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5
어머닌 아직도 전사통지서가 보물인양 아버지가 사주신 옥색 장지갑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시면서 아버지 생전에 하신 말씀이나 몸짓이나 행동을 회상하고 종종 얘기합니다
너희 아버진 길을 갈때면 길 가운데로 가지않고 가장자리로 다녔다
가운데는 어르신들이 다니는 거라고 했지
앞머리가 길어져 눈을 가리면 고개를 젖히고 머리를 쓸어 올릴 때는 멋지게 보였다고 하시며 그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는 양 잠시 회상에 잠기는 엄마
내가 죽어서 저승가면 부부가 옛날 모습으로 만난다는데 내가 너무 늙어서 젊은 시절 아버지하고 맞지 않겠다고 하시며 제사상 앞에서 걱정하는 애틋한 모습엔 언제 뵈어도 마음이 짠하지요~~
아버지 스물셋에 열아홉 엄마를 부부 인연으로 만나 스물넷에 첫딸인 내가 태어났고 전쟁중에도 행복한 세월이었던 두분과 자애로운 할머니 할아버지와 더불어 단란했던 가족들
돌이 지나도 걷기가 신통찮던 늦되는 아이인 나에게 고무신을 사서 신겨 두손을 꼭 잡고 걸어라 걸어봐라 하시며 걸음마를 시켰다는 울아버지
내가 돌이 지날 즈음 뒤이어 우리 동생을 가져 입덧하는 엄마를 위해 수박과 참외를 한바지게 사다가 깊은 우물물 길은 큰다라이에 동동 띄워놓고 장사하러 가셨다는 아버지
군입대 하는 날
세상을 모르던 난 아버지가 군에 가는지 장사 가는지도 모르고 언제나 하듯이 아바아바 빠이빠이 를 하고 ~~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의 눈물어린 배웅을 받으며 아버진 몇번이나 자꾸만 뒤돌아보며 다신 오지 못할 길을 갔다 오겠다는 약속을 하곤 말구두의 저벅거리던 소리만 남기며 멀어졌대요
(이 구두는 군대에서 온 소포에 없었구요)
멀어져가는 아버지를 보내고 집으로 들어오며 자꾸 뒤돌아보면서 먼길 떠나면 안 좋다는데 라는 할머니의 말씀은 엄마의 마음에 옹이로 되어 남았구요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사지를 향해 가야만 했던 스물여섯 아버지의 애타는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막연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죽음에 대한 공포는 발걸음을 붙잡아 망설여지기만 했겠지요
그런 아버진 한통의 편지를 보내곤 답장도 받지 못하고 당신 입대후 다음해 2월에 태어난 작은딸 얼굴도 보지 못하고 그해 3월 스물일곱에 빗발치는 총알과 포화 속에서 대포에 맞아 시신도 못찾게 산화하셨다네요
군경유가족이란 이름으로 남게된 우리 가족
떠난 아버지를 평생 그리며 살아가야하는 세월은 남은 자의 몫이 되었고 두딸은 아버지란 단어의 참뜻을 알면서는 불러보지도 못한 호칭이 되었으며 엄마로 부터 아비없는 후레자식 소리 듣지않도록 조심해란 당부를 유소년기 내내 귀에 못이 박이게 듣고 자랐지요
중고딩 시절 아버지가 안계신다는 처지가 한스러워 가끔 우울하기도했고 고딩때 홍선생님은 내글을 보고 글 쓰지 마라 비관이 지나치면 큰일 낸다 하시는 충고도 하셨죠
스물셋에 혼자된 엄마는 아흔이 되셔서 그 긴세월을 시부모님 모시고 보내드리고 힘겹게 두딸을 키우며 팍팍한 삶을 살아야 했지요
딸들도 이제 나이들어 일흔 즈음, 반추해 보는 어머니의 세월은 가슴 아프긴 하지만 같이하여 즐거웠고 우리를 버리지않고 키워 주심에 깊이 감사드리며 끝을 맺습니다~~
졸작이지만 읽어 주심에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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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생이 살아온,기나긴 세월들. 남들이 격지않는 것을, 늘가슴에
묻고,달려온 이선생의, 굳은의지에 찬사를 보내며, 모친의 천성 또한, 우르러 존경스럽습니다. <장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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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련씨 !!!!!! 그 동안 보내 주신글 !!!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 감명깊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전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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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큰처남도 금화 전투(휴전,53년7월. 후 한치라도 더 땅을 차지하려고 주,야간에 고지 주인이 바뀔 정도로 공방전이 치열
했다지요)에서 전사, 쟂봉지로 돌아와 국농소 마을앞 야산에 매장묘로 존재하다가 거창IC 공사로 파묘, 30여년전 동서
형님과 남하교 에서 유골분을 날리고 온 기억이 납니다. 장인 께서는 거창지구 초대 유족회장을 지내셨고요
우리 부친도 내가 고2때 일찍 돌아 가셨지만(病死), 여동생과 함께, 가장없이 견디신 모녀의 긴 인고의 세월...
이총무의 심경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앞으로 동족상잔은 없어야 겠지요
지구상 몇 안 남은 냉전의 불씨가 상존하는 한반도, 후대까지 가지않고 영원히 꺼트릴 묘법은 없을까요? <송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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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교수 제안으로 쓰긴 했는데 처음엔 서사적인 기술만 하게 되더니 윤수씨가 우리 카페에 올린다고 해서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에 마음가짐이 달라져 알뜰히 쓰게 되었죠
여러분이 격려하고 댓글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지나온 세월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하고 남은 세월 어머니 모시고 알콩달콩 살게요 ~^^~ <이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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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유월은 보람된 일을 두가지 한 듯 합니다. 첫째는, 울 친구들 중에 월남전 참전용사가 있어 생생한 현지 소식을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점 체험한 경험담이니, 참으로 귀한 이야기였습니다. 달님에게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두번째로, 우리가 잊어버리고 산 정말로 애절한 이야기. 두 송이 마님의 모친 이야기. 20대 초반에 남편을 국가에 바치고,
유복자까지 키우고 살아오신 일생. 우리 상상력이 아무리 좋아도 그 고통을 다 이해하진 못할 것입니다.
마리 영승에도 그런 할머니 한분이 있다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남편얘길 하시면서 그 눈에 비치는 눈물을
저는 보았습니다. 그분들이 가족의 생명을 바치신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은 번영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을 하면
숙연해 집니다.
달님과 두송이, 문장력 좋아서 자기 생각하는 바를 잘 전달 하시더라. 카톡 많이 한 덕분에, 웬만한 수필가 이상의 실력을
갖추었으니, 그 또한 큰 소득이었습니다.
글을 아무리 잘 쓰도, 지나고 나면 애잔하게 미진한 구석이 남아 있는듯 하더라. 그러니 생각나는대로 어디 꺼적거려서
보관해 두었다가 내년 6월에 다시 한번 연재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얘기 또 하라는 것이 아니고,
올해 못한 얘기들, 달님씨는 기억을 더듬어 더 발굴해 내고, 두송이 씨는 어머니 더 졸라서 얘기 더 하시도록 하여,
받아 적어 두었다가 정리해 발표해 달라는 것입니다. .
625를 지날때 나도 피난가서 태어났습니다. 그래서 당시 얘기가 기억나는 것이 많은데, 서로 다른 얘기도 있으나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여러 친구님들도 모두 달님처럼, 두송이 처럼, 그리고 나처럼 사연이 많을 것입니다. 내년 6월에 왁자지껄 다시 얘기
꽃을 피워 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가끔 기억나는 것 어디 잘 메모해 두고, 중간 중간 여기 카톡에 발표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적어 놓으면, 여러가지 좋은 점이 있지만 우선 자식들, 손자들로 부터, 더욱 존경받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변희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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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련씨~ '아버지-5'를 아껴두었다가 지금 읽었는데 마지막 편 이었네요~!
너무 어려서 기억할 수 없어도 어머니와 할머니,할아버지와의 삶 속에서 듣고 느껴왔던 가슴시린 얘기들로 한없이
그리워하며 자라났던 유 소녀 시절을 생각만 해도 애잔함에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훌륭하신 어머님이시네요~! 곁에 계시니 마음껏 위로하며, 사랑하며 알콩달콩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감동적인 글들 잘 읽었습니다~!^ <하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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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교수 칭찬도 여러 친구들의 격려도 고맙고 태용씨 정겨운 글을 보니 성장기에 엄마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당부한
후레자식이 되지 않으려고 용쓰고 살았던 기억이 생각나네요. 감사해요 <이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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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아. 나에게 맡겨진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했을 뿐인데~~~~
변바악4께서~~~~~~~~칭구정도로 표현해도 됄낀데 ~~~~ 용사까징 칭호를 붙여 가면서 ~~~
나의 답안지에 이토록 과분한 채점을 해 주신것에 대하여 깊이 감사드립니다.
변바악4님 !!!!!!!! 오늘도 하시는 일마다 장때이만 잡으십시요!! <전영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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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친구들, 련샘 이나 송윈장 이런 좋은친구를 갖게해주신 어머님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신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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