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다스리는 茶한잔] <5> 자연과 계절 담은 다식 곁들여야 풍요로워진다
찻자리의 주제와
목적, 테마에 따라
다식은 공간연출이나
다구, 다화와 함께
찻자리의 의미와
분위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차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다식은 건강과 함께 꼭 필요한 것으로 더욱 아름다운 찻자리를 만들어 준다.
손님 상을 차릴 때 구절판을 이용해서 더욱 우아하고 멋짐을 내보이기도 하고,
자연과 계절을 담은 다식은 차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요소다.
전통적 의미의 다식(茶食)은 볶은 곡식의 가루나 송화가루를 꿀로 반죽하여 뭉쳐서
다식판(茶食板)에 넣고 갖가지 문양이 나오게 박아 낸 유밀과이다.
오늘날의 다식은 유밀과, 유과, 정과, 숙실과, 과편, 강정 등의 제조방법으로
다양한 재료와 모양으로 발전되고 있다.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전통적 방식으로 만들어진 다식보다는
세계 각 나라의 차 문화가 함께 들어온 다양한 다식과 퓨젼형태의 다식에 더 관심을 갖는다.
찻자리에서의 다식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맛으로 주는 즐거움, 건강에도 좋은 모두를 요구한다.
차를 마실 때는 먼저 전통색의 조화와 의미로 그때의 상황에 맞는 다식을 준비한다.
한국의 전통색은 우주가 음과 양의 두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여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의 음양오행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개념으로 삼색 혹은 오색의 다식과 한과류, 떡 등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천연재료를 이용한 다양한 색을 쓰는 이유는
음식에 색을 들여 눈으로 아름다움을 즐기며 식욕을 증진시키고, 먹음직스럽게 느끼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사상대로 그 재료가 가지고 있는 효능을
자연스럽게 섭취하므로 몸에 이롭게 했다.
천연색으로 만들 수 있는 다식의 종류를 보면,
황색을 내는 송화, 치자, 울금, 단호박, 황매가 있고,
홍색은 오미자, 지초, 잇꽃, 백년초가 있다.
자색은 흑미, 적두, 대추를 쓰고,
갈색은 계피와 볶은 콩가루를 쓴다.
흑색은 흑임자와 검정콩을 이용하고,
흰색은 찹쌀가루와 녹말가루를 쓰고 있다.
의례나 제례 때는 요란한 색이 아닌 무채색에 가까운 흑임자다식, 송화다식, 쌀다식 등을 사용한다.
혼례 등 축하용으로 사용될 다식은 화려한 색이나 송화다식, 푸른 승검초다식,
분홍 녹말다식, 곡물 다식을 사용한다.
전통 오방색의 의미를 보면,
청색은 목(木)에 해당하므로 생명, 발전, 창조, 불멸, 정직, 희망을 상징한다.
적색은 화(火)에 해당되어 정열, 생성, 창조를 뜻한다.
황색은 토(土)에 해당되어 우주생성의 기본색, 광명, 생기, 생명 탄생을 의미한다.
백색은 금(金)에 해당하는데 결백, 진실, 삶, 순결의 뜻이 담겨있다.
검정은 수(水)에 해당되어 실재(實在) 결실을 상징한다.
다식 문양의 의미를 보면,
물고기, 거북, 새 문양은 수복강녕과 무병장수의 의미가 있어 수연례 찻자리에 쓴다.
석류문양과 박쥐문양은 부귀다남의 의미로 혼례 찻자리에 쓰고
국화문, 목단문, 파초문, 칠보문, 팔괘문양은 화목과 번영의 의미로 개업, 집들이 찻자리에 쓴다.
복숭아 문양은 벽사와 장수의 의미로 회갑연 찻자리에,
수례차문, 성좌문양은 윤회사상 정토의 의미로 장례 찻자리에 쓴다.
태극 문양은 하늘과 땅 사이에 조화롭게 살자의 의미로 모임 찻자리에,
나비 문양은 기쁨을 가지게 하는 행복한 마음의 의미로 이 또한 모임 찻자리에 쓴다.
이 외도 사군자의 매화는 운치요, 난초는 향기요, 국화는 윤택한 기운이요,
대나무는 청아함으로 비유해서 쓴다.
찻자리에 쓰는 다식은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것이 좋다.
고물이 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입 안에 찌꺼기가 많이 남지 않는게 좋다.
여름에도 쉽게 상하지 않아야 하고, 겨울에도 쉽게 굳어지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다식끼리 서로 엉겨붙는 불편함이 없는 것으로 세심하게 선택해야 한다.
육대 다(茶)류에 어울리는 다식의 종류를 살펴보면
녹차는 맛과 향이 부드럽고 풋풋함으로 다식 또한 강하지 않아야 해서
송화, 흑임자 쌀가루를 이용한 다식이 좋다.
백차는 순하고 맑은 차라 맛이나 향이 강하지 않는 말차푸딩 과일 젤리가 좋다.
청차는 향이 아름다우므로 곡물다식이나 양갱을 쓰고,
홍차는 농후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어 쿠키, 스콘, 달콤한 케잌이 어울린다.
황차는 진하고 두텁고 또한 신선함을 가지고 있어 떡과 씨앗 종류가 맞다.
발효도가 높은 흑차는 떡, 과일씨앗, 치즈, 육포도 많이 쓰고 있다.
우리의 전통 한과 유밀과는
밀가루를 재료로 꿀과 기름으로 만들어져 고소하고 달콤한 과자로
모약과, 다식과, 만두과, 매작과, 타래과, 행인과, 은정과, 차수과 등이 있다.
유과는 찹쌀을 가루내어 술로 반죽하여 시루에 찌거나 삶아 꽈리가 일도록 오래 치댄 다음
반대기를 만들어 여러 가지 크기로 잘라 말렸다가 기름에 튀겨서 고물을 묻힌 과자로서
강정, 산자. 연사과, 빙사과 모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
정과는 식물의 열매나, 뿌리, 줄기의 모양새를 살려
꿀이나 엿을 넣고 달착하게 조리거나 설탕을 묻혀 말린 것이다.
숙실과는 본래의 모양이 그대로 있도록 통째로 조려 만들면 초(炒)라 하고
다지거나 삶아서 다시 제 모양을 만들면 란(卵)이라 한다.
과편은 과일로 만든 과자로서 색깔이 아름답고 계절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다.
차편, 오미자편, 살구편, 포도편, 앵두편, 산딸기편, 귤편, 키위편, 모과편, 호박편,
인삼편과 팥양갱, 녹차양갱, 딸기양갱, 포도양갱, 호박양갱, 구지뽕양갱, 송화양갱이 있다.
우리의 떡은 전통과 현대의 다식으로 손색이 없고 영양면이나 아름다운 면에서도
훌륭하게 찻자리를 빛내줄 수 있는 다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찻자리의 주제와 목적 테마에 따라 다식은 공간연출이나 다구, 다화와 함께
찻자리의 의미와 분위기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오늘 어떤 차를 준비하느냐에 따라 차를 기준으로
차와 어울릴 다식, 또 계절을 고려하고 색과 문양에 맞는 다식을 준비하면 된다.
[불교신문 3751호/2023년1월17일자]
안연춘 현명원 T아트문화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