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공동선,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저녁,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신자 분들이 평택역 광장에 모여 들었습니
다. 지난 주 수요일 발안 사태에 이어 오늘은 안성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평택역 미사가 횟수를 거
듭할 수록 미사 참례 인원 역대 최고 기록이 매주 갱신되고 있습니다. 평택역 광장을 가득 채운
미사 전 묵주 기도의 큰 울림을 통해 평택역 길거리 미사의 은총이 날로 풍성해지고 있음을 확인
합니다.
열 아홉 번째 평택역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미사는 서울대교구 조해붕 신부님, 수원
교구 평택 대리구 안성 성당 이정혁 신부님, 양성 성당 강홍묵 신부님, 미양 성당 가기환 신부님,
던지실 성당 김학무 신부님, 죽산 성당 이도걸 신부님, 이상헌 신부님, 김승부 신부님, 수원 대리
구 서상진 신부님, 조영준 신부님, 양기석 신부님, 용인 대리구 삼가동 성당 서북원 신부님, 안양
대리구 왕곡 성당 최재철 신부님 등 열 세 분의 신부님들과 안성 성당을 비롯한 150여명의 안성
지구 교우들, 왕곡 성당, 수원교구 우리농 실무자들, 두물머리 봉사자들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서상진 신부님은 강론을 통해 "오늘은 개천절 입니다. 말 그대로 '하늘이 열린 일'을 기념하는 날
입니다. 개천이란 본디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백두산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홍익인간, 이
화 세계의 뜻을 펼치기 시작한 사건을 가리키며, 단군 왕검이 한국 최초의 고대국가인 조선을 세
운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왜 이 날인지, 그리고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하는 것보다 저에게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건국 이념입니다.
'홍익인간, 이화세계'(弘益人間 理化世界)는 말 그대로 세상이 이치에 맞게 돌아 널리 인간을 이롭
게 하자는 것입니다. 가톨릭의 정신과 다르지 않습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것은 무엇
입니까?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인간을 이롭게 하고, 가난한 자와 부자, 노동자와 사업주, 남
과 녀, 노와 소, 장애인과 외국인 노동자 모두를 인간이라는 충분한 이유로 이롭게 하는 것을 말
합니다. 과거에 억울한 죽음을 당한 사람이 있다면, 감추고 묻어버리거나 또는 왜곡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 밝혀내어 사죄하도록 하며, 다시는 그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
도록 하는 것이 이치에 맞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노동자라는
이유로, 여자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성실하게 노력하고 행복
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인정받는 세상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건국 이념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나라가 이 지경
이 되었는지, 왜 용산에서, 사대강에서, 강정에서, 그리고 삼척과 이 곳 평택에서 이토록 많은 사
람들이 울분을 토해 내고 있는지, 왜 이치에 어긋나는 세상이 되었고,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기득권자와 권력자만을 위한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지에 대하여 반성해야 합
니다. 물론 그 반성은 당한 사람이 아니라 가한 사람이 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또 한 번의 생명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이치에 맞게 어우러지는 가운데 서로를 이롭게 하는 세상이 오기를 기도드립시다."
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