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8일 10시에 3.8 민주의거 기념탑 헌화를 근린공원 3.8민주의거 기념탑에서 식전행사가 시작했다. 곧이어 ‘3.8민주의거 제 57주년 기념식’이 대전시청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대전시낭송인협회 김종진 회장이 박순길 시 ‘역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시낭송을 했다. 시낭송하는 목소리가 가슴을 울렸던 것일까, 싯구 하나 하나가 그 때의 3.8 함성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한번 죽지만 잘못 산 사람은 몇 번이나 죽으면서 그 후손까지 욕되게 산다는 것을 억압하는 그대들은 아는지..’ 어쩜 이렇게 정신을 흔들리는 싯구를 쓸 수 있을까 겸허해지는 마음까지 생겼다. 억압하는 그대.... 잠시 모든 뇌 활동이 멈췄다. ‘억압’이란 단어가 그 시절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나 자신에게조차도 나는 억압하고 있는 것은 없을까’ 그 생각이 멍하게 만들었다. 1분쯤 지났을까, 그 1분이 1시간정도 과거 속에 있다온 느낌이었다.
3.8민주의거 정신을 기른다는 것에 대해 멈칫했다. 이렇게 역사를 이끌어오고, 뜻을 기르고, 현장에서 뛰고 움직이는 분들에 대한 존경심이 나의 세포 하나 하나를 깨웠다. 3.8 민주의거는 어떤 성격이고 의의가 뭘까. 깊은 사색을 하게 했다.
정부수립 이후 1960년 3월 대전에서 일어난 최초의 시위였다고 한다. 학생들이 이승만 정권의 독재에 저항하여 자발적으로 일으킨 시위라고 한다. 즉 학교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무시하고 이승만 정권과 자유당의 장기집권 계획에 동조하는 교육 당국을 반대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대전고 학생 1,000여명이 독재 타도와 학원의 자유를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전개했다고 한다. 나는 울컥했고 무서웠고 공포감이 올라왔다. 내가 어릴 적 경험했던 시위는, 즉 시위를 한다는 것은 체류탄, 두드려 맞고, 피터지고, 죽이고, 대항하고... 나의 기억은 그랬다.
1960년 3월 8일 시위에 직접 참여하셨던 분들이 행사장에 함께 참석하셨다. 그 분들의 정의로움과 용기, 정신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심이 절로 생긴다.
김용재 회장은 ‘3.8이나 4.19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거나 3.8을 모른다거나, 그 때는 더욱 태어나지도 않았다거나. 이런 것이 3.8의 시를 쓰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 것이다. 3.8은 지금 시작이라 해도 좋다. 민주, 정의, 자유, 평화 등 또는 불의, 부정, 부패, 독재, 혁명 등 이러한 품목은 시인의 가슴속을 맴도는 평생의 시의 주제로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3.8민주의거는 다시 열린 세계의 시의 품속으로 진군할 수 있을 것이다.’ 라고 했다.
3.8 백일장 2016년 운문부 대상을 수상한 장지선 학생의 ‘봄날의 젊은이들에게’ 시낭송을 들으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사뭇 달랐다. 그 시절을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저렇게 그들의 마음과 정신을 57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장감을 그대로 들어낼 수 있을까.
억압하지 않는 감정, 자유스런 표현력, 진솔성 등 그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에게 묻고 답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