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의 딸 5
집에 돌아오니 어멍과 담백, 강백 성이 반갑게 호백이를 맞았다.
“어떻게 얘기가 잘 된 거니? 돌고래가 뭐래?”
어멍이 먼저 물었다.
“기쁜 소식이에요. 어멍, 이무기가 우릴 해치려고 온 게 아니래요.”
“뭐? 용이 되고 싶은데, 왜 종달리까지 와? 자세히 말해봐.”
담백 성이 애가 달아 재촉했다.
호백이는 돌고래에게 들은 얘기를 신이 나서 들려주었다.
“어쨌든 애썼다. 배 많이 고프지? 얘들아, 호백이 밥부터 먹이자.”
어멍이 두 딸을 재촉했다. 언제 음식을 준비해놓았는지 한 상 가득히 차려내왔다. 호백이는 눈이 휘둥거래졌다.
“그래, 돌고래와 또 무슨 얘기를 했니? 천천히 먹으면서 말해봐.”
“음, 그러니까 이무기를 돕기로 했어요. 용왕님이 해결하실 수 있다고 해서 돌고래와 용궁에 가려구요.”
“뭐? 용궁이 어디라고 숨도 짧은 네가 간다는 거야?”
예상했던 말이 강백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그럼, 성이 같이 따라가면 되지. 그리고 숨 짧은 나는 돌고래 뱃속에 들어가면 돼.”
“뭐라고? 며칠이나 걸리는데?” 어멍이 말도 안 된다는 듯 다급하게 물었다.
호백이는 삼일이면 거뜬하게 다녀온다는 말과 돌고래 뱃속이 정말 안전하다는 것, 배고프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얘기까지 자세히 말했지만, 다들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어멍은 어린 네가 뭐하러 남 일에 위험을 사서 하냐. 절대 못 간다며 호통을 쳤다. 호백이는 종달리까지 찾아와 도움 청하는 이무기를 모른 체할 수 없다고. 종달리 잠녀들은 어려운 사람을 모른 척한 적 없고, 바당 생물들과도 조화롭게 살아온 사람들인데, 어떻게 용이 되려고 찾아온 이무기를 그냥 돌려 보내냐며 항변했다.
“어멍이 늘 우리에게 말한 거 기억 안 나? 설문대할망의 딸이란 걸 기억하라며.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인색하게 굴면 못 쓴다며. 잠녀는 언제나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거라고. 다른 생물을 잘 되게 해야 우리도 같이 잘 되는 거라 해놓구선...”
호백이는 목청 높여 울어댔다. 자신이 힘주어 한 말들을 되돌려 받은 어멍은 할 말을 잊은 채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밤새 어멍과 두 성들, 호백이 네 사람은 잠을 설쳤다. 다음 날, 고만덕은 주민들에게 이무기가 우리 마을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다들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하지만 두 딸의 용궁여행만은 알리지 않았다. 경산 아즈망과 심방 좌씨에게만 살짝 귀뜸했다. 이무기 출현으로 가뜩이나 긴장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걱정거리를 알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틀 후면, 강백과 호백이는 돌고래가 안내하는 용궁을 향해 떠난다. 어멍은 두 딸이 먹을 음식으로 빙떡을 만들었다. 떠날 시간이다. 어멍은 삼일 동안 먹을 빙떡을 물에 젖지 않게 차반지에 잘 포장해서 강백에게 건넸다. 담백은 호백이를 꼭 안았다.
“이리 온, 우리 아가! 설문대여신이 너희를 지켜주시길 바란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 꼭 기억하구. 강백이는 동생 호백이 잘 돌보구, 알았지?”
강백과 호백이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애써 참았다. 눈물을 보이면 왠지 발걸음이 안 떼질 것 같았다. 다랑쉬와 약속한 종달항에 도착하니 다랑쉬 일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별, 백약이, 거문, 따라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