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산양에 대한 잿빛 보고서(관련 자료)
한상훈 박사(한국 환경 과학 정보 센터 대표)
* 산양
1. 두동장(머리~항문) 수컷 106~117cm 암컷 106~118cm
2. 꼬리길이 수컷 13~18cm 암컷 15~16cm
3. 발끝에서 어깨 높이 수컷 69~74cm 암컷 71~75cm
4. 체중 수컷 평균 32kg(최고 42kg) 암컷은 조금 가벼움
5. 번식 평균 2년에 1번
6. 교미기 9~10월
7. 임신기간 250~260일(약 8개월)
8. 출산기 5~6월
9. 새끼 수 보통 1마리(드물게 2마리)
10. 양육기간 약 1년
11. 먹이 30여 종의 순식물성. 계절에 따라 차이 있음
12. 서식 환경 해발 600m이상 바위 산악 지대의 산림 지역
13. 사회 구조 10마리 이내의 가족 단위. 집단일 경우 40여마리
14. 생활 영역 직경 1~2km, 1천ha당 35~40마리
15. 일일 행동 거리 수백 미터
16. 계절 최대 이동 거리 수 킬로미터 이내(정착성 강함)
17. 활동 시간대 주간
18. 수명 야생에서 4~5년 이내, 동물원에서 최고 2년
화강암 바위들이 하늘을 찌를 듯 서 있는 설악산 국립 공원에는 매년 300만 명에 이르는 탐방객들이 찾아오지만 설악산의 대표적 야생 동물인 산양을 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한해에 불과 몇 사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남북 분단 이후 남한에서는 1970년대까지 백두 대간의 강원내륙과 동부 산악 지대, 경북 북부 및 충북 일대의 해발 600미터 이상의 산악 지대에 널리 분포하던 산양은 오늘날에는 불과 30여 년 전에 비해 1퍼센트에 불과한 약 150여 마리의 개체만이 생존하고 있다. 산양은 현재 남한에서는 비무장 지대와 민통선 지역, 강원북부와 경북 북부의 산악 지대에서 겨우 서식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을 뿐이다.
서식 지역도 과거에 비해 약 70퍼센트 정도 좁혀졌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서식 지역이 포장 도로와 인도 등에 의해 생존에 필요한 길이 끊기거나 훼손되어 있다. 더욱이 1968년 11월 20일부터 천연 기념물 217호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 기관의 무관심 속에 밀렵의 마수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산양은 동물 계통상 소목(우제목)에 속한다. 소목은 소와 염소,양이라는 두 개의 큰 그룹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에서 산양은 염소나 양에 가까운 동물로서 소과, 염소아과, 샤모아족, 산양아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산양과 계통상 가까운 종류의 동물들은 북반구에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식으로 분포하고 있다. 현재 지리적 분포상의 특징을 토대로 살펴보면 산양류는 지금으로부터 약 200만 년 전의 선신제 이후에 아시아를 중심으로 각 지역으로 흩어져 유라시아 대륙과 북미에 적응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그들의 후예들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산양 그룹은 현재 10종 정도로 분류되어 있는데, 그 형태는 각각의 종류에 따라 특수화되고 있지만, 뿔의 변화 및 대형화가 적고, 체구도 소형에서 중형이며, 네 다리가 짧은 점 등 원시적인 형질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따라서 산양은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거의 변화하지 않은 채 태초의 원시적 형태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학자들은 이러한 형태의 산양을 일컬어, '살아 있는 고대 동물' 또는 '화석 동물'이라 부른다.
산양(Nemorhaedus goral Hardwicke. 1825)은 속명(Nemorhaedus)이 '숲에 사는 작은 산양'을 의미한다. 산양은 현재 히말라야에서 중국을 거쳐 한반도와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 분포하고 있다. 이 동물은 남북한이 함께 천연 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보호하는 생물종이다.
학술적으로 산양은 빙하기의 혹독한 생존 환경을 극복하고 오늘날까지 살아 남은 고대 동물로서 한반도 및 주변 지역의 지질 시대의 생성과 발달 및 변천에 관한 관계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가늠이 되는 지표 생물이다.
해발 600미터 이상 험한 바위산의 가파른 벼랑을 타며 활동하는 산양은 거의 이동하지 않고, 한 지역에서 평생을 거주하는 정체성을 지닌 동물이다. 산양은 주간에 활동하며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안전한 서식처인 바위 벼랑에서 주식인 식물을 찾아 벼랑 인근의 삼림 내 초지에서 활동한다. 야간에는 바위 벼랑의 안전한 은신처로 돌아와 잠을 잔다.
계절에 따라 식물종이 변화함에 따라 산양의 먹이도 계절성을 갖고 있다. 주로 벼과 식물이나 잎이 넓은 초본류, 나무의 잎이나 눈을 주식으로, 총 30종 이상의 식물종을 먹이로 한다. 먹이가 귀한 겨울철에는 나무 껍질 및 침엽수의 잎, 지의류, 억새 등도 먹는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해에는 산간 지대 민간 부근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아 활동한다.
히말라야 같은 지역에서는 해발 4,500미터에 이르는 고산 지대까지 먹이를 찾아 이동하며,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는 바닷가 해안 지대까지 내려와 해류에 흘러 온 해초류를 먹기 위해 활동하는 등 서식 환경과 지역에 따라 생활 양식에 있어 차이가 난다.
산양은 일반적으로 단독으로 생활하거나 가족 단위 또는 소규모의 집단으로 무리를 이루는데 간혹 큰 무리를 이루며 그 수가 40마리를 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무리는 강원도 고성군 건봉산과 비무장 지대인 향로봉 고진동 계곡에서 관찰된다. 그러나 이들 무리는 지역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고립되어 분포하고 있다.
산양은 원래 그 성격이 대단히 온순한 동물이다. 폭설로 민가까지 내려온 산양이 사람들에게 쉽게 사로잡히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과거 산양을 키운 경험이 있는 강원도 양양군 미천골의 주민에 의하면 개보다고 키우기가 쉽고 장난도 즐겨 하였다고 한다. 또한 산양을 잡은 적이 있는 경험자들에 의하면 벼랑에 있을 때 손으로 머리를 만지거나 밧줄을 목에 걸 때까지 도망가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산양은 그 개체수가 대단히 적다. 하지만 이러한 온순한 성격을 이용하여 산양을 길들이면 쉽게 증식시킬 수가 있으며, 절멸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산양의 무기는 단지 굽은 단검 모양의 두 개의 뿔 뿐이다. 또 다른 무기로는 험한 바위 벼랑을 뛰어 다니거나 올라가는데 유리한 발굽으로, 가파른 바위 벼랑으로 도망가기 위한, 단지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일 뿐이다. 이 발굽으로 포식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바위 벼랑으로 도망가기 위한, 단지 생존을 위한 방어 수단일 뿐이다. 이 발굽으로 포식자가 접근하기 어려운 바위 벼랑에서 생활하는 산양은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늑대, 들개, 이리 등의 육식성 포유류와 검독수리 등의 맹금류의 공격을 받기도 한다.
가축인 염소를 한자어로는 산양(山羊)이라 표기한다. 그러면 야생 동물인 산양은 어떨까? 이 또한 산양이다. 산양은 흔히 염소의 선조 동물로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산양과 염소는 엄격히 말해 사촌지간이다. 단지 계통상 같은 선조 동물로부터 분화되어 왔을 따름이다. 산양과 달리 염소는 먹이 식물을 뿌리째 뽑아 먹어 특히 도서 지방에서는 환경 훼손의 주범으로 국내외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다. 염소를 야외에 방목하거나 대규모로 사육하는 장소에서는 맨땅이 드러나는 등 자연이 훼손된 경우를 본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과 대만에는 우리 나라의 산양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 야생 산양이 서식하고 있다. 형태적으로 이들 산양들은 우리나라의 산양들과 대단히 유사하나, 분류학적으로는 우리나라 산양과 대만 및 일본의 산양과는 계통이 다르다.
우리나라 산양은 1속 1종이며, 대만과 일본의 산양은 같은 계통으로 같은 속에 속한다. 이들 산양의 형태적 차이점은 눈밑에 있는 눈 밑 분비샘(下眼線)의 유무에 있다. 대만과 일본의 산양은 이러한 눈 밑 분비샘에서 생성되는 분비물을 나무에 얼굴을 비벼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는데 사용한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산양은 몸과 등을 나무에 비벼 그 체취와 털과 분비물 등으로서 자신의 생활영역권을 주장한다.
문헌에는 산양 이외에 영양이라는 동물명도 함께 기록되어 있는데, 우리나라 토착 동물로 영양이라는 동물은 없다, 이는 산양의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기보다 역사적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중국 등과의 해외 교류를 통해 우리 나라에 수입되어 들어온 동물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고문헌을 보면 산양은 우리 나라 특산물로서 대단히 중요한 경제 동물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산양의 모피는 예전부터 날씨가 매서운 겨울철 산간 지방에서는 대단히 유용하게 이용되었으며, 고기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과거부터 한약재로서 널리 이용되어 남획된 동물이기도 하다. 특히 겨울철 산간 지방의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음에 틀림없다.
산양이 천연 기념물과 멸종 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되어 보호 조치가 이루어진 오늘날에도 보호 감시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지역의 일부 전문 밀렵자들에 의해 밀렵이 자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 인간 생존을 위한 수렵 행위는 시대와 환경이 바뀌어도 존재하며, 그 행위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인간이 필요로 하는 생물 자원이 극도로 감소하거나 개체 수가 적은 종은 개체 수 증식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들이 증가하였을 때 그 자원을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물 자원은 유한 자원으로서 쓰면 쓸수록 고갈되어 버린다. 그러나 생물자원은 본연의 증식 능력을 이용하여 적절한 관리만 해 준다면 우리 선인들이 남겨 주었듯이 우리의 사랑스런 후손에게도 이어질 수 있다. 생물 자원은 반영구적인 무한 자원이다. 물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종의 생존 기간이 유한적이거나 사멸되는 생물종이 있겠지만 새로이 탄생하는 생물종들도 있다. 즉 생물들은 공간과 시간의 축을 따라 탄생과 진화의 과정을 거쳐 사멸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도 생물종의 한 종이다. 결코 인간 한 종만으로 지구상에 생존할 수는 없다. 생물들이 자연 생태계 내에서 하는 역할을 인간이 대신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진리이다. 무조건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펴 생물종을 절멸 쪽으로 몰아 갈 것이 아니라 정책 입안자들에게 자연 생태계와 더불어 살 수 있는 철학적 자세가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절멸 위기에 처한 산양을 보호하기 위하여 환경부는 1998년 4월 1일부로 멸종 위기 야생 동물로 지정하고 있으며, 문화재 관리국에서는 1968년 11월 20일부로 천연 기념물 217호로 지정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평생을 일정한 지역에서 생활하는 산양은 배설불도 한 곳에 집중하여 배설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산양의 배설물이 쌓인 장소를 발견하면 그 부근에 산양의 은신처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이때 배설 장소가 잘 보이는 지점에서 인내를 가지고 기다리면 산양을 목격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배설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색깔이 변하는데, 검고 윤택이 나는 배설물이 기존 배설물 덩어리 맨 위에 놓여 있으면 1~2일 이내에 산양을 목격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만일 배설물의 상태가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오랫동안 기다려도 산양은 나타나지 않는다. 배설물의 형태는 한쪽 끝이 뾰족한 단지형으로, 그 크기는 어른의 새끼손가락의 끝마디 반만하다. 산양 발자국은 염소와 같이 발굽 두 개가 서로 떨어져 찍힌다. 바위산이 있는 산림에서 그러한 발자국을 발견하면 산양의 배설 장소를 찾아 확인한 후, 인근에서 기다리면 산양을 관찰할 수 있다.
산양과 같은 서식 환경에는 노루나 사향노루 등의 다른 소목의 동물들이 분포하는 데 이들 동물의 발자국은 발굽 뒷부분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산양의 발자국과 쉽게 구분된다. 아울러 쌍안경으로 바위 벼랑을 자세히 관찰하면 산양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월간'사람과 산' 1999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