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가 당면한 경제 과제는 전임 정부의 단기 경기 부양 후유증으로 늘어난 가계 부채와 깊어진 내수 불황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우선 저금리 정책을 중단할 필요가 있었다. 전임 정부가 시작한 저금리 정책은 내수 부양 효과는 적은데 시중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는 현상을 가속해 민간 부채를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도 수요 규제로만 대응할 게 아니라 필요한 곳에 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었다. 시중 자금이 제 발로 부동산 시장에서 나와 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갈 수 있게 투자 대안이나 여건을 만들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저금리 정책을 고집했다. 부동산 투기 대응도 수요 규제로만 일관했다. 그나마 앞뒤가 안 맞는 제도를 만들거나 변덕스럽게 고치기를 되풀이하며 단기 규제를 남발했다. 수요가 몰리는 곳에는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서 지방에 '국토균형발전' 슬로건을 띄우고 기업도시, 혁신도시 건설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부동산 투기가 전국에서 일어나게 만들었다. 시중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흐르게 할 투자 대안이나 여건을 제공하지도 못했다. 그러는 사이 시장은 정부의 투기 규제 의지와 능력을 의심했고 투기 붐은 가라앉지 않았다. 부동산 투기와 내수 불황이 어이지는 가운데 가계 빚은 점점 더 늘어났다. 빚에 눌린 가계 소비 부진과 내수 침체, 내수 침체에 따른 기업 투자 부진도 지속됐다.
내수 불황이 길어지면서 내수에 경제를 의존하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체, 서민 살림살이는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했고,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비중도 늘었다. 반면 자산층은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불렸다. 대기업은 수출 경기에 힘입어 호황을 구가했다. 결과적으로 국민 자산과 소득 분포에 불균형과 양극화가 한층 심해졌다.
국민은 경제, 특히 내수 경기를 살려줄 리더쉽을 기대했고 정권 교체로 의지를 표현했다. 2007년 말 대선에서는 야당이 이겨, 여ㅡ 야 정치 세력이 10년 만에 다시 자리를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