雲水起 저녁노을 사이로 물안개가 자욱하게 일어나고,
塵緣乍滌仙緣回 세속 인연 속히 씻어내자 신선세계 인연 돌아오네.
環州佳處是 고을로 돌아오니 이곳은 아름다운 곳인데,
點沼妙觀開 연못을 점지하여 묘한 정경이 열렸네.
明月在天山在地 밝은 달은 하늘에 있고 아름다운 산은 땅에 있는데,
奕奕精神千古來 해맑은 정신은 천고 이래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네.
○ 남용익(南龍翼)
拓池塘剪草萊 연못을 넓히고 잡초를 베어내니,
詩仙於此曾徘徊 시선(詩仙)이 이곳에서 일찍이 배회하셨지.
詩仙去明月在 시선은 떠나가시고 밝은 달만 남았는데,
舊閣依然年幾回 옛 누각 의연히 몇 년이 되었나.
樽前笛聲動 술통 앞의 피리소리 울리고,
雪後山顔開 눈 내린 뒤 산은 우뚝하게 열려.
三盃喚月倚孤枕 석잔 술에 달 부르며 외로운 베개에 기대니,
夢慕詩仙乘鶴來 꿈속에서 사모하던 신선이 학 타고 오시기를 바라네.
○ 남치훈(南致薰)
閣浮萍島蓬萊 누각은 부평각 섬은 봉래도,
昔人按節閑徘徊 옛 사람 관찰사로 와서 한가롭게 배회하였지.
人已去閣猶存 사람은 이미 가버렸지만 누각은 오히려 남아 있어,
一年春色今復回 한 해마다 새로운 봄기운은 지금도 다시 돌아오네.
柳絮隨風飄 버들개지는 바람 따라 흩날리고,
桃花冒雨開 복숭아꽃 내리던 비 무릅쓰고 피었다.
神淸骨冷夜無眠 정신은 맑고 육신은 차디찬데 밤에 잠들지 못하고,
月下依然笙鶴來 달빛 아래 이전과 같이 생학(笙鶴) 날아오네.
○ 남이익(南履翼)
水有島象蓬萊 물에는 섬이 있어 봉래도 닮아,
小閣浮萍可徘徊 작은 누각인 부평각 배회할만하네.
地因人閣不杇 땅은 사람에 따라 그 품격이 결정되고, 누각은 불후의 존재이니,
今昔登臨閱幾回 옛날과 오늘에도 올라 몇 번이나 바라보았던가.
風流半刺遊 풍류는 반자(半刺)가 노닐고,
眉目一鑑開 미목(眉目)이 하나의 거울처럼 펼쳐졌네.
珍重墨香拚手澤 진중한 묵향 수택(手澤)에 묻어나니,
百餘年又後孫來 백여 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 후손이 또 왔네.
○ 조진굉(趙鎭宏)
登瀛洲上蓬來 영주에 올라가고 봉래에 오르니,
怳疑笙鶴同徘徊 아련히 생학(笙鶴)과 함께 배회하는 듯하네.
踈雨過遠山明 성긴 비 지나가자 먼 산은 밝은데,
翩翩白鳥雘飛廻 훨훨 나는 흰 새, 제비는 날아 돌아오네.
嫋嫋池柳垂 하늘하늘 드리운 못가의 버드나무,
涓涓海棠開 곱디곱게 피어있는 해당화.
試看浮萍時散聚 부평초 시시각각 모였다 흩어지는 것 보시게,
人似浮萍去又來 사람도 부평초처럼 오고가고 하지 아니한가.
○ 조최수(趙最壽)
창주(滄洲) 김익희(金益熙) 관찰사와의 별장(別章) 20수(首).
淸朝雅望屬明公 맑은 조정의 높은 명망 그대에게 속했는데,
按節如何出漢宮 관찰사로 어찌 궁궐을 나오셨나.
不是聖君踈汲直 성군(聖君)이 급직을 소홀히 대하신 것이 아니라,
也知句令合仙翁 명령이 선옹(仙翁)과 부합됨을 알겠노라.
經秋髮變金砂鼎 가을이 지나가니 머리카락은 금사정(金砂鼎)으로 변하고
戀闕心驚玉漏風 임금 그리워함에 마음이 놀라 물시계에 바람분다.
關外山川輸領略 관외(關外)의 산천은 대략 알고 있을 터니,
樽前請說嶺西東 술잔 앞에서 영서 영동에 대해 말해주길 청하네.
東巡海上自丹邱 동쪽으로 바다를 순행함은 단구에서 시작되니,
路盡淸虛有古樓 길이 청허(淸虛)에서 다하고 오래된 누각 있네.
巖下酒泉依舊在 바위 아래의 주천(酒泉)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越中山色至今愁 영월의 산색은 지금도 수심에 젖어 있네.
芳洲草綠春多雨 향기나는 물가엔 풀이 푸르고 봄비가 많이 내려,
絶峽江寒夜似秋 깊은 골짜기 물은 차가워 밤공기 가을같다네.
爲報明時賈太傅 좋은 시절 가태부(賈太傅)에게 보답코자,
伊來吾道轉悠悠 우리 도(道)에 온 이래 더욱 한가롭다네.
爛熳平原幾日遊 흐드러진 평원(平原)을 며칠 동안 유람하니,
百年豪風又滄洲 백 년 호기로운 기풍 역시 창주(滄洲)라네.
携筇雉嶽千尋壁 지팡이 짚고서 오른 치악산은 천길 절벽이고,
掛帆蟾江萬里流 돛단배 띄운 섬강(蟾江)은 만리(萬里)를 흘러가네.
舊迹浮萍餘小嶼 부평각 옛 모습은 작은 섬에 가득하고,
淸時新月滿高樓 맑은 날 초승달 높은 누각을 가득 비추네.
良宵錦瑟佳人興 맑은 밤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 여인의 흥취,
差慰孤臣去國愁 나라를 떠난 외로운 신하의 근심 빌어 위로하네.
蒼峰細路轉如環 창봉(蒼峰) 좁은 길은 환옥(環玉)처럼 돌아가고,
古驛蕭條草樹間 옛 역은 쓸쓸하게 초목(草木) 사이에 있네.
觀水我知濠上興 강물을 바라보며 나는 호상락(濠上樂)의 흥취 이해하고,
泛波人訝鏡中還 물결에 배 띄우니 거울 속에서 돌아올지 의아해하네.
山蟠鐵峽江聲壯 산은 험한 산골짜기에 서려 강물소리 웅장하고,
地入金城戰血斑 금성 땅에 들어서니 전쟁터의 핏자국이 얼룩져 있네.
試上北寬亭上望 북관정에 올라 높이 바라보시게,
日邊三角露靑鬟 햇살 끝 삼각산은 쪽머리 드러낼 터이니.
弱水三千路不遙 약수 삼천리 길도 멀지 않으니,
五臺山色引仙軺 오대산 산색은 신선의 수레를 끌어당기네.
依俙漢使抽金樻 한사(漢使)가 금궤(金樻)를 뽑듯 아련하고,
彷彿劉郞渡石橋 유랑(劉郞)이 돌다리를 건너가는 것과 비슷하네.
溪似武陵春作錦 시내는 무릉도원같아 봄날 비단 모습 빚어내고,
嶺疑緱氏夜聞簫 산마루는 구씨산인지 밤에 피리소리 들리네.
于筒一流泛天下 우통수(于筒水) 한 물줄기 천하를 흘러,
流到神京接海潮 서울에 이르렀다가 바다로 들어간다.
약수역(弱水驛)과 우통산(于筒山)에서 오대산(五臺山)으로 나온다.
春川形勝亦雄哉 춘천(春川)의 모습은 아름답고도 웅장하여,
故國荒城面水開 옛 나라 황성은 강물을 보고 열려있다.
山勢北連楓嶽去 산세는 북쪽으로 잇닿아 풍악으로 가고,
江流西擁漢京來 강물은 서쪽으로 감싸며 흘러 한양으로 흘러온다.
題詩蓬閣香生席 봉래각에서 시 지으니 자리에서 향기가 생기고,
吹笛仙樓月照盃 선루에서 피리 부니 달빛이 술잔을 비추네.
最是淸平遊賞後 가장 좋기로는 청평사에서 유람한 뒤,
滿船鼓歌夕陽廻 배 가득히 악기와 기생 싣고 석양에 돌아오는 일.
碧海東頭萬二峰 푸른 바다 동쪽엔 일만 이천 산봉우리,
半天晴揷白芙蓉 맑은 하늘 한복판에 흰 꽃이 꽂혔네.
香城露滴三淸月 향성(香城)에 이슬 떨어지는 삼청(三淸)의 달빛,
桂樹風傳五夜鍾 계수나무의 바람은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 전하네.
雲盡金坮翔老鶴 구름이 다 사라진 금대에 늙은 학 날려하고,
雷鳴玉洞鬪群龍 천둥소리 들려오는 옥동(玉洞)에 여러 용들이 싸운다.
尋眞却向靈源路 참됨 찾다가 도리어 영원(靈源)길로 향하니,
王子千年有舊蹤 왕자교(王子喬)에는 천년의 옛 발자취가 있다네.
日月峰高萬壑趍 일월봉(日月峰)은 높고 수많은 산골짜기는 길게 뻗어 있는데,
松蘿大小擁毗盧 크고 작은 송라봉(松蘿峯)은 비로봉(毗盧峯)을 감싸 안고 있네.
長安古刹餘金像 장안사(長安寺) 고찰에는 금불상(金佛像)이 남아있고,
眞歇荒坮見寶珠 황폐한 진헐대(眞歇臺)에서 보주(寶珠) 바라본다.
白馬北撑臨雪嶽 백마봉(白馬峰)은 북쪽에 버텨 설악산에 다다르고,
衆香西起壓蓬壺 중향성(衆香城)은 서쪽에서 일어나 봉호(蓬壺)를 내리누르네.
從知佛力深無量 이에 부처님의 힘이 깊고 무한하심을 알게 되었는데,
銅柱斜懸穴望孤 구리기둥은 외로운 혈망봉에 비스듬히 매달려 있다.
摩訶衍下望高前 마하연(摩訶衍) 아래와 망고대(望高臺) 앞에는,
內外山連石逕穿 금강산 내산과 외산이 연달아 돌길로 뚫려있네.
春入千年棲鳳草 봄에는 천년 서봉초(棲鳳草)로 들어가고,
雲生九壑臥龍淵 구름은 구학(九壑)에서 생겨 용연(龍淵)에 눕는다.
三淸笙鶴來眞界 삼청(三淸)의 생학(笙鶴)이 진계(眞界)로 날아왔으니,
七寶樓臺在半天 칠보(七寶)의 누대는 허공에 있다네.
更上絶頂窮遠目 다시 꼭대기에 올라 아득히 멀리 바라보니,
齊川依約點秋烟 모든 시내는 어렴풋이 가을 노을을 헤아리고 있다.
마하연(摩訶衍), 망고대(望高臺), 서봉초(棲鳳草)는 모두 금강산 내산(內山)에 있고, 용연(龍淵)은 외산(外山)에 있다.
佛頂高臨萬頃開 불정암(佛頂庵)이 높이 서고 만경(萬頃)은 열리는데,
百年秋色獨登臺 백년의 가을 경치 속에서 홀로 누대에 오르네.
閑斟法海靈金液 한가로이 법해(法海)에 술 따르니 금액(金液)이 신령스럽고,
遙勸仙人繡玉壺 아득히 신선에게 권하여 옥주전자에 수(繡) 놓았네.
初日浴從鰲背出 처음 태양이 뜨면서 물 위에 비치니 자라 등처럼 나오고,
晩風吹送鶴巢來 저녁바람은 산들산들 불어오니 학은 보금자리로 돌아오네.
銀河十二懸如練 열두 은하수는 마치 비단처럼 걸려 있고,
散作蓬山處處回 흩어졌다가 봉래산을 이루려고 도처에서 돌아온다.
불정(佛頂), 만경(萬頃)은 모두 금강산 외산에 있고, 그 아래에는 십이폭포(十二瀑布)가 있다.
踏盡仙山萬壑楓 신선 사는 산 다 밟으니 만학(萬壑)은 단풍이고,
飄然玉節下天東 바람에 옥절(玉節) 나부끼며 하늘 동쪽으로 내려왔네.
旌旗逈拂千峰日 정기(旌旗)는 아득히 멀리 천봉(千峰)의 햇살에 떨리고,
鼓角高吹大陸風 북과 피리소리는 높이 대륙의 바람을 부르네.
疏雨過來汀草綠 부슬비 지나가자 물가의 풀잎들이 푸르고,
白鷗飛處海棠紅 흰 물새가 날아다니는 곳에 해당화 붉게 피었네.
蓬萊餘興知猶在 봉래산에 여흥(餘興)이 아직 남아 있음을 아는데,
楡寺溪聲入夢中 유사(楡寺)의 계곡소리 꿈속으로 젖어든다.
유사(楡寺)는 곧 유점사(楡岾寺)이다.
三日仙遊弄彩毫 삼일포(三日浦)에 신선은 노닐며 붉은 붓으로 희롱했는데,
祥風吹捲赤霜袍 상서로운 바람이 불어 적상포(赤霜袍)를 휘감게 하네.
白雲人去留丹篆 흰 구름 타던 사람 사라지고 붉은 전서(篆書)만 남았는데,
明月亭空老碧桃 밝은 달 비치던 정자는 비어 벽도화(碧桃花)만 늙었어라.
鏡裏笞封香石古 거울 속의 향석(香石)은 오래되었는데,
天邊錦簇玉山高 하늘 저 끝의 금촉(錦簇) 옥산(玉山)은 높다.
蘭舟晩泛滄波濶 난주(蘭舟)를 저녁에 띄우니 푸른 파도 이는 바다가 넓고,
直欲翶翔駕巨鰲 곧바로 놀며 돌아다니려 거대한 자라 탔다네.
삼일포(三日浦)는 곧 사선(四仙)이 노닐던 곳으로 그 가운데에 단서(丹書) 및 매향비(埋香碑)가 있다.
海山歸路入鳴沙 해산정(海山亭)에서 돌아오는 길에 명사(鳴沙)로 들어가니,
鑑水花深羽客家 감수(鑑水, 鑑湖)에 꽃은 우거져 우객(羽客)의 집이라네.
峰接七星疑跨鶴 칠성정(七星亭)에 접한 봉우리 학이 넘는 듯 의심스럽고,
門連十島可乘槎 대문은 열개의 섬과 이어져 가히 뗏목을 탈 수 있다네.
春生洞口三珠樹 봄에는 동구(洞口)에 아름다운 세 그루 나무가 자라고,
日射鰲頭五彩霞 햇살이 비친 자라머리엔 오색찬란한 노을이 생겨난다.
試向飛來尋舊跡 시험 삼아 비래정(飛來亭)으로 향하여 옛 자취 살펴보니,
龍蛇大筆字橫斜 용사대필(龍蛇大筆)의 글자들이 가로로 비껴 쓰여 있네.
해산정(海山亭)은 곧 고성(高城)의 객관(客館)이며, 칠성정(七星亭)은 해산정 아래에 있고, 감호(鑑湖)에는 봉래(蓬萊) 양사언(楊士彦)의 비래정(飛來亭)이 있다.
仙遊潭草日芳菲 선유담(仙遊潭)의 풀은 햇살에 향기롭고 무성하니,
海上眞人去不歸 해상의 신선은 한번 가면 돌아올 줄 모르네.
淸磵亭前看蜃氣 청간정(淸磵亭) 앞 신기루 바라보고,
洛山樓外待朝暉 낙산사(洛山寺) 누각 밖에서 아침 해 떠오르기 기다리네.
棠花浥雨迷征旆 해당화는 비에 젖고 깃발은 물안개 속에서 갈 길 모르고,
雪浪翻風洒客衣 눈 같은 흰 거품 파도 바람결에 주객(酒客) 옷 적신다.
過盡永郞湖畔路 영랑호(永郞湖) 호반 길 다 지나가서,
蓬萊回首便依依 봉래산(蓬萊山)으로 머리 돌리나 차마 떠나지 못하네.
선유담(仙遊潭), 청간정(淸磵亭)은 모두 간성(杆城)에 있고, 낙산사(洛山寺)는 양양(襄陽)에 있다. 영랑호(永郞湖)를 지나면 곧 이곳이 풍악산(楓嶽山)이다.
鏡浦臺臨大海頭 경포대(鏡浦臺)는 큰 바다 앞쪽에 다다라 있고,
寒松丹竈至今留 한송정(寒松亭) 단조(丹竈)는 지금도 남아있네.
樽開錦席圍紅燭 술독 여니 비단자리에 붉은 촛불들이 둘러싸이고,
月照瑤潭放彩舟 달빛은 요담(瑤潭)을 비춰 채주(彩舟)를 띄우네.
世外不聞他淨界 속세 밖에서 또 다른 정계(淨界) 있다는 소문 듣지 못했는데,
人間自有此高樓 세상에서는 이때부터 고루(高樓)가 생겨났네.
驂鸞仙子歸何日 난새 수레 타고서 신선은 언제 돌아가려나,
老盡碧桃花欲秋 벽도(碧桃)는 다 늙어 꽃은 가을 되려하네.
한송정(寒松亭)에는 네 신선이 연단(煉丹)한 석조(石竈)가 있다. 양포(楊浦), 최전(崔澱이 지은 경포대라는 시에 말하길, “난새 수레 타고서 오늘 홀로 돌아오니, 벽도 꽃은 떨어지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自擬元龍百尺豪 스스로 원룡(元龍)의 백척(百尺) 호기인가 견주어보고,
竹西歌管醉揮毫 죽서루(竹西樓)에 울리는 노래와 피리소리에 취해 붓글씨를 쓰네.
簷前水接滄溟濶 처마 앞은 물과 맞닿아 푸른 바다 넓고,
檻外山連太白高 난간 밖은 산으로 이어져 태백산(太白山)이 높구나.
茯嶺天寒春見雪 백복령(白茯嶺)은 추워 봄에도 흰 눈 보이고,
羽溪風捲夜聞濤 우계현(羽溪縣)의 바람은 거세어 밤에도 파도소리 들리네.
秋來五十川如錦 가을이 온 오십천(五十川)은 비단 같은데,
帶月携酒泛小舫 달빛을 옆구리에 차고 술 들고 작은 배 띄운다.
죽서루(竹西樓), 태백산(太白山), 백복령(白茯嶺), 우계현(羽溪縣), 오십천(五十川) 등은 모두 삼척에 있다.
東行千里不知回 동쪽으로 가는 천리 길 돌아올 줄 모르다가,
汗漫眞遊轉壯哉 가다보니 진정한 유람은 웅장한 풍경으로 바뀌네.
落日褰帷鬱陵島 지는 해에 휘장을 들어 올리니 울릉도(鬱陵島)가 보이고,
淸秋建節召公臺 맑은 가을날에 깃발을 세우자 소공대(召公臺)가 보인다.
長鯨噴雪衝風起 큰 고래는 흰 물줄기 내뿜어 바람과 부딪치며 일어나고,
怒浪翻天蹴地來 분노한 파도는 하늘 뒤집고 땅 박차며 다가오네.
夜向望洋亭上望 밤에 망양정(望洋亭) 향했다가 위쪽을 바라보니,
玉蓮浮出彩雲開 옥 같은 연꽃 떠오르고 채색구름 열렸네.
소공대(召公臺) 위에서 울릉도(鬱陵島)가 바라보이고, 망양정(望洋亭) 앞에서는 일출(日出)이 보인다.
越松南去極天根 월송정(越松亭) 남쪽으로 가니 천근(天根) 끝이고,
玉節逶迤度石門 옥절(玉節)은 구불구불 에워 석문(石門)을 건너네.
回望紫宸空有夢 자신(紫宸, 宮闕) 돌아보니 부질없는 꿈일 뿐이고,
前臨漲海自鎖魂 물 넘치는 바다 앞에 다다르니 저절로 넋이 잠기네.
三春竹葉家家酒 봄철 석 달에 대나무 잎으로 집집마다 술 담그고,
十月梅花處處村 시월의 매화는 모든 마을에 피어난다.
別有禪菴閑世界 특별히 선암(禪菴) 있어 한가로운 별천지 세계 있으니,
烟霞眞似武陵源 노을은 참으로 무릉도원(武陵桃源)과 비슷하네.
월송정(越松亭), 석문(石門), 선암(禪菴)은 모두 평해(平海)에 있다.
叢石撑天冠兩頭 총석정(叢石亭)과 탱천굴(撐天窟) 둘은 유명한 명물인데,
東西勝景闢淸幽 동서(東西)로 승경은 맑고 그윽한 경지 펼치네.
丹砂穴幻黃金界 단사혈(丹砂穴)은 황금계(黃金界)를 빚어내고,
銀海波擎白玉樓 은빛 바다 파도는 백옥루(白玉樓)를 높이 치켜든다.
地下源通江萬里 지하수는 만 리를 흐르는 강물과 통하고,
松邊影老月千秋 소나무 곁의 그림자는 늙어 천추(千秋)의 달빛이네.
空中笙鶴閑來去 공중에는 생학(笙鶴)이 한가로이 오가고,
知是群仙取次遊 뭇 신선들이 이곳에서 노닐고 있음을 알겠네.
총석정(叢石亭)은 통천(通川)에 있다. 성류굴(聖留窟)은 일명 탱천굴(撑天窟)이라 하며 울진(蔚珍)에 있는데, 굴속에는 황금빛 두 탑이 있다. 총석정 앞에는 백옥(白玉)으로 된 네 개의 기둥 탑이 있고, 아래에는 장강(長江)이 있으며, 탑 곁에는 고송(孤松)이 자라고 있다.
回首仙區跡已陳 신선세계로 머리 돌려보니 그 자취는 이미 오래 되었는데,
祗今孤露自霑巾 다만 지금 외로운 이슬방울은 스스로 두건 적실뿐이다.
銀山玉海依俙夢 은빛 산과 옥빛 바다는 아련히 꿈결 같고,
紫陌紅塵潦倒身 자맥(紫陌, 서울)으로 가는 먼짓길에 육신 넘어지네.
明月更隨新建節 달은 밝아 다시금 새 관찰사 따르고,
白鷗應問舊遊人 흰 갈매기는 옛날 이곳에 놀았던 사람의 물음에 답하네.
何當布襪靑鞋去 베버선과 짚신으로 가는 것이 어찌 가당하겠냐만,
重躡淸都萬樹春 다시금 청도(淸都)에 이르니 만수(萬樹)는 봄이라네.
정관제(靜觀齊, 李端相) 선군(先君, 李明漢)께서 강원감사 때 모시고 왕래했기 때문에 이 시를 짓는다.
佳勝搜來嶺峽鄕 아름다운 경치를 산골짜기 마을로 더듬어 찾아오니,
斯亭誰着水中央 이 정자를 그 누가 물 가운데에 세워놓았는가.
盈盈止碧分溪派 넘실대는 지벽(止碧)은 시내 물결을 나누어주고,
面面臨虛引夏凉 제가끔 낮은 곳에 다다라 서늘한 여름을 이끌어내네.
高樓怳疑移畵舫 높은 누각은 아련히 화방(畵舫)을 옮겨놓은 것 같고,
回湍亦足放流觴 구비 도는 시내는 역시 술잔을 놓아두기 족하네.
賢孫繼志能修葺 어진 손자는 뜻을 계승하여 능히 고치고 지붕 이었으니,
丹雘重新菡萏香 단청을 거듭 새롭게 칠하니 연꽃은 향기롭네.
○ 홍기주(洪耆周)
水邊垂柳水中蒲 물가엔 수양버들 물속엔 부들
纔過虹橋小嶼孤 비로소 무지개다리 건너니 작은 섬 외로워라.
海寺遊僧來繪事 바닷가 절에 유람 온 스님 그림 그리는 일로 찾아오니
歲光時話二香爐 세광(歲光)과 시화(時話)는 두 향로라네.
重修棟宇煥新容 용마루와 지붕 다시금 고치니 새 모습으로 빛나고
鶴府雲烟繞閣濃 학부(鶴府, 官廳)의 구름 연기 누각을 짙게 둘렀네.
楣間珍重遺詩揭 처마 중간에는 귀중하게 남겨진 시 걸려있고
官妓猶知拂袖紅 관기(官妓)는 아직도 소매에 내려앉은 꽃잎들 부는 법 아네.
山光逼戶水涵欄 산색은 대문 쪽으로 다가오고 강물은 난간을 적시는데
裸體迎風亦覺寒 벌거벗고 알몸으로 바람 맞으니 쉬이 추위를 느끼네.
咫尺塵寰成別界 바로 곁에 있던 홍진세상도 별세계가 되니
日斜高樹淡忘還 높은 나무에 해 기울었어도 맑은 심정으로 돌아올 줄 잊었네.
爲訪名區穿葦蒲 명승을 찾기 위해 갈대와 부들 헤치고 가니
淸霄獨立小亭孤 맑은 밤에 홀로 작은 정자에 외로이 서있네.
爽氣冷風輸一枕 맑고 서늘한 바람이 베개 하나로 실려와
却忘庚熱似洪爐 거대한 난로 같은 삼복더위를 잊게 해주네.
有地人間自起樓 인간 세상에 땅이 있으면 저절로 누각이 세워지고
庾公當日興悠悠 유공(庾公)도 당시에는 흥취가 그윽하였네.
軒窓仍舊丹靑耀 추녀와 창문은 여전히 단청 빛이 눈부시고
應少黃岡十稔憂 황강(黃岡)의 십년 농사 근심도 적다고 하겠네.
鳳岑雉嶽護斯樓 봉잠산(鳳岑山)과 치악산(雉嶽山)이 이 누각 지켜주고
疎洫分通境轉幽 성긴 해자(垓字)는 경계를 나누어 그윽하게 옮겨졌네.
士民視若棠陰憩 사민(士民)은 해당화 그늘에서 쉬는 것을 보고 있고
百世猶傳李白洲 백세 이후에도 여전히 이백주(李白洲, 李明漢) 명성은 전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