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난 2004년, KBS에서 방영했던 노희경 극본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제목의 드라마를 중국어로 시청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근처 대형마트에 갔더니 안 팔리는 한국드라마DVD들을(중국어더빙) 우리 돈 2500원에 팔고 있기에 몇 개 구입해서 요즘 그것들 보는 재미에 빠져있습니다.
작가 노희경은 ‘내가 사는 이유’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바보 같은 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 ‘빨강사탕’ ‘기적’ 등 이 밖에 많은 작품들로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작가입니다. 노희경작품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 역시 작가의 이름이라도 써놓은 듯 작가 특유의 감성과 톤이 물씬 묻어나는 작품입니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진정성 있는 대사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는 사람과 인생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게 합니다.
“ 사랑이 없으면 인생은 사막과도 같다. 사랑이 없으면 인연은 찰나와도 같다. 사랑이 있어야 행복이 있고 사랑을 베풀어야 삶의 가치는 높아진다. 하지만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베푸는 것에서 얻을 수 있다.” -노희경 書-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中에서
드라마는 바보같이 순수한 어머니와 문제 많은 세 자녀의 삶을 소제로 다루었습니다. 가족 간의 이야기는 주말드라마, 일일연속극 등에서 줄기차게 다뤄어진 내용이지만 이 드라마가 기존의 드라마들과 다른 점은 가족 이야기를 보다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바보 같을 정도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어머니(고두심), 이혼을 해서 생선 가게를 운영하는 장녀(배종옥), 커리어 우먼으로 성공한 차녀(한고은), 삐끼질을 하며 가족들의 속을 썩이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은 남 다른 막내아들, 치매 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고모네, 딴집 살림을 하는 아버지 등 드라마는 궁상맞기까지 한 우리네 현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를 시청자에게 보여줌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치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보는 듯해서 은근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큰 딸(배종옥)이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법정을 나오는 장면에서 이 드라마는 시작합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큰딸은 옆에 앉아 있는 엄마(고두심)에게 짜증을 냅니다. “그렇게 바보같이 침묵만 지키고 있지 말고,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그렇게 짜증을 내는 딸을 엄마는 츠근한듯 혹은 사랑스러운듯 바라보며, 딸의 흐트러진 머리를 이마 위로 올려줄 뿐입니다. 이 첫장면은 장차 이 드라마 전체에서 보게 될 엄마의 성격을 정말 기막히게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어머니 상(狀)이 그렇습니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여러 자식들이 하나씩 속상한 일을 물고 와도, 노망난 시어머니가 괜히 시비를 걸어와도, 바람나서 딴 살림 차려 나갔던 남편이 집에 돌아와 아무리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해도 어머니는 상대와 맞서거나, 화내는 법이 없습니다. 바보스러울 정도로 말을 아끼며, “얼마나 속이 상하면 이럴까?” 오히려 상대편의 고된 삶을 같이 아파하고, 사랑으로 감싸 앉아줍니다. 작가는 이 세상에 어떤 꽃이 이런 어머니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겠냐?고 시청자들에게 묻고 있습니다.
"내 어머니를 꽃에 비유한다면 무슨 꽃이 어울릴까?" 고향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제 어머니 역시 말썽 많은 아들을 호들갑스럽지 않게 참아내셨던 분입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방에만 틀어박혀서 속상한 마음을 담배로 달래는 일이 많았습니다. 못난 자식 하는 꼴이 야속도 하시련만, 어머니는 “너 왜 그렇게 사냐!”고 꾸중 한번 않으시고, 어쩌다 외출하고 돌아와 보면 어느새 재떨이가 비워져 있고, 방이 깨끗이 치워져있던 기억이 납니다. 자식의 힘든 시간을 그렇게 침묵으로 함께 하셨던 어머니를 통해, 고통 받고 좌절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이웃이 주어야 하는 것은 어줍잖은 충고가 아니라 호들갑스럽지 않게 그에게 필요한 것을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