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2일, 미국의 위스콘신에서는 핀란드 교육전문가를 초청하여 높은 교육적 성취를 보이는 핀란드의 교육개혁 사례를 위스콘신의 교육에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색하는 작은 컨퍼런스가 열렸다. NEA 지부인 위스콘신 주 교육연합회와 위스콘신-매디슨 교육대학의 초청으로 온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는 교육연합회와 교육대학, 입법부 및 전문기관 등에서 온 30여 명의 참석자들 앞에서 핀란드 학교의 높은 성취를 가능하게 했던 배경 등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했다. 한 때 핀란드 교사였던 파시는 핀란드 국가교육청과 세계은행을 거쳐 지금은 이탈리아 토리노에 있는 유럽연합 부설 유럽 훈련 재단(European Training Foundation)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가 교육청 전직 교육청장을 역임했던 까리 핏까넨(Kari Pitkänen)은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하나로 보스니아 헤르체코비나의 교육개혁을 지원하기 위해 사라예보에 파견되어 교육 훈련 팀을 이끌다가 지난 8월에 핀란드로 귀국하였다. 핀란드 지방자치단체연합회와 헬싱키 대학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핀란드 컨설팅 그룹(FCG)이라는 회사는 세계은행(World bank), 유럽 위원회(European Commission), 아시아 개발은행 또는 핀란드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터키, 베트남, 네팔, 타지키스탄 등 세계 여러 나라의 교육 개혁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인구 530만여 명에 불과한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가 지구촌 곳곳에서 교육개혁의 방향과 전략을 컨설팅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 등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외치면서 계량적인 수치에 초점을 맞추고 경제적 효율성 제고와 학업성취도 향상 등을 목표로 교육개혁을 밀어 붙여 온 세계의 많은 나라들에게 핀란드 교육은 중대한 도전이면서 벤치마킹의 대상이기도 하다. 교육이란 어떤 가치와 목적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학교와 교사들은 어떤 자세와 입장으로 교육에 임해야 하는지, 정부는 어떤 관점과 철학으로 교육정책을 세워야 하는지를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인간다운 사회라고 인정받는 북유럽형 복지국가 체제를 꾸준히 발전시켜 오면서, 2000년부터 시작된 PISA 연구 결과 계속해서 3회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적 성취를 보이고 있는 핀란드, 정보통신 기술 개발을 비롯하여 지식 정보 사회로의 변화를 앞장서서 선도하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경제력은 물론 각종 국제적인 지표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는 핀란드의 국력과 핀란드인의 저력 앞에서 세계는 놀라움과 감탄과 부러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핀란드의 교육이 어떤 토양 속에서 지금까지 발전해 왔는지, 핀란드의 교육이 그 효과성이나 성취도 면에서 성공적인 교육으로 인정받게 된 정책적, 철학적, 교육학적 배경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기로 한다.
2. 완벽에 가까운 사회보장과 무상교육 - 북유럽형 복지국가
핀란드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과 함께 스웨덴 모델 또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이라 불리는 북유럽형 복지모델을 가진 나라이다. 땅은 넓지만 숲과 호수가 많고 극지방에 접해 있어 매우 열악한 자연 조건 위에서 핀란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를 꽃피웠다. 핀란드식 교육 모델은 북유럽형 복지이라는 사회적인 토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복지병 운운하면서 북유럽 복지 모델의 가치를 폄하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의 복지는 미국이나 영국, 캐나다의 언론조차 부러워하는 시스템이다.
북유럽 복지국가는, 저소득층이나 소외 계층들만을 위한 시혜적인 복지 또는 소극적인 복지가 아니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모든 국민들에게 똑같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를 기본 원칙으로 한다. 북유럽 복지국가를 지탱하는 정신의 핵심은 연대의 정신이다.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돕고 의지할 때 더욱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누구나 갑작스런 사고나 자연재해 앞에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체 안에서 연대하고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정신 아래 핀란드에는 최소한의 생계보장ㆍ아동과 모성 보호ㆍ건강 보호ㆍ무상 교육ㆍ실업보호ㆍ노후 보장 등 복지의 그물망이 잘 완비되어 있다. 산전 산후 휴가ㆍ육아 휴직ㆍ병가와 연가 등은 물론 18세 이하 아동의 무상 외래진료ㆍ의료비 상한제ㆍ실업 수당ㆍ노령 연금 등은 모든 국민들을 질병과 사고 및 재해로부터 보호해 준다. 무엇보다도 복지국가 핀란드에서는, 직종에 따른 임금 격차가 크지 않고 누진 세제로 소득의 격차가 완화되며, 아동 수당ㆍ주택 수당 등 각종 수당을 통해 소득을 보전해주기 때문에 학력이나 학벌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물론, 위와 같은 모든 국민을 위한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예산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거두는 세금으로 충당된다. 2007년에 핀란드 국민들 1인당 세금 부담률은 43%(스웨덴 51.1%, 독일 34.7%, 캐나다 33.5%, 2006년 한국 26.8%, OECD 평균 36.2)로 상대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완전 무상교육 등 최고 수준의 복지국가로서의 핀란드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현재, 핀란드 국회의 의석 분포에서 사회민주당이 45석, 2개의 거대한 중도 우파 정당 의석이 101석임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주의적인 북유럽형 복지제도는 안정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핀란드’ 라는 나라 - 지리적, 역사적, 정치 경제적 배경
■ 지리적 배경 : 핀란드((Finland, 핀란드어로는 Suomi)는 북유럽 발트해 연안에 있는 공화국이다. 핀란드는 북위 60도에서 70도 사이에 위치하며, 국토 면적은 33만 8145㎢로 유럽에서 6번째로 넓다. 이 가운데 3/4이 숲이고 1/4은 북극권에 속하며, 190000여개의 호수가 국토의 10% 정도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으며 180000개 정도의 섬이 있다. 핀란드는 4계절이 뚜렷하며 춥고 긴 겨울과 따뜻한 여름이 특징이다. 핀란드 북단 북극권에 속하는 지역에서는 연간 73일 동안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계속되고 , 겨울에는 51일 동안 지평선 위로 해가 뜨지 않는 날이 계속되기도 한다.
■ 식민지 피지배, 국제기구 가입 : 핀란드는 13세기부터 1809년 까지 600년 가까이 스웨덴 왕국의 일부분으로 지배당했으며, 1809년부터는 러시아의 자치 대공국으로 지배를 받다가 러시아 혁명이라는 격동의 와중인 1917년 12월 6일에 독립을 선언하였다. 스웨덴이나 러시아는 핀란드를 억압하거나 수탈하지 않았으며 자치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였다. 1919년에는 현재와 같은 헌법을 제정하였고 핀란드 공화국으로 독립된 나라가 되었다. 1955년에 국제연합에 가입하고 1995년에 유럽연합에 가입하였다.
■ 인구와 언어 : 핀란드의 인구는 530만 명으로 인종적으로 상대적으로 매우 단일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수도 헬싱키에는 56만여 명이 거주하며 전체 인구의 2/3는 도시에 살고, 나머지는 농촌에 산다. 82.4%가 루터교를 믿는다. 외국인들은 전체 인구의 2%에 달하며, 러시아, 에스토니아, 스웨덴에서 온 이민자가 가장 많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어와 스웨덴어 2개의 언어가 공식 언어로 사용되는데 스웨덴어 사용 인구는 약 6 %정도이다. 1700명 정도의 라프족들은 모국어로 사미어를 사용한다.
■ 조세, 경제, 사회 : 핀란드의 통화는 유로이다. 2006년 현재 핀란드의 1인당 GDP는 40196.8달러이다. 핀란드는 조세 부담율이 44.3%로 스웨덴(50.5%), 덴마크(48.8%) 다음으로 높다. 핀란드 경제는 선진 산업경제로, 철강, 엔지니어링, 전자산업들이 총 수출액의 60%를 차지하며, 임산업에 20%를 차지함. 핀란드는 인터넷 사용에서 선도적인 나라이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07-2008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핀란드는 종합 6위에 올랐으며, 특히 기초교육 및 고등교육 경쟁력 및 연구기관 경쟁력에서 세계 1위로 평가되었다. 국제 투명성 기구가 평가하는 부패 지수에서 핀란드는 2007년에도 덴마크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1위의 반부패 국가로평가되었다.
■ 정치 구조 : 핀란드는 중앙 정부와 415개의 지방자치단체를 가진 다당제 의회 민주주의 공화국이다. 만 18세 이상의 핀란드 국민은 선거권을 가지며 정치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핀란드의 국가 수반은 공화국 대통령이며 6년마다 치러지는 보통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핀란드의 총리는 정부의 수반으로 실질적인 행정 집행 권한을 가지며, 최다 득표를 한 정당에서 총리를 추천한다. 입법 권한은 핀란드 의회가 가지며, 정부는 법률을 수정하거나 연장하는데 있어 제한된 권한만을 갖는다. 핀란드에는 헌법재판소가 없으며 헌법에 위배 여부는 국회에서 다수결로 결정하는 데, 이는 국회로 대표되는 국민의 의지에 법과 질서가 종속된다는 것을 뜻한다.
■ 대통령 : 대통령은 총리와 협의하여 외교와 국방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군 통수권을 갖는다. 대통령은 의회의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의회는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 사회민주당 출신인 현직 대통령인 Tarja Halonen은 여성으로, 2000년에 당선되어 6년 임기를 마친 후 2006년 선거에서 재선되었다.(2006년 선거에서 1차투표에서 46.3%, 결선투표에서 51.8%를 얻어 당선됨).
■ 의회 : 핀란드 의회는 단원제이며 4년마다 보통선거와 비례대표제를 통해서 선출되는 200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다. 2007년 4월 18일의 의회 선거 결과 정당별 의석과 득표율은, 중도당 51석(23.1%), 국민연합당 50석(22.3%), 사회민주당 45석(21.4%), 좌파동맹(17석(8.8%), 녹색동맹 15석(8.5%), 스웨덴 인민당 9석(4.6%), 기독민주당 7석(4.9%), 참핀란드인 5석(4.1%), 기타(올랜드 지방 대표), 1석(2.3%) 등이었다.
■ 내각 : 핀란드는 비례대표제를 실시해왔기 때문에 의회에서 1개 정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 역사가 단 한 번도 없었으며, 정부는 대부분 연립 내각이나 소수파 내각이다. Tarja Halonen 대통령은 2007년 4월 19일에 중도당의 Tarja Halonen를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핀란드 제70대 내각을 임명했다. 현재의 핀란드 내각 각료는 중도당과 국민연합당에서 각각 8명씩, 녹색동맹과 스웨덴 인민당에서 각 2명씩 총 2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 여성 참정권 : 핀란드는 1906년부터 보통선거의 비례대표제 형태를 취하는 국회개혁을 실시하고, 유럽 최초로 여성의 참정권을 인정했다. 여성인 현직 대통령 Tarja Halonen은 2000년에 이어 2006년에 재선되었으며, 2003년에 유럽에서 최초로 여성 총리가 임명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총선에서는 국회의 전체 200석 중 42%인 84석이 여성 의원들로 채워졌다. 뿐만 아니라, 2007년 총선 이후 구성된 현재의 내각에서는 20명의 각료 가운데 여성이 12명으로 최초로 여성 장관이 다수로 임명되었다. 여성의 사회 진출도 남성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 공공 부문 : 핀란드에는 공공부문에서 일하는 노동자 즉, 공무원이 매우 많다. 국가 공무원 12만 4천여 명, 지방자치단체에 고용된 사람이 43만여 명으로 공공부문에 고용된 사람 수가 전 국민의 10%를 넘는 55만 4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13만 명 가까이 되는 가장 많은 수가 건강 보건 분야 공무원이며, 교육공무원이 12만 3천여 명, 다음으로 사회복지 부문 공무원이 11만 여명으로 많다. 핀란드에서는 지금 중도 우파 연합이 의회를 지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공공부문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은 별로 없다. 공공부문이야말로 거대한 북유럽형 복지를 지탱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 노동조합 : 핀란드는 노동조합과 사회단체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핀란드는 전체 노동자의 74%인 210만 명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90%에 달한다. 노조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노동자 대부분이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에 체결하는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음을 뜻한다. 핀란드 노동조합은 기업별 노조가 아니라 산별노조의 형태를 띠고 있기 때문에 현직 노동자가 아닌 학생이나 실업자, 은퇴자들도 노조원이 될 수 있다.
■ 단체협약, 포괄적 임금 정책 협약 : 핀란드의 노동자들과 고용주들은 고도로 조직되어 있다. 모든 노동조합들은 해당 산업의 고용주를 대표하는 협상 파트너가 있다. 핀란드 노동시장의 이해 당사자 그룹의 조직과 그들 사이의 단체 협상은 핀란드 사회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핀란드에서 노동관련 단체협약은 중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는다. 노사 협상은 고도로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처럼 높은 수준의 조직들을 바탕으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개 2년에 한 번(의무적인 것은 아님) 노동조합과 고용주들과 정부 3자가 협상을 하여 ‘포괄적 임금 정책 협약’을 체결하게 되며 그 협약은 개별 산업의 노동조합과 고용주 연맹들 간의 단체교섭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 정부와 노동조합 고용주의 협력 : 핀란드 정부는 종종 사회정책이나 세금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이러한 중앙의 교섭 과정을 지원한다. 정부는 또한, 노동자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의 수정이 제안된 경우에는 항상 노동조합과 고용주들로부터 의견을 듣고 조언을 구한다. 예컨대, 근무 시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기 위한 어떤 제안이 제출된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노동조합과 고용주 대표들이 포함된 작업 그룹에서 심도 있는 협의를 하게 된다. 대개의 경우, 이런 종류의 작업 그룹들은 공동의 합의에 도달할 때까지 협상을 계속한다.
3. 복지국가 핀란드의 학교 제도
핀란드 헌법 제16조에는,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공공 권력은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능력과 특별한 필요에 따라서 교육 서비스를 받을 동등한 기회와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방해 받지 않고 자신들을 발달시킬 기회를 갖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국민의 교육권과 교육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헌법 정신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질 높은 공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핀란드에서 전반적인 의무교육 제도의 도입은 1921년에 법으로 제정되었으며, 1970년대 이전까지는 6년제 의무교육으로 초등 5학년 단계에서부터 취업과 진학을 조기에 구분하는 학교제도가 유지되었다. 그 후, 1970년대 들어 9년제 의무교육과 함께 초등 6년과 하급 중학교 3년을 합친 9년제 종합학교 제도가 시행되었다.
핀란드의 학교 제도는, 종합학교에 입학 전 1년 동안 다니는 취학전 교육, 만 7세 이후의 학생들이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다니는 종합학교에서의 기초교육(9학년까지는 의무 10학년은 선택), 직업교육과 일반 인문 교육으로 나눠지는 3년간의 고등학교 교육, 대학과 기술 전문학교에 의해서 제공되는 고등교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요로 하는 람은 누구나 모든 학교 수준에 해당되는 성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종합학교의 경우, 법정 수업일수는 연간 190일이며, 8월 중순에 학기를 시작하여 다음해 6월초에 끝난다. 학기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1년에 4~5학기제로 운영된다. 주5일제 수업을 기초로, 주당 19~30시간까지의 수업시간을 갖는데, 학생 개개인의 주당 수업시간은 연령과 선택과목 수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추가로 공휴일을 가질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도 학기와 수업일수는 다르지 않으며, 주5일제 기준으로 주당 30시간 전후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종합학교에서는 필수 과목과 선택 과목을 가르치는데, 필수과목은 모국어와 문학(핀란드어 또는 스웨덴어), 또 다른 모국어(스웨덴어 또는 핀란드어), 환경, 건강, 종교 도는 윤리, 역사, 사회,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리, 체육, 음악, 예술과 공예, 가정 등이며 선택과목은 지방자치단체와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진로 상담도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 국가교육청은 국가 교육과정에 핵심적인 교육과정과 지침을 규정함으로써 여러 교과목들의 교육 목적과 주요 내용을 결정한다. 국가교육과정에는 범교과적인 주제(cross curricular theme)들이 포함되는데,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시의성 있고 중요한 이슈들이 범교과적 주제로 선정된다.
유치원 또는 종합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취학전 교육의 목적은 기초학교 입학을 위한 학습을 위한 준비도를 높이고 가정 환경 등으로 인한 아동들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으로,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2006년 현재 98% 입학하고 있다. 2007년 현재 종합학교는 3,300개가 있으며, 10명 미만의 작은 학교도 있고 900명 이상의 큰 학교도 있다. 종합학교 저학년 과정(1-6학년)에서는 주로 대부분 학급담임으로부터 교육을 받으나, 고학년 과정(7-9학년)에서는 과목별 교사가 교육을 한다. 종합학교는 1~9학년이 함께 있는 학교도 있고, 1~6학년 또는 7~9학년만 있는 학교도 있다. 종합학교 7~9학년과 고등학교 1~3학년이 한 학교에 있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일반 고등학교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데 3년제 일반 고등학교를 마치면 대학 입학 자격시험(Matriculation examination)을 거쳐 대학교에 진학하거나 직업학교 진학, 또는 취업의 길을 선택한다. 직업 고등학교의 경우 현장 실습과 연계된 2~3년의 교과과정을 이수하게 되는데 졸업 후에는 취업을 하거나 직업 전문대학 또는 일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직업학교의 절반은 지방자치단체가, 1/3은 중앙정부가, 나머지는 민간이 운영하나, 직업학교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의 70~100%를 중앙정부가 부담한다.
고등교육은 대학과 직업 전문대학(Polytechnic)으로 구분되는데 대학들은 연구와 연구에 기초한 교육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직업 전문대학은 노동시장에 부응한 직업 교육을 제공한다. 일반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으로, 직업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폴리테크닉으로 진학하지만 통로는 서로 열려있다. 대개 3년 정도인 대학의 학사과정은 석사과정과 연계되는데, 3년간 120학점을 취득하면 학사학위를, 이어서 2~3년 동안 160~180학점을 취득하면 석사학위를 받는다. 석사 과정 이후에는 라이센스와 박사학위 과정이 있다. 직업 전문대학은 직업 분야에 대한 집중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학사 학위를 수여하며 수료기간은 3.5~4.5년인데, 이 과정에서 140~160학점을 취득한 후 대학으로 옮겨서 상위 학위(석사)를 취득할 수 있다.
4. 세계는 왜 핀란드 모델에 주목 하는가
핀란드는 OECD가 시행해 온 만 15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서 2000, 2003년에 이어 2006년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도를 보여주었다. 연속 세 차례에 걸쳐 세계 최고 수준의 성취도를 확인시켜주면서 핀란드의 성공적인 교육 시스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고, 2001년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교육자들이 핀란드 순례에 나서고 있다.
198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을 선두로 한 많은 나라에서 교육에서의 경쟁과 효율성ㆍ표준화된 평가를 통한 학업성취도 향상 등을 내세우며 신자유주의적인 교육개혁에 몰입하고 있을 때, 핀란드 교육자들과 정치인들은 확고한 교육적 원칙과 철학에 바탕을 둔 핀란드식 교육개혁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핀란드는 복지적 관점과 평등주의의 원칙을 확고히 고수하면서 학급당 학생 수 축소 등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하고 교육과정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확대하며, 교사들의 교육적 전문성을 강화시키면서 학교와 교사들의 자율성을 크게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최고 수준의 학업성취를 가능하게 하는 핀란드만의 독특한 학교교육 모형이 완성될 수 있었다.
오늘날, 핀란드의 성공한 교육개혁에 대해서 선진국을 자임하는 미국이나 영국은 물론 일본과 캐나다 등 많은 나라의 교육자와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학교교육 향상시키려면 학교와 교사들이 경쟁하도록 해야 하며, 그를 위해서 학생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시장경쟁의 개혁 논리를 신봉해온 정치인과 경제인, 교육정책 담당자들에게 핀란드 교육은 커다란 도전이자 이색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핀란드는 이제, OECD 국가들과 국제 사회를 향해서 시장의 원리나 경쟁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논리에 충실할 때에 비로소 개개인의 학업 성취도는 물론 국가적인 교육적 성취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인이 되었다.
한국 사회가 핀란드 교육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개개인들의 인간적인 발달과 공동체의 통합적인 발전을 위해서 학교 교육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국가 지도자들은 어떤 교육철학과 관점으로 국민들에게 보편적인 공교육을 제공해야 하는지, 교육 정책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입안되고 시행되어야 하는지, 학교와 교사들은 어떤 교육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교육에 임해야 하는지를 핀란드 교육을 통해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란드의 교육 성공에 주목하자고 할 때 어떤 이들은, 핀란드 사회가 우리나라와는 역사나 문화, 사회적인 맥락이 전혀 다르다는 이유로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거나 성급하게 부정적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교육개혁은 그 사회가 가진 조건이나 맥락 속에서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인간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나 교육이 갖는 보편적 특성이 나라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핀란드의 교육개혁 경험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가 핀란드 교육에서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보다도, ‘모든 학생들에게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겠다’는 공교육에 대한 관점과 철학이다. 핀란드 정부와 교육자들이 견지해온 철학과 가치와 원칙은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나라의 교육자들이 주장하고 실현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다만, 다른 나라에서는 그것들이 당위적인 희망사항에 머물렀음에 반해, 핀란드에서는 실천적인 노력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창조하여 전 세계에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이 큰 차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80년대 이후에 전교조를 비롯하여 많은 교육자들이 끊임없이 주장하고 요구하며 실현하고자 노력해 왔던 것이 바로 핀란드가 지금 실현하고 있는 그런 교육이었다.
다른 나라 교육과 달리 핀란드 교육만이 가진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인가? 무엇이 핀란드 교육을 그와 같은 성공으로 이끌었을까? 핀란드 교육모델의 뒤에는 어떤 교육학적 비밀이 숨겨져 있는가?
5. 핀란드 교육의 성공을 가능케 한 것 - 교육 철학과 원칙
핀란드 학생들의 학습은 학교와 교실 안에서 끝난다고 할 만큼 핀란드에서의 교육은, 보통 사람들의 정상적인 업무 시간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을 통해 완성된다고 볼 수 있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가정 형편이나 부모의 학력이나 직업으로 인해 학업 성취도에 차이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정규 교육과정 외에 별도의 학습을 할 필요가 없게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학교 안에서도 휴식시간이면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을 제외하고는 모두 밖으로 나가 뛰어 놀도록 한다. 몇 주 동안에 걸쳐 보고서를 써내는 숙제를 제외하고는 숙제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에 해 낼 수 있는 것들이다. 학습에 들이는 시간을 비교한다면, 하루중 학습에 투여하는 시간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핀란드 학생들이 학습하는 시간은 가장 적다. 핀란드 학생들은, 학교 공부가 끝나면 학교 내의 방과후 클럽이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스포츠 클럽, 문화센터나 아트센터 등에서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특기를 기른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비교할 때 공부하는 시간이 1/4에도 못 미칠 핀란드의 학생들이 그렇게 높은 학업 성취를 보일 수 있게 된 데는 어떤 배경이 있는 것일까? 핀란드의 교육 정책과 학교의 교육활동에서 확고하게 견지되고 있는 교육학적 원리는 어떤 것일까?
핀란드 교육자들의 견해와 필자가 연구자로서 탐색한 결과를 정리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1)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세금으로 모두에게 최상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1968년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교육이 추구해 온 핵심적인 목적은 나이나 거주지, 경제적인 형편, 성이나 모국어와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모든 국민은 차별 없이 질 높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그런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최상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만 6세 취학전 교육으로부터 대학원생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무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의무교육 단계인 7세부터 16세에 까지의 종합학교에서는 학습에 필요한 자료, 학교 급식, 보건과 진료, 상담, 심리 서비스 등 모든 것이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며, 집 가까이에 학교가 없어 5Km 이상의 거리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교통비도 제공해야 한다.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은 국가로부터의 학업지원금을 받으며 필요한 경우 생활비와 학자금 융자를 받아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핀란드에서 교육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담으로 구매해야 할 상품이 아니라, 핀란드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제공받고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다. 교육은 건전한 핀란드 시민을 육성하는 일이자, 핀란드 경제를 발전시킬 노동력을 기르는 길이며, 핀란드의 사회와 문화, 공동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관점이 바탕이 되어 있다.
2) 모든 교육은 통합교육(inclusive education)의 원칙에 따라 조직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학습 속도가 느린 학생은 물론 특수교육이 요구되는 장애를 가진 학생까지도 같은 학습 집단 안에 통합시킨 상태에서 교육을 해야 한다는 매우 확고한 교육 철학과 교육학적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을 위해서는 특수 교육적 관점에서 일시적으로 특별한 학습 기회를 주거나 보충 지도를 하는 일은 있지만, 학습 속도에 따라 수준을 나누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지방자치단체나 학교 또는 교사가 어떤 이유로든 학생들에게 차별적인 학습이 조장되도록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학교나 교사들은 교육의 과정에서 단 한 명의 학생이라도 소외되거나 배제됨이 없도록 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은 통합적인 학습 환경 속에서, 개개인이 가진 학습 요구에 맞게 개별화된(individualized)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배려해야 한다.
통합교육을 중시하는 배경에는, 학생들의 공동체 안에서 느끼는 인격적 자존감과 학습을 위한 흥미와 동기, 앞서는 학생과 뒤지는 학생간의 인격적 교류가 교수나 학습의 효율성보다 더욱 중요하다는 확고한 교육학적인 관점이 있다. 핀란드 정부가 1972년부터 종합학교(comprehensive) 제도를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1980년대 중반부터 능력에 따른 교육(이른바 수준별 교육)을 폐지한 것도 이런 통합교육의 원칙에 대한 충실하기 위한 것이었다.
3) 교사의 지성적 책무성을 신뢰하고, 교육 전문가로서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
오늘날 핀란드 교육성공의 핵심 요인은 유능하고 열정적인 교사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교사는 핀란드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직업 중의 하나이다. 교사들의 양식과 전문성을 신뢰하고, 교육자로서의 자존감과 전문적 자율성을 존중해 주며,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하도록 격려하고,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필요한 교육 여건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핀란드 교원정책이 핵심이다.
핀란드에서는 학교교육과 교과목별 교육 목표와 원칙은 정부가 정하지만,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교재를 선택하고 교수 방법을 결정할 책임과 권리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학교와 교사들이 갖는다. 정부는 교육과정 운영을 창조적이고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국가 수준의 어떠한 획일적인 표준도 강요하지 않는다.
어떤 참고 자료를 활용해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는 전적으로 교사들의 권한이며, 교사는 교육과정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창조적인 시도를 할 수 있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5~6년에 걸친 교사 양성 교육을 통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얻은 사람들이다. 핀란드의 교사들은 법률가나 의사에 못지않은 사회적 대우를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교수와 비슷한 수준의 사회적인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4) 타율적인 장학 감사가 아닌 자율과 자치를 위한 시스템이 학교와 교사의 책임을 담보한다.
핀란드의 교육 행정과 학교 운영, 교실 수업을 관통하며 작동하고 있는 것은 바로 ‘민주적인 소통과 자율과 자치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 단위 학교에 이르기까지 어떤 강압적인 지시나 명령 체계가 아니라, 국가적으로 합의된 교육 목표와 교육 과정을 실현시키기 위한 긴밀한 소통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율과 자치의 민주적인 원리가 작동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핀란드에도 오랜 동안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침을 제시하고 학교에서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확인하고 독려하는 관료주의적인 장학 감사 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이후에 교육청에 의한 장학 감사(inspection) 제도를 폐지하여, 학교와 교사의 자율성과 책무성에 기초한 학교 운영의 기틀을 확고히 하였다.
장학 감사가 폐지되고 교사들의 자율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교사들은 학생들의 효과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학업 성취를 높이기 위한 대안적이고 창조적인 교수 전략과 교수법, 교육학적인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의 표현대로 강요된 책무성이 아니라 지성적 책무성(intelligent responsibility)이 효과를 발휘하게 된 것이다.
장학감사가 폐지되면서 새로 도입된 시스템은 ‘학교 자율평가 제도(self evaluation plan)’이다. 이 새로운 시스템은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에스뽀 시 기초학교의 경우에는 3년에 한 번씩 학교 스스로 작성한 ‘학교 자율 평가서’(15~20쪽)를 지방자치단체 교육국에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아 필요한 경우 학교 구성원들이 발전계획을 만들어 제출하고 실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교 자율 평가 제도’는 일종의 설문조사 방식을 포함한 학교운영 평가, 교육 과정 평가, 교원 평가, 학교장 리더십 평가가 통합된 시스템으로, 에스뽀 시의 경우 △학교와 가정의 의사소통은 활발한가, △학부모ㆍ학생ㆍ교사의 학교운영과 교육활동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학생과 교사의 협력은 어떠한가, △교육과정 운영은 잘 되고 있는가, △우리가 좀 더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학교장의 리더십은 어떠한가? 등의 항목으로 자율적인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학교 자율평가를 통한 자치 시스템은 학교장과 교사들의 창의성과 책무성을 크게 높여주었고, 학교와 교육시스템 전체의 질 높은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
5)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학습할 수 있도록 학급 편성을 해야 한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비슷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을 따로 나누어 가르칠 때(homogeneous group) 학습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교육학적 가정을 인정하지 않으며,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mixed-ability group) 더 좋은 학습 효과를 거둔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핀란드 내부에서도 다양한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섞여 있을 때 성취도가 더 높다는 연구가 있었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PISA 연구 결과가 자신들의 교육학적 확신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주었다고 믿는다.
핀란드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동일한 학습 과제를 동시에 수행하면서 같은 속도로 학습해야 한다는 산업사회의 공장식 교육학적 가정을 부정한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이 동시에 교사의 강의를 들으면서 똑같은 내용을 같은 속도로 학습할 것을 강요하지 않는다. 문제를 풀거나 글을 쓸 때에도, 더 빨리 해 내는 학생이든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든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해내면 동일하게 능력을 인정해 준다.
그 대신 핀란드의 교육은, 모든 학생은 가정 환경이나 이전 경험의 차이에 따라서 학습의 속도가 다를 수 있고, 같은 나이의 학생들일지라도 관심과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핀란드에서는 그 대신 학생들 개개인이 가진 개별적인 특성이나 조건, 학습 욕구에 맞추어진 개별화 학습(individualized learning - 개인 맞춤형 학습)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며, 학생-교사-학부모 대화를 통해서 ‘개인별 학습 계획’(individeual learning plan)을 세워 개인별 필요에 맞춘 학습이 활성화되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6) 학습이 부진한 학생은 그 원인을 찾아내어 조기에 특수교육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핀란드의 학교를 방문해서 교사들에게 학습 속도가 빠르고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어떤 배려를 하는지 물으면 잘 하는 학생들이 더 잘하게 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은 하지 않으며, 교육과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학생이 있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특수교육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 더 많은 시간과 1.5배 이상의 예산을 들인다고 한다. 또, 특별한 장애를 가진 학생만이 아니라 학습이 부진한 정상 학생들에게도 특수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한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도 이해력이 높고 학습 속도가 빠른 학생들이 그런 특성을 살려 더 많은 것을 학습할 수 있도록 지도 조언을 해 주지만 그것은 일상적으로 해야 하는 당연한 교육활동의 하나일 뿐 이른바 영재성을 길러주기 위한 별도의 조치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특정 교과목에서 눈에 띄게 뛰어난 성취를 보이는 학생을 대학과 연결시켜 별도의 학습기회를 갖게 하기도 하고, 2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도 있게 하고 있지만 그다지 권장하지는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교과목 학습 이외에도 정신적 신체적 성숙과 사회적 발달을 위해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으며, 학업 성취가 빠르다고 그 많은 일들을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핀란드 교육자들은, 심각한 장애를 가진 경우가 아닌 대부분의 학생들은 교육과정 목표를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에게는, 가정에서 부모의 관심과 격려가 부족했거나, 학습에 필요한 기본 개념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부족하거나, 학습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지 못했거나, 공부하는 방법을 잘 모르고 있거나, 친구나 선생님과의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학급 규모가 너무 커서 교사의 배려가 부족하거나 , 어떤 이유가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은 정상적인 학습을 방해하는 그런 요인을 찾아내어 없애주고, 학생이 학습 동기를 갖고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7) 교육적인 관점과 철학을 바탕으로 범정파적 협력 속에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펼쳤다.
핀란드 교육이 오늘날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게 된 데는 여야 정당을 떠난 범 정파적인 합의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교육 체제로의 개혁이 본격화되었던 7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핀란드 교육정책의 특징은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정책이 요동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핀란드 교육개혁 정책의 산 증인이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온 사람은 1972년부터 1991년까지 핀란드 국가 교육청장을 맡았던 에르끼 아호(Erkki Aho)이다. 전직 교사이며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연구하기도 했던 에르끼 아호는 정권이 여러 번 바뀌었을 20년 동안 교육청장으로 있으면서 정치인과 교육자들을 설득하여 핀란드 교육의 오늘이 있게 한 핵심적인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에르끼 아호와 핀란드 교육자들은 교육이 지향할 가치와 철학과 원칙에 대한 일관된 입장과 비전을 견지하면서 종합학교 제도 도입, 교육과정 개혁, 고등학교 개혁, 교사교육의 혁신 등을 성공적으로 추진하였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경제학자들과 정치인들이 나서서 효율성과 경쟁 만능의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을 때 핀란드의 교육자들은 복지국가적인 교육개혁에 대한 신념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인들과 협력하여 지금의 핀란드 교육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에르끼 아호를 비롯한 핀란드 교육정책 담당자들은,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 한 사람이 보살필 수 있는 학생 수가 적정선을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교육학적 원칙으로 정치권을 설득하여 교사와 학생들에게 최적의 교수-학습 여건을 마련하는 데 투자하도록 하였다. 그 결과 핀란드 정부는 80년대부터 학급 규모를 축소하여 2002년 기준으로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학교(1~6학년) 15.5명, 중학교(7~9학년)는 10.6명, 고등학교는 16명 규모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에 우리나라는 교사 1인당 초등 31.4명, 중학교 20.7명, 고등학교는 16.5명이었다)
6. 핀란드 교육이 한국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
핀란드 교육을 살피다 보면, 핀란드가 지금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을 상대로 하나의 거대한 교육학적 실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자유주의니 반신자유주의니 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훌쩍 뛰어넘어선 교육제도, 인간교육의 철학과 공동체적 상생의 원리,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대의에 충실하면서 개인의 학습 선택권을 충실히 보장하고 기업의 요구나 국가 경쟁력의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는 21세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은 어떤 것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거대한 실험 말이다.
핀란드의 교육개혁 사례는 무엇보다도, 교육자들의 올바른 교육적인 관점과 철학이 합리적인 정치와 만날 때 교육개혁은 성공할 수 있으며,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과 원칙에 대해 교육계와 정치인과 시민사회 단체가 함께 하는 범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야 말로 성공적인 교육개혁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런 맥락에서, 핀란드 교육개혁 모델의 성공 요인을 살피면서 한국의 정치인과 교육행정가와 교육자들이 꼭 되새겨 보아야 할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1) 미래 사회에 절실히 필요한 능력은 창조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역량’이다. 정부나 교육감들은 탐욕과 이기심과 무한경쟁을 조장하는 시장 논리를 폐기하고, 철저한 교육의 논리, 소통과 협력의 논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철학과 원칙을 회복하지 않는 한 교육의 미래는 없다.
2) 대통령과 교육부, 시도 교육감,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모두에게 차별 없이 최상의 교육을 제공하도록 한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특히, 교사 1인당 적정한 학생 수를 유지하고 무상교육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책임을 다해야 한다.
3) 정부는 지금까지 교사들을 폄하하고 적대시해 왔던 부정적인 교원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그 대신, 모든 교사들이 교육자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교육적인 권위와 사명감을 가지고 창조적인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4) 탐욕과 부정과 황금만능주의를 조장하는 사회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지나친 임금 격차의 해소, 부정과 부패의 척결, 비정규직의 축소, 전근대적 학벌주의 철폐, 점수 만에 의한 능력 평가의 철폐 등은 교육개혁의 전제이자 필요조건이다.
5) 우수한 학생들만 모아 교육시키는 것은 인격 형성에도 실질적인 학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특성과 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자발적이고 자연스런 학습이 활발해질 수 있다. 학생들 스스로 공부할 과제와 속도를 선택하여 자발적으로 학습하게 하라.
6)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회는 새로운 교육학적 이론과 교수법을 요구한다. 교사들은 시대 흐름에 맞게 새로운 교육학적 이론과 실천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은 교사들의 전문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7) 창의적인 교육활동을 위해서 자율화와 다양화는 매우 필요하고 중요하다. 그러나, 진정한 자율화와 다양화는 확고한 민주화 위에서 가능해진다. 자율화와 다양화는 획일적인 교과서 제도의 유연화, 국가 교육과정의 간소화, 일제고사와 같은 획일적인 평가의 폐지, 객관식 선다형 평가의 폐지, 교사별 평가의 강화를 통해 가능해진다.
8) 교육은 더 이상 교사들만을 다그쳐서 정상화되거나 교사들만의 힘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교육을 되살리려면 이 땅의 학부모, 학생은 물론 사회단체, 정치인, 기업인, 문화예술인, 언론인 등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으고 교육의 미래를 위한 합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9) 교사들과 교육학자들은 교육계는 물론 사회 각 부문과 여야 정치권에 제안할 설득력 있는 교육개혁정책과 실행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경제 논리나 정치 논리를 넘어서 인간 존중과 교육적 배려에서 출발하면서도 시대적 사회적인 요구와 필요를 담아야 한다.
10) 우리 교육은 몇 가지 정책 수단을 통해 2~3년 만에 정상화될 수 없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안목을 가지고 한국 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 가야 할지에 대한 비전을 함께 만들고 그것을 실현시킬 일련의 정책 프로그램이 개발될 때 성공적인 교육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7. 희망의 미래를 위한 대화와 협력을 기대하며 …
핀란드 의회의 상임위원회중 하나인 미래위원회(위원장 마르야 요한나 티우라, Marja Johanna Tiura)에 따르면, 4년 임기의 핀란드 정부는 임기 중 적어도 1회 이상, 15년 후의 국가발전 방향과 트렌드를 예측한 국가미래보고서에 중장기 국정과제와 해결 방안을 담아 국회와 국민에게 보고해야 하며, 의회는 이를 검토하고 평가하여 좀 더 다듬어진 최종 보고서를 완성하도록 한다고 한다.
핀란드가 도입한 미래위원회와 국가미래보고서 제도처럼, 얽히고설킨 우리 교육문제도 눈앞의 현안에 대한 찬반 논란이나 온갖 이해관계들을 뛰어넘어, 10년이나 15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좀 더 ‘큰 논의’를 해 볼 수는 없을까?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허심탄회하게 둘러 앉아 각자의 요구와 저마다의 처방전을 털어놓고 조건 없이 얘기를 시작해볼 수는 없을까?
교사들과 교육전문가들이 교육개혁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초안을 잡고,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은 교육단체나 시민사회 단체들과 조율하고 의견을 반영하여 1차로 보완하고, 교과부 등 정부 당국자들이나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들, 시장 도지사와 시도의원들과 협의하여 가다듬고, 이 모든 과정에서 여야 정치인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조율하여 마침내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교육에 대한 큰 협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대립’과 ‘비난’과 ‘갈등’의 소모적인 역사를 청산하고 ‘대화’와 ‘소통’과 ‘협력’의 미학이 우리 교육의 희망찬 미래를 여는 데 힘을 발휘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
핀란드 교육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관건은 바로 핀란드 교육이 가야 할 큰 개혁의 방향과 원칙에 대해 핀란드 교육자들과 핀란드 국민들과 정치인들이 크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이라던 에르끼 아호. 핀란드에도 교육개혁에 대한 견해 차이와 그로 인한 갈등이 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커다란 공감과 합의를 만들어낸 것이 성공적인 개혁의 열쇠였다고 강조하던 에르끼 아호의 체험담처럼,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들도, 갖가지 이해관계와 입장 차이를 뛰어넘는 허심탄회한 대화와 통 큰 합의를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믿는다.
첨부 자료 ; 핀란드 교육에 대한 현지 교육자 인터뷰
Jouni Välijärvi / Jyväskylä University
요우니 봘리예르비 / 이베스킬레(Jyväskylä) 대학 교수
(Jyväskylä는 헬싱키 북쪽 270Km 지점, Jyväskylä시의 유명한 교사대학. 핀란드 PISA 주관)
1. 많은 나라에서 핀란드 교육 시스템의 우수한 교육 시스템을 ‘핀란드 모델’이라고 부르고 있다. 핀란드 모델의 교육이 갖는 핵심적인 특징은 무엇인가?
- 먼저, 기초학교의 1학년에서 9학년까지 과정에서 능력별 코스 개설이나 능력별 학급 편성을 하지 않는 것이다. 종합학교에서의 모두에게 공통된 기초교육을 하는 것, 모든 이 에게 똑같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 모든 학생들이 혼합능력 집단 안에서 함께 학습하는 것이다.
- 다음으로, 특수교육적인 요구나 학습 부진 문제를 가진 어린이들을 따로 분리시키지 않고, 이른 나이에 발견하여 정규 학습 활동의 한 부분으로 지원해 주는 것이다.
- 셋째로, 무료 급식과 건강 관리 등으로 학생들의 신체적인 안녕(복지)을 보살펴 주는 것이다.
2. 핀란드 모델의 교육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원리는 무엇인가?
- 뛰어난 학생보다 가장 약한 학생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의미에서의 평등과 형평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평등은 도시 학교나 농촌 학교 등 어떤 지역에서도 동등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과 어디서나 교육의 질은 동등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교사들이 기본적인 읽기와 수리 능력을 더욱 강조하게 되는 기초 단계에서 인지적인 학습에 다른 북유럽 나라들에 비해서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 정치적으로 : 1)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평등한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 학교와 지자체에 대한 예산 투자에서의 적극적인 차별(예를 들면, 외따로 떨어진 지역의 작은 학교가 다른 학교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 2) 초등학교 교사들까지 포함해서 교사교육이 대학 수준 이상으로 높아졌고 최소한 석사학위 이상이 요구됨.
3. 핀란드 모델의 교육이 가능해지게 된 중요한 요인들은 무엇인가?
- 일찍이 20세기 초부터 노동계급과 농촌 가정을 포함한 핀란드 전 사회가 교육에 높은 지위를 부여해 왔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교육에 투자하고, 평등을 핵심 가치로 강조하는 데 대한 매우 폭넓은 공감대와 기초교육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에 대에 대한(70년대의 종합학교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었다.
- 교육은 작은 나라가 성공하는 데는 교육이 유일한 수단이고, 우리는 잠재적인 재능을 잃어버릴 만큼 여유가 없으며, 우리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들이 가진 실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한다는 데 대한 폭넓은 이해가 존재해 왔다.
- 교직이 존경을 받아왔고 지금도 받고 있으며, 교사들은 자율적인 교육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4. 핀란드 교육의 역사에서, 핀란드 교육의 미래에 대한 대 협약이나 사회적 합의 같은 것이 있었는가?
- 다양한 유형의 학교를 모두를 위한 종합학교로 변화시키는 데는 폭넓은 정치적 의견교환이 있었다. 특히, 학문을 지향하는 학교 교사들의 노동조합에서 그런 변화에 대해 강하게 저항했지만, 결국은 무엇을 이루어내야 하는지에 대한 폭넓은 합의에 도달할 수 있었다.
5. 정당들 사이에 교육정책에 대한 큰 차이가 있을 때는 어떻게 그런 문제를 풀어 가는가? 큰 문제가 되기 전에 그런 유형의 대립이 해소하기 위한 어떤 시스템이나 절차가 있는가?
- 전통적으로 정당들의 프로그램 속에서 교육이 그렇게 큰 이슈는 아니었다. 교육적인 이슈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사회의 다른 부문에 비해서 매우 제한되어 있었다. 또한, 정치인들로 하여금 무엇이 교육을 위해서 좋은지를 이해시킬 수 있는 몇 사람의 매우 강력한 공무원들이 몇 있었다. 교육부 장관은 정당들이 선호하는 것 가운데 높은 위치에 있지 않았다.
6. 요즈음 핀란드 교육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정부나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이슈는?
- 청소년들의 사회적인 소외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 교육시스템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이것은 고등학교나 대학에 다니는 청소년들에게 직업관련 학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사람들이 남부 해안지방의 큰 도시로 이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높고 평등한 교육의 질을 보장할 것인가?
- 세금을 줄이라는 압력이 있고,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사회보장과 건강보호에 대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교육 시스템에 요구되는 비용들의 균형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7. 세계 최고 수준인 핀란드 교육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가 있었는가?
- 몇 가지 프로젝트가 있다. 96년에 시작된 교육부 차원의 프로젝트로 수학과 과학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LUMA 프로젝트가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학교 안에서 수학과 과학 과목의 위상을 높이고 교사들의 현직 연수에 예산을 투자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올리는 것이었다.
- 또한, 독서 경향에서 발견된 커다란 성별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남학생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가 프로젝트가 있었다.
- 현재 진행 중인 가장 큰 국가 프로젝트는 약한 사람에 대한 괴롭힘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8. 분권화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을 위해 필요하지만, 지역간 재정과 교육의 질에서 차이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핀란드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소하는가?
-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예산을 지원하는 적극적인 재정 차별 정책, 교육의 질을 유지하는 데 문제점을 안고 있는 학교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 교사들의 높은 사회적 지위와 근무 조건을 유지하는 데 충분할 만큼의 신규 교사를 충원하는 것 등이다.
9. 종합학교 마지막 학년인 9학년을 대상으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어떻게 치러지며, 그 결과는 어떻게 활용되는가?
- 국가교육청에 의한 전국적인 학습결과 평가는 대개 오직 종합학교 마지막 학년인 9학년에 대해서만 국가 수준 평가가 이루어진다. 평균 2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데 과목에 따라 다르다.
- 전문가 그룹, 국가 교육청과 학교 및 대학에서 온 사람들로 구성된 팀에서 문제를 만든다.
- 평가 결과의 활용과 관련해서는, 국가 수준에서는 교육과정을 교수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활용하고, 학교에서는 자기 학교와 다른 학교들의 결과를 비교하고 교육적인 실천을 발전시킨다.
10. 핀란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으며 거기에는 경쟁이 있다고 한다. 고등학교 수준에서 더 좋은 학교가 있고 좋지 않은 학교가 있다고 할 수 있는가?
- 결과를 생각한다면 학교들 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도심에 있는 학교가 지방이나 교외의 학교들보다 인기가 있는 것처럼, 경쟁이 있고 인기도에 큰 차이가 크다고 해서 그것이 교육의 질이 같은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런 학교들에 더해진 가치와 관련해서 그것이 교수법적의 영향이라거나 질이 높은지에 대한 실제적인 지표인가에 대해서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11. 만일 너무 많은 학생이 어떤 학교에 몰리면 어떻게 선발하는가?
- 그들은 먼저 지원한 순서에 따라, 종합학교 9학년 때 얻은 성적에 따라 선발된다.
씨르꾸 니까마-베르그 / 쇠께비껜 기초학교 교사
Sirkku Nikamaa-Berg / Sökövikens Skola 핀란드어 교사
(헬싱키 서쪽으로 19Km 지점의 에스뽀시에 있는 7~9학년이 다니는 종합학교 핀란드어 교사)
1. 교사로서 현재의 직업에 만족하는가? 만족한다면 그 이유는?
- 나는 교사로서 일하면서 참으로 행복하다. 내가 근무하는 쇠케비켄 기초학교의 교사들은 동기가 충만하고, 헌신적이며, 전문적이어서 서로 의지할 수 있다. 학생들이나 동료들이 관련된 경우에 사람들은 참으로 사려 깊어지고 기꺼이 서로 도와주려고 한다. 우리 모두는 모든 이들을 위해 더 좋은 학교를 창조하고자 한다. 우리는 우리의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와 지식을 소개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 갖가지 코스와 강좌에 출석하도록 격려 받고 있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교사로서의 직업에 만족한다.
2. 요즘에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특별히 어렵다고 생각되는 점은 무엇인가?
- 불행히도 요즘에는 점점 더 들떠있거나, 주의 집중하는 시간이 짧으며, 문제 행동을 보이고, 학습 부진을 겪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점점 더 특수 교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숫자가 많아져 가고 있다. 이러한 학생들과 가족들을 위해서는 저마다 서로 다른 방책들이 요구되는데 교사로서 충분히 도와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3. 학교장이나 부모, 학생들이 교사인 당신의 활동에 대해 평가하는 시스템이 있는가?
-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매년 설문지가 학부모들에게 보내지는 설문지가 있다. 그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응답이 이루어진다. 아울러 학생들로 하여금, 매 학기가 끝나고 나거나 학급에서 실행했던 여러 프로젝트들을 마치고 나면 자주 피드백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모든 교사들은 1년에 한 차례씩 교장과 함께 길게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와 같은 토론을 통해서 두 사람은 교사의 교육활동 중에서 성공적이었던 점에 대해서 그리고 프로젝트나 다른 일을 함에 있어 좀 더 개선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 깊숙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에 교사가 더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학교장이나 학교에 특별히 바라는 바나 요구사항을 이야기할 수도 있다.
4. 교사들은 자기가 가르치는 교과를 위해 교과서나 수업 교재를 선택할 수 있는가?
- 나는 내가 가르치는 그룹을 위해서 교재나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는 또한 같은 과목을 가르치는 동료 교사와 함께 토론하기도 하며, 가끔 서로의 교재를 빌려서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책을 바꾸기 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의 한도가 있다.
5. 당신의 업무량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는가?
- 교사의 업무량은 그룹의 학생수와 정해진 기산에 해야 할 수업 시간 수에 달려있다고 본다. 업무량은 때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이번 학기에 나는 내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물론, 교사들은 언제나 어떤 내용이나 자료에 충분히 만족하기 어렵기때문에, 코스나 수업을 좀 더 잘 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좀더 흥미롭고 상호작용적인 수업이나 프로젝트를 개발하기 위해 무한한 시간 동안 노력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6. 한 주일 동안 하는 업무량을 아래와 같은 구분에 따라서 기록한다면?
• 수업 : ( 22 )시간 hours
• 수업을 위한 연구와 준비 : ( 8 )시간
• 다른 동료들이나 학교장과의 회의 : ( 2 )시간
•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대화 상담 : ( 2 )시간
• 행정적인 업무(평가, 준비 등) : ( 2 )시간
• 기타 : ( 1 )시간 ------------------------------- 합계 ( 37 ) 시간 / 1주
- 한 주 동안의 평균적인 업무를 대략 아래와 같이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며 매주 다양한 형태의 일들이 있기 때문에 1주 동안의 업무 시간을 정형화할 수는 없다.
7. 교사로서의 전문적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 특별한 강좌를 듣거나 컨퍼런스에 참여하거나, 책 또는 비디오를 살 수 있다. 그럴 경우 누가 예산을 지출하는가?
- 대개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지출한다. 무엇에든지 교사들이 교육활동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자기 돈으로 지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8. 평소에 수업에 사용하는 수업 기술을 자주 쓰는 순서로 번호를 매긴다면?
• 교사 중심의 강의 ( 1 )
• 소집단 중심의 협동 학습 ( 2 )
• 학생들이 중심이 된 협력적인 워크숍 ( 4 )
• 학생들의 개별 학습 ( 3 )
• 그 밖에 다른 수업 방법 ( 5 )
- 이것은 물론 교과목이나 교사 개인의 교수 성향,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업하는 그룹에 따라 다르다. 어떤 학급들은 집단 활동이나 개별 학습을 하는 것을 좋아하고 잘 하는 반면에 다른 집단의 경우에는 좀 더 구조화된 접근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다.
9. 학생들의 학습 결과 즉, 학업 성취도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이어지는 한 학년은 5개의 주기(period-학기)로 나누어진다. 각 주기를 끝마치면 학생들은 ‘리포트 카드’(성적 통지표)를 받는다. 2개 주기에는 구술로 된 평가나 문자(A, B, C 등)로 표현된 ‘리포트 카드’를 받을 수 있고, 4개 주기에는 10에서 4까지(4는 ‘실패’ 등급)의 척도에 따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 마지막 주기인 5번째 주기 끝에 주어지는‘봄 리포트 카드’에는 반드시 10~4 척도의 평가가 기록되어야 한다. 평가할 때는 각의 주기를 지나오면서 진전된 학생들의 향상 정도, 시험 결과 그리고 수업 시간 동안의 활동이나 관심 정도 등이 요인들이 고려된다.
10. 교사가 더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 더 많은 자료나 예산을 요구할 경우, 지자체가 충분히 지원을 해 주는가?
- 내 생각으로는, 우리 지역의 학교들은 교수학습 자료나 시설 등이 상당히 잘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교재나 자료가 부족해서 수업 계획을 바꿀 필요는 없다. 물론, 어떤 것을 사거나 어떤 활동을 하려 할 때 쓸 수 있는 비용의 상한선은 없지만, 지금의 자원이나 재정지원으로도 좋은 성취 나 학습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모국어(핀란드어) 교사인 나로서는 새로운 청소년용 문학작품들을 학교에 더 많이 구입해 두고 학생들이 볼 수 있게 하고 싶다.
11. 핀란드 교육이 성공하는 데 가장 큰 힘은 유능하고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라고들 한다. 핀란드 교사들로 하여금 그토록 열성적으로 일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핀란드에서 교사라는 직업은 여전히 인기가 높고, 사람들이 교직의 참된 가치를 인정해 주고 있다. 우리는 교육이 지향하는 목적에 대해서, 그리고 학생들이 자라서 필요로 하게 될 능력이 무엇일지에 지속적으로 토론을 한다. 교직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서 변화되는 것이기 때문에 항상 좋은 아이디어를 보태고 개선해 갈 여지가 존재한다. 핀란드의 교사들에게는 끊임없이 새로운 교육 연수와 새로운 자료들이 제공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교사에게 자율권이 주어져 있다는 것이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12. 당신을 포함한 많은 교사들이 정부에게 원하는 최우선 순위의 정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 물론,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해야 할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교육에 대한 토론이나 언론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의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할 집단 편성이 필요하다는 점이 자주 제기된다. 그것은 결국 특수 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물론 일반 학생들도 좀 더 작은 규모의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큰 학급에는 21명의 학생들이 있다. 정보기술과 컴퓨터의 발달에 따라 좀 더 다양하게 교육을 조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오씨 아이라스꼬르삐 / 유반뿌이스똔 기초학교장
Ossi Airaskorpi / Juvanpuiston koulu 교장
(헬싱키 서쪽으로 19Km 지점의 에스뽀시에 있는 1~9학년이 다니는 종합학교)
1. 핀란드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교장이 될 수 있는가?
- 교장이 공석인 학교가 생기면 학교 행정 관련 학위를 가진 교사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장은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에서 행하는 여러 가지 인터뷰를 거쳐서 선발된다. 최근에는 임용 심사 과정 심리학적 평가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교장 임기는 제한이 없다.
2. 기초학교 교장으로서 책임져야 할 중요한 일들은 어떤 것인가?
- 주로, 교육과정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고 있는지, 모든 교사들이 적당량의 수업을 하고 있는지, 모든 학생들이 제대로 된 학습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지방당국은 학교장에게 학교에서 일정한 시간(우리 학교는 주당 1020 시간)을 교수학습 활동에 확보할 것을 요구한다. 교장은 또 교사를 채용하고, 대학 교육을 받거나 출산 휴가를 갈 교사를 대체할 교사를 채용할 책임을 진다. 학교 재정을 꾸리는 것도 큰 문제이다. 학교장은 매년 예산을 편성하고 어떻게 예산이 학생들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우리는 책과 종이와 화학약품과, 실험 도구와, 체육 도구 등을 우리 스스로 산다.
3. 당신의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가?
- 우리 학교의 운영위원회는 학부모 대표 5명, 교사 대표 1명, 학생대표 2명과 학교장 등 9명으로 구성되며 학교장이 서기 역할을 담당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있는 학부모 대표와 교사 대표는 4년에 한 번씩 있는 지방의회 선거가 있은 뒤에 선출되며 역시 4년 동안 운영위원으로 일한다. 학생 대표 2명은 해마다 선출된다. 학교 운영위원회는 1년에 4차례 회의를 가진다. 그들은 학교의 교육활동을 지휘하며 학교에 어떤 프로젝트가 시작되거나 변화가 있는 경우 학교운영위원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4. 학교운영위원회는 의사결정에 어떻게 참여하고, 학교에 협력하는가?
- 학교운영위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위치에 서는 경우도 있다. 올해 실행했으면 하는 좋은 아이디어가 교사들로부터 제안되는 경우 이 제안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되고, 학교운영위원들이 실행할 지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상 활동과 관련해서 그들은 협력적인 역할을 한다. 그들은 부모들로부터 정보를 듣고 학교장과 토론을 한 뒤 학부모들에게 피드백을 해주기도 한다. 그들은 학부모들과 교사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된다.
5. 일주일에 몇 시간 수업을 하는가? 교장이 수업을 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학교장의 수업량은 학교의 규모에 따라 1시간에서 11시간까지 다를 수 있다. 우리 학교는 큰 학교여서 나는 1주일에 한 시간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을 상담하고 조언해 주는 것이다. 작은 학교에서는 학교장이 보통 핀란드어 역사 수학 등을 가르친다. 수업을 하면서 학생을 접촉하는 것이 더 좋고, 교실에서 실제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알 수 있어서 좋다. 수업을 함으로 해서 학교장들이 이론에 치우치기보다 좀더 실제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6. 핀란드에도 교사들은 현직 연수를 어떻게 받고 있는가?
- 현직 연수는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교육청에서 조직하며, 큰 연수의 경우 대학에서 주관한다. 과정은 모든 교육 영역으로부터 구성된다. 그러나, 현직 연수는 의무적이지 않고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내가 보기에 교사들은 수업과 관련된 연구나 우리가 사용하는 교수 설비 등에 대해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를 원하는 것 같다.
7. 학습 부진 학생을 위한 ‘개인별 학습계획(individual learning plan)에 대해 설명해 달라.
- 개인별 학습계획은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나 학급 안의 다른 어린이들을 따라갈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개인별 학습계획을 세우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와 특수교사가 학생과 함께 의논하며, 교사와 학부모와 특수교사가 협의해서 단기간 동안에 학습해야 할 목표(과제)들을 정리하고 이것들을 기록한 뒤 함께 서명한다.
8. 핀란드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하는데, 특별한 영어교육 방법이 있는가?
- 우리는 영어 시간에 학생들을 작은 그룹으로 나누어 많은 토론을 하게 한다. 초보 단계에서 우리는 영어 학습 그룹을 10명 안팎으로 나누면, 모든 학생들이 말할 기회를 갖게 된다. 텔레비전도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외국 영화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자막을 넣기 때문에 학생들은 매일 같이 영어를 많이 듣게 된다. 교사들은 교과서 외에도 다양한 CD등 듣기 자료들을 수업에 활용한다. 우리는 교육 네트워크를 통해 컴퓨터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학생들이 개인별로 적당한 속도로 공부할 수 있어서 좋다.
8. 학교 자율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3년에 한 번씩, 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교사들의 임무는 얼마나 잘 수행되고 있는지, 학교의 학습 환경은 얼마나 좋은지, 학생들에 대한 동기부여는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묻는 설문지가 주어진다. 설문에 대한 응답 결과를 학교에서 분석해서 지방자치단체 교육국의 자문위원(컨설턴트)에게 보내어 판단하도록 한다. 자문위원은 우리가 가진 강점과 약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학교로 되돌려 준다. 그리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의 약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더욱 향상시킬 것인지에 대해 토의하고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설문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 경우에는 학교 차원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발전계획을 별도로 세워서 보고하고 실행해야 한다.
9. 학교와 가정, 교사와 부모 사이의 소통과 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 우리는 학부모회를 구성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을 활성화하고 있다. 학부모회는 학교에 대해 협력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학부모회원들은 방과후 활동(주로 sports club)이나 저녁 행사, 바자회나 알뜰시장 등을 조직하는 등 다양한 협력적인 활동을 한다. 교장인 나나 교사들에게 학부모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유익하다. 우리 학생들은 취학전 1년과 9학년까지를 포함해서 우리 학교에서 10년간 생활한다.
앗쏘 따이빨레 / 야르벤빠 고등학교장
Atso Taipale / Järvenpään lukio
(헬싱키 북쪽으로 39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 야르벤빠의 10-12학년이 다니는 고등학교)
1. 핀란드에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교장이 될 수 있는가?
- 요즘에는 교사가 교장이 되려면 대학들이 개설하는 ‘지도력 코스’에 참여해야 한다. 예전에는 새로운 교장들이 그 학교에서 부교장이나 팀장으로 일했거나, 학교 안에서 어떤 특별한 책임을 맡았던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교장 임용은 지방자치단체의 학교위원회에서 공모하여 임명된다. 요즘에는 새로운 교장이 다른 학교에서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2. 당신은 언제부터 교장으로 일했는가? 임기 제한은 있는가?
- 나는 1976년에 교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는데, 이 학교에서는 1980년부터 일해 왔다. 교장이 한 학교에서 10년이 넘게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핀란드에서도, 내 경력은 매우 긴 편이다. 예전에는 새로운 교장들은 대부분 50살이 넘은 사람들이었는데 요즘에는 더 젊은 교장인 경우가 많다. 임기 제한은 없고 은퇴할 때까지 교장으로 일한다.
3. 학교장이 져야 할 책무를 간단히 말한다면? 법적으로 또는 정부로부터 학교장이 꼭 지켜야 하는 원칙 같은 것이 있는가?
- 간단히 말하면 학교장은 학교가 교육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고 달성하였는지 확인하고 달성하도록 할 책임이 있다. 교육 목표는 학교법에 명시되어 있고, 학교와 지역의 교육과정을 준비할 때 준수해야 하는 국가 교육과정 지침이 있다. 학교장은 교사와 학교 직원을 채용하고 학교 예산에 대한 책임을 진다. 학교장들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조직 속에서 일하고 있으므로 학교 운영과 관련된 지자체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4. 지방자치단체의 학교 위원회에 대해서 말해 달라.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며 학교장과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 학교위원회는 4년에 한 번씩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시의회에 의해서 선임된다. 학교위원회와 시의회의 역할은 전략적인 리더십이며, 구체적인 학교의 운영은 지자체의 학교 행정가와 교장들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우리 지역의 학교위원회는 한 달에 한 번씩 모인다. 나는 우리 시의 모든 고등학교 교육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그 모임에 매번 참석한다. 내 역할은 조언하고 준비하는 것이며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5. 학교장이 수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당신은 몇 시간이나 하는가? 수업을 하지 않는 나라의 교장들과 비교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는가?
- 고등학교 교장들은 1주일에 최소한 4시간의 수업을 해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지역 학교위원회에서 특별한 책임을 맡고 있고 우리 학교가 핀란드에서 가장 큰 학교의 하나이기 때문에 1주일에 2시간의 수업만 담당한다. 내가 심리학 코스를 담당하기 때문에 나의 수업은 전체 5개 주기(period, 7주 동안 계속되는 학기) 중에서 1개 주기에만 조직되기 때문에 시간 활용하기가 좋다. 교장이 수업을 하는 데는 많은 장점이 있다고 본다. 나는 수업에 활용되는 기기나 청소년의 문화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내가 행정 업무만을 하는 것이 아닌 이런 직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10대 학생들과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수업이 있는 기간에는 너무 바빠서 밤이나 주말에 수업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6. 당신의 학교에서는 교사들을 위한 현직 연수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 모든 교사들은 매 학년도마다 연수를 위해 3일을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학교 차원에서 그리고 개별 교사들마다 연수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 그것을 준비한다. 종합학교의 경우 연수를 조직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 연수 계획을 세우는 일에 대해서는 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정보 기술 등에 대한 연수같이 큰 연수는 학교 차원에서 조직한다. 학교 밖에서 연수를 받은 교사는 자기 동료들을 연수시키고 지원한다. 학교 밖 연수는 대부분 대학에 의해서 조직된다. 교육과정이 개편될 때에 하는 학교 내 연수는 개인별 연수보다 몇몇 교사들이 학습팀을 구성해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8. 핀란드 학생들이 영어를 잘 하게 되는 데는 어떤 비결이 있는가?
- 핀란드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는 매우 쉽다. 왜냐면 그것이 실제로 우리의 제2 언어이자 젊은이들의 문화이고 통신 언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다른 언어를 배우려 하지 않고 있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요즘에 우리 교사들은 협력적인 교수법과 대화 중심 교수법을 많이 사용한다. 그 점이 우리 학생들이 외국인 방문객들과 영어로 소통을 잘 하는 이유이다. 우리 학교의 어학실에서는 우리가 가르치는 모든 언어로 된 인터넷과 텔레비전 채널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어학 실습실에서는 특히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영어를 개별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9. 학교마다 ‘자기 평가 계획(Self evaluation plan)’이 있다는데, 당신의 학교에서는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우리는 매년 자기 평가를 한다. 우리는 모든 팀들이 목표와 성공 기준을 설정할 수 있도록 연간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세워진 계획과 그것을 실행한 뒤에 쓰는 결과 보고서를 지자체에 제출하면 지자체 학교위원회(School board)가 승인한다. 국가 복지기관에서는 3년에 한 번씩 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큰 인터뷰를 한다. 그 인터뷰 결과에 따라서 우리는 발전(향상)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작년에 인터뷰 결과 우리는 우리 학교에 좀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 즉, 우리는 더 많은 학교 간호사와 심리학자와 상담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울라 히빠까 / 핀란드 교원노조 연수 담당
Ulla Hiipakka / OAJ(Opetusalan Ammattijärjestö)
1.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와 교원노조간의 파트너십은 어떤가?
- 핀란드에서 핀란드 시스템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둥이 높은 노동조합 조직률이다. 95%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핀란드 교원노동조합(OAJ)에 가입한다. 그렇게 높은 조직률과 함께 우리 교원노조의 매우 폭넓은 활동으로 인해 우리 조직은 높이 존중받고 인정받고 있다. 장관들은 물론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도 우리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현재 핀란드 의회의 국회의원 가운데 10% 정도는 교사 또는 교육자로서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2. 노동조합이 교육관련 정책 결정에 어떻게 참여하는가?
- 핀란드에서는 교섭하고 협력하는 강력한 전통이 있다. 피고용인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중요한 사회적 보장이나 입법은 고용주와 피고용자 그리고 핀란드 정부 3자 간의 협의 과정을 통해서 합의에 이른다.
3. 교육정책에 대해서 교원노조와 정부 간에 큰 견해 차이가 있을 때는 합의에 이르는 특별한 절차가 있는가?
- 교원노조는 중앙 차원에서 교육부 장관, 복지 보건부 장관, 국가교육청 등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활동하고 협력한다. 교육정책과 관련된 모든 실무 작업팀에 교원노조의 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지역 차원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교원노조 전문가들이 지방 정부나 정책결정자들과 관계하며 함께한다.
- 교육정책들이 수립되는 과정에 교원노조가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교원노조와 정부의 입장에 큰 차이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우리는 정책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한다.
4. 핀란드에서 매년 1월 20일 경에 개최되는 교육 박람회인 EDUCA에 대해서 답해달라.
4-1) 교육 박람회를 개최하는 중요한 목적은 무엇인가? ..
- EDUCA 박람회는 교육 부문의 전문적인 행사이다. 박람회의 중요한 목적은,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핀란드 전역의 모든 교사들과 교장들이 모여서 교육과 학교와 관련된 참신한 경험과 정보를 보고 들으며,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고, 서로 만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특히, 더 좋은 교육을 위해 학교나 교사들과 함께 협력하고자 하는 다양한 NGO들이 교사 및 육계 인사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이 행사는 방문하는 사람 모두가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질 높은 세미나를 제공한다. EDUCA 세미나는 현재의 교육과 학교에 대해 성찰하고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가지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해마다 대략10000명 이상(2008년에는 10,735 명)의 교육자들이 참여한다.
4-2) 교육박람회의 중요한 부분인 세미나의 프로그램은 어떻게 결정되고 조직되는가?
- 교육박람회 조직위원회에는 프로그램 위원회가 있다. 프로그램 위원회에는 세미나를 계획하는 데 관련되는 모든 조직에서 온 대표들이 참여하는 데, 1년에 4~5차례 모임을 갖고 세미나의 큰 윤곽을 그린다. 올 해에는 교원노조, 교육부, 국가교육청, 핀란드교장협의회, 교육자 단체(예를 들면, 핀란드 외국어 교사 연맹, 핀란드 수학ㆍ물리ㆍ화학ㆍ정보과학 교사협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핀란드 교원노조에서는 나 한사람이 참여했는데, 나는 강연의 연사를 결정하고 그들을 초대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나는 교원노조에서 이 일 외에 다른 일도 맡고 있다.
- 교원노조는 세미나에 관해서 박람회 전문 회사와 계약을 맺는다. 교원노조는 세미나를 조직하고 연사들을 초대하며 그들의 보수를 지급한다. 세미나 개최에 필요한 예산은 박람회 회사와 교원노조가 일정 부분씩 분담한다.
4-3) 언제부터 교원노조가 교육 박람회를 주관해 왔고, 전시할 기관은 어떻게 선정하는가?
- 핀란드 교원노조는 2004년부터 이 EDUCA 박람회 조직에 참여해 왔다. 박람회는 핀란드 박람회 전문 회사와 교원노조가 협력하여 조직한다. 두 기관은 교육축전의 전시와 훈련 프로그램에 대해 주관할 책임을 지고 있다.
- 교육박람회는 그 자체의 전시 위원회가 있으며 1년에 한 차례 회합을 갖는다. 그 위원회는 박람회 개최 방침에 대한 큰 방향과 틀을 결정한다. 전시위원회에는 교원노조, 교육부, 박람회 전문회사, 국가교육청 그리고 주요 교과서 출판사에서 온 대표들이 참여한다. 부스를 개설하고 전시할 단체를 조직하고 전시 공간을 판매하고 예약을 받는 것은 박람회 전문 회사에서 담당하며 그들은 거기에서 수익을 얻는다.
【2】새로운 교육을 위한 교육학 - 프레네 교육
1. 프레네 교육학과 프레네 교육운동의 역사
프레네 교육운동의 창안자인 셀레스땡 프레네(Celestin Freinet, 1896~1966)는 1986년 9월 16일에, 이탈리아 국경과 가까운 프랑스의 작은 마을인 가르스에서 태어났다. 상급학교 공부를 위한 학비를 대기가 어려웠던 프레네는 주니어 하이스쿨을 졸업하여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18살에 1차 세계 대전에 징집되어 3년 가까이 전선에 서야 했고, 전투 중에 폐에 부상을 입고 돌아와 한동안 1921년까지 긴 요양을 해야 했다.
프레네 교육과 프레네 운동을 낳은 토양은, 1차대전 이후 강하게 확산된 반전과 평화의 사상, 러시아 혁명 이후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갈구하는 사회적 배경, 자율과 자유를 강조하며 자율학교의 이념을 주창한 20세기 초의 신교육운동 등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토양 속에서, 프레네는, 혁명으로 인해 정치가 변한다고 교육이 곧 따라 변하는 것이 아니며, 혁명을 진정으로 완수하려면 교육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독특한 교육적 실천을 시작하게 되었다.
긴 요양 후에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의 시골학교에서 교직에 입문한 프레네는, 부상에 따른 장애로 인해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체제에 동화될 수 없었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프레네는 아동의 작업이 주가 되는 학습기술과 도구 및 방법을 개발하였다. ‘학교 인쇄 작업’(imprimerie à l'école), ‘자유로운 글쓰기’(texte libre), ‘편지쓰기’(correspondance scolaire), ‘학교신문’(journal scolaire), ‘자가수정 카드’(fichier autocorrectif), ‘작업 총서’(bibliothéque du travail)를 통한 자료 탐색, ‘작업 계획서’(plan du travail), ‘학급회의’(conseil de classe) 등이 그렇게 개발된 것들이다.
프레네는 1921년에 무정부주의적이고 투쟁적인 교원노조에 가담하여, 공산당과 연합된 반대그룹의 활동가로 활동하기도 하였고, 1927년에는 프랑스 공산당에 가담하였다. 프레네는 전통적인 공교육시스템을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는데, 자신의 아이디어를 매일매일의 학급 활동 속에 적용시켰기 때문에 그의 접근은 이론적이고 정치적일 뿐만 아니라 매우 실천적이었다.
1924년에 프레네는 ‘학습 인쇄 기술’(Learning Printing Technique)라는 수업기술을 도입하였다. ‘학습 인쇄’란, 학생들이 자기가 학급 안팎에서 겪은 모험이나 사건에 대해서 자유롭게 글을 써서 학급원들 앞에서 발표를 하면 학급원들 전체가 함께 읽으면서 토론하고 수정하고 다듬어 최종적으로 공동작업으로 인쇄까지 하는 방식이다. 프레네는 이것을 ‘자유로운 글쓰기’라고 명명하였는데, 이런 글들은 후에 학급 문집이나 학교 신문을 만드는 작업들과 결합되어 활용되게 된다.
1926년부터는, 그의 학급에서의 학습 결과물들, 특히 「학교 신문」을, 혁신적인 교육운동에 함께 하는 교사들이 운영하는 다른 초등학교 학급들과 정기적으로 교환하게 되었는데, 프레네는 이 방법을 ‘학교 통신(서신왕래)’ 이라고 명명하였다. 후에 이런 ‘학교 통신’이 널리 퍼지게 되어, ‘학습 인쇄기술’을 사용하는 교사들과 영화나 녹음기 등을 사용하기 시작한 교사들이 함께 모여들어, 1928년에는 ‘공공 교사 협동조합’(Coopérative de l'Enseignement Laïc, C.E.L.)을 만들었는데, 이 단체가 곧바로 ‘프레네 교육학’ 또는 ‘프레네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들은 1932년부터 ‘프롤레타리아 교육자’(L'Educateur Prolétarien)라는 잡지를 발간하였다.
1930년부터 ‘공립교사 협동조합’에서는, 전통적인 교과서들이 낡고 현실로부터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여, 학생들의 탐구 프로젝트들에 기반을 둔 소책자를 만들어 다른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 소책자의 모음은 ‘작업 총서’(Bibliothèque de Travail)라고 불렸고, 다른 문서나 파일이나 책들과 함께 ‘학급도서관’에 비치될 수 있었다.
그러나, 프레네는 역시 학생들이 그들 자신의 ‘현장 조사’와 탐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프레네의 학생들은 주기적으로 학급을 떠나 자연 환경과 자기 마을을 관찰하고 공부한 뒤, 학급으로 돌아와서는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문서로 인쇄하여 다른 학교의 파트너들에게 보냈다. 아동중심 학습과 자유로운 질문을 위한 이런 기회는 ‘작업 계획’(Plan de travail)에 따라 조직되는데, 학생들은 이런 작업계획들을 참고하여 자기의 일정 기간 동안의 학습 계획을 세우고 교사와 함께 토론하고 검토하여 보완한다.
‘공공 교사 협동조합’에서는 또, 문법, 스펠링, 수학, 지리, 역사 등의 기본적인 학습을 위한 수백 개의 활동지들인 ‘자기 수정 파일’을 고안해 냈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자기가 하고 싶을 때 개인적으로 이 파일들을 이용할 수 있다. 또, 학급활동에 대해 전반적인 조정하는 일이나, 학생 개인이나 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과 교사로 구성되는 ‘학급회의’(Réunion coopérative, Conseil)에서 정기적으로 토론을 통해 결정한다.
그러던 중, 지역교육 당국이 프레네의 교육 철학을 불온시 하여 다른 학구로 전보시키려고 했으나, 프레네는 강제 전보를 거부하고 공립학교 시스템을 떠났다. 그 후, 프레네는 1935년에 방스(Vence) 인근에 사립학교를 설립하여 자신의 기술을 적용하고 발전시켰다.
그러나, 1940년에 프레네는 정치적 선동을 했다는 이유로 지방 정부에 의해 수용소에 보내졌다가, 전쟁에서의 부상으로 건강이 악화되었다는 정상이 참작되어 석방되고, 알프스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 거기에서 1943년에 마침내 레지스탕스 운동과 합류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 중 그가 구금상태에 있는 동안 프레네는 교육학에 관한 그의 핵심적인 저작들을 집필하였는데, 가장 중요한 개념들은 다음과 같다.
○ 작업(노동, 일)의 교육학(Pédagogie du travail) : 학생들은 유용한 생산물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학습함
○ 협력적인 작업(Travail coopératif) : 생산적인 과정에서의 협력에 근거한
○ 탐구 중심 학습(Tâtonnement experimental) : 그룹(팀, 모둠) 작업을 포함하는 시행착오 방법
○ 자연적인 방법(Methode naturelle) : 귀납적이고 총체적인 접근에 근거한
○ 흥미 중심(Complexe d'intérêt) : 어린이들의 학습 흥미와 호기심에 근거한
프레네의 학교가 1945년에 다시 문을 열면서 그의 운동은 다시 부활하게 되며, 1947년 「현대 학교 협력 협회」(Institut Coopératif de l'Ecole Moderne - ICEM)를 설립하면서 정점에 이르는데, 그 기구의 역할은 교육학적 자원과 활동을 위한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공공 교사 협동조합」의 임무는 신문이나 보조 자료의 인쇄, 자기수정 파일, 작업 총서 등과 같은 실제적인 교육학적 자료들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제한되었다.
1950년과 1954년 사이에 프레네는 프랑스 공산당 지식인들로부터 강력한 공격을 받았다. 그들은 프레네가 △시대에 뒤떨어진 시골풍의 발상에 근거한 학교의 관념을 조장하고, △교사들의 역할을 경시하며, △내용보다 과정을 강조하고, △아동의 자발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과장하여, 부르조아 개인주의 원리를 강화시킨다고 비난했다.
달리 말하면, 공산주의자들은 프레네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학교생활의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처럼 고무시켜, 교사들의 마음에 환상을 키워준다고 비판했다.
오늘날 좀더 분석해보면, 이러한 갈등은 노동조합에 가입된 교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프레네 운동과 공산당 사이의 권력다툼이었다고 생각된다.
1960년대에 프레네는 주로 프로그램 학습에 그리고 그의 교육학을 중등학교 단계로 확산시키는 데 몰두했다. 그는 1966년에 운명하였고, 그가 태어났던 가르스의 작은 공동묘지에 묻혔다.
2. 프레네 교육의 불변요소(invariants pédagogiques)
셀레스탱 프레네는 1964년 “교육 불변 요소(Les invariants pédagogiques)”라는 제목의 매우 얇은 책자를 발간하였다. 그 책자에는 프레네가 35년간의 교사생활에서 정리한 30가지의 불변요소가 정리되어 있고, 각 요소마다 프레네 교육의 교사들이 프레네 교육의 기본 취지에 근접하게 실천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하도록 평가문항도 제시하고 있다.
30가지 불변요소는 프레네 교육을 누가 실천하는가에 관련 없이 어느 지역, 어느 교실이건 반드시 고려해야 할 조건으로 이 조건들을 만족할 만한 정도가 될 때, 프레네 교육을 성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자가 평가를 할 수 있다. 30가지 요소에는 프레네의 아동관, 교육관, 수업기술에 관한 기본적 입장이 나타나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아동의 본성
1) 아동은 성인과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2) 교사들이 크고 나이가 많다고 학생들 보다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학생들이 학교에서 취하는 행동은 그의 생리학적, 유기체적, 체질적인 상태에 따라 다르다.
□ 아동의 반응
4) 성인만큼이나 아동도 권위적인 명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5) 어느 누구도 외부의 규율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6) 어느 누구도 어떠한 작업에 구속되어 완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작업이 특별히 싫지 않더라도 구속되어 작업하는 것은 의욕을 더욱 상실하게 한다.
7) 아동은 유익하지 않은 것이더라도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8) 어느 누구도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기계적인 사고와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9) 작업의 동기가 필요하다.
10-1) 실생활과 관련 없는 학교만의 삶과 규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10-2) 사람은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실패의 경험은 생기와 열정을 억제하고 파괴한다.
10-3) 아동에게 자연스러운 것은 놀이가 아니라 작업이다.
□ 수업기술
11) 학교에서 본질적으로 수행하는 지식습득의 과정은 관찰, 설명, 시범이지만 프레네 교실은 가장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방법으로 실험적 모색(tâtonnement expérimental)이 있다.
12) 학교에서 많이 강조해왔던 기억을 통한 학습은 아동의 삶과 연관이 있을 때와 실험적 모색 과정에 통합되어 이루어질 때만 유효하고 소중하다.
13) 학습은 규칙과 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국어, 미술, 수학, 과학에서 규칙과 법을 연구하는 것은 소 앞에 쟁기를 놓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14) 지능은 개인의 생명력과 분리되어 닫혀진 채 기능하는 능력이 아니다.
15) 학교는 생생한 삶의 밖에서 기억력에 묶인 단어와 고정된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지능의 추상적인 형태만을 키운다.
16) 아동은 교사의 수업만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17) 아동은 삶의 연장에 있는 작업을 실행하는 데 피곤할 줄 모른다.
18) 아동이나 성인은 만인 앞에서 평가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시험이나 벌은 자신의 위엄성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 성적과 분류는 잘못된 것이다.
20) 말을 아껴야 한다.
21) 아동은 개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대집단의 작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에 협동적 공동체 속에서 개별 작업과 소집단 작업을 좋아한다.
22) 질서와 규율은 수업에서 필요하다.
23) 처벌은 항상 잘못된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치욕적인 것이며, 교사가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도 못한다.
24) 학교의 새로운 삶은 바로 학교 협동(coopération scolaire)이다. 학교 협동은 교사를 포함하여 모든 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학업의 관리 및 경영이다.
25) 교실의 학생수가 많으면 교육적 실수를 범하게 된다.
26) 단위 학교의 학생수가 많아지면 교사와 학생 간의 익명성이 높아진다. 이 역시 교육적 실수이자 장애이다.
27) 내일의 민주주의는 학교 내 민주주의 실천으로 가능해진다. 학교의 권위적인 체제는 민주시민의 양성에 위반될 수 있다.
28) 학교 개혁의 첫 번째 조건은 아동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 받는 아동은 자연스럽게 교사도 존중하게 된다.
29)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대립적 반응은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변함없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30) 위에서 언급한 이 모든 불변요소는 프레네 교육의 실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주며 결국에는 삶의 낙관적인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3. 프레네 교육학의 기본적인 방법적 원리들과 기술들
아동이나 젊은이들의 호기심과 작업 능력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을 자유롭게 발달시켜주는 것이 프레네 교육학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할 때, 교사들의 교수법이나 교육학적 접근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프레네 교육학의 기본적인 방법적 원리들과 관련해서는, 독일에서 프레네 교육과 관련된 연구를 오랫동안 해 온 잉그리트 디틀리히(Ingrid Dietrich)의 글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디틀리히는 프레네의 언어를 오늘의 어법에 맞게 이해하면서 그 근본 사상을 오늘날의 교육학적 논의에 연결지어 명제적 형식으로 나타냈는데, 여기에서는 감리교 신학대 송순재 교수의 논문에 인용된 개요를 살펴보기로 한다.
1) 프레네 교육학의 기본 명제
① 학생들은 자신들 나름대로의 학습과정과 그 발전 및 개성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이 점에서 특히 외국 아이들과 그들의 언어를 배려한다.
② 학습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경험하도록 한다. 반면에 이들을 서로 동일하게 만드는 것은 부패시키는 것이다.
③ 학습자는 자신의 학습 속도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④ 학습에서는 기쁨을 맛보아야 하고, 기쁨은 다시금 성취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⑤ 경쟁과 실패에 근거하는 선발(제)은 될 수 있는 대로 제거해야 한다.
⑥ 완결된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말고, 스스로 실험하게 하고 더듬어 가서 찾아내는 식의 학습과정이야말로 목표하는 바이다.
⑦ 이미 주어진 교재의 지식을 통한 교시(敎示)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자신의 비판적인 연구가 학생들의 사고와 관계되어야 한다.
⑧ 학생들은 그들 자신의 학습과정을 주도하고 조직한다(여기에는 개개인의 작업계획과 스스로를 수정할 수 있는 자료, 자유로운 본문작업 및 학습 진도에 대한 상대평가적 접근 등의 도움이 제공된다).
⑨ 학급모둠을 통한 학습은 공동책임 아래 협동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⑩ 갈등이 일어날 경우에는 학급위원회에서 자치적으로 해결한다.
2) 프레네 교육방법론의 기본 명제
① 모든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자유로운 표현
- 입으로 - 자유로운 본문 활동
- 형상으로 - 자유로운 그림 활동, 표시, 콜라쥬
- 몸으로 - 판토마임, 역할극, 춤, 그림 자극
- 음악으로 - 소리를 자유롭게 실험하기, 스스로 작곡하기, 모든 유(類)의 음악과 창조적인 교류
- 마음대로 고른 주제를 가지고 토론하고 논쟁하기
② 본문과 미디어 및 정보와 창조적으로 교류하기
- 자유로운 본문 활동, 시 등을 스스로 짓기
- 역사를 발견하기
- 역할극을 구상하고 함께 해보기
- 슬라이드 만들기
- 비디오 제작하기
- 문서 인쇄하기(모든 류의 인쇄된 것을 비신화화하기)
- 작업자료를 스스로 만들어 보기
③ 의사소통과 협동
- 학급위원회
- 학급 안에서의 협동작업
- 교류 학급과 만나기 위한 여행
- 학급 직책 수행하기
- 벽보신문
- 아침 모임
- 자유롭게 고른 작업 모둠
④ 학교 학습을 실제 환경으로 지향시키기 ― 학교와 삶 사이에 놓인 벽을 부수기
- 탐사
- 연구
- 프로젝트
- 학급교류
- 학업활동 결과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내기: 학급신문, 학급교류, 제안 을 위한 벽보, 벽보신문, 전시회, 보고서, 강연, 영화, 소리, 슬라이드, 몽타쥬
- 흥미 있는 사람을 학급에 초청하여 이야기하기
- 일상의 중요한 주제를 비판적으로 다루어 보기
- 컴퓨터, 전송기, 전화를 의사소통과 작업수단으로 활용하기
⑤ 학습을 스스로 조직하기
- 자유로운 학습
- 개인과 공동학습 계획
- 개별화된 학습기재
- 학습도서관과 생생한 자료수집(함)
⑥ 더듬어 찾아보는 식의 학습 / 자극을 불러일으키는 학습 환경을 조성하기
- 발견학습
- 실험
- 자연적인 방법
⑦ 실천을 통한 학습
- 작업실 안에서의 학습: 무얼 만들어 보고, 묘사해 보고, 생생하게 기록으로 체취하기 등
- 기술공학과 창조적으로 교류하기
⑧ 간문화적 학습
- 다양성과 차이를 받아들이기
-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
- 국제적인 안목에 대한 감각과 연대성
- 유럽 중심적 사고를 부수기
⑨ 선발 없는 학습
- 다양한 방식으로 성취 경험을 가능케 하기
- 개별적인 학습진도를 개개인에 따라 각기 평가하기
- 개인의 다양한 활동을 존중하기
4. 「현대 학교 헌장 - 프레네 교육학 강령, 2004년 11월」
프레네 교육 운동 관련 국제기구인 「현대학교운동국제연맹」은 1957년에 창설되어 오늘날까지 프레네 교육을 위한 국제 연대 활동을 해 오고 있다. 「현대학교운동국제연맹」은 프레네 교육의 지향점들을 집약한 헌장에 기반하여 활동한다. 이 헌장은 「현대학교운동국제연맹」에 참여하는 모든 나라 모든 그룹들을 위한 운동 강령과 같은 것으로 모든 프레네 운동의 출발점이다.
1950년에 「현대학교협력협회」(ICEM)에서 처음으로 채택되어, 1968년에 다시 확인된 「현대학교헌장」으로부터 발전된 이 헌장은, 프레네 관련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서 시대에 맞게 조금씩 다듬어지고 보완된다. 아래에 실린 헌장은 2004년에 11월에 채택된 헌장으로, FIMEM 홈페이지의 내용을 필자가 번역한 것이다.
1) 교육은 통제나 의존, 지식의 축적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발전과 성장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학교와 사회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발전과 성장을 보장하는 작업 방식, 자원, 조직 시스템, 생활 양식을 찾는다. 프레네의 작업과 우리 자신의 경험에 의해 지원을 받으면서 우리는 아동들과 어른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새로운 역할을 하게 될 교육자들에 미칠 우리의 영향력에 대해 확신한다.
2) 우리는 어떤 교조주의(indoctrination)도 반대한다.
우리는 우리가 교육하는 아동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미리 단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동들을, 가능한 최선의 방법으로 그들의 발전을 보장해 주게 될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준비시킬 뿐, 오늘날의 세상에 공헌하거나 지속시키기 위해 아동들을 준비시키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정신에 미리 정의된 도그마들을 만드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는 우리의 학생들이, 전쟁과 인종주의와 성차별과 차별과 착취가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의식 있고 책임 있는 어른들로 만드는 데 전념한다.
3) 우리는 교육이, 그것을 규정짓는 거대한 정치나 사회의 경향과 분리되어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교육은 사회 변혁을 위해서 절대 필요한 요소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배경, 부모와 어린이들의 생활과 일의 형편 등은 젊은 세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육자들에게, 부모들에게 그리고 학교와 함께 뭔가 하려는 모든 사람들에게 우리는, 공교육이 그 탁월한 교육학적 과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의 입장에 선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투쟁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모든 프레네 일꾼들은, 교육에의 요구가 행복과 문화와 평화의 추구라는 거대한 인간적인 열망과 결합될 수 있도록, 그들 자신의 이데올로기적, 철학적, 정치적인 선호에 따라 행동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을 포함한) 모든 삶의 영역을 세계적인 시장에 개방하도록 하는 현실의 흐름을 고려하여, FIMEM은 모든 사람들에게 제한이 없는 교육의 권리를 허용하고, 평화와 관용을 위한 교육을 위해서 버팀목이 되며, 인종주의와 차별과 착취에 반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그룹들과 함께 정치적으로 반응해야(react) 한다.
4) 미래의 학교는 일(작업)하는 학교가 될 것이다.
그룹들에 의해서 자유롭게 선택되어 책임지고 실행되는 창조적인 작업은 사람을 교육하는 기본원리이다. 그것은 우리에게 어린이들의 잠재적인 능력을 실현하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지금은, 학교가 사회적인 환경으로부터 제멋대로 분리되어 있지만, 작업과 책임을 통해서 사회적인 환경 속으로 나와 통합될 것이다.
5)학교에서 목적은 아동에게 있다. 아동은 우리의 도움을 얻어 자기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형성한다.
모든 아동들의 정신과 노력과 욕구에 대한 지식을 갖고, 그 지식에 근거하여 우리의 교육학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프레네 교육학”은 정신적이고 교육학적인 회복의 효과를 가진다. 왜냐하면 프레네 교육학은 자유로운 표현과 자연적인 방법들에 의존하고 있고, 자연그대로의 생생하고 문화적인 교육을 하는 데 도움이 될 자료와 기술이 어우러진 환경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6) 운동을 하는데 있어서 협력에 의해서 학교를 현대화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프레네 운동에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자 하는 어떤 교조적 원리나 제도도 없다. 도리어 우리는 우리의 운동 안에서 활동적인 모든 부문을 위해서 아이디어와 탐구와 경험들과 끊임없이 만나도록 조직한다. 우리는 우리의 교육학적 운동이, 집단적인 경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원리들 - 건설적인 노동, 꾸밈없는 말하기, 공동체와 일치하는 자유로운 활동들, 모두가 동의하는 규율과 함께 그룹 속에서 작업(일)을 선택할 자유 등 - 에 의해 생명력을 갖도록 한다.
7)“프레네 교육학”은 예외 없이 모든 학습자들을 위한 교육학이다.
시작할 때부터 “프레네 교육학”은 항상 (세속적인 관념에서) 공립학교의 교육학적인 회생의 운동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사립학교에서 일하면서 우리의 운동을 함께 하는 많은 사람들도 우리의 연맹에 통합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혈통, 성, 문화, 부모의 약점이나 경제적 능력 등에 의해 학교가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8)우리의 학교혁신 운동은 우정의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같은 방향으로 노력하는 조직들과 협력하고자 한다.
공립학교를 위한 일을 되도록 더 잘 하기 위해서, 그리고 교육의 현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우리는 같은 투쟁에 관계하고 있는 모든 인본주의적인 조직들과, 서로 독립적인 가운데, 성실하고 실제적으로 협력하고자 한다.
9)행정(경영)과의 관계
우리는 우리의 작업 그룹 속에서, 교사양성 대학에서, 지역이나 국가 수준의 실천적인 강의에서 교육학적 혁신에 관한 경험을 동료들에게 기꺼이 나누어주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운동이 요구하는 협력적인 작업방식처럼 도움과 비판에 의해 우리의 자유가 지켜지기를 바란다.
10)“프레네 교육학”은 본질적으로 국제적이다.
교육자이자 교사로서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는 우리의 학급/그룹 속에서 우리의 아동들, 학생들과 함께 일한다. 그러나 이 일은 종교적이고 지역적이고 국가적이고 국제적인 그룹들로 조직되어 있을 때에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FIMEM은 국가적인(아니 오히려 지역적인) 프레네운동의 연합체로서, 시민권과 평화와 관용과 자기 책무성을 키우는 교육을 위한 투쟁의 과정에서 절대 필요한 것이다.
【3】 일본 ; ‘배움의 공동체’ 학교
I. ‘배움의 공동체’에 대한 이론적 검토
공동체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개혁은 교육의 공공성을 근본원리로 하여 이질적인 사람들의 공동체가 서로 교류하며 만나는 공공공간에서 학교교육의 성립기반을 찾는 것이며 민주주의의 발전에 공헌하는 실천적, 문화적 공동체의 구축을 학교교육의 목적이자 사명으로 규정한다(Giroux, 1988). 그리고 공동체원리에 따른 개혁은 학교를 지역 문화와 교육의 중심으로 구상하고 아이들이 서로 배우는 공동체, 교사가 전문가로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 지역 주민들이 이질적인 문화를 서로 교류하는 공동체로 재구축하는 개혁을 의미한다(Sergiovanni, 1994). 이것이 바로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의 재구축인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배움의 공동체’는 학교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핵심적인 원리로 도쿄대학교의 사토마나부(佐藤學)교수에 의해 주창되어 학교개혁을 위한 실천적인 개념으로 정착되어 있다. 사토마나부는 ‘배움의 공동체’의 구축을 “학교교육의 활동을 사람들(학생, 교사, 학부모, 교육행정 담당자)의 연대를 기초로 구성되는 실천으로 전환하고, 학교라는 장소를 사람들이 공동으로 서로 배우고 성장하며 연대하는 공공적인 공간으로 재구축”하는 개혁으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9년 만에 제도권내의 20%가 넘는 공립소학교와 4년 만에 10%에 달하는 공립중학교와 2005년부터는 5%에 해당하는 고등학교가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로 개혁해 가고 있다.
먼저, 배움의 공동체 구축을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과제를 사토마나부의 이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실에서의 배움을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공동체적인 실천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특히 개인주의적인 배움을 공동체적인 배움으로 전환하는 일이 핵심적인 과제이다. 이를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다양한 개성을 출발점으로 하는 활동적인 배움과 그 다양한 배움의 交感을 실현하는 협동적인 배움을 교실에서 보장하며, 거기에서 전개되는 배움이 학교내외의 다양한 문화적, 실천적 공동체와의 연대를 구축해 가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학교의 공공적 사명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자립적이고 활동적이며 협동적인 학습자로서 키우며 지식이라는 공공적인 끈으로 연결된 문화적 공동체를 학교 안팎에 구축하는데 있다.
둘째, 학교를 교사들이 공동으로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 개혁하는 일이다. 최근 학교연구에서는 수업을 창조하며 함께 성장하는 교사의 협동적인 연대, 즉 ‘동료성(collegiality)’을 학교개혁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대 요인으로 보는 견해를 제기하고 있다. 학교라는 장소는 외부에서 어떠한 개혁 정책이 전개되더라도 안에서부터의 개혁이 동반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보수적인 장소이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부터의 개혁의 수행여부는 교사들이 서로의 실천을 공개하고 서로 비평하며 함께 창조하는 관계가 만들어지느냐에 달려있다. 동료성의 구축은 학교 안에서부터의 개혁의 중심 과제인 것이다.
셋째, 학부모와 시민이 교사와 협력하여 교육활동에 참가하고 자신도 성장하는 학교를 건설하는 일이다. ‘교육의 私事性’이라는 견해에서 보면 학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며 학부모와 시민은 그 서비스의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교육의 公共性’ 원리에 입각하면 학교교육은 교사를 중심으로 학부모와 시민이 협력하여 이루어내는 협동의 공공적인 사업이라는 것이다.
넷째, 학교의 자율성을 학교 내부에서부터 수립하여 학교조직의 구조와 교육행정과의 관계를 민주화하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학교는 ‘관료조직’ 원리를 중심축으로 내부의 운영과 행정과의 관계를 조직해 왔으나 그 폐해는 오늘날 학교교육의 획일성과 경직성에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학교를 자율적인 ‘전문가조직’으로 재조직하는 일이다. 그 전문가란 과학적인 이론이나 기술에 숙달된 ‘기술적 숙련가(technical expert)로서의 전문가가 아니라 복잡한 문제 상황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에 기초한 실천적인 식견을 행사하는 ‘반성적 실천가(reflective practitioner)’로서의 전문가를 의미한다. 반성적 실천가로서의 교사는 학교 내부에 동료성을 구축하여 전문가로서 협동을 실현함과 동시에 학교 외부로는 전문가나 교육행정 관계자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노력을 전개한다. 특히 학교 외부와의 협력관계에 있어서 교육연구자와 협동관계, 교육행정과의 협력관계는 학교개혁을 측면에서 촉진하는 요소가 되며 그 협력관계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로 재구성되어져야 할 것이다. 즉 교사의 전문적 역량 제고를 기본 전제로 교사의 자율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토마나부는 ‘배움의 공동체’ 구축을 위한 제도적 조건으로 학교와 교실의 규모를 축소하고 학교조직을 단순화하여 학교를 ‘작은 공동체’로 재조직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즉 ‘미니 스쿨(mini school)’의 방식(한 건물의 학교를 몇 개의 ‘집’으로 분할하여 작은 학교의 집합체로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학교 기구와 교육과정을 단순화하게 되면 교사 10명당 학생 수 200명 이하의 작은 공동체를 조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하나의 학교 속에 다른 철학과 양식을 지닌 ‘미니스쿨’을 실험적으로 조직하여 아동과 학부모와 교사의 선택의 자유를 확대해 가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학교는 이질적인 문화와 다양한 개성을 배제하고 아동도 교사도 삶의 보람을 잃고 배움의 의미를 잃고 함께 배워나갈 동료를 잃고 사람과 사람간의 연대감을 단절시키는 장소가 되고 있다. 학교가 ‘배움의 공동체’로 재생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개성을 존중하고 이질적인 문화가 서로 교류하며 아동과 교사가 스스로 보람을 느끼며 배움의 의미를 찾아내고, 동료와 함께 배우는 관계를 형성하고 나아가 학교구성원들 간에 연대감을 체험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공공 공간으로 창조되어야 한다. 사토마나부는 학교를 이러한 배움의 공동체로 재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일상의 수업을 통해서 교실이 ‘배움의 공동체’로 재생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수업개혁인 것이다.
Ⅱ. 배움의 공동체 학교 운영 원리
1. 배움과 돌봄의 공동체= 협동학습을 지지하는 교사의 동료성
가. 협동적 배움의 의의
1) 협동적 배움은 배움의 관계가 서로의 강한 부분이 아닌 서로의 약한 부분에 의해 이어지는 ‘호혜적 배움’ 이다.
2) 협동적 배움은 모르는 아이들에게는 참여기회를 보장하고 그 참여를 통해 의미 있는 경험을 풍요롭게 할 기회를 보장한다.
3) 저학력인 아이들은 계단을 오르듯이 조금씩 학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점프대에서 도약하듯이 한 번에 회복되는 것이다. 그 기회를 협동적 배움은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나. 대화적 실천으로서의 배움
1) ‘배움’의 개념 : 배움의 실천은 사물(대상세계)과 의 대화(세계 만들기), 타자와의 대화(동료 만들기), 자기와의 대화(자신 만들기)의 세 가지 대화를 통한 실천이다. 배움이란 이러한 세 가지 대화적 실천에 의해 이미 아는 세계에서부터 미지의 시계로의 여행이며 교사와 동료 간의 대화와 도구에 의한 지원을 매개로 한 개인의 경험과 능력의 틀을 넘어서는 발돋움과 점프(지적 성장)이다.
2) 배움과 발달의 관계 : 비코츠키가 ‘근접발달영역’ (zone of proximal development) (독립적으로 달성 가능한 실제적 발달수준과 교사나 동료의 도움으로 달성할 수 있는 잠재적 발달수준간의 사이의 영역-배움의 가능성의 영역) 개념에서 지적한 대로 배움의 활동은 실제적 발달 수준을 넘어서 근접발달영역에서 조직되어야 하며 배움의 활동은 발달에 선행하고 발달을 주도해야 한다.
3) 배움의 실천 : 배움의 실천이란 각 개인의 활동과 경험의 의미세계를 규제하고 있는 경계를 넘어서는 실천으로서 수행된다. 배움의 실천은 경계 넘기(越境)의 실천인 것이다. 각 개인의 차이나 다양성의 교류를 기반으로 하여 수행되는 실천이기도 하다. 배움이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에 의해 성립된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배움의 실천이 성립되는 곳과 차별이 발생하는 곳이 동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능력이나 개성 혹은 경험의 차이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으로 전환하는 실천이 요구된다.
4) ‘배움의 공동체’로서 학교의 가치
① 아이들이 서로 배우고 자라는 학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교육의 전문가로서 서로 배우고 크는 학교로서 부모와 시민 역시 그 과정에 참여하여 함께 배우고 자라는 학교이다.
② 학교는 더 나아가 ‘배움의 공동체’ 인 동시에 ‘돌봄(Care)의 공동체’ 이기도 하다.
③ ‘돌봄’은 힘없는 타자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돌봄의 활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사회에서 다른 어떤 행동보다도 우선적으로 가장 핵심이 되는 활동이며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윤리의 중심을 이룬다. 돌보고 돌봄을 받는 관계를 구축함으로서 한명 한명의 존엄성이 뿌리내린 행복한 삶과 사회를 형성할 수 있다.
④ 돌봄이란 상대의 약함에서 생겨나서 그 요구를 받아들이고 응답하는 데에 기반을 둔다. ‘응답’이란 자기 자신과 타인의 연약함에서 생겨나는 요청에 응답하는 ‘책임(responsibility)’을 말한다. ‘돌봄의 공동체’는 돌봄의 응답성에 의해 결합된 공동체이며 돌보고 돌봄을 받는 관계에 의해 사람이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윤리적인 실천을 수행하는 공동체이기도 하다.
다. 발돋움과 도약(jump)
협동적 배움의 가장 큰 장점은 발돋움과 도약이 있는 배움을 모든 아이들에게 보장하는 것이다. 협동하는 배움이란 때때로 기적같이 느껴지는 수준 높은 배움을 모든 아이들에게 실현시킨다.
라. 서로 들어주는 관계에 바탕을 둔 서로 배우는 관계로
- 하마노고 초등학교의 ‘배움의 공동체’ 시범학교 사례연구(쇼난 세미나)
1) 하마노고 초등학교 교육의 근본 원리 3가지
① ‘한명 한명의 배움과 아이들을 존엄으로서 존중한다.’
② ‘교재에 내재된 배움의 발전성을 존중한다.’
③ ‘교사로서 스스로의 철학을 존중한다.’
- 세 가지 요건은 실천의 현장에서는 때때로 충돌하며 서로 갈등하는 요소이다. 그 충돌과 갈등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를 연구하고 탐구해야 한다.
2) 사례1 - 야마자키 교사의 교실 : 아이들이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 듣고 서로 배우는 교실.
가) 문학 수업 방식 : 타자의 목소리를 허심탄회하게 서로가 들어 주는 관계를 통해 성립되는 협동적 배움.
① 텍스트와 아이 한명 한명 사이의 충분한 만남이 이루어진 이후 자신이 발견한 점이나 감상을 텍스트의 언어와 친구들의 감상과 연결하면서 발언.
② 이 발언의 이어짐을 통해 교실 속에서의 읽기 행위는 직조(texture)하듯이 협동으로 만들어진다. 즉, 아이들의 속삭임이나 발언이 교실에서 ‘직소퍼즐(jigsaw puzzle)’ (물음의 의미 공간)을 생성해 내고 그 ‘퍼즐’의 빈칸을 매워가듯이 발언의 연쇄작용이 생겨나는 것이다.
나) 야마자키 교사의 문학 수업에 대한 철학과 실천
① 수업 철학 : 아이 한명 한명의 개성을 살린 배움과 다양한 읽기 방식을 존중하고, 텍스트의 언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배움의 발전성을 존중하는 것.
② 협동적 배움의 전제 조건 : 교사의 철학을 아이들이 공유하는 것.
③ 야마자키 교사에게는 어떤 아이들의 발언도 ‘좋은 발언이자 훌륭한 발언’이다. 그래서 학급의 아이들도 어떤 아이가 하는 말도 ‘좋은 발언’이자 ‘훌륭한 발언’ 이라고 생각하며 듣게 된다.
③ 가와사키 교사의 수업에서 아이들의 배움의 특징 : 수학의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것(teaching math)이 아니고, 아이들의 ‘수학적 활동’을 촉발시키고 촉진시키는 ‘수학하는(doing math) 배움’을 실현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teaching doing math).
→ 야마자키 교사의 교실에서는 언어와의 만남과 대화에 의한 ‘문학의 배움’이 ‘진정한 배움’으로서 실현되었지만 가와사키 교사의 교실에서는 수학적 활동에 의한 수학적 추론의 공동체를 창조하는 ‘수학하는 배움’이 ‘진정한 배움’으로서 성립하고 있다.
마. 교사의 동료성 (collegiality)= 실천의 담론 커뮤니티 (discourse community)의 창조
1) ‘배움의 공동체’ 로서 학교는 복잡한 배움을 동료성을 통해서 공유하고 개혁을 추진시켜야 한다.
2) 교내연수에 있어서 실천적 담론의 구조와 발전 단계>
■ How to teach math.
■ How to teach children to learn math.
■ How to teach children to learn doing math.
■ How to learn to teach children to learn doing math.
2. 나의 실천으로서 ‘배움의 공동체’
- 개개의 차이의 교환(交歡)으로 이루어지는 공동체-
가. 배움의 공동체의 의미
사토 마나부는배움의 공동체라는 주제를 내 걸고, ‘경쟁과 차별’을 구성하는 권력관계를 ‘공존과 공생’을 실현하는 권력관계로 재편하는 교육실천을 계속해 왔다.
배움의 공동체라고 표현할 때의 ‘공동체’란 지연적, 혈연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이야기나 언어나 기도의 끈으로 연결된 상상력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배움의 공동체’는 그 공동체적인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개념이며, ‘학습집단’이나 ‘집단주의’이나 ‘집단’과 같이 한 덩어리의 고정된 집합의 ‘실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나. 배움의 공동체의 두 가지 유형의 이미지
1) 같은 이야기, 같은 언어, 같은 기도를 공유하고 같은 배움을 실현하는 공동체의 이미지 : 이 공동체의 이미지에 있어서는 한 명 한 명의 차이는 해소되고 ‘보편적 인간’을 추구하는 것이 공동체 구성원의 실천을 이루게 된다.
2) ‘서로 울리는 코뮨「(交響하는코뮨)」’ : 한 사람 한 사람의 차이가 서로를 울려 퍼지게 하는 공동체, 개개의 경험의 교섭과 교환(交歡)이 낳는 공동체 - 이 공동체에 있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자립과 연계와 그 다양성이 전제가 된다.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하여 나를 찾기 위해 탐구하는 일을 통해 나는 이질적인 남과 함께 사는 관계가 이루어지며 그곳에 내가 참가하는 공동체가 구성되는 것이다.
다. 사토 마나부가 추구하는배움의 공동체
1) 모든 차이를 균질화하고 차별화하는 권력관계로서의 학교라는 시스템을 내부로부터 해체하는 것이다.
2) 추상적인집단을 구체적인개인으로, 관계없는남을 친밀한남으로 바꾸는 실천이다.
3. 수업연구의 과제와 양식-관찰과 기록과 비평
가. 수업연구의 과제와 영역
교사
아동
교재
환경
교사
④
①
②
③
아동
⑦
⑤
⑥
교재
⑨
⑧
환경
⑩
<그림1>슈왑의 실천적 연구 과제영역의 매트릭스
①교사. 아동( 교사와 아동의 관계, 교사의 아동의 이해, 아동의 교사이해, 아동에의 대응, 발문과 지시의 기술, 개별지도와 일제지도 등)
②교사. 교재(교사의 교재관, 교사의 교육내용에 관한 이해와 지식, 교육과정에 관한 교사의 디자인, 수업 지도계획 등)
③교사. 환경(교실환경의 구성, 교구의 선택과 준비, 칠판과 시청각기구의 활용등)
④교사. 교사(교사의 아이덴티티, 교사의 신체와 언어, 교사의 수업 개념과 학습 개념, 교사의 지도기술, 교사의 라이프히스토리, 교사의 교양과 문화, 교사의 사회.정치의식 등)
⑤아동. 교재(인식과 표현의 내용과 방법, 인식과 표현의 개성과 다양성, 학습의 개념, 학습의 단계와 과정, 학습의 관심, 학습의 디자인, 학습의 평가 등)
⑥아동. 환경(학습환경의 디자인, 학습의 문맥과 조직, 학습자료의 활용, 관찰과 실험, 노트와 도구의 활용 등)
⑦아동. 아동(아동의 아이덴티티, 아동의 인간관계, 아동이 신체와 언어, 젠더, 학력차와 문화차, 서로 배워가는 관계, 협동학습과 개인학습 등)
⑧교재. 환경(교과서, 교재와 교구와 자료의 준비, 실험기구와 작업대의 배치 등)
⑨교재. 교재(교육내용. 교재의 구성, 교육내용의 구조, 단원의 디자인, 프로그램과 교육과정 개발 등)
⑩환경. 환경(교실문화, 교실의 공기, 교실의 시간, 교탁. 책상. 의자 등의 배치, 게시물과 전시물, 자료코너, 교실의 도서, 지역 교재의 활용 등)
나. 수업연구의 두 가지 양식
기술적 실천의 수업분석
반성적 실천의 수업연구
목적
프로그램의 개발과 평가
맥락을 넘어선 보편적인 인식
교육적 경험의 실천적 인식의 형성
맥락에 섬세한 개별적인 인식
대상
다수의 수업샘플
특정의 한 수업
기초
교수학, 심리학, 행동과학
인문사회과학과 실천적 인식론
방법
실증주의 철학
수량적 연구, 일반화
표본추출법, 법칙 정립학
포스트 실증주의 철학
질적 연구, 특이화
사례연구법, 개성 기술학
특징
효과의 원인과 결과(인과)의 해명
경험의 의미와 관계(인연)의 해명
결과
수업기술과 교재개발
교사의 반성적 사고와 실천적 견식
표현
명제(패러다임)적 인식
이야기(나레이티브)적 인식
다. 수업 관찰과 기록
1)「관찰과 기록」은 교실에서 수업을 관찰하고 그것을 필드노트나 테이프 레코드나 비디오카메라로 기록하는 활동이다. 「관찰과 기록」은 그 자체가 수업연구를 결정하는 주요한 활동의 하나이며, 「관찰과 기록」에는 수업에 대한 견해와 사고방식이 집약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2)「관찰」에서는「어디에서부터 볼 것인가?」라는 것과 「무엇을 볼 것인가」라는 것이 중요하다.
①「관찰」에서 참관자는 교실의 옆면에서, 가능하면 앞방향의 측면에서 관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위치가 아니면 아동의 학습의 구체적인 모습과 움직임을 볼 수 없으며, 교사와 아동간의 상호작용도 볼 수 없다.
② 참관자라 하더라도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몸을 두고 있는 방향에서는 수업에 참가해야 한다. 메모는 최소한으로 줄이고 오히려 발언기록이나 필드노트의 작성은 참관 후에 하기로 하고, 교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관찰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 문자 그대로 「참가관찰(participant observation)」을 해야 한다.
3)「기록」:
가) 기록의 종류와 유의 사항 : 녹음기에 의한 기록, 비디오카메라에 의한 기록, 사진에 의한 기록, 이야기(스토리)에 의한 기록 등이 있다. 이들 중에 가장 객관성이 강한 기록은 녹음기에 의한 기록이며, 가장 주관성이 강한 기록은 이야기(스토리)에 의한 기록이다. 비디오카메라에 의한 기록은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지만 비디오카메라가 고정되어 있다고 한다면 테이프레코드와 마찬가지로 객관성이 강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객관성이나 주관성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기록 성격과 한계를 인식해 두는 일이다.
나) 비디오카메라에 의한 기록 : 교실 속의 분위기나 교사와 아동의 신체와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나아가 몇 번이고 재현하여 擬似적이긴 하지만 교실에서의 참관을 체험할 수도 있어 이용가치가 높은 기록이다.
다) 비디오기록에 의한 수업연구의 한계와 보완책 : 가장 큰 한계는 기록하고 있는 대상이 「보이는 실천」에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 한계를 메우기 위해 비디오기록과 이야기 기록을 병용하는 것이 좋다.
-수업자의 이야기 기록을 통해서 수업연구의 참관자는 그 교실의 교사와 아동의 배경에 관한 정보나 그 교실의 역사를 알 수 있으며, 관찰한 수업을 그 교실 교사와 아동의 내면의 세계를 일괄하여 인식하는 일이 가능하게 된다.
라. 수업의 記述과 분석
1) 수업 사례연구에 있어서「기술」은, 교사가 일인칭으로 등장하고 아동이 고유명으로 등장하는 기술이 전제로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이「분석」에 있어서도 사건의 인과관계의 분석이 행해질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이 성립된 많은 근거나 그 의미의 관계(인연) 분석이 행해져야 한다.
2) 사례연구에서의 「기술과 분석」은 교실의 사건이나 경험의 의미를 밝히고 그 사건과 경험의 의미의 관련성을 탐구하고, 거기에서 성립되어지는 새로운 가능성을 통찰하는 탐구이다. 이 과정에서는 교실의 사실에 대한 소박한 인상도 중시되어져야 하며 그 의미를 開示하기 위해서 비유적인 표현이나 문학적인 표현도 존중해야 한다.
3)「기술과 분석」에서는 수업자와 비평자의 「저자성 authorship」을 존중해야 한다. 즉, 수업 사례 하나하나를 교사 한명 한명의 「작품」으로 존중하는 문화를 육성해야 한다.
마. 수업의 반성과 비평
1) 「반성과 비평」은 최종단계이지만 수업연구의 중심이다. 이 「반성과 비평」을 통해서 수업자와 참관자는 서로 성찰하며 지견이나 관련 있는 경험을 교류하고 공유하며 토의하여 새로운 견해나 생각을 형성하게 된다.
2) 일반적으로 교재연구나 해석과 지도계획의 작성이라는 「사전」연구에는 열심인데 「사후」의 「반성과 비평」에 대해서는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전계획은 최소한으로 해서 교사자신의 사후 「반성과 비평」을 보다 자세하고 분명하게 서술하는 일이 중요하다.
3) 수업 검토회의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정답만을 찾으려 하지 않는 일이며, 다양한 견해와 생각을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서 서로 맞추어 가며 서로 공유하는 일이다.
4) 수업의 「반성과 비평」은 학교나 써클에서 다양한 교육의 사고방식과 다양한 경험을 갖춘 교사들이 같은 수업 사례의 관찰과 비평을 통해서 교사로서의 증거를 서로 탐색하고 실천적인 언설(실천을 창조하고 반성하는 언어)과 그 언설로 하나가 되는 실천자 공동체를 길러가는 행위이다.
4. 동료성을 구축하는 교내연구=안으로부터의 학교개혁
가. 무엇을 위한 연구인가?
학교는 내부로부터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학교를 안으로부터 바꾸는 최고의 추진력은 다름 아닌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연대하여 함께 성장하는 동료성(collegiality)의 구축에 있다. 교내연구의 목적은 그리고 교사의 책임은 아이들 한명 한명의 배울 권리를 실현하고 높은 수준의 배움에 도전할 기회를 보장하여 민주주의 사회를 준비하는데 있다.
나. 다양한 경험과 식견의 교류
1)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에서는 우선 교사자신이 ‘가르치는 전문가’에서 탈피하여 ‘배우는 전문가’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에서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배울 권리가 실현되어함과 동시에 교사들도 한명도 빠짐없이 교육전문가로서 성장할 기회가 보장되지 않으면 안 된다.
2) 교내연구의 원리와 방식의 개요
① 모든 교사가 일 년에 최소한 한번은 수업을 공개하여 사례연구를 축적한다.
-학교는 교사들이 집단적으로 연대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실현하는 장소이다.
-배움을 중심으로 한 수업 개혁과 교사의 전문가로서의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업 관찰에 기초하여 2시간정도의 토의를 포함한 사례연구를 100회 정도 축적할 필요가 있다.
② 상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수업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되며 사전연구(planning)가 아니라 수업후의 성찰(reflection)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배움의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수업연구에서는 ‘어디에서 배움이 성립되고 어디에서 배움이 주춤거리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연구해야 하며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면밀하게 연구하는 것이 중심과제가 된다.
③교육전문가로서의 개성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교내연구에서 연구주제는 개개인이 설정해야 할 것이며 교내의 통일적인 주제는 설정하지 않든가 아니면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다. 연구회에서의 토의과정의 개선
① 이야기 대상을 “어떻게 가르쳐야 했는가”에 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디에서 배우고 어디에서 주춤거리고 있는가”라는 사실에 둘 것.
-수업연구의 목적은 ‘훌륭한 수업의 창조’가 아니라 ‘함께 배우는 관계의 창조’와 ‘높은 수준의 배움의 실현’에 있다.
② 이야기 과정에서 참관자는 ‘수업자에의 조언’이 아니라 그 수업을 관찰하고 스스로 배운 것을 이야기하고 그 다양성을 교류하며 함께 배울 것.
-교내연수에서 참관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수업자에 대한 ‘조언’이 아니라 참관자 자신의 ‘배움’이다.
③ 이아기하는 장에서 모든 참가자는 최소한 한 마디는 반드시 발언해야 하며 목소리 큰 사람이나 지도적인 인물에 지배되지 않는 민주적인 토의를 실현할 것.
※ 한 학교에서 100회의 수업의 사례연구를 행한다고 하면 아이들과 교사의 배움을 중심으로 학교조직과 운영은 대담하게 단순화되어질 필요가 있다.
Ⅲ. 배움의 공동체 학교 사례
1. 하마노고 소학교
가. ‘배움의 공동체’의 구상
일본에서 ‘배움의 공동체’의 실천은 하마노고(浜之鄕)소학교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마노고소학교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치가시키(茅ヶ崎)시 학교개혁의 시범학교(pilot school)로 1998년 4월에 문을 열었다. 이 학교는 시의 신흥주택지에 위치한 대규모 공립학교로 2006년 4월 현재, 22개 학급에 아동 수는 721명, 그리고 교무주임, 연수주임, 거점교 지도교사 등을 포함하여 교사 수 25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학급당 평균 학생 수는 30명 내외이다.
치가사키시에서는 1997년에 자문위원회인 교육간담회에서 ‘배움의 공동체’ 실현을 주장하는 ‘교육플랜’을 시장에게 건의하여 시의회의 승인을 거쳐 이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를 위한 시범학교로 설립할 것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1997년 7월 치가사키시 교육위원회에서는 도쿄(東京)대학 교육학연구과의 사토마나부(佐藤 學)교수에게 ‘21세기 학교 만들기’를 표방한 시범학교 만들기에 대한 협력을 의뢰하여 교육연구자와 교육행정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구상, 설립되었다. 당시 개혁 협력자인 사토 마나부교수가 제창한 개혁 구상안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大瀨敏昭․佐藤學 編, 2000, 2003).
첫째, 21세기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로 구상한다. 학교는 아이들이 서로 배우면서 성장하는 장소이며 교사들이 전문가로서 서로 배워 가는 장소이며 학부모나 시민이 학교의 교육실천에 참가하고 연대하며 서로 배우는 장소이다.
둘째, ‘배움의 공동체’로서 학교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가 서로 교실을 개방하고 수업사례 연구를 통해 함께 배우는 동료성(collegiality)을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셋째, 교실에서 서로 배우는 관계를 구축하고, 교무실에서는 전문가로서 서로 배우는 동료성을 구축하기 위해서 서로 귀담아 들어주는 관계와 그 곳에서 생겨나는 대화의 관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는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 및 지역주민의 참가와 연대가 뒷받침되어져야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학부모나 시민이 수업에 참가하고 교사와 협력하여 함께 아이들을 키워 가는 ‘학습참가’의 실천을 조직한다.
이러한 개혁 구상안을 성공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다음과 같이 제시되었다.
첫째, 학교의 변화는 내부에서만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러나 학교개혁은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없으면 지속될 수 없다. 둘째, 학교개혁은 시간을 두고 완만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혁명적으로 생각고 점진적으로 변혁하는 일이다. 셋째, 개혁의 에너지는 동일성에서는 생겨나지 않는다. 배움을 만들어내는 차이 속에서 개혁의 에너지는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는 수업, 연수, 학교운영, 교육과정의 모든 영역에서 아동과 교사와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넷째, 학교개혁의 중심은 아동과 교사와 학부모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을 실현하고 보장하는데 있다. 따라서 학교개혁의 실천은 교실의 사실에 기초한 수업의 사례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추진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大瀨敏昭․佐藤學 編, 2003). 이러한 내용을 기본으로 하여 치가사키시 교육위원회에서는 학교의 기본 구상, 교육과정, 연수체제, 조직기구 등 21세기에 적합한 학교상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1998년 4월 8일 입학식과 함께 교장(치가사키시 교육위원회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위한 교육플랜을 주도해 오던 지도과장)은 학교, 가정, 지역이 연대하여 아동, 교사, 학부모 그리고 지역주민, 연구자가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 창조’를 목표로 두 가지 경영과제를 제시했다(大瀨敏昭 ․佐藤學 編, 2000; 35-36). 하나는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 창조(Learning Community)’이며 또 하나는 이를 위한 ‘교육과정 개발(Curriculum Development)'이라는 과제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마노고에서는 교내연수를 학교경영의 중핵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하마노고 소학교는 일본 메이지(明治)시대 이래 건학이념을 내건 최초의 공립학교로 창설된 것이다.
나. 학교교육 시스템의 개혁
(1) 교무분장의 개혁
하마노고소학교에서의 시스템 개혁은 교내연수를 중핵으로 한 수업연구회에 충분한 시간을 갖기 위해 학교조직을 간소화하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일본의 학교에서는 교육지도를 비롯하여 학교운영상 필요한 사무, 인적․물적관리 및 운영관리를 포함 학교의 업무전반을 ‘교무(校務)’라 부른다. 이 교무전반은 몇 개의 업무로 나뉘어 교사전원이 분담하여 처리하며 이를 ‘교무분장’이라 한다. 소, 중학교 교무는 대체로 50~60개의 교무로 나누어진다. 교무를 능률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교무분장이 설치되어있지만 개별 교무분장에 여러 명의 교사가 배치되어 있으므로 업무처리를 위한 회의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그 결과, 교사는 수업 이외의 많은 시간을 회의나 교무분장 사무에 투입하게 되며 수업연구, 교재연구에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다. 능률적으로 교무를 수행하기 위한 교무분장이 오히려 전문가로서의 일을 공동화시키는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게다가 학교개혁에 있어서 극도로 세분화된 교무분장은 자신의 일과 남의 일을 구분하게 하며 분담된 일에만 관심을 가지고 남과 협력하는 일을 기피하게 하여 동료성 구축을 방해하는 최대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학교에서는 분업형태가 추진되면 추진될수록 책임의 주체를 알 수 없는 상황이 나타난다.
하마노고소학교에서는 일본의 학교에서 당연한 제도로 받아들이고 있던 교무분장을 교무, 학교행사, 아동지도, 보건지도, 방재․안전, 급식지도 등의 반드시 필요한 사항만으로 간소화하여 ‘1인1분장’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각 교사는 자신이 담당한 교무분장에 대해서 그 분야에 정통한 동료 교사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교직원 전체를 고려하여 기획, 입안한 후 전체 직원회의에 제안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그 결과 많은 회의가 불필요해졌다. 현재 이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회의는 월 한차례의 직원회의와 주 한차례의 동학년회 뿐이다. 그리고 가능한 한 교사가 아동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직원조례도 폐지하고 그 대신 연락게시판을 설치하여 필요한 정보를 게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기구와 조직의 단순화를 통한 시스템 개혁은 직원회의의 민주화와 학년회의 단합을 촉진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교무분장의 간소화와 회의를 없앰으로써 교사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게 됨과 동시에 학교에서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연구주제 실천을 통해 탐구하는 전문가로서의 일에 투입할 수 있게 되었다.
(2) 수업연구회의 활성화
수업연구회는 학교에서 교사의 전문적 성장과 교사간의 동료성 구축을 위해 빠뜨릴 수 없는 활동이다. ‘배움의 공동체’ 만들기를 목표로 한 하마노고 소학교는 수업연구회를 학교경영의 중심에 두고 수업 다음으로 교사의 중요한 일로 여기고 있다.
이 학교에서는 연간 150회 이상의 수업연구회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전교직원이 모여 이루어지는 수업연구회 횟수가 150회에 달하는 것은 아니다. 전교직원이 모여 실시하는 교내연수는 매월 한차례이다. 이 교내연수 외에 학년별 수업연구회와 자주적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연구회가 있으며 이러한 것들을 합한 것이 150회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수업연구회의 가장 핵심이 되는 교내연수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월 1회의 교내연수에서는 매회 2개의 수업을 공개하고 각각의 수업에 대해서는 2시간씩 시간을 할당하여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보통 학교의 교내연수는 사전의 수업준비에는 많은 노력이 투입되나 그 검토 및 반성 시간은 짧은 것이 상식처럼 되어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수업 검토에 많은 시간을 배당하고 있다. 그리고 공개한 수업의 지도안은 수업자의 동학년 교사들과 협력하여 작성되고 있다. 그 경우 선배 및 동료 교사의 의견이 보충되기도 한다.
하마노고소학교의 교내연수의 개혁 포인트는 첫째, 수업의 사전준비를 최소한으로 하고 사후 연구회에 정력을 쏟을 것, 둘째, 수업자 자신의 수업안을 존중할 것, 셋째, 수업기술의 잘하고 못함이 아니라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교사와 아이들과의 관계, 아이들 상호간의 관계, 아이들과 교재와의 관계에 초점을 두고 검토하는 일에 두고 있다. 공개수업에서는 일상적인 수업이 장려되어지고, 한사람 한사람의 개성적인 수업이 탐구되며 구체적인 사실에 입각한 교사의 실천적 지식을 교류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했다.
그럼, 이러한 노력에 의해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을까? 우선 수업자가 자신의 연구주제를 설정하여 그 주제를 실천을 통하여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예로, 어떤 교사는 유연성을 잃어 가는 아이들의 반응 없는 신체의 육성을 주제로 신체표현의 실천을 탐구했으며, 또 어떤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그것을 교류시킴으로서 산수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수업을 탐구했다. 다음은 수업연구회가 수업방법의 잘함과 잘못이라는 눈에 보이는 기술을 따지는 장에서 벗어나 수업을 촬영한 비디오와 실제 관찰이라는 구체적인 사실에 기초하여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의미를 수업자를 중심으로 교사들이 함께 탐구하는 장으로 전환된 것을 들 수 있다. 수업자와 아이들의 관계방식에 대한 논의, 수업자에 의해 해석된 아이들끼리의 관계의 의미에 대한 논의 등이 구체적인 예를 통해 전개되고 있다.
하마노고소학교에서는 이상과 같은 변화를 나타내는 교내연수를 기본 축으로 교사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함으로써 전문가로서 서로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연대, 즉 동료성을 구축해가고 있다.
다. 수업개혁-활동적이고 협동적이며 반성적인 배움의 실천
(1) 서로 들어주는 관계 만들기
훌륭한 수업이란 어떤 수업일까?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교사의 기발한 발문과 유도로 활기차고 극적인 움직임이 고조되고 우렁찬 목소리로 활발하게 의견이 오고가는 수업을 멋진 수업으로 절찬해 왔다. 그러나 하마노고 소학교의 수업개혁은 아이들 상호간에 서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관계’를 만드는 일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서로 귀 기울여 들어주는 관계란 대체 어떠한 것이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어지는가를 야마자키 사토시(山崎悟史)교사의 수업을 예로 살펴보자. 야마자키 교사의 수업은 ‘곤기츠네’ 이야기를 읽는 내용의 국어과 수업으로 많은 참관자들에 둘러싸인 상태로 이루어졌다.
벨이 울리자 아이들이 급히 자리에 앉는다. 그러나 잘 모여들지 않는다. 이는 보통 벨보다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움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학교의 벨 횟수는 보통학교보다 적다. 일본의 보통 소학교에서는 1시간을 45분 단위로 구분하여 오전 중에 4시간 오후에 1시간으로 시간표가 편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학교에서는 교사의 창의적인 실천을 격려하고 아이들에게 질 높은 학습경험을 보장하기 위해 오전에는 90분 수업을 2개 그리고 오후에는 45분 수업을 1개로 배치하여 수업시간표를 융통성 있게 편성하고 있다. 90분 수업은 질 높은 탐구 활동을 추구하기 위한 수업으로 학년, 학급이나 교과 또는 영역별 학습 내용에 따라 한 수업으로 조직해도 좋으며 몇 개의 수업을 나누어 조직해도 상관이 없다. 교사로 하여금 다양한 시간 설정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교실마다 활동이나 아이들의 상태에 맞는 수업을 전개해 가자는 것이다. 집중력이 감소될 때에는 20분 정도로 끝내기도 하고 학습이 잘 진행될 때에는 90분을 계속하는 일도 가능한 것이다. 보통 학교의 시간표에 따르면 같은 요일의 같은 시간에는 같은 교과를 배우게 되지만 하마노고에서는 활동의 전개에 맞추어 조정하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세분화된 시간표가 아니라 하루의 일과를 단순화함으로써 내용적으로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를 명확하게 하여 시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이 모이면 수업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제각기 ‘효쥬’가 ‘곤’을 쏜 마지막 장면을 소리 내어 읽는다. 각자의 속도대로 읽어 가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중복되면서 편안하게 울려 퍼진다. 다 읽은 아이는 다른 아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기다린다. 수업의 도입단계에서 교재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은 일반적인 활동이지만 전원이 함께 소리를 모아 읽는 것이 많으며 그 경우는 읽는 것이 단조로워지며 아이들은 시종일관 글자만 따라가게 된다. 이에 비해 제각기 읽게 되면 아이들은 각자 교재의 언어를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다.
소리 내어 읽는 것이 끝나는 지점에서 야마자키 교사는 아이들에게 “서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라고 조용히 말을 꺼낸다. 관찰자로서는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막막하고 신기한 방식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혼자서 이야기를 읽고 느낀 점이나 생각한 것 그리고 의문점등을 노트에 빽빽하게 적어놓았다. 우선은 혼자서 충분히 교재를 대하고 각기 생각을 풀어내어 그 생각을 모두에게 전하는 것으로부터 학급에서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야마자키 교사는 아무런 발문도 없이 “이야기해 보렴” 이라고 하는 것이다.
수업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서로 울려 퍼지면서 전개되어 간다. 그 과정에서는 전달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 아이들 서로간의 주고받는 것이 철저하게 소중히 다루어진다. 야마자키 교사의 역할은 단순하면서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최고의 청취자이며 이야기의 매개자이기도 하다. 교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확인하고 하나하나 칠판에 확대하여 붙여놓은 교과서에 적어 넣는다. 이 판서를 통해 깜박 듣기를 놓쳐버린 아이도 목소리가 작아 제대로 듣지 못한 아이도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야기를 하는 아이에게 “큰소리로”라고 주문하는 일은 금물이다.
그리고 야마자키 교사는 아이들의 상황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서 이야기가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조정한다. 이야기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일 때에는 “전해졌다?” 라며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이야기를 한 아이를 향해 다시 한번 더 전하도록 말을 건 낸다. 다시 표현함으로써 보다 잘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하는 아이의 자기내면의 대화를 촉진하며 말이 미묘하게 변화된 이야기에 담긴 생각에 비중을 두어간다.
아이들이 이러한 수업을 통해 서로 이야기하며 자신을 표현해 가는 법을 익혀 가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아이는 교재의 어디에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가 혹은 누구의 이야기와 관련 있는가를 말로 표현한다. 친구의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일이 철저하게 요구되어진다. 야마자키 교사의 수업은 가까이 있는 친구들과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웅성거림으로 가득하며 커뮤니케이션이 중층화되어 나타난다. 그 소곤거림이 아이들의 생각을 깊이 있게 만드는 모체가 됨을 알기에 교사는 조용히 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지 소곤거림이 너무 커서 이야기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경우에는 “지금 --가 이야기하고 있으니 듣자”라고 촉구한다. 듣는 일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교사의 요구수준은 높다. 단지 이야기를 듣는 것만이 아니라 정확하게 받아들이는 일, 친구의 다양한 생각을 승인하는 일을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개교 7년째를 맞이한 하마나고 소학교에서는 모든 교실에서 서로 들어주는 관계를 실천해 가고 있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언제나 차분하고 안정된 조용한 교실과 학교가 바로 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 교육과정 디자인
하마노고소학교에서는 ‘활동적이고 협동적이고 반성적인 배움’을 실현하는 수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Curriculum을 ‘교육과정’으로 번역하여 가르치기 위한 목표나 교재의 배열은 면밀하게 계획되어 있는 반면, 배움의 교육과정은 빈약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여기에서 ‘배움’이란 ‘교육내용인 대상세계(사물)와의 만남과 대화’, ‘그 과정에서 수행되는 다른 아이들의 인식이나 교사의 인식과의 만남과 대화’, ‘새로운 자기 자신과의 만남과 대화’라는 세 가지 대화적 실천의 실현이다(佐藤 學, 1999). 활동(activity)과 협동(collaboration)과 반성(reflection)의 세 가지로 구성되는 활동적이고 협동적이고 반성적인 배움을 디자인하는 일은 이 세 가지 만남과 대화를 단원으로 조직하고 이 세 가지 만남과 대화를 포함한 배움을 실현하는 일이다. 이 작업은 그동안 교육과정 조직의 지배적인 원리로 자리 잡아 온 ‘목표, 달성, 평가’를 단위로 조직되어 온 단원을 ‘주제, 탐구, 표현’을 단위로 전환하는 일이다. ‘목표, 달성, 평가’의 양식은 많은 지식을 효율적으로는 가르칠 수 있지만 배움을 협소하고 획일적인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것에 비해 ‘주제, 탐구, 표현’ 양식에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탐구를 전개할 수 있다.
앞서 예를 든 야마자키 교사의 수업도 아이들의 탐구를 중심으로 한 ‘활동적이고 협동적이며 반성적인 배움’을 실현한 것이다. 아이들은 읽기를 심화하는 과정에서 교재라는 사물과 대화하고 교실의 친구와 대화하고 자신과 대화하고 생각을 풀어나가는 것이다. 단, 이야기 수업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활동적인 배움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천, 견학, 조사 등의 형태로 현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준비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협동적인 배움의 실현에는 소집단지도 활동이 유효하다. 활동적이고 협동적이고 반성적인 배움의 이미지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보다 활동이 광범위한 사회과 수업을 참고로 살펴보자.
아오야나기 가즈토미(靑柳和富) 교사의 ‘우리 마을에 새 역이 생긴다’라는 4학년 사회과 수업이다. 이 수업에서는 치가사키 시내에 새로 생길 ‘사가미 선’이라는 전철의 ‘니시구보’ 라는 새 역을 테마로 선정하였다. 첫 활동은 역 예정지의 견학이다. 아오야나기 교사는 이 활동이 단순히 보고 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도록 시청 직원에게 부탁하여 아이들에게 새 역에 대한 계획을 이야기하여 아이디어를 의뢰하도록 준비했다. 견학 후 새 역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하던 아이들로부터 실제 역을 보고 싶다는 요망이 나왔다. 다음은 ‘거리탐험/역탐험’ 활동이 전개되었다. 역 탐험에서는 6개 그룹으로 나뉘어 사가미선 주변의 6개 역을 조사하고 화장실, 슬로프 등의 시설, 역 주변의 상점가 ,버스 노선 등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활동에는 보호자가 학습참가의 형태로 함께 하였다. 아이들의 역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지면 다음으로 행해지는 것은 ‘교통안전’, ‘어린아이에게 친절한 거리’, ‘자연과 숲이 많은 거리’라는 테마별로 6개 집단으로 나뉘어 역 만들기 아이디어를 그림과 말로 표현하는 활동이 전개된다. 이 표현은 지역주민들의 조언과 보호자의 학습참가를 얻어 역의 입체 모형 만들기로 전개되었다. 아이들은 각기 모형을 제작하여 배치했다. 역장과 시장을 불러 이루어진 학습발표회 후 이 입체모형을 시청 로비에 진열함으로서 6개월간의 학습이 종료되었다.
아오야기 교사의 수업은 ‘주제, 탐구, 표현’의 양식으로 디자인된 것이다. 거리와 역을 주제로 조사와 대화를 통해 탐구하여 언어, 그림, 모형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오야기 교사는 탐구가 다른 형태로 나아갈 가능성을 상정하여 실제로 역을 만드는 건축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 사가미선의 역사를 조사하는 일도 준비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배움의 전개과정은 교사의 예상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흥미와 실제 수업에서의 활동에 입각하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주제. 탐구. 표현’ 양식에 의한 수업 디자인으로 ‘활동적이고 협동적이며 반성적인 배움’이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역 예정지의 조사나 실제 역의 조사에서 아이들은 풍부하게 구체적인 사물과 만나고 있다. 친구와의 만남은 집단활동에서의 친구나 보호자와의 협동, 학습에서의 대화, 발표회를 통한 발견의 공유 등으로 실현되고 있다. 그리고 시장이나 시청 직원 등 지역 인사들과의 만남으로 나아갔다. 자신과의 만남이 가장 강하게 일어난 것은 모형제작에서 일 것이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이 아끼는 것들을 가지고 와서 각자의 생각들을 넣어 역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모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는 교육과정 만들기를 서두르지 않는다. 교내연수를 조직하여 교사들 간에 대화를 통해 만드는 일, 그 가운데 교실에 귀 기울여 서로 들어주는 관계를 키워갈 것을 우선했다. 현재, 일본의 학교교육은 교과내용을 축으로 한 교과학습과 현실적인 과제(평화, 복지, 환경, 인권 등)를 축으로 한 총합학습으로 조직되어있는데, 이 두 가지에서 모두 배움의 교육과정을 축적하여 만들어 가는 일이 현재 하마노고 소학교의 과제 중 하나이다.
(3) ‘학습참가’의 도입
오늘날 학교가 안고 있는 불행 중의 하나는 교사와 학부모의 상호 불신이다. 교사와 학부모의 연대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학부모라고 하더라도 학부모마다 서로 다른 교육관을 지니고 있으며 학교나 교사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기대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신이 계속되는 한 아이들은 완전한 배움을 추진할 수 없으며 학교개혁을 추진하는 일 또한 불가능할 것이다.
하마노고 소학교에서는 학부모와 교사의 연대를 실현하기 위해 학부모, 시민,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수업에 직접 참가하는 ‘학습참가’를 모든 교실에 도입하고 있다. 학습참가는 학교를 학부모와 시민도 함께 배우면서 성장하는 장소가 되는 배움의 공동체 구축을 위한 중요한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학습참가는 보호자가 학교에 온다는 점에서는 종래의 ‘수업참관’과 같지만 수업의 관광객이 아니라 수업에 참가하여 교사나 아이들과 함께 서로 배우는 동료로서 온다는 점에서 다르다. 동 교의 창설이념인 ‘배움의 공동체’라는 말에는 아이들과 교사들뿐만이 아니라 학부모나 지역주민이 서로 배우는 장으로서의 의미가 들어있다. 그 이념을 구체화한 것의 하나가 바로 학습참가인 것이다. 학부모의 학습참가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교사보조, 아이들과 함께 과제를 풀어 가는 일, 교외 견학에 따라가는 일 등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가 학습 내용이나 목적에 입각하여 적합한 형태를 골라 기획한다.
3학년 사회과 수업에서의 학습참가의 예를 살펴보자. 학습 주제는 ‘가게조사’이다. 먼저 학습참가를 요청하는 인쇄물을 배포하여 참가 가능한 학부모를 사전에 모집하여 설명회를 갖는다. 첫 집단 학습에서는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물건을 사는 일에서부터 조리까지의 계획을 세운다. 학부모는 듣는 사람이며 조정역할이며 조언자이다. 다음 차례는 각 집단에서 실제로 물건사기에 나선다. 비교하기 위해 많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보도록 하며 각 집단에 학부모가 따라감으로 용이하게 할 수 있다. 이어 전개된 것은 바코드, 재활용이라는 테마별로 집단을 조직하여 조사하는 학습이다. 여기에도 학부모가 참가한다. 각 집단은 교내외에서 조사활동을 하고 마지막은 각자 알게 된 것을 연극이나 벽신문의 형태로 정리하여 발표회를 개최한다.
아이들, 학부모, 교사가 함께 교실에서 서로 배우는 학습참가는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첫째,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가 변화한다. 종래의 수업참관에서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는 관찰하는 사람과 관찰 당하는 사람, 비평하는 사람과 비평 당하는 사람이었다. 이러한 장면에서는 서로의 불신은 생겨나도 과제의 공유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에 비해 학습참가에서는 학부모도 교사도 배움의 활동에 참가한다. 그 과정에서 교사가 지니고 있는 아이들과 수업에 대한 생각이 학부모에게 공유되며 부모가 연대하여 교사를 지원하는 관계가 생겨난다. 아이들의 성장과 배움을 둘러싼 교사와 보호자의 책임 떠넘기기 식의 관계를 과제를 공유하고 서로 책임을 지는 협력관계로 전환시키는 일이 학습참가의 가장 중요한 의의이다.
둘째, 학부모의 아이들에 대한 시선의 변화이다. 수업참관에서 우리 아이만을 응시해 오던 보호자는 학습참가에서 다른 아이들과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함께 활동하게 된다. 그로 인해 학급의 아이들로, 학교의 아이들로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내 아이’라는 보호자의 의식이 ‘우리들의 아이들’이라는 의식으로 변화해 가는 것이다.
셋째, 수업의 가능성이 확대된다. 많은 어른이 관계하는 학습참가는 교사 한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활동과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오자키 유타카 교사의 4학년 산수 수업에서 행한 학습참가에서는 4명의 아이들 집단에 각기 학부모가 함께 참가함으로써 아이들이 안심하고 즐기면서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학습참가에 있어서 보호자와의 관계는 교사가 아이들을 재발견하는 기회, 자신의 수업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도 중요하다.
더욱이 학습참가에서는 보호자에게 특별한 지식이나 기능이나 준비를 요구하지 않는 점이 중요하다. 학습참가의 의의는 어디까지나 교사와 학부모와 아이들이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상호간에 서로 배우는 관계를 실현하는 일에 있다. 학부모와 지역주민과 교사간의 균열이 오늘날 학교교육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불신과 비판의 관계를 연대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하는 힘을 가진 학습참가가 담당해야 할 과제는 크다고 하겠다.
2. 가쿠요 중학교
가. ‘배움의 공동체’의 구상
중학교의 개혁은 어렵다고 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이후 교내폭력, 등교거부, 이지매, 소년범죄, 학급붕괴, 학력저하 등 학생들을 둘러싼 위기적 현상이 가장 심각한 곳이 바로 중학교로 지적되고 있다(佐藤雅章〮〮, 佐藤学, 2003). 여기에서 소개할 중학교는 불과 4년 전만 하더라도 이러한 위기적 현상의 한 가운데 놓여있던 학교이다.
현재, 일본의 중학교에서는 생활지도, 부활지도(특별활동), 진로지도의 ‘세 가지 지도’와 학교 카운슬러를 중심으로 한 ‘마음의 교육’ 그리고 ‘수준별 학습지도’를 중심으로 학생들을 둘러싸고 일어나고 있는 위기적인 현상에 대처해 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소개할 가쿠요(岳陽)중학교는 ‘세 가지 지도’나 ‘마음의 교육’이나 ‘수준별 학습지도’로 학교를 개혁한 것이 아니다. ‘배움의 창조’와 ‘수업개혁’을 중학교 교육의 중핵으로 삼음으로써 학교개혁을 성공으로 이끈 사례이다.
가쿠요중학교는 일본 시즈오카(静岡)현 후지(富士)시의 후지산 자락에 위치한 시골학교로 학생수 821명의 대규모 학교이다. 학급수는 특수학급 2개 학급을 포함하여 24개 학급이며 이 학교의 개혁은 2001학년도 4월 사토마사아키(佐藤雅彰)교장의 부임으로 개시되었다. 사토 교장은 지난해까지 같은 학구의 히로미소학교의 교장으로서 '배움의 공동체'를 추진해 왔다. 히로미소학교는 하마노고소학교와 함께 일본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표방한 학교개혁의 시범학교로 정평이 나 있는 학교이다. 즉 히로미소학교에서의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만들기의 경험이 가쿠요중학교의 개혁의 비전을 준비한 셈이다.
가쿠요중학교에서는 배움의 공동체로서의 학교비전을 ‘활동적이고 협동적이고 표현적인 배움의 추구’라는 주제로 제시하고 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살펴보면, 수업시간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75%정도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의 활동을 살펴보면, 배움으로부터 도주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생각은 가지고 있으나 배우고 있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한명 한명의 배움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학력층에 있는 아이들의 학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산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업개혁’과 ‘동료성의 육성’ 그리고 나아가서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학습참가’를 중심으로 한 배움의 공동체의 구축이 필요했던 것이다.
특히, 이 학교에서는 ‘배움의 공동체’ 구축을 4개의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연수를 통해 추진한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교사와 아이들 간의 관계를 개선해 가는 일이다. 즉, 교사가 수업이나 학교생활에서 아이들이나 학부모와의 사이를 부드러운 관계로 바꾸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아이들의 기분을 공감적으로 받아들이고 돌봄(care)을 축으로 한 지도로 바꾸는 것이다. 두 번째 과제는 ‘배움’을 중심으로 한 수업의 창조이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효율적으로 지식을 전달하여 암기시키는 주입식 수업에서 ‘사람이나 사물이나 사건’과 대화하고 친구와 함께 서로 탐구하여 문제해결적이고 활동적인 배움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수업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과제는 서로 배우는 ‘동료성’ 있는 교사집단의 창조이다. 자신의 실천을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지 않는 폐쇄적인 교사가 일상적인 수업을 타자에게 열고 동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겸허하게 자신의 수업지도를 반성하는 반성적 실천가로 성장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교사 전원이 수업공개를 하고 전체연수, 학년연수를 통해 수업을 반성하자는 것이다. 넷째는 학부모가 아이들의 배움에 참가하는 ‘학부모 학습참가’의 창조이다. 이 과제는 학교 밖의 사람으로부터 ‘학교는 폐쇄적이다’라든가 ‘교사는 사회성이 없다’라는 학교와 교사에 불신을 해소하고, 학부모나 지역주민과 함께 아이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관계를 구축해가고자 하는 필요에서 설정된 것이다.
나. 수업개혁
가쿠요중학교의 개혁은 먼저, ‘배움’을 중심으로 한 수업만들기로부터 시작된다. 수업만들기에서는 다음의 3가지 점을 중시하고 있다. 첫째, 어떤 배움을 창조할 것인가라는 ‘수업만들기의 이론을 가지는 일’이다. 둘째는 교사 전원이 년 1회 이상은 수업을 공개하는 일이다. 이는 교실을 사물화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다. 셋째 반성적 실천가를 육성하는 연수시스템을 재구축함으로써 동료성을 육성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수업만들기를 위해 수업개혁에서는 먼저, ‘학습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을 보장할 것’을 기본이념으로 삼고 있다. 수업에서의 학습자의 이해도를 크게 구분하면, ‘대부분 이해하고 있는 아이’ ‘반 정도 이해하고 있는 아이’ ‘거의 이해 못하고 있는 아이’의 세 층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교사들이 수업을 구상할 때는 반 정도 이해하고 있는 아이들의 수준에 맞추기 쉬우나 모든 층의 아이들에 다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을 보장해 가는 일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중학교의 현실에서 살펴보자면 거의 이해 못하고 있는 아이들의 배움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 인가하는 것까지 수업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업을 뒤돌아보면 1시간 수업 가운데 저학력 층에 있는 아이들의 배움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 왔는가 하는 점을 반성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 동교에서는 이 점을 ‘소집단활동’에 의한 협동적인 배움에 의해 저학력 층에 있는 아이들의 배움을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을 이용하여 잘 하는 아이들의 도움으로 받아 보장받도록 하는 수업으로 전개하고 있다.
다음은 ‘배움’을 중심으로 한 수업의 창조이다. 이는 교사가 일방적으로 효율적으로 지식을 전달하여 암기시키는 주입식수업에서 타자와의 의사소통이 있는 ‘배움’으로 수업을 바꾸는 일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동교에서는 교사들 간에 다음과 같은 학습관을 공유하도록 도모하고 있다. 즉, 1시간 수업 속에 ‘활동(개인작업)’과 ‘협동(소집단 활동)’과 ‘표현의 공유(다이로그적 대화)’의 3 요소를 조직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을 조장하는 수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개혁은 그렇게 용이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칠판을 뒤로 교탁을 앞에 두고 교과서를 설명하고 해설하는 일방적인 수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의 배움을 중심으로 수업을 개혁하는 일은 교사에게 있어서는 수업양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청하는 것이 되었다.
‘활동과 협동과 표현의 공유’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실천되도록 추구하고 있다. 첫째, 활동이란 ‘관찰하기, 반복해서 읽기, 생각을 정리하기, 확인하기, 조작적인 활동하기, 반구체물에 의한 사고 등 지적인 작업 활동’과 ‘사물을 이용하여 추론하거나 탐구하는 문제해결적 사고활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러한 활동을 수업에 포함시키는 일이다. 둘째, 협동이란 간단하게 말하자면 ‘소집단협동’을 도입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① 다양한 생각을 서로 부딪치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한다. ② 교사가 개별지도 가능한 학생의 수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이들 간의 관계로 잘 하는 아이가 잘 모르는 친구를 돌보는 것이 집단적인 수준향상에 연결된다. ③ 배움의 결과를 보다 더 심화시키거나 미지의 과제에 협동으로 도전할 수 있다. 셋째, 표현의 공유는 아이들의 의문을 탐구문제로 삼거나 배움의 질을 높이거나 배움을 심화시키는 활동이다. 이는 ① 타자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창조하기, ② 발표하는 친구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기, ③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음미하고 반성하거나 생각을 보강하거나 확장시키는 일 등을 염두에 둔 활동이다.
이 가운데에서 특히 '소집단협동'을 도입하는 것은 중학교로서는 보다 더 곤란한 문제였다. 집단 활동은 배움을 활성화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교실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학생들의 잡담을 유발하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과 '소집단 협동'과 '표현의 공유'라는 세 가지 배움의 요소는 그것을 도입한 수업의 관찰과 비평이라는 ‘교내연수’를 통해서 점차로 모든 수업에 정착되게 되었다.
이러한 수업개혁에서 제일 먼저 강조된 것은 교사의 긴장을 낮추는 일이었다. 중학교 수업의 전형적인 풍경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설명하고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노트에 필기하는 광경이다. 이 풍경에서 특징적인 것은 교사가 열심히 가르치려는 높은 긴장이며 그것과 대조적으로 정적으로 조용히 앉아있는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 구조를 역전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즉 교사들의 긴장을 낮추고 학생 한명 한명의 배움의 활력을 최대한으로 높여가는 일이다. 교사가 긴장을 낮추고 교사의 말과 몸짓이 부드러워지면 교실은 차분한 분위기가 감돌게 되며 학생들의 사고도 유연하게 된다. 수업개혁에서 또 하나 강조해야 할 것은 서로 들어주는 관계이다. 가쿠요중학교에서는 ‘활동’과 ‘소집단협동’과 ‘표현의 공유’ 이 세 가지 요소가 수업에 정착한 2년째부터는 모든 교실의 책상 배치를 ㄷ자형 또는 집단별 테이블형으로 변경했다.
다. 활동시스템(교내연수시스템)의 재구축
중학교의 개혁을 살펴보면, 어떤 배움을 창조할 것인가는 명확하게 하고 있다 하여도 그것을 실천하고 반성할 연수시스템은 조직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연수시스템이 조직화되지 않는 한 수업개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가쿠요중학교에서는 활동시스템으로서의 연수시스템을 다음과 같이 재구축하였다.
첫째, 교사전원이 년 1회 이상은 수업을 공개하는 것이다. 가쿠요중학교는 개혁의 개시와 함께 모든 교사가 최저 년 1회는 수업을 공개하고 그 수업을 교내전체 또는 학년 단위로 서로 비평하는 연수를 개시하였다. 이 수업의 사례연구의 목적은 ‘좋은 수업’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교실에 서로 배우는 관계를 구축하고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고 그 배움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 찾았다. 교사의 책임은 좋은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울 권리를 보장하고 배움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쿠요중학교에서는 수업의 사례연구에서는 교과의 벽을 넘어서 학년단위 혹은 교내전체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공개하는 수업 검토가 이루어졌다. 이 방식은 지금까지 교재와 교사의 지도기술에 화제가 집중되어 온 수업연구를 학생의 배움의 사실에 초점을 두고 서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둘째, 수업공개와 연구협의회를 세트화하는 일이다. 즉, ‘동료성’이 있는 교사집단의 창조를 목표로 하는 공개수업을 연수협의회(수업반성회)와 세트로 실시하는 것이다. 단지, 공개수업의 횟수만을 늘린다고 해서 수업이 바뀌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앞서 소개한 바와 같이 동교에서는 1시간 수업 속에 ‘활동(개인작업), 협동(소집단활동), 표현의 공유(대화)’의 3 요소를 조직하여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을 보장하는 수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교사의 독선을 막고, 개개인의 힘을 집약하고, 교과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공통의 토대가 되는 학습관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개수업과 연구협의회를 세트화하여 반복함으로써 교사의 수업을 보는 눈과 수업을 창조하는 눈을 연마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개수업의 참관은 전원과 일부에 의한 수업참관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외부로부터 강사가 초빙되어 올 경우에는 교사전원이 참관하지만 보통은 일부에 의한 수업참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에 의한 수업참관은 같은 교과나 그 시간에 수업이 없는 교사가 참관하고 있다.
셋째는 연수방식과 수업반성회 시점의 전환이다. 가쿠요중학교의 연수에는 전체연수와 학년연수의 두 가지가 있다. 전체연수에서는 1회에 한 교사의 수업반성만을 다루고 있다. 한편, 학년연수에서는 3개 학년이 같은 시간대에 장소를 나누어 행하기 때문에 3명의 교사가 수업반성을 동시에 비디오연수로 하고 있다. 모든 교사의 공개수업을 비디오로 녹화하여 연구협의회에서 활동함과 동시에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는 것도 이 학교 연수의 특징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전체연수와 학년연수에서 이야기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배움이 보장되고 있는가, 학습자 한 명 한 명의 점프와 발돋움이 있는 배움이 보장되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수업을 확인하고 있다. 수업반성회의 시점으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확인하면서 비디오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① 아이들과 ‘사람, 사물, 사건’의 연결, 관계는 어떠한가?
② 교사와 학습자, 학습자와 학습자간의 관계는 어떠한가?
③ 점프와 발돋움이 있는 배움이 되고 있는가?
④ 의미있는 집단활동이었는가?
⑤ 수업의 맥락에서 ‘연결짓기’와 ‘되돌리기’는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
⑥ 배움을 중간에 자르고 있지는 않는가?
⑦ 수업 가운데 좋았던 점과 불필요한 것은 무엇이었는가?
【4】 미국 ; 이센셜 학교 연합
(Coalition of Essential School)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학교혁신 운동에 CES의 학교개혁이 시사해주는 의미는 몇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첫째, CES가 교원주도의 자발성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CES 협력학교 또는 제휴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주체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다음에서 살 펴 볼 CES의 일반 원리는 입시기관으로서의 일반 고등학교에서는 채택하기 어려운 교육과정이므로 CES 학교가 된다는 것은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 수용 없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다. 공교육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CES는 교육의 일반 원리를 완전히 체화한 학교, 즉 다른 학교의 모범이 되며 학교교육에 발전이 있었다는 실질적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단위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회원교가 되기 위해서는 교원들의 자발적 헌신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다.
둘째, CES의 회원교가 된다는 것은 보다 진정한 의미의 교육과정을 이행하는 학교로서의 위상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CES 학교들은 교육과정의 근간이 되는 교육의 일반 원리로 알려진 학교교육의 목적과 실천방안에 대한 공통의 신념을 가지고 있다. Sizer의 운영 하에서 수십 년간의 연구와 실천을 바탕으로 한 이 원리는 교육과정을 통해 진정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CES는 공동체에 대한 기여는 물론 이보다 확대된 의미에서의 공동체주의를 지향한다. CES 회원교가 된다는 것은 개별학교 뿐만 아니라 학교 제도 및 체제가 평등하고 공동체에 기여하는 조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전체 교육 체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 CES 회원교는 지역 교육 센터가 학교를 돕고 학교의 관할 구역과 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CES 원리를 제도화한 학교들의 설립과 지원을 촉진하는 정책 조건을 고안하는데 영향을 미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CES가 발행한 문서에 따르면 학교개혁이란 함께 일하고 서로 공유하는 전망을 가지고, 공동체의 저력, 지역 사회의 역사, 지역적 특색을 반영하는 인적 구성을 가져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 글은 이상과 같이 살펴본 학교 혁신의 방향에 이정표가 되는 미국의 학교사례를 기술하고 이 사례가 우리 교육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표집된 두 학교 사례를 직접 살펴보기 전에 이 학교들이 속하고 있는 학교연합체(CES)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먼저 살펴보고자 한다.
I. CES의 역사 및 성격
CES는 일종의 학교혁신 네트워크로서 진보주의적 교육철학에 기초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단위학교가 신청하면 교육과정을 보급하고 자문하는 비영리 기관이다. 간단히 정의하면 교육과정 자문단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단체는 미국 사회에서 저명한 교육자이며 학자인 Theodore R. Sizer에 의해 설립되었다.
1984년 Sizer와 일부 동료들은 학교교육 현실에 관한 5년간의 연구를 수행한 결과를 <고등학교 연구>(A Study of High Schools)라는 이름으로 출판하였다. 추후에 Sizer는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러 종의 연구결과물을 출간하였는데 일련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미국의 지역적, 인구 통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미국 고등학교 교육은 심각한 문제를 공유한다는 면에서 상당히 비슷하다고 주장하였다. Sizer가 보기에 고등학교에서 하루에 150명 또는 그 이상의 학생들과 만나는 교사들은 무엇이 학생들로 하여금 ‘깊게 생각하도록’ 자극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기엔 너무 바쁘다고 보았다. 교사들은 이러한 과업에 종사하기 보다는 무엇이 빠르게 점수화 될 수 있는지에 기초하여 수업한다고 관찰된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교과별로 통합성이 고려되지 않아 상호 관련성이 전혀 없는 55분간의 수업들을 듣기 위해 교실과 교실, 교사와 교사 사이를 옮겨 다니는 학생들은 어떤 주제를 충분히 탐구할 시간을 거의 갖지 못한다고 판단되었다. 학생들은 공부하는 다양한 주제 사이에 놓여있는 상호적 관계에 대한 통합적 이해도 얻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야 했다는 것이 Sizer의 비판이었다. 전형적인 미국의 고등학교는 탐구에 대한 무관심과 학업 면에서의 무기력 상태를 조장했다는 것이고 Sizer는 이러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이 학교들이 가장 성공적으로 전달했던 교훈은 배우는 것이 한 마디로 지루하다는 것이다.”라고 쓰기도 하였다.
Sizer는 학교가 혁신적으로 개혁되기 위해서는 하향식(top-down) 개혁을 필두로 한 미국 교육사를 재고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Sizer는 학교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교육의 일반원리를 개발하고 이러한 교육철학 및 교육과정에 찬동하는 학교들을 공모하게 된다. 이에 1984년, 7개 주의 12개 학교가 Sizer의 개념을 토대로 기존의 학교를 혁신하기 위해 이 연합체에 가입한다. 이후 Sizer가 근무한 미국 Brown 대학교에서 학교 혁신의 이론적 토대를 지원한다.
CES가 개발한 교육의 일반원리는 미 전역에서 신청한 많은 수의 공립과 사립학교에 도입되었다. CES가 설립된 이후 십여 년 동안 전국에서 수백 개 학교들이 CES연합센터(CES Affiliate Centers)의 창설을 도모하였으며, 이 연합센터는 학교 교육과정 설계, 학급 운영, 학교 행정가의 리더십 및 공동체와의 연계와 같은 분야에서 각 학교를 직접적으로 지원한다.
II. 교육의 일반원리(The CES Common Principles)
CES, 즉 본질적/필수적 학교연합의 일반원리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실천에 기초하고 있으며, 개별화되고 공평한 그리고 학업적으로 고무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종사해온 많은 교육자들의 지혜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되고 있다. CES의 공식문서가 요약하는 바를 번역해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을 배우기(Learning to use one’s mind well)
학교는 젊은이들이 그들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을 배우도록 돕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② 덜 배우는 것은 더 배우는 것, 범위에 우선하는 깊이(Less is more, depth over coverage)
학교의 목표는 단순해야 한다. 각각의 학생들은 필수적인 기술과 지식의 영역을 터득해야 한다. 이러한 기술과 영역들을 가르치기 위한 프로그램의 설계는, 일반적으로 정의되는 “과목”이라는 틀에 구속되지 않고, 학생들이 요구하는 지적 능력과 상상력에 부합하도록 구체화 되어야 한다. “적게 배우는 것이 실은 많이 배우는 것이다.”는 경구는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관련된 모든 결정은, 단지 피상적인 내용의 전달이 아닌, 철저히 학생들의 숙달과 성취라는 목적에 따라 좌우되어야 한다.
③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목표(Goals apply to all students)
학교의 목표는 모든 학생들에게 적용되어야 하며,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해야 - 학생들이 다양만 만큼 - 한다. 학교 운영은 다양한 학생들과 학급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④ 개별화(Personalization)
교수와 학습은 가능한 최대로 개별화되어야 한다. 교사에게 중․고등학교에서는 80명 이상, 초등학교에서는 20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는 방향으로(직접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는 방향으로) 교사 일인당 학생수를 감축해야 한다. 개별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습과정, 학생과 교사의 시간 활용 방식, 교수 자료 선택, 특정한 교육이론(교수방법)의 선택과 같은 세부사항에 대한 결정은 순전히 교장과 교사의 권한 하에 놓여져야 한다.
학교의 지배적인 운영상의 은유는 지시적 전달자로서의 교사라는 은유보다 참여자로서의 학생이라는 은유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주된 교육은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어떻게 학습해야하는지 배우고, 교사입장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⑥ 전문적 지식의 공개 입증(Demonstration of mastery)
교수 및 학습은 실질적인 과업에 대한 학생의 수행을 토대로 입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아직 적정한 수준의 능력에 도달하지 않은 학생들은 그러한 기준을 신속히 충족시키도록 필요한 지원과 자원을 집중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학습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로부터 특정한 프로젝트(보통 과제를 말함)의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다양한 형식의 증거들이 사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증거들은 학습자의 능력과 요구를 더 잘 이해하고, 향후의 지원을 계획하는 데에 활용해야 한다. 학생들은 그들의 가족과 공동체 앞에서 그들의 전문적 지식을 보여줄 기회를 가져야 한다(전시회 등). 학위증서(일종의 졸업증명서)는 졸업을 위한 최종 입증 형식 - ‘공개발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우에 수여된다. 학위증은 위의 사항이 충족되었을 때 수여되기 때문에, 학교의 프로그램은 기존의 학점 시스템도, 엄격한 나이에 근거한 학년 분류 방식도 배제하는 것이다. 결국 학생들이 중요한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위한 것이다.
⑦ 예절바르고 신뢰하는 태도(A tone of decency and trust)
학교의 분위기는 서로에 대한 기대와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신뢰, 예의범절(공평함, 관대함, 인내)이라는 가치들을 명시적으로, 의식적으로 강조해야 한다. 학교의 개별 학생들과 교사에게 적합한 나름의 격려가 필요하며, 학부모는 중요한 협력자로서, 학교 공동체의 핵심 일원이 되어야 한다.
⑧ 학교 전체에 대한 헌신(Commitment to the entire school)
교장과 교사는 첫째로 그들 스스로를 만능인(일반 교육의 교사이자 학자)으로 여겨야하며, 둘째로 전문가(한 가지 특정분야의 전문가)라고 여겨야 한다. 교사들은 학교 전체에 대한 다양한 의무(교사, 상담자, 관리자)는 물론 헌신성(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⑨ 교수와 학습을 지원하는 자원(Resources dedicated to teaching and learning)
행정과 예산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위한 것으로 편성되어야 하며 교사의 교수활동을 최대한 조력하기 위해서 사용되어야 한다. 또한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들을 더욱 고무할 수 있도록 소정의 범위 내에서 일반 학교들보다 융통성 있는 예산 사용이 허용되어야 한다.
⑩ 민주주의와 평등(Democracy and equity)
학교는 비차별적이고 포괄적인 정책, 운영 그리고 공평한 교육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학교로부터 교육의 주체를 포함하는 민주주의적 운영 방침을 따라야 한다. 학교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형태의 불평등에 의도적이고 명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공동체의 공유된 권한을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Ⅲ. 학교혁신 사례
1. 센트럴 파크 이스트 중등학교
가. 학교의 성격
Central Part East Secondary School(이하, CPESS)는 CES에 관련된 학교이기도 하지만 특성화학교로 해석할 수 있는 마그넷스쿨이다. 마그넷스쿨은 학군(근거리 배정원리에 따른)과 관계없이 학생들을 모집할 수 있다는 것에 어원을 두고 있으며 이를 특성화학교라고 의역하는 이유는 교육과정상 특징에서 연유한 것이다. 그러다가 인권운동이 성장하면서 마그넷스쿨은 인종통합을 위해 학군의 경계를 무시하고 학생들을 서로 인종적으로 다양화하기 위한 학교로 부활하였다. 마그넷스쿨이 교육과정을 특성화시키면 백인 학생들을 유색인종들의 거주지역 학교로 유인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의도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마그넷 스쿨이 학교선택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사회민주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그넷스쿨은 그 형태가 매우 다양해서 어떤 하나의 기준으로 유형화하여 통계조차 내기 어렵다. 그러나 대체로 예술, 경영, 과학, 공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일종의 대안학교 형태의 것도 포함된다. 여기서 살펴보고 있는 CPESS는 공립형태의 실험적인 대안학교라고 할 수 있다.
나. 교육과정의 특징
미국의 대표적인 마그넷스쿨, 센트럴파크이스트 중등학교(CPESS)는 미국에서 매우 잘 알려진 학교혁신 모형이 되었다(Apple & Beane, 1995).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CES가 설정한 교육의 일반원리를 따른다. 특히 이 중에서도 다음 4가지 원리를 중시하고 있다. 첫째, “많이 보다 깊이”(Less is more)의 원리이다. 이는 교과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우는 것 보다 조금을 가르치더라도 깊이 알도록 가르침의 의미한다. 둘째, 개별화의 원리이다. 학습 과정은 통일적이고 일관성을 지니되, 교수 및 학습 활동은 개별화되어야 한다. 어떤 교사도 한 학기에 80명 이상의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으며 담임하는 학생들도 15명이 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목표설정의 원리이다. 모든 학생에 공히 높은 성취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정확하게 완수했음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하면서 배우는 학생”(students as workers)의 원리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정답을 추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스스로를 가르칠 수 있도록 안내하기만 한다. 학생들은 교과서에 매달리지 않으며 “함으로써 배우는” 문제해결 활동을 통해 정답을 찾아낸다(성열관, 2004).
센트럴 파크 이스트 중등학교는 공통중핵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있어서 교육과정의 폭과 깊이의 문제에 있어서 폭을 줄이는 대신 깊이를 심화시키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이러한 교육과정 구성의 기본 원칙은 두 개의 중핵과 그 주변적 교과로 나누어져 있다. 이중 첫 번째 중핵영역은 수학과 과학이고, 다른 중핵영역은 예술, 역사, 사회, 문학과 같은 인문학이다. 중핵중심 교육과정은 다양한 교육과정 사조에 변용되어 활용될 수 있는 것이나 보통 진보주의 교육과정에서 잘 사용하는 모형이다. 중핵과정은 종합과정이면서 중심에 위치하고, 또한 생활학습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과정 설계가 보통이다(홍후조・박도순, 1999). 중핵의 내용은 학생들이 공통으로 학습해야 하는 것으로 선정될 수 있다. 반면 중핵 주변의 교육과정은 다양한 영역으로 분화되어 있으면서 중핵에서 성취되어야 할 학습내용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CPESS의 교육과정은 중핵의 원리는 따른 동시에 통합중심 교육과정으로 설계되고 있으며 주어진 단원별로 수업한다기 보다는 주제중심 학습법을 채택하고 있다.
CPESS의 교사들은 뉴욕 할렘가의 교육을 재생시키기 위해 헌신적인 교사로 충원되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은 매우 탄력적인데 이는 학교가 소규모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행정적 융통성은 교사들에게 시간활용의 탄력성을 허락하였다. 교사들은 탄력적 시간운용을 통해 강의는 물론 소집단 활동, 실험, 문제해결학습, 지역사회 문제 해결 활동 등을 수행하는 것이 유용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이 학교의 교육과정은 학습자 중심의 진보주의 교육에 기초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학교처럼 물리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가르치기로 동기화된 교사들이 길러내려는 학생들은 그 결과로서 무엇을 성취해야 하는 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 이 학교 교사들이 자원해서 가르치는 학교가 의도하는 교육받은 결과는 바로 ‘생각하는’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이 학교의 학생들은 문제상황에 직면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전략을 개발함으로써 사회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정의 교육과정이 주어지기 보다는 학생들 자신이 학습과정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활동계획을 세우도록 고무된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 나의 생각이 나를 어느 쪽으로 이끄는가?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내가 더 읽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까지 잘 해오고 있는 것일까? 내가 읽거나 얻은 정보 중 기억하고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지금까지 배운 것이 처음과 비교했을 때 발전이 있었는가? 이 단원에서 배운 것을 다른 문제해결 장면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 이 단원에서 배운 것을 가정이나 사회의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등이 이 학교가 사려 깊은 학생들을 기르기 위해 모든 교과에서 중시해야할 질문들이다(성열관, 2004).
다. 평가 방식
이 학교의 평가는 주로 포트폴리오와 학예회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 학교는 교사, 학부모 등이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두고 14개의 학습영역에 대해 졸업사정을 하도록 되어있다. 포트폴리오는 학생 개개인의 학업수행 과정에 만들어진 과제 중에서 대표적인 것들을 선정하여 이상의 평가위원회에서 평가받는 수행평가의 일종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배운 경험과 성취 - 지식, 능력, 이해를 중심으로 - 를 기록하고 과제를 포함하는 자료들을 학습한 증거로서 제출한다. 이러한 종류의 평가는 마치 대학의 박사학위 심사와 비슷한 졸업위원회를 구성하여 질적 평가를 받는데, 이 위원회는 학생마다 달리 성립될 수 있으며 2인의 교사는 필수적으로 가입되어야 하며 나머지 일인은 동료학생, 지역공동체의 성인이 될 수 있다. 1인을 선택하여 3인의 졸업위원회를 구성하여야 한다.
이 때 평가의 대상이 되는 14개의 학습영역은 ① 졸업 후 계획, ② 과학 및 공학, ③ 수학, ④ 역사 및 사회, ⑤ 문학, ⑥ 자서전 쓰기, ⑦ 학교 및 공동체의 대민 봉사나 인턴십, ⑧ 윤리학 및 사회쟁점 토론, ⑨ 미술, ⑩ 실과, ⑪ 미디어, ⑫ 지리, ⑬ 외국어, ⑭ 체육이며 이 중에서 7개의 영역은 주요 영역, 나머지 7개는 보완 영역이 된다. 주요 영역에서는 학점을 받게 되고 보완 영역에서는 합격/불합격의 판정을 받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평가에 있어서도 중핵적 원리를 적용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2. 남부 가족 학교(Southside Family School)
가. 학교의 성격
Southside Family Schoo(SFS)는 K-8(유치원에서 8학년)의 초등 대안학교이며, 1972년 이래로 학습자들의 다양성을 고려한 공동체이며 열심히 공부시키고, 사회적으로 사려 깊은 교육을 제공해왔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이 학교 역시 CES 회원교이며 차터스쿨과 같은 형태로 부분적 공립(50%는 공교육비, 나머지는 기부 등) 학교이다.
이 학교는 대안학교로서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대안교육 시작은 1989년임) 그동안 시민 사회의 성장과 사회정의를 위한 교육에 헌신해 왔다. 진보주의 계열 중에서도 비판적 재건주의 교육과정을 실천하는 학교로 해석된다. G. Counts가 주장해온 사회 재건적 관점이 이 학교의 교육과정 목적에 잘 나타나 있다. 재건주의자들은 학생들이 지역사회의 불평등 문제 등 개선이 필요한 분야에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인권, 환경, 직업 교육, 환경 문제, 세계 평화, 제한된 자원의 활용 등을 주요한 학습 주제로 삼는다(홍후조・박도순, 1999). 학생들은 지역 사회의 어려움과 시민들이 당면한 문제를 잘 파악하고 이의 해결에 유용한 비판적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교육과정도 문제해결력에 강조를 둔다. 이 접근에서 유용하게 활용하는 수업 방법은 집단 활동이다. 사회 문제에 대한 탐구, 조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토론, 지역사회 참여 활동 등이 강조되고 평가에 있어서도 이러한 능력이 중요한 지표로 작용한다.
이 학교가 스스로를 소개하는 방식은 학문적 탁월함과 교육과정에서의 혁신, 부모와 공동체에 대한 관심에 헌신해온 작은 규모의 도심 지역 학교라는 것이다. 특히 이 학교가 CES의 회원교로서 작은 학교를 지향하는데 그 이유는 개별화된 지도와 애정이 있고 안전한 학습 환경에 전념하는 작은 크기의 학급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고교와 달리 일반 초등학교 역시 매우 소규모인데도 불구하고 더 작은 학교를 지향한다는 것이 흥미롭다. 특히 이 학교 교육과정은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신과 다른 이들을 존중하는, 자주적인 마음을 가진 시민이 되도록 가르치는 사회정의 교육과정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기술을 강조하고 창조적인 표현을 장려하며,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는 것도 주요한 교육적 원리로 포함하고 있다. 특히 사회정의에 의해서 이 학교는 이러한 원칙을 매우 직접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를 소개하면,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계급주의와 동성애혐오가 없는 분위기에서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 자발적 참여를 장려, 공동체로서의 교실, 양질의 교육과정 개발, 학생 가족에의 관심, 사회정의와 의사결정, 문제해결과 관련된 주제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여타의 다른 대안학교와 마찬가지로 Southside Family school는 헌신적인 교사들에 스스로의 자발성에 기초해 일반 공립학교와는 질적으로 다른 교육활동을 벌이는 교육공간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참여하는 학습 활동의 주체가 되도록 고무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제공되는 교육적 체험은 대체로 창조적인 놀이와 예술적인 표현, 개별 학습, 교사와 함께하는 일대일지도와 평가, 학교 밖의 세계 탐험(현장학습, 문화 행사 등), 교직원이라기보다 젊은이와 어른들로부터 이끌어지는 대화, 수업 또는 활동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학교의 학생은 약 85명이다(출처: 2006년 9월 현재 학교 홈페이지). 다수의 학생들이 미테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중남부 인근지역에 살고 있다. 인종구성에 있어서는 학생들의 62%가 유색인종이고, 경제적인 여건을 나타내주는 것으로서 70%가 무료 또는 삭감된 가격의 급식 대상자이다. 이 학교는 현재 정원보다 지원자가 많아(약 2배) 원칙적으로 선착순으로 학생을 받으며, 재학중인 학생의 친척에 우선권을 주고 있다.
학생들은 보통 일반학교에서의 적응에 애로가 있어서 이 학교에 등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이 학교가 인권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특징이 있어서 특정 학부모가 이를 공유할 수 있는 측면이 많아서라고 볼 수 있다. 학부모들은 또한 그들이 사회정의 교육과정, 학습에 대한 참여적 접근, 작은 학급 규모(한 교사당 12명 학생의 비율), 그리고 자녀교육에 대한 좀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낸다고 소개되어 있다.
나. 교육과정의 특징
이 학교의 가장 특징적인 측면을 보여주는 사회정의 교육과정은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계급주의 그리고 동성애혐오증을 조장하는 근본적인 사회 쟁점들에 관해 보다 포용적인 공동체 안에서 교육활동을 전개한다. 학생들은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사려 깊은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교육받는다. 사회정의 교육과정은 그동안 정의롭지 못했던 역사적 사실에 대해 가르침으로써 그들이 차별 의식을 내면화 하는 것을 피하도록 돕는다. 사회정의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기본적 능력 및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며, 동시에 역사를 공부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그들이 공부하면서 만나게 되는 역할 모델을 성취하고자 열망하도록 자극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과정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주요한 학습활동으로 역사 탐방을 하게 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신장시키고 이를 기초로 학생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조망이 가능하게 한다. 이렇듯 배움에 대한 일생의 열정을 고양시키기 위해, 학생들은 사회적, 문화적 깨달음을 획득하도록 유도된다. 이를 위해 계획된 것이 현장학습을 통한 세상의 탐험이다(고학년을 중심으로 1년에 3회).
사회정의에 대한 교육과정은 이 학교 학생들이 학업성취를 등한시한다는 사회적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학생들은 Minnesota주의 기초 표준 평가의 읽기와 수학 부문에서 주 평균 합격률(각각 52%, 44%) 보다 현저한 차이로 우수한 성취결과(읽기와 수학 각각, 79%, 79%)를 보고하고 있다. 학교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모범적인 학업성취 달성은 어떤 배경의 어린이든 기대치가 높고 교육자가 각각의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책임을 진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3.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
가. 프로그램 및 혁신원리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Oakland시에 위치한 협약학교(charter school)이다. 2002년에 Coalitions of Essential Schools로 활동을 시작한 지 5년째인 학교로, 유치원(KG)부터 10학년까지 있고, 유치원~4학년, 5학년~10학년은 각각 다른 건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으며, 총 학생 수는 460명이다.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각 학교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독특한 문화.풍토를 살려 변화를 추구하여, 학교의 구성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본질적’인 목표를 결정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활동하여 지식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본질적 학교연합 교육프로그램을 채택하였다. 이는 10가지 공동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면서, 본 학교만의 미션 5가지와 규칙 7가지를 추가로 더 결정해서 학교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5가지 미션은 10가지 공동 원리 외에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에서 기본으로 갖추어야 할 지침이며, 7가지 규칙21)은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을 일컫는다(Jenna & Brett와의 면담;
Coalitions of Essential Schools 협력학교 또는 제휴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 수용이 전제되기 때문에 학교 구성원들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그러한 합의는 교원주도의 자발성이 기초하게 된다(임연기외, 2006).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학교개선의 필요성을 느낀 교사와 교장이 Coalitions of Essential Schools 도움을 요청하였고, 본부에서는 개혁을 필요로 하는 학교에 전략컨설턴트를 파견하여 도움을 주었다. 전략컨설턴트는 도움을 요청한 학교에 직접 찾아가서, 1년 동안 학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진단한다. 본부에서 파견된 전략컨설턴트는 학교의 교사.교장과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실질적으로 학교에 도움이 되는 일을 설계한 후, 교사.교장과 함께 학교변화를 이루어 나간다(Jenna, & Brett와의 면담).
다. 교육 목표
Coalitions of Essential Schools는 각 학교에서 모든 학생들이 최상의 잠재성에 도달할 수 있도록 ‘본질적’ 지적 능력 향상을 가지도록 하는데 주된 목적을 둔다. 본질적 학교연합으로서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다인종(백인, 흑인, 아시아, 라틴).저소득층 가구(학생 88%가 저소득층이며, 72%만이 영어로 학습이 가능23))의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학교 목표를 학생의 ‘기본적인 학력신장’에 초점을 둔다. 그리고 기초학력을 신장시켜 모든 학생들의 지적능력 향상을 가져오기 위해 학생의 필요와 흥미를 반영한 개별화교육, 자율적인 학습지도 등의 노력을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모국어수업(Home Language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소규모 협동학습을 통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료를 수집하고 탐구하여 활동하는 수업이 되도록 도와줌으로써, 스스로 생각하고 공부하여 교과내용을 이해하는 ‘본질적’ 수업이 이루어지게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교생활에 보다 도움이 되도록 2년 동안 같은 아이들을 지도한다. 교육과정은 모든 학생들의 대학교육으로의 진학을 최선의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타 학교보다 엄격하게 운영되며, 기초교육을 보다 확실히 하기 위해 모국어 수업을 시행한다. 교사들은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얻게 된 정보.자료를 기반으로 학습에 임한다. 주된 학습법은 개별학습이 가능한 공동의 학습으로 이루어진다. 개별화 및 공동학습에서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가르치고 학생들이 학습내용을 완전히 파악하게 하여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 본질적 학교연합에 있어서 평가는 학생들의 진정한 과업의 수행에 기초하여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즉, 국가에서 시행하는 평가 또는 표준화된 검사지에 의한 평가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지속적 관찰.특정 프로젝트 수행.포트폴리오.전시회.발표회 등을 통해서 평가한다(http://www.lighthousecharter.org; http://essentialschools .org).
마. 학부모.지역사회 참여 및 외부의 지원
Coalitions of Essential Schools에서의 학부모.지역사회의 참여는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가족을 포함하는 것은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의 가장 깊은 신념 중 하나이다. 저소득층의 가정이 많지만 학부모들은 교통안전도우미, 중식제공, 수업지도, 모국어 수업 등과 같은 활동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학교에 참여한다. 학부모와 가족 구성원들은 학교의 설계와 발전에 관여하였으며, 학부모들은 학부모 자문 위원회(Lighthouse Parent Advisory Committee)를 통해서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본질적 학교연합 본부에서는 다양한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여 효과적인 수업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며, 교사 간.학교 간.각 지부 간 네트워킹을 통해 많은 정보.자료 등을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지역사회에서는 학교급식, 도서관, 체육관 사용 등의 지원을 해주고, 그 외 장학기금을 지원하는 기업체 및 직업교육이 가능한 기관과의 협력도 이루어지고 있다(Jenna, Brett & Lewis와의 면담; http://www.lighthousecharter.org).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Coalitions of Essential Schools의 체계적인 지원 하에 학교의 문화와 풍토 및 특성에 적합한 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학구적 성취와 개인적 진보에 있어서 크게 향상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센셜 스쿨 연합 본부의 다양한 교사연수프로그램을 통해 기존의 교직원(교사 및 교장)들이 가지고 있던 관행, 의식, 교수-학습에 있어서의 태도 등의 변화가 이루어졌고, 그에 따라 학교의 문화.풍토도 변화되었다. 즉,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본질적 학교연합 학교로서 학업성취.교육과정.수업방식 등과 같은 학교교육 실제에서의 변화를 가져왔고, 학교구성원의 인식, 학교운영방식.문화, 지역사회와의 연계 등의 변화도 함께 가져왔다. 즉, Lighthouse Community Charter School은 포괄적인 학교개혁을 추진하였다.
V. 시사점
1. CES의 성공과 교사의 자발성
이상에서 살펴본 두 학교 사례는 모두 CES의 회원교로서 살펴본 것이다. 그러므로 이 두 사례에 대한 총평 및 이를 통한 시사점의 도출은 CES의 특징과 밀접히 관련될 수밖에 없다. CES는 약 20여 년 전 교육사업을 시작한 이래로 학교혁신의 과정과 그 결과를 기록해 왔다. 이 연합체에 가입한 학교들에 대한 미국 교육계의 관찰에 따르면 이 회원교 학생들이 탁월한 학문적 성취를 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Center for Collaborative Education (2006)은 <진보와 약속: 보스턴 파일럿 학교에 관한 보고서>를 발간하였고 이후에도 유사한 연구들이 다수 출판되었다. 이들 연구는 대체로 보스톤에 소재한 실험적인 파일럿 학교들을 조사한 것으로 CES학교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유형의 연구물들은 학생의 학습결과, 즉 성취에 미치는 학교의 효과를 조사한 것으로 CES학교들의 성공적인 정착에 대한 증거들을 취합하여 보고하였다. Foote(2005)의 연구는 뉴욕시의 CES와 제휴한 고등학교 출신 학생들의 대학진학률과 성공에 관해 조사하였는데 CES 원리를 체계적으로 이행하는 학교들에서 진학률이 높고 여타 CES의 특성 -수행평가, 작은 규모, 통합교육과정, 탐구와 지적 능력에 초점을 맞춘 “적은 것이 더 많은 것”이라는 교육과정, 프로젝트 학습 - 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보다 학술적인 성격을 지닌 Darling-Hammond 등 (2002)의 연구는 뉴욕시 연합 실험적 학교운영 프로젝트의 7년간 연구는 과거에 양산된 실패한 고등학교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작은 학교의 독특한 탄생 과정을 설명해주었다. 이 연구는 다섯 개의 새로운 학교가 비록 교육적으로 훨씬 혜택 받지 못한 학생들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볼 때 실질적으로 과거의 학교보다 더 나은 출석률, 더 낮은 사고 발생률, 일기와 쓰기 평가에서 더 나은 성취, 더 높은 학위(고교졸업) 취득률, 더 높은 대학진학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 학교들은 학교 설계상의 특성에서 공통점이 있었고, 그것들이 이러한 결과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타의 많은 연구들은 CES 소속 교사들이 학문적 흥미를 유발하는 기회의 창출과 개별화된 지원을 바탕으로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문적으로 성장하게 되는 다양한 방법을 증명하고자 하였다. 또 CES 교육의 일반원리에 의해 조직된 학습 환경이 전통적인 수치와 비교하여 학생들의 성취를 향상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또한 증명해 주었다.
CES에 속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업성취의 진보를 가져온 것은 여러 가지 함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함의를 한국적 인식론으로 이해해서는 곤란하다. 미국은 우리와 상이한 교육문화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CES 회원교는 교육적 혜택이 매우 낮은 지역의 학교들이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CES의 일반 원리 중 어느 것이 가장 학업성취 제고에 기여하였는지 그 이유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교사들의 헌신성이 가장 중심에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일부 경제학자 등은 이것이 마그넷이나 차터스쿨의 시장효과라고 주장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많은 연구에 의해 입증되었다.
CES는 교육의 일반 원리가 회원 학교에 체화되도록 조력함으로써 학업면에서 활력이 넘치고, 자기 주도적이며 평등한 학교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여기서 자기주도성은 다른 어떤 원리보다도 중요하다. CES는 회원교를 증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CES가 가지는 교육철학과 공유할 수 있는 학교 교원들의 자기주도성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CES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평등하고, 지적인 활력이 넘치며, 자기주도적인 학교를 설립하고 지원하여 그러한 학교가 미국 공립 교육의 표준이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CES의 존재의의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문구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것과 유사한 단체가 그 존재의의를 가질 수 있는지 이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센트럴파크이스트 중등학교의 성공 역시 바로 공립학교간의 경쟁과 학교선택권을 보장한 결과인 시장효과라고 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센트럴파크이스트 중등학교는 1940년대 뉴욕의 달톤스쿨(Dalton School)과 유사하였으며(Cookson, 1994), 교사들의 헌신적 노력의 결과로 학생들의 졸업률이 증가하고 성적이 향상되었다. 한국에서 졸업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은 학교개혁의 중요한 척도는 아니겠으나 미국에서 졸업률은 교육개혁의 성공을 재는 가늠자이다. 미국은 학교교육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로서 졸업률에 매달릴 만큼 총체적 위기에 처한 것이 사실이다. 많은 연구자들(Apple & Bean, 1995; Henig, 1990)은 센트럴파크이스트 중등학교의 성공이 교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개혁 정신의 산물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것이 “학교선택을 통한 시장효과인가”라는 질문에는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똑같이 선택을 보장받은 뉴욕 지역의 다른 학교들에게서는 전반적으로 시장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연구자들은 교사들의 헌신성과 시장선택의 효과를 혼동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스트할램 지역의 학교선택제는 센트럴파크이스트 중등학교 같은 하나의 혁신적인 학교를 창조했지만, 문제의 도심지역 학교를 재구조화하지는 못했다는 것이 시장효과를 부인할 수 있는 근거이다.
학교혁신의 기초는 교사들의 헌신성과 성실성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고무시키는가이다. 모두에 설명하였듯이 학교혁신은 모든 학교에서 일어날 수 없으므로 광역단위에서 학교를 지정하거나 신설하여 CES와 같은 교육적인 실험이 가능하도록 공립 실험학교들을 창출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학부모와 학생들 중에서는 입시경쟁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싶어 하는 집단이 있으며 국가는 이들을 위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고교에서 입시교육을 할 수 밖에 없어 무력감을 느껴온 다수의 성실하고 자발적인 교사들이 있다. 이들이 실험적으로 질 높은 공교육 모형을 정립할 수 있도록 소수라도 공립학교를 만들어 이들, 성실하고 양심적인 교사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를 광역 수준에서 몇 개씩 만드는 것이 현명한 정책수단일 것으로 본다.
2. 남부가족학교의 진정성과 공동체 참여를 위한 교육과정
CES는 모든 아이들이 애정 어린 양육과 지도를 받고 그들의 잠재력을 펼치도록 하는 교육적 세계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부가족학교 역시 교육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우리도 더욱 평등한 학교를 설립하는 것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어 볼 필요가 있다. CES의 원리를 제도화하는데 공헌했던 노력은 오랜 세월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모든 학교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대신 이 네트워크 안에 있는 학교들에 대한 정서적, 물질적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이들의 진정성이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전달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단위학교에서 활력이 넘치고, 자기 주도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게 되는 실천방안을 보급하고 교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남부가족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철학은 학력인정을 받지 못하는 - 최근 인정 학교가 늘어가는 추세이긴 하나 - 대안학교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국가교육과정은 다양한 교육관과 이데올로기가 타협한 결과로서 도출된다는 것은 기정의 사실이며 교육과정 학계 역시 인정해온지 오래다. 그러므로 남부가족학교의 교육철학 및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개발자들에게 도전과 긴장을 유발할 것이다. 이에 교육과정은 ‘숙의’의 절차를 제도적으로 따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단위 학교가 입시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우리 사회가 대체로 합의할 수 있는 ‘철학적’ 선에서 민주적 시민을 양성하고, 평등, 평화, 환경, 공동체 문제에 있어서 기존의 공교육에서보다 더 ‘교육적인’ 학교가 설립가능하다면 이를 국가교육과정의 예외로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가교육과정의 예외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하며 입시 명문고교로서 사회적 위상을 가질 필요 등의 목적으로는 그 예외가 적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남부가족학교의 경우처럼 개인의 욕구와 흥미에 초점을 맞춘 자기주도적인 교육, 교사와 학생이 친밀하게 지내는 작은 학교와 교실 지향, 참된 과제(authentic tasks)의 수행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평가, 민주적이고 평등한 학교 정책과 실천, 여타 학교 공동체와의 친밀한 협력관계를 교육목표로 하는 학교가 있다면 적어도 이 학교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들은 충분이 있을 것이다. 만약 이러한 학교가 공립으로 설립되지 않는다면 이상의 수요를 가진 학부모들은 대체로 학력비인가 대안학교에 보내야 하는 ‘고부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국가는 보다 진정한 학습이 가능한 학교에 학생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부모와 또 이러한 학교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에게 입시경쟁의 경로를 이탈해야 하는 약간의 부담은 있겠지만 우리 사회가 의미 있다고 인정해주는 질 높은 공립학교를 다닐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