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05)
2005-11-28 16:21:45
[35차] 계양산 산행
2005. 2. 15. / 박광용
산행일 : 2005. 2. 13. (일)
코 스 : 계양산 산림욕장-군부대 송신소-계양산 정상-장명이고개-효성봉-효성산-효성동
참가자 : 신림, 재봉, 광용, 민영, 상국, 진운, 효용, 영록 (총 8명)
[편집자 주 : 이 산행기는 상국이에게 부탁을 했었는데, 상국이한테 갑자기 닥쳐온 열과 오한 때문에 오늘에야 내가 끄적거려 본다. 상국이 말로는 전날의 광교산 종주 때문에 피곤이 쌓여서 생긴 일이라고 하나, 내 생각으로는 <란죽>집에서 재봉이와 둘이서만 훔쳐본 회색치마 맨다리 때문이 아닐까 여긴다. 재봉아 니는 게안나? 상국이가 빨리 회복되어 남한산성에서 만날 수 있길 빌며…
(박광용)]
삼공산우회장으로 우리 산행모임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는 효용이가 개업한 <란죽>집 방문도 겸하여 2주 전부터 기획하였던 산행이다. 마침 효용이가 다른 산행계획이 없기로 우리와 같이 참석할 수 있어 이날로 잡았다. 계양산은 인천 지역의 주산으로 나지막하지만 주변 경관이 좋아 도시인들의 주말 휴식처가 될만한 산이란다. 또한 한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이 계양산-효성산-철마산으로 이어지지만, 우리는 계양산-효성산까지만 운행하기로 한다.
전날 길래와 상국이와 함께 평소 염두에 두고 있었던 광교산 종주를 5시간 반에 끝내고, 뒤풀이하면서 조금 무리했나 보다. 일요일 아침, 보통보다 좀 늦게 7시가 되어서야 일어난다. 간단한 산행이라 도시락 준비는 않기로 하고 더운 물, 찬 물, 떡 한 조각 준비하고 7시55분 현관문을 나선다. 8시가 되니 가원초교 앞으로 칼같이 신림이와 민영이가 나오고, 민영이가 나보고 자기 차를 운전하란다. 새벽 3시까지 마셔댔단다. 병효는 불참을 통보해 왔고, 택술이에게 전화하니 집전화는 이사하여 번호가 바뀐 모양이고, 손전화는 받질 않는다. 송파팀에서 3명만 출발이다. 지난번 북한산, 청계산에 참석한 신경호는 부산에서 아직 올라오지 않았다고 연락이 왔었고, 문수는 2월 산행이 힘들 거라고 미리 통보해 왔었다.
운전석에 앉으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운전석 이동 및 백미러 등을 조정하는데 시간을 허비한다. 좀 빨리 도착할 것 같다. 드라이브나 하자는 심정으로 천천히 88도로로 접어든다.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고 노오지 분기점에서 순환고속도로를 따라 계양IC로 탈출할 계획이다. 아침 시간에 차들이 많지 않아 신나게 달린다. 인천공항고속도로에 접어들었는데 노오지 분기점에서 순환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이 없다. 결국 요금소까지 간다. 요금은 지불하고 우측 갓길 쪽의 회차로에서 반대방향으로 돌아 나오니 여기서는 순환고속도로로 빠지는 길이 있다. 참 지랄 같다. 고속도로 분기점에서 방향에 따라 나갈 수도 있고, 못 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비싼 수업료 내고 배웠다.
계양IC를 빠져 나오고 직진이다. 계산역을 지나고 있어야 할 ‘타이타닉’이라는 입간판이 안 보인다. 길 가에 정차하고 효용이에게 전화하니, ‘타이타닉’이 ‘풍경’으로 바뀌었단다. 동기회 홈피에 올려 놓았는데 내가 못 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바로 뒤에 ‘풍경’ 입간판이 서 있다. 바로 찾아온 것이다. 조금 뒷걸음질 치고 우회전하여 올라간다. 주차장이 있길래 그냥 주차한다. ‘풍경’이라는 한식집 주차장이다.
분당팀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전화한다. 진운이가 운전한다고 했으니 상국이에게 전화하는데 연결이 고르지 못해서 고함을 지르다가 재봉이가 받는다. ‘타이타닉’이 ‘풍경’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전해준다. 10여 분 진운이 차가 도착한다. 분당팀은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계양IC까지 바로 왔단다. 분당팀도 3명 참석이다, 진운이, 재봉이, 상국이. 인섭이는 2월까지는 참석이 용의치 않은가 보다. 길수는 못 온다고 연락이 있었다고 하고, 길래도 집안 모임이 있어 참석하기 어려울 거라 했다.
5분 후, 효용이가 영록이를 태우고 나타난다. 효용이 따라 차량 두 대가 산림욕장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안전하게 주차한다. 건우는 오늘 아침 불참을 알려 왔단다. 건우는 야간 산행으로 계양산을 거의 날마다 오른단다. 전날 과음을 하였던지, 오늘 불참이라 좀 아쉽다. 오랜만에 건우 얼굴 보나 하고 기대했었는데…
효용 고수로부터 간단한 산행 요령을 듣고 산행 시작이다. 계양산에서 효성산까지 약 3시간 정도 계획하고 있단다. 10시 경 출발이다. 경사가 급하고 돌무더기가 많은 걸로 봐서 계곡길인 모양이다. 바로 눈 위로 보이는 군부대 송신탑까지 가면 바로 옆이 계양산 정상이란다. 쉬엄쉬엄 천천히 올라간다. 산행에서 오늘 처음 만나는 영록이의 걸음걸이도 예사롭지 않다. 긴다리로 쭉쭉 뻗는 걸음에 여유가 있어 좋다.
30여 분, 두어 차례 쉬어가며 군부대 송신탑에 당도한다. 바로 옆 50미터를 오른쪽으로 올라간다. 정상석 앞에 모여 사진으로 기억을 남긴다. 전망이 확 트여있어 시원하다. 인천지역으로 다닐 일이 없어 그런지, 어디가 어딘지 별로 가늠을 못하겠다. 멀리 보이는 영종도 다리가 어렴풋하게 보인다. 효용이 설명으로는 경인운하도 공사를 하다가 말았다고 한다. 강화도 앞바다가 보여야 하는데 짙게 내려앉은 스모그?? 때문에 분간할 수가 없다.
10여 분 동안 주변을 조망하고, 발길을 옮긴다. 능선 따라 장명이 고개 절개지 방향으로 간다. 오를 때보다는 완만한 경사라 한결 수월하다. 가뭄이라 그런지 먼지가 보통이 아니다. 자꾸 가래침을 뱉는다. 30여 분 내려온 것 같다. 능선길을 가로 막고 있는 절개지가 나타난다. 장명이 고개길이다. 6차선 도로(무슨 도로인지는 잘 모름)가 시원스레 가로지르고 있다. 좌측 방향으로 절개지를 따라 내려오고,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고 다시 효성산 방향 절개지를 따라 오른다.
약 30분을 올랐을까, 작은 봉우리가 나타나고 효성봉이란다. 봉우리가 널찍해서 좋다. 여러 사람이 조망을 즐기고 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한다. 조금씩 힘든 사람이 생기는 모양이다. 효용이는 내리막 안부에서 휴식 하자며 좀 더 진도를 뺀다. 효성봉과 효성산을 잇는 안부에서 간단히 요기할 상을 차린다.
떡, 육포, 곶감, 귤, 오징어, 매실차, 커피, (또 없었나?) 모두 조금씩 맛보고… 그리고 재봉선사가 하사한 중국 술. 술 이름도 잘 모르겠고, 병은 작지만 아주 독한 놈이 입안을 쫘~악 소독해 주더라. 일우가 보냈다는 오징어와 그에 잘 어울리는 소스! (비법 : 마요네즈+간장+마늘, 맞나??) 재봉아, 중국 술과 오징어, 혹시 다음에도 맛볼 수 있을까?? 중국 술에 못하지 않은 안주로는 상국이의 입담이 있었고…
자리를 정리하고, 마지막 봉우리를 향해 오르막을 오른 지 10여 분, 효성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없고, 초소가 하나 놓여있는데 채색이나 무늬로 봐서 군부대 근무 초소인 것 같다. 아마도 야간이나 비상시에는 근무를 서나 보다. 어디든 전망이 트여있어서 좋다. 저 멀리 강화도 앞 바다도 조금 보이는 것 같다. 남쪽 계곡을 보니 큰 계곡 하나 전체를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다. 효용이 말로는 공수부대이긴 한데 물공수란다.
조망을 즐기다가 이제 내리막길을 간다. 두 갈래 길에서 왼쪽으로 간다. 오른쪽 길은 한남정맥의 마지막 봉우리 철마산으로 가는 길이다.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완만한 능선 길을 터벅터벅 간다. 군데군데 야간 근무 초소가 있고, 한군데에는 초소 안에 인형을 만들어 놓았다. 물론 위장한 것일 테지만 보기에도 좀 어설프다.
30여 분 지났을까, 가족 공동묘지인가 비석도 상석도 없는 봉분만 20기가 넘게 잘 가꾸어져 있다. 따뜻한 햇살이 명당 터라 여기게끔 한다. 묘지를 지나니 곧바로 대로가 나타나고, 바지며 신발이며 먼지를 털어보지만 그냥 그대로다. 오늘 산행을 이것으로 마친다. 3시간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길을 건너고, 택시로 우리가 주차했던 산림욕장으로 간다. 15분 정도 걸려서 주차장에 도착하고, 차량 세 대를 각자 몰고 나온다. 인천 시내를 통과해야 하는 관계로 길이 좀 복잡하지만, 차량은 줄지어 잘도 찾아간다. 부평역 앞, 롯데 백화점 바로 앞, 조그만 <란죽>집을 발견하고 효용이가 미리 준비해 뒀을 것 같은 조용한 장소에 주차하고, 2층으로 올라간다.
조그마한 공간이 아기자기하다. 안주인의 성품이 그대로 더러 났을 거라 여긴다. 있을 데에 뭔가가 있고, 빈 공간은 꼭 비워둬야 하는 그런 배치다. 동기회 친구들이 다녀 간 듯 화분들이 구석구석 놓여있다. 박광호, 김준효도 보인다. 혹시 내가 못 본 친구의 이름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맛있는 ‘버섯굴죽’을 한 그릇씩 먹고, 상국이는 주변 정찰 능력이 뛰어 나서 인지 벌써 밖에 지나 다니는 모 여성의 두 봉분을 훔쳐 보았고, 재봉이와 상국이는 건너편 건물 위층에 앉아있는 회색치마 맨다리도 눈에 담아뒀던 모양이다. 나같이 어리버리한 놈은 눈앞에 펼쳐줘도 이것이 똥인지 된장인지 분간도 못하고 있는데, 눈치 빠른 친구들은 벌써 모든 것을 훔쳐버리고 말았다. 혹시 그 여성 분들의 마음까지 훔친 것은 아닌지 몰라!!!
돌아오는 길에는 신림이가 운전하였고, 진운이를 따라 인천 송내IC로 진입하여 순환고속도로를 타고, 분당팀은 분당으로 가고, 송파팀은 송파IC에서 탈출하였다. 더 이상 비싼 수업료는 내지 말아야지!!!
효용아, 정말 맛있더라, 양도 많고… 돈 많이 벌고 억수로 부자 돼라!!
그라고 수고 많았고, 억수로 고맙다.
재봉아, 효용아, 다음에 만나면 택시비 오천원씩 주께!!
진운아, 분당서 인천까지 왕복 운전으로 수고해준 마음이 고맙다.
민영아, 차량 징발에 협조해 줘서 고맙다. 정말로 기름값 안 줘도 되나???
영록아, 산행에서는 처음이지만 앞으로 같이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36차는 남한산성인데 니한테는 너무 먼 거리인지 모르겠다. 볼 수 있으면 함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