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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부님은 탐정》
제4화 ― 사라진 성가대 악보
토요일 저녁 일곱 시.
은솔성당 성가대석에는 피아노 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다음 날 교중미사에서 부를 특별 성가의 마지막 연습이 한창이었다.
성가대 지휘자 이은경 세실리아는 지휘봉으로 보면대를 가볍게 두드렸다.
“소프라노는 두 번째 마디에서 조금만 부드럽게 들어가겠습니다. 알토는 소프라노를 따라가시면 안 됩니다.”
알토 단원들이 억울하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희가 언제 따라갔다고 그러세요?”
오미자 안나 사목회장이 항의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따라가셨습니다.”
“저는 악보대로 불렀는데요.”
“회장님께서 보고 계신 곳은 다음 페이지입니다.”
오미자는 들고 있던 악보를 확인했다.
정말로 혼자 다음 페이지를 보고 있었다.
“어쩐지 저만 음이 다르더라고요.”
성가대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은경 지휘자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아 있던 서지안 아녜스가 두 손을 건반 위에 올렸다.
“지휘자님, 이번에는 회장님께서 같은 페이지를 보고 계신지 먼저 확인해 주세요.”
“아녜스 자매님까지 그러시면 섭섭합니다.”
“틀린 음을 살려내는 것은 반주자의 능력 밖입니다.”
“저도 알아요. 다음부터는 안 틀리면 되잖아요.”
오미자는 악보를 두 손으로 꽉 잡았다.
연습실 뒤쪽에서 지켜보던 김맑음 프란치스코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은솔성당 성가대가 한 달 동안 준비한 곡은 ‘평화의 길’이라는 특별 성가였다. 은솔성당 설립 70주년을 맞아 이은경 지휘자가 직접 편곡했다.
처음에는 화음이 맞지 않아 서로 다른 노래처럼 들렸지만, 한 달 동안 연습하면서 제법 아름다운 곡이 되었다.
이제 마지막 연습만 남아 있었다.
그때 사제관에서 박복례 마리아가 김밥과 따뜻한 차를 들고 들어왔다.
“잠시 쉬었다 하세요.”
“복례 자매님, 아직 첫 소절도 제대로 못 했습니다.”
이은경이 말했다.
복례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두 시간 동안 첫 소절도 못 했으면 쉬고 해야지요.”
“오늘은 마지막 연습이라서 시간이 없습니다.”
“배가 고프면 높은 음이 더 안 올라갑니다.”
소프라노 단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복례 자매님 말씀이 맞아요.”
“저는 벌써 배에서 낮은 음이 나와요.”
성가대원들은 악보를 내려놓고 김밥 주위로 모였다.
김맑음 신부도 자연스럽게 다가갔다.
복례가 신부님을 바라보았다.
“신부님 것은 없습니다.”
“왜 제 것은 없습니까?”
“신부님께서는 사제관에서 저녁을 드셨잖아요.”
“성가대원들을 격려하려고 한 개만 먹겠습니다.”
“방금 두 개 드셨습니다.”
“보셨습니까?”
“김밥 꼬리가 신부님 손에 붙어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등에 밥알 하나가 붙어 있었다.
성가대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신부님께서는 사건 현장의 흔적은 잘 찾으시면서 본인의 흔적은 못 보시네요.”
김하늘 안젤라가 말했다.
“안젤라 학생, 내일 복사단 연습은 잘했습니까?”
“갑자기 제 이야기로 넘어가시면 안 됩니다.”
“연습을 안 하셨군요.”
이번에는 김하늘이 입을 다물었다.
짧은 휴식이 끝났다.
이은경 지휘자는 마지막 합창 연습을 시작하기 위해 피아노 위를 살폈다.
“악보철이 어디 있지요?”
검은색 악보철에는 성가대원 스물네 명의 악보가 모두 들어 있었다. 이은경이 직접 수정한 지휘자용 악보와 반주자용 악보도 함께 보관해 두었다.
“아까 피아노 위에 놓으셨잖아요.”
서지안 반주자가 말했다.
“분명히 여기에 있었습니다.”
피아노 위에는 찻잔과 붉은색 연필 한 자루만 놓여 있었다.
악보철은 보이지 않았다.
이은경은 피아노 아래와 의자 주변을 확인했다. 성가대석의 서랍도 모두 열어보았다.
“누가 다른 곳으로 옮겼습니까?”
단원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은경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렸다.
“악보가 없어졌어요!”
성가대원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악보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찾았다.
피아노 아래.
성가대석 의자 사이.
제의실과 교리실.
심지어 화장실과 성당 창고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검은 악보철은 발견되지 않았다.
“각자 들고 있던 악보는 없습니까?”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연습이 끝날 때마다 모두 걷어서 보관했습니다.”
이은경 지휘자가 대답했다.
“편곡한 악보라서 따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컴퓨터에는 저장되어 있지 않습니까?”
“편곡 프로그램으로 작업한 원본 파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수정 사항은 전부 악보에 손으로 적었습니다.”
한 달 동안 고친 빠르기와 셈여림, 호흡 표시가 사라진 것이었다.
서지안이 피아노 위의 붉은 연필을 들었다.
“이건 제 연필입니다.”
이은경이 반주자를 바라보았다.
“아녜스 자매님께서 악보를 옮기셨습니까?”
“제가 왜 옮깁니까?”
“마지막으로 피아노 앞에 계셨잖아요.”
“저는 김밥을 먹으러 갈 때까지 피아노를 쳤습니다. 그때 악보철은 그대로 있었습니다.”
테너 단원 박상철 바오로가 말했다.
“반주자님께서 이번 편곡이 너무 어렵다고 하셨잖아요.”
서지안의 표정이 굳어졌다.
“어렵다고 했지, 연주하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
“지난주에는 반주 부분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지휘자님과 다투셨고요.”
“그건 더 좋은 연주를 위한 의견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서지안에게 향했다.
그녀는 붉은 연필을 피아노 위에 내려놓았다.
“저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아직 누가 가져갔는지 모르니까 확인하는 겁니다.”
이은경이 말했다.
“확인이 아니라 의심처럼 들립니다.”
서지안은 피아노 뚜껑을 닫았다.
“저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내일 미사에서 연주하지 않겠습니다.”
“아녜스 자매님.”
김맑음 신부가 불렀다.
그러나 서지안은 가방을 들고 성가대석을 떠났다.
성당 문이 닫히는 소리가 무겁게 울렸다.
성가대원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악보도 사라지고 반주자까지 떠났다.
오미자 회장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은 반주 없이 부르면 안 될까요?”
“회장님께서는 반주가 있어도 음을 찾기 어려우시잖아요.”
최병철 사무장이 말했다.
“사무장님은 성가대원도 아니면서 왜 자꾸 사실을 말씀하세요?”
“사실은 정확하게 말씀드려야 합니다.”
김맑음 신부가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지금은 다투실 때가 아닙니다.”
신부님은 피아노 위에 남은 붉은 연필을 살펴보았다.
연필 끝은 뾰족하게 깎여 있었다. 연필 옆에는 누군가 붉은색으로 그려놓은 작은 음표 하나가 있었다.
“이 음표는 누가 그렸습니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저 연필은 제 것이지만 제가 그린 것은 아닙니다.”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안이 말했다.
그녀는 성가대를 떠나지 않고 성당 뒤편에 서 있었다.
“돌아오셨군요.”
김맑음 신부가 말했다.
“우산이 없어서 못 갔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는데요.”
“마음을 조금 진정하고 있었습니다.”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아직 연주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그래도 잠시만 함께 있어 주십시오.”
김맑음 신부는 붉은 음표를 자세히 살폈다.
음표 옆에는 짧은 선이 두 개 그어져 있었다.
“이 음표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까?”
이은경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여덟분음표입니다.”
그때 한쪽에 서 있던 김하늘이 말했다.
“신부님, 음표가 아니라 꽃처럼 보이기도 해요.”
“꽃이요?”
“아래에 줄기처럼 선이 그어져 있잖아요.”
김맑음 신부가 연필 자국을 다시 보았다.
붉은 음표는 작은 꽃 모양과도 비슷했다.
“그런데 문정아 베로니카 자매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성가대원들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성가대의 최고령 단원인 문정아 베로니카가 보이지 않았다.
“김밥을 드시고 나서 화장실에 가신 것 같은데요.”
“가방도 없습니다.”
오미자 회장이 베로니카의 자리를 확인했다.
그녀는 평소 쓰던 큰 가방과 회색 외투까지 가지고 사라졌다.
박상철이 목소리를 낮췄다.
“혹시 베로니카 자매님이 악보를 가져간 것 아닐까요?”
“왜 그러셨겠습니까?”
“요즘 악보가 잘 안 보인다고 하셨어요. 이번 특별 성가에서 빠지고 싶다는 말씀도 하셨고요.”
이은경 지휘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렇다고 악보를 전부 가져가실 분은 아닙니다.”
“성당을 나가시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김맑음 신부는 베로니카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보았다.
의자 아래에는 작은 돋보기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성가대석 옆 휴지통에서는 구겨진 악보 한 장이 발견되었다.
악보 한쪽이 길게 찢겨 있었다.
붉은 연필로 음을 고친 흔적도 보였다.
최병철 사무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악보를 찢어서 버린 것 같습니다.”
“베로니카 자매님이 악보를 망치려고 가져간 거예요?”
오미자 회장이 놀라 물었다.
김맑음 신부는 구겨진 악보를 펴서 창가로 가져갔다.
그러고는 원본 악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종이 한쪽에 희미한 검은 줄이 있었다. 복사기가 종이를 읽으면서 남긴 흔적이었다.
“이것은 원본이 아닙니다.”
“복사본이라는 말씀입니까?”
“네. 그리고 원래 악보보다 글자가 크게 확대되어 있습니다.”
신부님은 돋보기를 들어 보였다.
“악보를 가져간 분은 성가를 방해하려던 것이 아닙니다.”
“그럼 왜 가져간 겁니까?”
“더 잘 보이게 만들려던 것 같습니다.”
다음 날 오전 아홉 시.
교중미사 시작까지 한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성가대원들은 일찍 성당에 모였지만, 악보와 문정아 베로니카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이은경 지휘자가 컴퓨터에 저장된 초기 악보를 출력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달 동안 수정한 내용이 빠져 있어 연습하던 곡과 여러 부분이 달랐다.
“이 악보로는 부를 수 없습니다.”
테너 단원들이 고개를 저었다.
“음이 바뀐 부분이 너무 많아요.”
“그냥 다른 성가를 부르면 어떨까요?”
최병철 사무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은경은 대답하지 못했다.
한 달 동안 준비한 곡을 포기해야 했다.
서지안 반주자는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지만 건반에 손을 올리지 않았다.
“아녜스 자매님.”
김맑음 신부가 다가갔다.
“네, 신부님.”
“어제 마음이 많이 상하셨지요?”
“저를 의심하는 눈빛이 싫었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합니다.”
김맑음 신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아녜스 자매님께서 연주하지 않으시면 다른 단원들도 노래할 기회를 잃게 됩니다.”
“저만 참아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먼저 사과를 받아야 합니다.”
신부님은 이은경을 바라보았다.
지휘자는 피아노 앞으로 다가왔다.
“아녜스 자매님, 죄송합니다. 악보가 사라졌다는 생각에 당황해서 가장 가까이 있던 자매님부터 의심했습니다.”
서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함께 한 달을 연습했으면서도 믿지 못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서지안은 잠시 피아노 건반을 바라보았다.
“저도 화가 난다고 미사 반주를 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은 잘못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맑음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이제 피아노 뚜껑을 열어도 되겠습니까?”
“악보가 와야 연주하지요.”
서지안이 말했다.
“곧 올 것 같습니다.”
“어떻게 아십니까?”
“베로니카 자매님이 남긴 음표 때문입니다.”
김맑음 신부는 피아노 위에 남겨진 붉은 그림을 가리켰다.
“이것은 음표가 아니라 동백꽃입니다.”
문정아 베로니카의 아들은 은솔시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인쇄소 이름은 ‘동백인쇄’였다.
“베로니카 자매님은 악보가 잘 보이지 않자 아드님에게 확대 복사를 부탁하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말씀을 하시면 되지, 왜 몰래 가져가셨을까요?”
오미자 회장이 물었다.
“부끄러우셨던 것 같습니다.”
몇 주 전부터 베로니카는 작은 음표를 자주 놓쳤다. 그러나 성가대에서 빠지게 될까 봐 시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숨겼다.
전날 저녁, 그는 성가대원들이 김밥을 먹는 동안 악보철을 들고 성당 사무실 복사기로 갔다.
하지만 종이가 걸리면서 악보 한 장이 찢어졌다.
놀란 베로니카는 찢어진 복사본을 휴지통에 버렸다. 원본까지 망가뜨릴까 걱정되어 아들의 인쇄소로 가져간 것이었다.
“그렇다면 연락이라도 하셨어야지요.”
이은경이 말했다.
“휴대전화는 여기에 있습니다.”
김하늘이 베로니카의 의자 아래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했다.
가방을 챙기면서 전화만 떨어뜨리고 간 것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안 오시는 겁니까?”
“악보를 만드는 데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김맑음 신부가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미사 시작까지 50분.
“인쇄소에 가봐야겠습니다.”
그 순간 성당 밖에서 자동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고 문정아 베로니카가 커다란 종이 상자를 안고 들어왔다. 뒤에는 그녀의 아들 문태진이 검은색 악보철을 들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베로니카는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인쇄기가 고장 나는 바람에 옆 동네 인쇄소까지 다녀왔어요.”
상자 안에는 새로 만든 악보 스물네 권이 들어 있었다.
원래 악보보다 글씨와 음표가 훨씬 크게 인쇄되어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기 쉽도록 책처럼 제본까지 되어 있었다.
각 악보의 마지막 장에는 붉은 동백꽃 하나가 찍혀 있었다.
“이걸 전부 만드신 겁니까?”
이은경이 놀라 물었다.
베로니카가 고개를 숙였다.
“제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못 했어요. 성가대에서 그만 나오라고 하실까 봐 겁이 났습니다.”
“제가 왜 그만 나오라고 합니까?”
“연습할 때 자꾸 음을 틀렸잖아요.”
이은경은 베로니카의 두 손을 잡았다.
“말씀해 주셨으면 진작 큰 악보를 만들었을 겁니다.”
“제가 나이 든 것을 인정하기 싫었나 봐요.”
“악보가 작아서 안 보이는 것과 노래할 수 없는 것은 다릅니다.”
다른 성가대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박상철이 새 악보를 펼치며 말했다.
“저도 요즘 작은 글씨가 잘 안 보였는데 훨씬 좋습니다.”
오미자 회장이 얼른 악보를 가져갔다.
“저도 이것으로 볼래요.”
최병철이 말했다.
“회장님은 글자가 안 보여서 틀리신 게 아니지 않습니까?”
“글자가 크게 보이면 음도 더 잘 맞을 수 있어요.”
“그런 원리는 없습니다.”
“사무장님은 성가대석에서 내려가세요.”
사람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은경 지휘자는 검은 악보철을 확인했다.
원본 악보는 모두 무사했다.
“베로니카 자매님, 악보를 가져가실 때 말씀만 해주셨으면 이런 소동은 없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그러겠습니다.”
서지안 반주자가 새 악보를 피아노 위에 펼쳤다.
“미사까지 40분 남았습니다. 한 번 맞춰볼 수 있겠어요.”
이은경이 지휘봉을 들었다.
“모두 자리로 가세요.”
성가대원들이 새 악보를 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김맑음 신부도 성가대석 한쪽에 섰다.
이은경이 물었다.
“신부님께서도 부르시려고요?”
“저도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왔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미사 준비를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노래 한 번 부를 시간은 있습니다.”
오미자 회장이 말했다.
“신부님 노래 실력이면 도움이 될 수도 있어요.”
김맑음 신부가 미소를 지었다.
“회장님께서 제 노래를 들어보셨습니까?”
“지난번 영명축일 때 들었습니다.”
“어땠습니까?”
“정성이 가득했습니다.”
“실력에 관한 대답은 아니군요.”
서지안이 피아노 전주를 시작했다.
이은경이 지휘봉을 들었다.
“처음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누구도 다른 페이지를 보지 않았다.
오전 열 시.
교중미사가 시작되었다.
입당 성가가 울려 퍼지고 김맑음 신부가 복사단과 함께 제대 앞으로 나아갔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사 중 성가대가 한 달 동안 준비한 특별 성가를 부를 시간이 되었다.
서지안의 피아노 반주가 잔잔하게 시작되었다.
성가대원들이 악보를 펼쳤다.
문정아 베로니카는 크게 인쇄된 음표를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이은경이 지휘봉을 움직였다.
성가대의 목소리가 성당 안에 퍼져나갔다.
완벽하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조금 먼저 들어갔고, 오미자 회장은 한 음을 높게 불렀다. 테너에서는 짧게 기침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누구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 화음이 끝나자 성당 안에는 잠시 깊은 침묵이 흘렀다.
문정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김맑음 신부는 제대에서 성가대석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미사가 끝난 뒤 성가대원들은 식당에 모였다.
박복례가 잔치국수를 준비해 놓았다.
“오늘은 김밥이 아닙니까?”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어제 김밥 때문에 악보가 사라졌잖아요.”
“김밥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국수입니다.”
복례는 성가대원들에게 국수를 나누어주었다.
문정아가 새 악보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악보를 식사할 때도 들고 계실 겁니까?”
김맑음 신부가 물었다.
“이번에는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요.”
“어머니께서 가져가셨던 것 아닙니까?”
“그래도 신부님께서 찾아주셨잖아요.”
“저는 악보가 어디에 있는지 짐작했을 뿐입니다.”
문정아는 붉은 동백꽃이 찍힌 마지막 장을 펼쳤다.
“신부님, 다음부터 성가대 악보는 모두 크게 만들겠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이은경 지휘자가 말했다.
“악보뿐 아니라 연습할 때 불편한 점이 있으면 누구든 말씀해 주세요. 혼자 감추지 마시고요.”
서지안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도 서로를 먼저 믿겠습니다.”
오미자 회장이 국수를 먹다가 말했다.
“그런데 사무장님은 아까 제가 한 음 높게 부른 것을 기록하셨어요?”
최병철이 가방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정확히는 두 음입니다.”
“그걸 정말 기록했어요?”
“다음 연습을 위한 자료입니다.”
“그 수첩 내놓으세요.”
최병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다.
오미자 회장이 젓가락을 든 채 그 뒤를 쫓았다.
식당 안에 웃음이 가득 퍼졌다.
김맑음 신부는 따뜻한 국수를 한입 먹으며 새 악보를 바라보았다.
사라졌던 것은 악보만이 아니었다.
서로를 믿는 마음도 잠시 자리를 잃었었다.
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용기와, 성급히 의심한 일을 사과할 용기가 다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그날 은솔성당의 특별 성가는 완벽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부족한 목소리들이 서로의 음을 들으며 끝까지 함께 불렀기에 아름다웠다.
다음 회 예고
제5화 ― 「성모상 아래 놓인 아기 신발」
화요일 새벽.
김맑음 신부는 성모상 아래 놓인 하얀 아기 신발 한 켤레를 발견한다.
신발 옆에는 짧은 쪽지가 놓여 있다.
‘이 아이의 이름을 찾아주세요.’
그러나 성당 안에도, 마당에도 아기는 없다.
오미자 회장은 오래전 은솔성당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신부님, 25년 전에도 똑같은 신발이 놓여 있었어요.”
두 켤레의 아기 신발.
서로 다른 날짜에 찍힌 세례식 사진.
그리고 본당 세례대장 한쪽에서 지워진 아이의 이름.
김맑음 신부가 낡은 기록을 바라보며 말한다.
“누군가 아이를 버린 것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이름을 돌려주러 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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