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폭설(2008년 5월 작)

[예윤이]

10여전 동네의 아는 지인들간에 작은 호프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이런 저런 예기들을 주고받다 야구 연고지에 대한 예기들이 시작되었다.

본래가 난 야구나 축구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아니 둥근것으로 하는 운동엔 관심이 없다.

유식해서가 아니라 스포츠신문을 보느니 5대일간신문을 보고 드라마나 오락프로를 보느니 뉴스를 보았다.

5대일간신문도 스포츠가 나오며 뉴스에서도 스포츠는 나온다.

상세히 모를뿐 그 날 그 날에 스포츠는 다 꿰고 있다. 다만 열변을 토하여 예기할 군번은 아니기에 경청하는편이다.

현제 원주동부라는 걸출한 스포츠구단이 강원도에 생기기전엔 언제나 난 스초츠에 관한 벙어리이다.

올 해 우승한 원주동부 예기라면 모를까 어디 한 구석에도 낄 수 없는 처연한 강원인이다.

저마다 롯대며 해태며에 열변을 토하는 사이 난 언제쯤 농구예기가 나오나 궁금하지만 그 날도 오늘도 농구예기는 안나왔다.

지인들은 야구예기로 술집이 떠나갈듯 예기하다 고향예기로 접어 들었다.

모인 7명중 강원인은 오늘도 달랑 나 혼자다.

경상인 2명 전라인 4명 그 때나 지금이나 사람이 모인자리 강원인 찾기란 한강에서 김서방찾기이니..

매 듣고 또 듣는 경상전라이야기에 신물도 나지만 누구도 강원도 예기는 물어보지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짜증도 나고 취기도 오르고 욱하는 마음에 큰소리로 말하였다.

" 강원도 예기 좀 합시다. 지겨워 죽겠네 "

지인 1 말하길

" 감자바우 먼 할말이나있나 산골에 쳐박혀서 니들이 야구가 있나 축구가 있나 "

" 감자예기를 하든 눈 내린 예기를 하든 아무말이나 나도 예기 좀 합시다. "

오기도 생기고 하여 말은 뱉었는대 딱히 머 떠 오르는 말도 없고 준비된 예기도 없어 난감도 했지만 아무말이나 하고 싶었다.

" 내가 아주 어릴적에 형들이랑 산에 갔어요. 학교가기전인데요. 나물도 뜯고 두릅도 따고 아궁이 불 지필 나무도 구하고

5월이였는대 산에 갈 땐 멀쩡했는대 내려올 때 눈이 엄청 내리는거예요. 집에서도 한 2시간은 떨어진 산이라 집까지 가면서 눈이

쌓이기 시작하는대 난 어리니까 가다가 발이 잠기는거예요. 형이 등에 엎고 가는대 토끼 한마리가 눈 앞에서 도망가는겁니다.

형등에 엎힌 난 형에게 토끼를 잡아달라고 했죠. 형은 알았다며 토기를 쫓아갔어요. 강원도 사람들은 토끼 맨손으로도 잘 잡아요.

얼마 안되서 형은 토끼귀를 잡고서 웃으면서 오는겁니다. 저도 신이났죠. 산을 내려오는 길이 힘들긴 했어도 나무 좋은겁니다."

지인 2 말하길

" 야 강원도는 5월에도 눈이오나 신기하네 토끼는 어쨌나? "

지인 3 말을 가로채며

" 에이 거짓말 좀 하지마라 3월이면 꽃 피고 다 농사짓는대 5월에 먼 눈이 내리고 토기를 잡아 "

난 잔뜩 화가나서

" 형님 강원도는 다 그러진 않지만 일부지역은 5월에도 눈이 내리고 4월까진 산에 눈이 안 녹아요."

지인 2 말하길

" 야 소설쓰지 말고 할 말 없으면 술이나 쳐 먹어 감자바우들은 다 그렇나 "

난 더 화가나서 말하길

" 형님 강원도에 있는 형들이랑 큰어머니한테 확인해볼래요? 지금 당장 전화 걸어줄께요 "

지인 3 말리며

" 야야 됐어 됐어 눈 내렸던 안 내렸던 넘어가 개소리들 말고 "

난 정말 미칠것 같아

" 두고봐요 앞으로 사는 내 분명하게 말하는대 5월에 눈 내릴 날 있을겁니다. 그 때 봅시다. "

술을 먹어도 얼굴이 붉어지지 않는 나는 그 날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대면서 자료를 찾았다.

인터넷이 없던 보편화 되지 않던 시절 쉽게 그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그 후 지인들을 만나면 언제나 난 할 말이 없었고 그 사이에 해태는 또 우승했고 삼성은 인기 좋았다.

지인들은 허구헌날이 그예기이고 난 허구헌날의 그 자리가 짜증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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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만세 !!

복수의 날이 왔다. 아니 진실을그리고, 10년의 한을 풀을 기회가 왔다.

5월 13일 정확하게 내 고향인 강원도 평창에는 눈이 내렸다. 적설량 6센티미터에 서울이라면 폭설에 속할만큼에 눈이 내렸다.

나의 말에 진심과 말하고팠던 내 고향의 5월에 눈이 드디어 내렸다.

기상의 이변과 고온화로 눈이 적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말에 영원하게 안 내릴것만 같던 눈이 5월에도 내렸다.

10월에 시작해서 5월에도 내리는 강원도에 눈 ..

세상이 좋아져 그 날에 지인들중 3명을 술 한잔 사겠노라며 불러모아 동영상에 뉴스켑쳐가지해서 보여줬다.

거짓말쟁이와 소설을 쓴다며 무시한 나에 말과 그 날에 더 하지 못했던 나머지 하고팠던 말

다시 만나 하고 싶지 않았지만 딱 한 마디만했다.

그 날 토끼는 형과 누나와 함께 먹은 마지막 진수성찬이였다고,

왜일까 난 무어라고 붙잡고서 놓지 않고 오늘 이 이야기를 다시할까

짧은 눈시울에 붉어짐이 커질까 두려워 취기가 오르기전 인사를 하고 떠났다.

가슴에 다시 되뇌여보았다.

' 오늘 분명 5월에 눈이 내렸다. '

14살부터 세상앞에 홀로살았다. 스치는 인연들중 95%이상이 전라 경상 서울사람들인 틈바구니에서 소수국이라해야하나

외로운 싸움을 하였다. 진실임에도 목숨 걸어 밝히지 못했던 수많은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참 할 말이 많았는대...

이렇게 또 하루가 저물고 이 글을 쓰니 새벽이온다.

나와 같은 이가 언제인가 꼭 한 명은 더 있었으면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나와 같은 이는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도 나처럼 말 하지 못하고 묻어간 세월에 아픔. 부디 없었으면 하면서

그 날에 서러웠던 진실을 밝혀준 하늘에 감사한다.

5월 13일 강원도 평창에는 새하연 눈이 내렸다.

' 내 어머니의 무덤에도 그 눈이 내렸겠지 '

[1초검객(성동)]

음...잘보았습니다
어머니는 평생 마음의고향이지요
저는 나중에 바닷가근처에서 살 계획을 항상 갖고있습니다
감자 쪄먹으면서...

[예윤이]

바닷가에서 감자 이상적이네요 ^^

[세상참밝다]

예윤님 같이 마음에 묻어 둔 아픔이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오토산업에 몸담고 있지요, 초창기 퀵 일 하다가 국내 처음으로
스쿠터 수입하던 친구. 예전 HSRC 사장.
동업자 덕에 회사 팔고 지금 남양주에서 사업합니다.

양구에서 군생활해서 5월에도 눈 오는 걸 압니다^^

존경스럽네요

[예윤이]

밝다님 친구에 앞날에 무궁한 번창을 기원합니다. 양구라 멀리도 가셨네요. 그 고생 만봐도 보이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