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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의 축제관광
화천에 들어서면 산과 강으로 이루어진 작은 시골마을임을 금방 눈치 챌 수 있습니다. 화천군의 인구도 2만 5천에 불과하니 그 규모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요. 도시의 한 모퉁이에 있는 사람들보다도 적은 사람들이 살며 화천 고을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아담하면서 그 경치가 일품인 고장입니다. 그 때문에 누구나 화천에 오면 마음의 고향처럼 정겨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작고 아담하고 정겨운 화천인데 그 속에서는 엄청난 힘이 치솟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사철 열리고 있는 갖가지 축제 때문입니다. 축제 하면 벌써 어깨부터 들썩이네요. 세계적인 ‘산천어 축제’부터 ‘쪽배축제’, ‘비목문화제’ 등 굵직한 축제가 우리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 함께 ‘물의 나라’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축제 여행을 떠나볼까요.
1. 용화축전
<용화산 산신께 용화축전을 고하며>
2011년 10월 6일 오전 11시 제단에는 제물이 가득 차려져 있네요. 용화산 기슭 웅장한 자연석에 기대어 지은 산신각 안에 있는 제단입니다. 화천군수를 비롯해서 제관들이 제례 복장을 하고 줄지어서 용화산 산신께 제사를 올리는 것입니다. 산신각 앞마당과 주변에 사람이 그득 한 것으로 봐서 산신제에 대한 화천사람들의 열의가 대단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용화산 산신께 용화축전이 시작됨을 알리며, 나라의 태평과 화천의 풍요를 기원하는 것이지요. 경건하면서도 엄숙한 모습으로 산신제는 진행됩니다.
산신제가 진행되는 동안 아래 개울에서는 음식준비가 한창입니다. 부녀회 회원들이 너럭바위 위에서 산신제에 참가한 사람들의 점심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용화산 산신께 풍요와 무사고를 기원하고 국밥을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산신의 축복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제의 마지막에 음복을 하면서 화기(和氣)롭게 웃고 이야기 하는 모습에서 화천의 평화가 보입니다. 정말 멋진 행사네요.
용화산은 화천의 대표적인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춘천과 화천의 경계를 이루는 산인데, 용화세계를 꿈꾸는 화천인의 염원이 담긴 산입니다. 도솔천에 머무르고 있던 미륵불이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출현하는 미래의 세계이니까요. 그 때문일까요. 이곳 용화산에는 성불사(成佛寺)라는 아주 큰 절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당시 있었던 돌장승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옛날 맥국의 왕자가 이곳에 산성을 쌓고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우기도 한 곳입니다. 아주 간절한 심정이었을 거예요. 부디 전쟁에서 승리를 해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 싶었을 겁니다. 왕자의 소원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용화산 산신제를 지내는 장소가 옛날 성불사의 말사(末寺)였다고 하네요. 시주를 받아 본사로 옮기던 성불사의 스님들이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던 곳이랍니다. 그것을 증명하듯 산신각 주변에는 아주 오래된 기와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아 참, 화천이라는 지명이 용화산의 이름을 딴 것 아세요. 그래요. 화천(華川)은 빛날 화(華)자에 내 천(川)자를 한자로 씁니다. 이때 화(華)자는 용화산(龍華山)에서 따오고요, 내 천(川)자는 화천의 옛 이름인 낭천(狼川)의 천(川)자를 따온 것이랍니다. 보통 물은 풍요와 생명을 주로 상징하는 것 아시잖아요. 게다가 미래의 낙원인 용화세계의 뜻이 깃들어 있으니, 화천은 참살이의 낙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이네요. 용화산 산신제를 지내는 산신각 주변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산신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하남면 삼화리에서 용화산 정상 방면으로 난 아스팔트길을 따라 가야합니다. 이 길도 참 아름답습니다. 들녘에서는 추수의 끝자락에 풍요로움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고요. 그 유명한 용암추어탕을 맛보실 수도 있습니다. 끼니때를 맞춘다면 가을철 건강식인 추어탕을 드시도록 권하고 싶습니다. 원래 이곳 추어탕은 용화산에서 흘러내리는 삼화천 계곡에서 용고기(미꾸라지)를 잡아서 끓였다고 하네요. 삼화리에는 예전에 고려장을 하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좀 으스스 하지요. 고려장은 땅을 파고 그 안에 노인을 넣고 위에 도시락이 들어갈 정도의 구멍을 낸답니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밥을 넣어주다가 더 이상 받아먹지 않으면 그대로 무덤을 썼답니다. 용화산이 가까워지자 길은 가팔라지기 시작합니다. 이 아스팔트길은 춘천시 고탄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까지 나 있습니다. 고갯마루를 조금 남겨두고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계곡을 따라 난 길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곳에서 약 200여m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산신각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길은 승용차가 다닐 만큼의 넓이로 닦여 있습니다. 그러나 차로 가지 마시고 걸어서 갈 것을 권합니다. 천천히 걷다보면 산새들의 지저귐, 곤충들의 울음소리, 나무사이로 들려오는 바람소리, 코끝을 상큼하게 스치는 솔향기, 눈을 황홀하게 하는 천만 가지 단풍 등을 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곡물에 눈길을 줘 보세요. 살랑살랑 더듬이를 흔들며 걷고 있는 가재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느 새 산신각에 도달했네요. 산신각은 자연석 앞에 단을 놓고 그 위에 기둥을 세우고 기와를 얹은 것으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화천 사람들의 삶이 묻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신각을 하나 지어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도록 깊은 배려를 한 화천사람들의 마음을 말입니다. 작지만 아름다운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신각 좌우에는 작은 계곡이 있어 도랑물이 졸졸 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습니다. 너무나 맑고 물맛까지 환상적입니다. 산신각 오른쪽에 있는 도랑물이 좀 더 많은 데요. 이 물로 산신제 때 쓸 메를 짓고 제물과 점심 준비를 합니다. 산신각과 계곡과 숲이 어울려 절로 감탄을 자아내지요. 산신이 계신 곳으로 그야말로 신성세계임을 몸으로 느낄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용화축전이 시작됩니다.
<어부식 관등놀이를 아시나요>
1984년 10월 18일 오후 7시 화천시가지는 곱게 한복을 입고 관등을 든 500여명의 여중고생으로 길을 메웠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멋있었는지요. 요즘은 산천어축제 때 선등으로 시가지에 불을 밝히지만, 관등을 든 여중고생의 행렬은 나름대로 선등거리 못지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관등행렬 앞에서는 풍물패가 열두 발 상모를 돌리고 신나게 꽹과리를 치면서 길을 열었습니다. 평소 민속놀이를 할 때 갈고닦은 풍물패의 울림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빠지지 않는 실력들을 갖추었습니다.
이들이 시가지를 걸어 다다른 곳은 화천읍 하리 뱃터였지요. 원래 이곳은 남강(南江)이라고 했고, 남강 아래인 현재 춘천댐 부근은 모진강(母津江)이라 하던 곳입니다. 춘천댐으로 물길이 막히면서 이제는 모두 호수 속으로 묻히고 말았습니다. 남강진(南江津)이 있던 이곳 배터 부교 위에 관등을 든 행렬이 멈췄습니다. 그러니까 1984년 제2회 용화축제 때 축제를 주관하던 신(神)은 용화산 산신이 아닌 화천 남강(南江)의 용왕신이었습니다. 용화산 산신제를 용화축제 때 처음 지낸 것은 제3회인 1985년부터입니다.
관등행렬이 멈추자, 강가에는 용왕제상(龍王祭床)이 차려지고 제의가 있었지요. 왜 화천을 ‘물의 나라’라고 하는지 이해가 갈 겁니다. 축제의 신이 용왕신이었습니다. 용왕신께 화천의 용화축전이 열림을 알리고 용왕을 불러 즐겁게 난장을 베풀어 보냈던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 사주(四柱)를 쓴 종이에 조밥을 싸서 강물에 던졌습니다. 어부식(魚鳧食)을 한 것입니다. 어부식은 글자 그대로 물고기나 물오리에게 밥을 먹여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사람에게 낀 액운을 대신 가져가라는 의미이지요. 이때 촛불도 강물에 띄워 보내는 의식을 같이 합니다. 아주 장관이에요. 깜깜한 강위에 수백 개의 촛불이 두둥실 떠서 밤 강을 밝게 비추게 됩니다. 촛불을 띄워 보내는 것은 소원성취를 바라는 것입니다.
어부식 관등놀이는 매년 용화축전이 열리는 전야제 때에 행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턴가 사라져서 한동안 하지 않았지요. 다시 하게 된 것은 2006년 10월 11일 오후 4시에 남강 나루터에서 재연되었습니다.
<화천에서만 볼 수 있는 경주가 많아요>
용화축전은 화천사람들의 한마당 잔치입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의 축제에서 볼 수 있는 축구, 줄다리기, 장기, 널뛰기 등의 경주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 민속경연, 장치기, 용선경주는 화천에서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화천에는 전국대회에 나가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민속놀이가 많습니다. 소금배놀이, 머슴명절놀이, 지게행상놀이, 농목장치기놀이, 거줄싸움, 낭천풍물놀이, 번안골 목도소리, 냉경지 어부식놀이 등이 그것인데요. 이들 민속놀이는 모두 용화축전을 통해서 발굴된 것이지요. 이 중 농목장치기놀이와 냉경지 어부식 놀이는 전국대회에 가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선한 작품입니다. 농악기를 신나게 연주하고, 알록달록한 의상을 하고 진(陣)을 펼치는 장면은 정말 멋집니다. 시골에서 농사만 짓던 어르신들이 어떻게 연출을 하고 수십 명이 한 사람처럼 움직일 수 있는 연행을 하는지 몹시 궁금합니다.
민속경연은 용화축전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5개 읍면이 매년 한 작품씩 출품을 해서 화천공설운동장에서 경연을 벌입니다. 이 중에 가장 좋은 성적을 낸 팀은 강원도대회에 나갑니다. 수십 명이 모여야 한 팀을 이룰 수 있으므로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매년 빠지지 않고 출품을 합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내용도 다채롭습니다만, 열정이 대단함을 볼 수 있습니다.
농목장치기는 요즘 말하면 필드하키와 비슷한 우리의 전통놀이입니다. 산에 나무를 하러 가던 나무꾼들이 모여서 한바탕 논바닥에서 편을 갈라서 내기를 하면서 놀았던 경기입니다. 지게 작대기로 칡을 엮어 만든 공을 쳐서 골대에 넣는 것이지요. 그 유래가 고구려에서 말을 타고 가면서 하던 격구(擊毬)라고 하니, 상당히 오래된 것이지요. 아주 박진감 있고 운동량도 많은 경기입니다. 겨울철에는 얼음판 위에서도 행했다고 하네요. 이 경기를 화천에서는 용화축전 때 진행합니다. 읍면별로 선수를 내어서 장치기 경기를 하는데, 모두 일류 선수들이랍니다.
용선경주(龍船競走)는 쪽배축제 때 벌이던 경주의 연장이라고 보면 됩니다. 이 용선경주는 공설운동장 뒤 춘천호에 설치된 피니쉬타워에서 행합니다. 춘천호의 푸른 물결을 가르는 모습은 아주 이채롭습니다. 홍콩이나 동남아 일대에서 행하는 용선경주와는 사뭇 다릅니다. 홍콩의 용선경주는 카누와 같은 배를 타고 여럿이서 노를 저어 목적지에 빨리가기 내기를 합니다. 그런데 화천의 용선경주는 카누가 아니라 쪽배입니다. 형형색색의 쪽배를 만들어서 경주를 벌이는 것으로 경주 도중에 물에 잠기기도 해서 폭소를 자아내지요. 진행자가 확성기를 통해 중계를 하는데요, 경주 자체보다도 중계가 더 재미있다나요.
용선경주의 유래는 중국 초나라의 굴원 때문에 생긴 것이라 합니다. 김매순(金邁淳, 1776-1840)의 열양세시기에 그 유래가 나옵니다. 초나라의 충신 굴원은 그의 강직함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큰 돌을 안고 멱라수에 빠져죽습니다. 그때 그 지방의 촌민들이 충신 굴원의 시체를 물고기가 뜯어먹을까봐 종자(粽子)라는 떡을 던지며 노를 급히 저어서 다투어 그의 시체를 건졌는데요, 중국에서는 이날이 되면 종자를 만들어 먹으며 배 달리기 경기인 경조회(競漕會)를 한답니다.
화천에서 용선경주를 할 때는 춘천호 물속에 비친 붕어섬의 잔영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며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물결이 일렁이며 잔영은 춤을 추고 그 위로 뒤뚱뒤뚱 쪽배를 띄워서 경주를 합니다. 경기에서 이긴 사람이나 진 사람이나 모두 같은 재미를 느끼게 된답니다. 졌다고 상을 찡그리지 않고 환하게 웃으면서 민망해 하는 모습이 정겹게 다가옵니다.
<군침 도는 특산물 요리 경연대회>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용화축전의 특산물요리경연대회에 오시면 그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절로 감탄이 나옵니다. 빨리 평가가 끝나서 시식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왔으면 하고 기다려집니다. 이 대회는 원형광장에서 하는데요, 수십 명이 대회에 참가해서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지요.
화천의 특산물 하면 아주 다양합니다. 산천어, 단호박, 민물고기, 토마토, 불루베리, 머루주, 파프리카, 오리쌀 등이 화천의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 특산물은 화천에서 정책적으로 홍보와 판매를 하고 있지요. 용화축전의 요리경연대회도 이 때문에 열린 것입니다. 산천어의 변신은 다채로웠고, 도리뱅뱅은 환상입니다. 절로 군침이 돕니다.
2. 산천어축제
‘겨울이 기다려지는 것은 산천어축제 때문’이라는 문구가 군청사에 크게 걸려 있네요. 산천어축제에 한번 가 본 사람은 겨울이 되면 또 가고 싶다고 말 하는 이유를 알만합니다. 화천으로 통하는 길 곳곳마다 화려하게 수놓은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방문객을 먼저 맞습니다. 축제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이 먼저 들뜨네요. 꼭 초등학교 시절 소풍 갈 때의 기분이라고 할까요?
화천은 온통 산천어로 장식이 돼 있군요. 축제의 기분이 절로 납니다. 입구에 있는 다리에 올라서자 화천천의 넓은 얼음 위에 빽빽하게 들어 차 있는 사람들을 보니 정말 놀랍습니다.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점점 빨라집니다. 곳곳에 신경 써서 준비한 얼음장식들이 기분 좋게 하고 있습니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이라는 표어가 눈에 확 들어오네요. 얼지 않은 인정은 화천사람들의 모습일 것이고, 녹지 않는 추억은 방문객들의 마음으로 남아있을 것이란 의미일 텐데, 정말 그럴까 축제장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산천어축제의 백미는 아무래도 낚시일 겁니다. 입추의 여지가 없습니다. 한 번에 만천 홀(얼음구멍)에서 낚시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 자리도 빈자리가 없는 것 같습니다. 얼음낚시터 아래에 마련된 흐르는 물에서는 루어낚시도 하고 있군요. 가끔 산천어를 낚아서 환호를 하는 사람도 볼 수 있습니다. 낚시를 하는 자세도 아주 다양합니다. 얼음 위라 많이 추울 것 같으나 축제의 열기 때문인지 추위를 잘 모르겠습니다.
낚시장 위쪽에는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얼음을 가르고 있는데, 넘어지는 사람도 많습니다. 와! 정말 할거리가 많습니다. 추억의 얼음썰매, 눈썰매, 봅슬레이, 사발이, 아르고(수륙양용자동차), 얼음축구, 얼음장치기 등등 엄청 많습니다. 모두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네요. 사람이 하늘을 날아가네요. 너무 타고 싶군요. 하늘 가르기라는 것이라고 하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 추운 얼음물에는 추위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천어 맨손 잡기를 하고 있습니다. 보기만 해도 몸이 오싹해 지는데, 추위 보다 재미가 더 한가 봐요. 산천어를 잡은 기분에 신이 났습니다.
산천어축제장 주변은 먹을 것도 많네요. 그렇지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하잖아요. 이곳저곳 놀면서 받은 화천사랑상품권으로 모두 해결이 되다니, 산천어축제 정말 멋집니다. 화천의 특산물을 먹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게다가 축제를 즐기면서 받은 농특산물교환권으로 특산물을 바꿔갈 수도 있군요.
눈을 돌리니 볼거리도 너무 많아요. 얼곰이성의 얼음터널, 눈사람광장, 눈 조각, 산천어 조형물 등이 모두 수준급입니다. 게다가 빙상뮤지컬, 낭천별곡, 창작썰매콘테스트, 군부대행사 등도 지역의 특성을 살린 멋진 볼거리입니다. 볼거리는 산천어축제장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화천시내 곳곳에 볼거리가 있어요. 아시아빙등광장, 세계겨울도시광장, 선등거리, 겨울문화촌은 화천에서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볼 수 있는 축제의 또 다른 장면입니다.
산천어공방은 산천어소망등, 엽서, 목어를 만들 수 있는 체험장이고요. 축제기간 중에 운영되는 산천시티투어를 타시면 화천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멋진 관광이 되더라고요. 토마토와 불루베리로 만든 기념품도 줍니다. 마을마다 진행되는 사랑방마을도 함께 할 만합니다.
산천어축제가 미국의 CNN방송에서 겨울의 7대 불가사의로 방송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화천군민이 모두 하나가 되어서 ‘얼지 않은 인정’을 베푼 까닭이라고 봅니다.
3. 토마토축제
화악산의 끝자락 화천군 사내면에 가면 특별한 축제가 있습니다. 이곳은 원래 조선시대에 김시습과 김수증이 은거를 했던 아주 깊은 산중이었지요. 계곡 물도 맑을뿐더러 깊은 산 중에 있는 마을이라 공기도 아주 좋답니다. 기온과 토질이 토마토를 재배하기에 적격이라나요. 이곳에서 생산되는 토마토는 품질과 맛도 최상이지만 그 양도 1300톤이 넘을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8월 초순 토마토가 한창 익을 무렵 유명하다는 스페인의 토마토축제보다도 큰 행사가 화천군 사창리 입구 도로변에서 3일에 걸쳐서 열립니다. 한 가지 농산물 품목을 갖고 이렇게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남녀노소 토마토에 푹 빠졌습니다.
토마토는 먹는 채소라고만 생각할 수 없군요. 얼굴에 팩을 할 수도 있고, 놀이도 할 수 있음을 토마토축제장에 오면 알 수 있습니다. 트럭에 가득 싣고 온 토마토를 대형 천막 위에 내렸습니다. 이렇게 많은 토마토를 한 곳에서 본 것도 처음입니다. 붉고 푸른 토마토가 가득 쌓이고 사람들은 진행에 맞추어 토마토존으로 들어갑니다. 모두 신났어요. 어른들 얼굴은 동심으로 변했고 눈빛이 몹시 곱게 빛납니다. 그렇게 많던 토마토가 으깨져서 붉은 물처럼 변했습니다. 사람들도 모두 토마토에 물들었지요. 축제는 역시 함께 즐겨야 제 맛입니다.
토마토축제의 정점은 ‘황금반지를 찾아라’라는 행사였습니다. 무려 50개의 반지를 주울 수 있고, 가장 큰 것은 3돈이나 한다나요. 찾은 사람들은 환호성을 울리고, 못 찾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토마토 속을 뒤집니다.
한참을 놀고 났더니 배가 고프네요.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니 토마토 먹기 대회가 있군요. 방울토마토를 담아 놓고 짧은 시간에 많이 먹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 옆에는 토마토로 만든 특산물도 판매를 합니다. 토마토를 넣어 만든 감자떡이 너무나 먹음직스럽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요.
4. 쪽배축제
‘쪽배’라는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듭니다. 화천의 붕어섬에 가면 여름이 즐겁게 느껴짐을 알 수 있습니다. ‘수리(水利) 화천’, ‘이보다 좋을 水 없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오는데, 뜻은 ‘수리수리 모든 일이 잘 풀린다.’라네요.
쪽배축제 첫날에는 ‘낭천별곡’이라는 마당놀이가 볼만합니다. ‘낭천별곡’을 관람하면 쪽배축제의 기원을 알 수 있어요. 나무를 싣고 한양으로 가서 팔아 소금을 싣고 오겠다고 떠나는 낭군과 그를 송별하는 아낙의 이별장면을 담았답니다. 초저녁 쪽배축제장을 횃불로 환하게 밝히는 마당놀이는 보는 이에게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쪽배축제는 혼자 가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하면 배로 즐겁습니다. 온가족이 손을 잡고 축제 속으로 들어가 보면 한 여름의 무더위를 잊는 것은 물론, 한 여름 밤의 아름다운 별빛까지 모두 만끽할 수 있답니다.
수상(水上)체험이 유달리 많은데요. 수상자전거(월엽편주), 용선체험, 카약체험 등입니다. 특히 자전거를 타고 춘천호를 가르는 재미가 좋습니다. 게다가 붕어섬에 가면 수생연못을 만들어 놓아서 물속에 사는 30여 종의 곤충과 식물을 관찰할 수도 있어요. 물방개가 살랑살랑 연잎으로 숨기도 합니다. 한강수계댐을 한 눈에 볼 수 있게 만들어 놓고 해설사까지 있어서 유익한 공부도 할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별빛공원에 형형색색의 불빛이 들어와서 지상의 은하수를 만듭니다. 산천어축제의 선등거리에 못지않지요.
쪽배축제의 하이라이트는 창작쪽배콘테스트라 할 수 있습니다. 기발한 모습의 쪽배들이 선보이는데요. 모두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서 출품한 것입니다. 경주를 하다가 물에 빠지기도 하고요. 등수에 들면 많은 상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쪽배축제는 토마토축제와 연계를 하고, 각 지역의 아름다운 계곡에서도 함께 여름을 즐길 수 있게 준비해 놓았답니다.
5. 비목문화제
평화의 댐 한 녘에 비목공원이 처연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비목(碑木)은 나무 비석을 일컫는데요. 비목공원에 가면 녹슨 철조망이 뒤엉킨 옆에 십자모양의 나무를 세우고 그 위에 녹슨 철모를 얹어놓았습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라고 새겨진 노래비만이 새롭습니다. 전쟁에 죽어간 젊은 넋들이 계곡을 가득 메운 것 같습니다. 젊은 군인 한명희로 하여금 “비목”이란 노랫말을 짓게 한 것도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요.
비목문화제는 6월 초에 이곳과 붕어섬 일대에서 열립니다. 호국안보문화제라 하지만 위령제에 가깝습니다. 떠도는 혼들을 달래는 살풀이춤을 보면 이승과 저승이 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기를 기원해 봅니다. 스님들에 의해 영산재와 추모법회가 열리는 것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군요.
비목문화제는 군인들과 함께 한다는데 특색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군인들과 관련한 행사가 많습니다. ‘우리 군 사랑 호국음악회’, ‘참전용사 전적지 순례’, ‘6.25전쟁 사진전’ 등이 그렇습니다. 화천에서는 비목문화제를 통해 전쟁이 없는 평화를 기원하는 것이겠지요. 그 때문에 ‘평화 꽃씨 날리기’, ‘세계 평화 콘서트’, ‘세계 평화 대행진’ 등의 행사도 함께 합니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화천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