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못골연가...4 (님찿아 600리)
2015. 7. 10
“편지 보낸지가 열흘은 더 지난 것 같은데.... 답장이 없으려나..?”
에이~ 아니면 말고...그러나 속으로는 애타게 기다려진다.....
손가락 속셈으로 가는 날 오는 날..아무리 계산해도..오늘은..?
별의별 생각을 다하며...상상속의 여행도 여러 날이 지날 즈음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다가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_황지우[
그때 바깥에서...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그래 수고가 많으시네..” 엄마 목소리다
“편지 왔어요..”
“어디서...?”
“누구한테...?”
“X희 꺼 같은데요.. 여기요...”
“그럼 가볼께요..“, ”잘가게..!“
우체부 일을 하는 옆집에 사는 형님이 계셨는데 편지배달을 오신거다
“야야..? 편지 왔다 나와 봐라..”
“저요..?”
문을 열고나 갔는데..엄마가 하얀 편지봉투 하나를 내민다
얼른 받아서 발송인을 보았다
숨이 막혔다
“경기도 파주읍 객현리 156 번지 이영실 드림”
꿈인가...? 드디어 답장이 온 것이다
맞어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명언이야
아니지 “기다려라 올 것이다..” “왔잖어..?” “응..?” 흐흐흐~ 깨춤이 절로 쳐진다
난 후다닥 내방으로 들어왔다
다시 한번 살핀다...내 편지가 맞는지..틀림없다
빛나는 그 이름 이~영~실~ 니임~ 흐흐흐~
근데 아까워서 못 뜯겠다
조용히 붕투를 뜯었다.....
꽃무늬가 그려진 분홍빛 편지지가 내 눈을 부시게 한다
혈압이 오르는지...가슴이 뛴다.....“콩콩콩~ 쿠~웅 쿠~웅”
⌜안녕 하세요 ..?
보내주신 글은 아주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이렇게 멀리 충청도에서 편지를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X희 씨의 순수한 영혼이 느껴지는 한글자 한 문장을 몇 번인가 읽고 또 읽었답니다..
철길이 한가운데를 지나는..마을의 풍경을 상상하면서...이쁘게 묘사하신 황새바위의 모습이
보고 싶군요..!
저는 새해에 3학년이 되는 파주여고에 재학 중인 학생이 랍니다..어릴 때 건강사정으로...한해 늦게 입학
을 하게 되어...동급생들 보다 한 살이 많답니다....!
친구가 되고 마음을 나누어 갖는 추억의 시작에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요..!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서로를 알아 가는 아름다운 만남이 되길 기대 합니다..!”⌟
가슴이 벅차 오른다
잠시 천장을 쳐다본다
“휴우~”
나도 모르게 한숨을 몰아쉬는데 .눈앞에 분홍빛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다시 편지위로 시선을 돌린다
⌜저는 읍사무소 공무원이신 아버님과 어머님의 5남 1녀 3째 랍니다
저의 취미는 독서이고....학교에서는 미술반 활동을 하고 있는데...화가가 꿈이 랍니다
X희 씨의 꿈은 무었인지 궁금하군요
다음번 글에서 소개하여 주실 수 있겠지요..?
동봉하여 주신 사진도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첫 대면 사진이 윗옷을 벋은 모습이라..조금은 놀랐습니다
하지만, 순수한 애교로 보아 드릴께요..⌟
제 모습도 보내드리고 싶은데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없네요...
준비되는 대로 보내 드리도록 할 께요
이제 우리 두 사람 고3인데 중요한시기라고 생각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여 각자의 목표를 이루도록 기도 하겠습니다
- 중 략 -
끝으로 이 소중한 인연이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재미있는 소식 기다리며 이만.. 안녕....!
적성면 객현리 에서 이영실 올림⌟
아~ ”
갑자기 난 딴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되는 기분 이었다
이런 행운의 시간이 올 줄이야..!
“하나님 감사합니다....아니 아부지 감사합니다..”
모든게 새롭게 다가오는 이 느낌...어쩔 수 없는 사춘기의 절정이었다
근데 내 꿈은 뭐였지,,?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내 꿈도 생각을 못해봤네...
노느라고 바빠서.. 으이구..!
그러고 보니 장래 뭐가 될지 한번도 구체적인 생각을 해본 기억이 없다
“선생..? 군인..? 공무원..? 회사원...?”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렇게 황홀한 시간이 올 줄이야..! 난생처음 이성으로 받아보는 편지였으니 분명 별다른 느낌이었다
다시 한 번 읽었다
구구절절....감동 투성이다
태어나 머리 털 나고.. 이성으로부터 의 편지는 난생처음 이었다
간간히 잡지에 나오는 펜팔주소로 장난삼아 시도는 몇 차례 해보았지만
답장이 온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잠시 허공을 쳐다보며 감상에 젖었다
어찌 생겼을까..? 키는 얼마고...? 갖가지 상상이 어지럽게 떠 오른다
날씬 한 몸매에 갈래머리, 하얀 교복.., , 물론 이쁘게 생겼을 거고,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모습,
공부도 잘하는.. 등등의 희망사항이 현실처럼 꼬리를 문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님 처럼..그렇게 생겼겠지..?
끝없는 상상 속에 잠시.....
언젠가 만난다면 영원히 목숨바쳐 사랑 할 것 같은....왕자가 돼버린 기분이다
답장을 해야지..어떻게 쓰지....무슨 말을 뭐라고 쓰지...?
갑자기 머리가 하얗다
나른한 무기력감.. 이것은 또 무었인가...?
실제 연인을 만난 듯 나는 눈을 뜬 채 꿈을 꾸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막 달려가고 싶은 충동......!
세상 모르고 까불대던 난.. 그렇게 순진하고 단순한 시골 청년이었을 뿐이라는 것을 느끼는 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님 찿아 600리...왕복 1200리 여행을 하게 될 줄은 그때는 정말 몰랐지....
그래도 그때는 세상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기분이고
아부지 잔소리도 이쁜 멜로디가 되어 들리는 이 상태를 뭐라고 설명 할 것인가...?
나도 모르게 나오는 콧노래...경쾌한 발걸음.... 밋밋한 뒷산도 절경으로 보이는 이 상태를 말이다
나만이 아는 비밀이 생겼다는 거...
이거 정말 난 다른 놈들과 다른 그런 사람으로....멋있는 놈으로 끝없는 자기비약이 시작 되었다
새벽마다....넘치는 힘...본능을 주체하지 못해 끙끙거릴 때 마다....그녀를 떠올리는 것은...
보통 심한 증세가 아니었던 것이었을 것이다
눈을 뜨나, 밥을 먹으나, 길을 걷고, 친구들을 만날 때도 그녀생각 아니 상상 뿐이니...행복하다 못해
사춘기 촌놈은 미칠 지경이 되어간다... 쩝~
편지 한통이 사춘기 청년을 흔들어 놓는 위력은 꽤나 큰듯했다
작년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일이다
종례시간에 수학담당이던 김용순 담임 선생님 께서 다음과 같이 편지쓰는 숙제를 주시는데..
“다음주 월요일까지 월남 파병장병에게 보낼 위문편지를 한통이상씩 내도록.. 이상..!”
남학생들이 남자군인 아저씨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편지를 쓴다는 것은 참으로 지루한 일이었다
놀 시간도 부족한 시절에 말이다
그러나 어쩌랴..! 안 써 가면 볼기맞을 불상사가 뻔 한일..
일요일 저녁 가물가물한 호롱불 밑에 편지지를 펼치고는..
“멀리 이역만리에서 고생하시는 군인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무개입니다..“ 로 시작되는 아주 無味乾燥(무미건조)한 위문편지를
써내려 갔다
난 끄적끄적 최대한 성의 없이 삐뚤거리는 글씨체로 간신히 편지지 반장을 채웠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1973년 모월 모일 아무개 올림” 으로 끝을 맺고는...
다음주 월요일 반장이 아이들에게서 위문편지를 걷어 교무실에 내었을 테고
드디어 종례시간...
선생님이 들어오셨다..근데 얼굴빛이 심상찮은데..교실분위기가 싸~ 하게 변했다
“오늘 위문편지 안낸 놈들 앞으로 나와...”
아마도 우리 반 위문편지 제출실적이 저조했던 모양이고..선생님이 질책을 받으셨던 게다
몇몇 아이들이 쭈삣쭈삣 엉거주춤 일어나는데...
“빨리 안나왓..” 교실이 떠나가도록 소리를 지르신다
“어떻게 위문편지 안낸놈이 반도 더되나..?
고요~ 쥐죽은 듯 하다
선생님이 종이 한 장을 꺼내시더니 호명하기 시작한다
“지금 이름부르는 놈들 다나와..”
난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었다
“휴우~” 죽을 뻔 했네..!
어제저녁 위문편지 숙제 안 썼으면 어쩔 뻔 했는지.. 우리 선생님 몽둥이질에 소문난 분이셨다
항상 각목을 들고 다니셨는데 그 끝에 흰색 테이프를 둘러서 손잡이로 삼았다
화가 나시면 인정사정 없었다
예를들어 “수학시험 60점 이하 한 문제 틀리는데 3대 씩” 이런 식이었다
“이놈의 시끼들 니들은 사람대접 할 필요가 없는 놈이야..”
“한놈씩 업드려..뻗쳐”
맨 앞에 나간 아이가 칠판을 잡고 엉거주춤 업드린다
몽둥이가 허공을 가른다 “뻑~”
강력하게 힘이 실린 한 대에 아이가 충격에 무릎을 꿇고 주저 앉는다
“안 일어나..”
그러기를 반복하여 열대씩...공포분위기 지금생각해도 아찔 했던것 같다
아이들은 순서대로 업드려서 매질을 당한다..잘못했으니 할 말도 없고 흐흐~
지금은 큰일날 일이지만 그 시절에 장난기 심한 막난이들 에겐 일상이었고..집에가서 말도 못꺼냈다
집에 가서 얘기하면 더혼나던 시절이니까..지금 같으면 신문에 날 일이지..!
매타작이 계속되는데..
또 한아이가 업드리고 “뻐어억~”
소리가 이상하다..선생님이 “너이놈 엉덩이에 뭐여..?“ 바지내려봐..”
한아이가 바지속 엉덩이에 두꺼운 노트를 대고 나간거다
“이시끼 봐라..”
선생님이 몽둥이를 교탁위에 탁 놓더니 손목시계를 풀어 놓는다
“너 이리와..엉덩이가 아깝다 이거지..?”
한쪽귀를 잡고는 오른손으로 뺨을 갈긴다 “찰싹..”
햐~ 오늘 정말 우리반 초상날이됐다
뺨이아파 고개숙이면 정강이를 까고..고개들면 쌰대기 맞고..그렇게 그아이는 그날 반은 죽었다
그 선생님 그렇게 악명이 높았다
나와 그 선생님과도 악연아닌 악연이 있었다
언젠가 바로위 누나가 자전거와 충돌하여 병원에 입원 한일이 있었다
그당시 누나는 현대시멘트 총무과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퇴근중에 사고가 난거다
누나는 정병원(정의원 인가..?) 에 입원하게 됐는데..
그 다음날 땡땡이칠 궁리를 하다가..
“옳지..” 난교무실로 가서 조퇴신청을 했다
“왜 조퇴야..? 공부하기 싫어..?” 다짜고짜 선생님이 소리를 치신다
“그게 아니라요..누나가 교통사고로 많이 다쳐서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정말이야..?”
“네 정말입니다..”
“어느병원 ?”
“사거리 정병원인데요..!”
“그래..?”
“으음~”
“누나 몇 살인데..?”
엥..? 이거봐라 그러고 보니 선생님이 아직 총각이셨던거다
“스물둘 인데요..!”
“응 그래..? 그럼가봐..”
“네~”
우선 병원으로 갔다..알리바이가 필요하니까 흐흐~
엄마가 누나 간호를하고 있었는데..누나표정이 창백하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딛쳤단다
“너 왜왔어 학교는 어쩌고..?”
“누나 걱정되서 왔지..!”
“이노무 시끼가..공부는 뒷전이고,,”
실컨 욕먹고는 “누나 괜찮지..?”
“응~” 마음이 싸~ 하게 안스럽다
그렇게 땡땡이를 치고는 저녁 다 늦게 집으로 들어갔다
근데 이게 웬일라냐..?
“야~ 병원에 니네 선생님 왔다가셨다..”
아부지가 던지듯 한 말씀하신다
“예..?”
아니 이게 무신 상황..?
“어~ 그 사람 젊잖고 똑똑한 선생님이 더라..”
그러니까 이 선생님이 잿밥에 마음이 있었던거다
근데 어쩌랴..! 그때는 이미 누나에게 지금 매형이 있었는데..
사랑은 뺏는 거라니까..알아서 하시고 흐흐~
그 다음날 학교를 갔는데..교무실에서 호출이 왔다
“누님 좀 괜찮으시냐..?”
“아~ 예”
아니 어제 왔다갔다면서 그새 내가 어찌 알겠소 선상님..? 흐흐~
누나 신상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으시고는 ..
“아버님도 훌륭하시고..형제가 몇이냐..?”
“구남맨데요..”
“그래~? 다복한 집안이구나..!”
“그래 가봐..열심히 하고..”
“예~”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면서..
“근데 뭘 열심히 하라는거야..?”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난다..그저 수컷들이란.! 흐흐~
그 이후 얼마간 선생님은 나에게 그렇게 부드럽고 자애로울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 뒤에도 우리선생님은 꾸준히 누나에게 연락하고 求愛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쩌랴..! 강력한 골키퍼가 있는데.. 지금 매형 말이다
현실을 안 선생님...실망이 컷 나 보다
덕분에 한동안 미운오리새끼가 됐었다... 행복은 잠깐..불행은 오래토록...말이다
이 선생님 그후 한동안 엉덩이를 때릴때도 유난히 나에겐 씨게 때렸다
아이들이 “야 왜 너만 그렇게 씨게 때리냐..?” 라고 할 정도였다 흐흐~
그건 그렇고...
어느날 종례시간에..
“박경희..편지왔다..”
“네..?” 웬..?
“월남에서 위문편지 답장이다..”
“엥..? 웬 답장..?”
“오~우~~”
아이들이 괴성을 지른다
멋쩍게 편지를 받아 들었다
“월남 육군 XXXX 부대 3중대 1소대 XXX 병장 드림“
아이들이 내 주위로 몰려 들었다
봉투를 뜯었다
“경희 학생 안녕하세요..?” 로 시작되는 편지는 구구절절 애틋함이 묻어난다
“여기는 무더운 밀림..보내준 편지에 감사합니다..”
“하얀교복을 입은 여학생 편지에 행복해 졌습니다..”
이양반 나를 여학생으로 착각한거다..내 이름이 여자이름이니까..
“킥킥...”
아이들 웃음이 터졌다
환장하겠네..이일을 어쩌지..?
불쌍한 군인 아자씨..!
“웃기시는 군바리네..킥킥~”
그런데 가만 장난기가 생긴다 흐흐~
“그래 답장한번 해볼까..? 어찌되는지..”
노트 한 장을 깨끗하게 찢었다...당장 편지지가 없으니...
“안녕하세요..보내주신 답장은 잘 받아보았습니다”
“무더운 밀림에서 자유를 수호하시느라 을메나 고생이 많으십니까..?”
“저희들은 군인아저씨 덕분에 안전하게 공부하고 있습니다”
“군인오빠..저는 오빠가 없답니다...” 내가 써놓고 온몸이 오글거린다 “킥킥~”
한박자 쉬고...
“저는 평소 군인 아저씨 처럼 씩씩한 오빠가 있었으면 했답니다..”
“오빠 보고싶어요...” 등등 온갖 달콤한 내용으로 범벅이된 편지를 한통 만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 등굣길에 킥킥 거리며 삼거리 우체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그일은 몇일 몇날이 지나가면서 내기억에서 잊어져 갔다
그런데 어느날 토요일 학교를 갔다가 집에 들어오는데..엄마 왈....
“x희 야 아까 이상한 소포가 왔더라...니방에 놔뒀으니 한번봐라..”
“예..?”
방으로 들어 갔다
책상위에 시멘트 봉투비슷한 색깔의 종이로 단단히 포장된 꽤나 큼직한 꾸러미가 보인다
“뭐야 이거..누구지..?” 아무 생각없이 보낸사람을 살폈다..그런데..!
“엥~ ”
“육군 XXXX 부대 3중대 1소대 XXX 병장 드림“
“아니 이양반이..아니 이 오빠가..”
그 불쌍한 군인 오빠가 답장으로 소포를 보내 온거다
“허참~”
웃음이 나왔다..나도 모르게 쫌 미안하기도 하고...
“뭐지..?” 조용히 소포를 풀렀다
먼저 군용 편지 봉투가 나오고...영어로 이상한 표시가 된 종이상자가 두어개 나왔다
편지는 뒷전이고...
“뭐야..이거..?”
종이상자를 열었다
이거 웬일...처음보는 국방색 깡통, 과자봉지 같은거 등등이 쏟아져 나왔다..
알고보니 군인들이 야전에서 먹는 씨레이션인가 하는 즉석 전투식량들이었다
“햐~" 시골구석에선 구경도 못할 진귀한 것들이다
양고기 통조림, 소고기 통조림, 비스겟 깡통, 미제 껌, 햄 통조림, 프라스틱 스픈, 포크 등등
하옇튼 별에 별게 다 있는거다
고맙기도 하고 미한하기도 한 마음으로 편지를 뜯었다
“x희 학생 안녕..보내준 글 잘 읽었어요”
“덕분에 여기 이오빠는 잘 있단다” 로 시작되는 완존히 연애 편지였다
자기는 스믈다섯살이고 집이 경북봉화란다
“으메~”
어쨌든 뜻하지않은 선물보따리 덕분에 집안 식구들이 호기심과 더불어 찌하게 포식했다
우리 아부지 “거참 고마운 양반이구먼..”
“답장이나 잘해 주거라..!”
“아~뭐 예..!” 이거 참~
그렇게 웃기는 연애편지를 몇 번 주고받았는데...속은 영 불편하다
어떤때는 영문 잡지도오고..영 부담간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는데...
어느날 편지에...
“난 이제 3개월 후면 제대하는데 괜찮으면 단양이 고향길목이니.. 가는 길에 한번 들리고 싶다..”
뭐 이런 내용인거 아닌가..?
“사람 한 장하게 만드는 아저씨 구만..”
그나저나 은근히 고민스럽다...그 고민이 점점 더 커진다
다음날 학교에서 친한 짝궁 정희란 친구에게..“야 이거 어쩌지..?”
“킥킥~” 이자식 웃음부터 터트린다
“임마~ 웃지 말고 어쩜 좋겠냐..?”
“어쩌긴 임마..이실직고하고 자수해야지..킥킥~”
“어휴~ 놀긴 잘 놀았는데 거참~”
하는 수 없이 답장을 썼다
나는 남학생이라고..미안하다고..그동안 고마웠다고..그렇게 웃기는 로맨스가 쫑 친일이 있었다..흐흐~
아뭏튼 경기도 파주...이영실 여학생과 꾸준히 편지를 주고 받았다
일주일에 한번정도....사춘기 마음은 점점 애틋해지고...
호기심은 극도로 만발해지고....괜히 감상에 젖을 때도 있고..
그렇게..고3문턱에서 청춘은 흘러갔다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나고 싶습니다..” 이렇게 보내면..
“더 클때까지 기다려 봐요..” 이렇게 답이 왔다
이런 저런 사연으로 편지왕래는 지속되고....
몇일 있으면 고3올라가는 문턱 봄방학이 다가오는 어느날..
내방에 처박혀 잡념에 여념이 없는데..책상위에 걸린 달력이 눈에 들어 온다..
문득 한번 찿아 가볼까...
“에이 씨~ 그건 좀 어려운거 같고..“
“근데 파주가 어디 붙어 있는거야..” 궁굼증이 인다
지도책을 펴들었다...경기도 파주를 찿았다
경기도 북단이다... “디게 멀겠구만..” 혼자 중얼 거린다
“그래도 한번 모험 한번 해볼까..?” 머리를 굴린다
밖으로 나왔다
자전거를 집어 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도담역으로 향한다 ..나도 모르게
한 십리를 달려 도담역 대합실로 들어 갔다..
불기 없는 시커먼 주물난로가 대합실을 지킨다
서울로 가는 중앙선 기차시간표를 살핀다
당일치기 할 려면 아침 7시경 기차를 타야 할 것 같았다
기차는 청량리가 종착역이고....
근데 그다음은 어떻게 찿아가지..?
버스가 있나..? 지도에는 기차가 없는 것으로 보여지고....
버스는 어디서 타지..?
시골에서 물어 볼때도 없고...궁리 끝에...편지를 썼다
유도심문을 했다
“영실씨 사는 곳이 궁금하군요..서울은 가끔 나오시나요..?”
“뭐 타고 다니시나요..등등..”
몇일 후 답장이 왔다
파주에서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다니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끔 서울을 다닌단다
한 세시간 걸린단다....
“흠~ 그래..?”
이래서 사랑..? 에 눈이 먼 사춘기 촌놈이 사고를 치게 되는데....그 고생을 하게 될 줄은 그때는
꿈에도 몰랐다..정말로....
일단 돈이 필요 했다
꼬불쳐놓은 돈과 할머니 쌈짓돈 등쳐서 얼마, 책 산다고 얼마...지금은 기억이 없지만..왕복 차비정도를
준비한 것으로 기억난다
아무래도 모자란 것 같다
할 수 없이 수업료 삥땅을 치기로 했다
그 당시 한 분기 수업료는 몇천원 수준이었다..짜장면이 백원이 었으니까...
당시 수업료 통지서는 일반 갱지에 손으로 써서 인쇄한 조악한 것이었다
일단 검은색 볼펜으로 3자를 8자로 고쳤다..흐흐~
그때는 우리집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기 전이었고...울아부지 시력이 나빠서 안경을 쓰셨다
일부러 저녁을 먹고 난 뒤 컴컴한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부지 수업료 통지서 나왔어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통지서를 아부지 앞으로 내밀었다
“어디보자..”
어두운 호롱불 밑으로 아부지가 통지서를 펼치신다
“음~ 이번엔 조금 많이 나왔구나..”
“찔끔~!“
근데 그 시절엔 그렇게 안하면 용돈 쓸 방법이 별로 없었던 시절이다
“은제 까지 내라던..”
“거기 적혀 있을 건데요..!”
“선생님은 이번주 까지 내라고 하시는것 같던데요..”
“그래 알았다...내일 갔다 내렴..”
“예~”
“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방으로 건너왔다
그렇게 파주로 향하는 여비가 마련 되어갔다 흐흐~
엄마 화장대 위 ... 동동 구리무 를 찍어 바르며 시커먼 촌놈 얼굴에 광을 내는대..!
드디어 봄방학이 왔다
D-Day ..!
밤새 잠을 설치고 벌건 눈으로 살포시 찬물에 세수를 하는데....
“뭣 할라고 이래 일찍 난리냐..?”
엄마다... 아침밥을 지으려고 일어나신게다...
“저기..오늘 상철이랑 일찍 제천친구네 가기로 했어유..!”
“시끄러 아무지 알면 또 난리난다 이눔시끼..! 아침이나 먹고 나가든지...”
“아 씨~ 알었어...!” 하고는
냉큼 방으로 들어 왔다
지체 할 시간이 없다
아부지 경치는 것은 나중 일이고...
두터운 양말에 원주 군인시장에 가서 사온 검정 물들인 속칭 스몰바지에 형이 물려준 줄무늬 난방을
입고는, 그 위에 라운드 주홍색 티셔츠를 입고 청잠바(청카바)를 걸치고 폼을 잡았다
그 당시 고삐리들의 최고 패션이었다
우선 여비를 챙겨 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었다
“아~! 그거...“
서랍을 열고 도르크 접는 면도칼을 챙켜 뒷 주머니에 꽂았다, 만일에 대비한 호신용이다 흐흐~
살포시 방문을 열고 마루로 나서는데....
“어디 가나..?”
할머니가 긴담뱃대에 가루 담배를 눌러 담으시며 쳐다보신다
“어~ 아니요..그냥..저기~”
“드르륵..”
현관문을 열었다
아직 찬바람이 그럴 듯 하다
“멀리가지 말거라..조반먹게..”
“예이~!” 다행하게도 아부지 기척이 없다
곧바로 삼거리로 내달았다
삼거리 석문이네 가게 앞에 첫 버스가 시동을 건채 배기가스를 내뿜고 있다
“가요 오라잇..!”
버스가 출발하고 철없고 겁 없는 사춘기 촌놈은 그렇게 분홍빛 여정을 시작했다
“하늘은 맑았단다~ 구름한점 없더란다..~”
속으로 유행가를 흥얼거리며 도담역 앞에 도착했다
대합실에 몇 사람 옹기종기.. 웅성거리는 풍경을 곁눈질 하며...
“청량리 한 장이요..”
차표를 끊었다
다행히 아는 사람은 없고..
잠시 후 개찰이 시작 되었다... 플랫폼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으시시~” 새벽 바람이 차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삑~” 역무원 호르라기 소리가 들린고...곧 이어 기차가 들어온다
“흠~!” 심호흡을 하고 기차에 올랐다
“두리번..!” 빈자리를 찿았다
새벽시간이라 듬성듬성 빈자리가 제법이다
조용히 창가에 자리를 잡아 앉았다
주변을 살펴보는데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가 시끄럽다
우리 동네는 죽령을 경계로 경상도와 인접한 지역이다..
죽령재 중앙선 기차길 또아리 굴을 지나면 곧바로 경상북도 풍기와 접하게 되고, 이어서 영주, 안동으로
이어진다
그 방면 손님들인 모양인데 경상도 그쪽 사람들 말소리는 무척이나 시끄럽다
우린 반도 못알아 듣겠는데 당신들 끼리 즐겁단다
또한, 가까운 제천역에서 태백선으로 갈아타고 터널 몇 개를 지나치면 곧바로 강원도 영월이다
그런 지역적 연유로 인하여..단양, 제천 사람들의 말씨는 특이 할 수 밖에 없다
충청도 고유 말도 아니고, 경상도말씨는 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강원도 감자 말씨는 더더욱 아니고..
충청도, 경상도, 강원도 교차점에 사는 우리 말씨는 어정쩡 할 수 밖에 없어서..
나중에 졸업 후 상경했을 때 객지에서 들리는 고향말씨는 귀신처럼 금방 알아들었다
어느덧 기차가 출발하고... 상념에 젖는다
오늘 하루는 어찌 전개될지..?
궁금도 하고, 겁도 조금나는 듯 하고, 영실이란 아이를 만나면 무슨 말을 꺼낼지....
사전약속도 없이 불쑥 나타나는 나를 보고 어떤 표정일지..?
타지에서 텃새하는 Guy 들을 만나 한바탕 시비가 벌어지면 나 혼자서....어쩌지..?
별의 별 생각에 빠지는데.. 제천역이다
“여기는 제천 제천 역입니다..”
차창 밖에서 안내 멘트가 들린다
플랫폼 중간에 각기우동 집이 모락모락 김을 뿜으며 장사가 한창인데..열차가 도착하자마자 재빠른
손님들이 우르르 몰려 아침 허기를 달랜다
“꼬로록~”
나도 시장기가 돈다
재빨리 우동집으로 뛰어 내려갔다
잽싸게 우동한 그릇을 받아들고...입천장을 데어가며 정신없이 흡입하는데...
멸치국물 맛이 그만이다
시간은 길어야 한 삼분...후다닥 해치우고..기차에 올랐다
“이런~”
내 자리에 어떤 아저씨가 앉아 있는게 아닌가..제천역에 손님이 많은 줄 미쳐 생각을 못 한거다
그렇게 기차는 다시 출발하고...역마다 서는 완행열차는...
봉양, 구학, 신림, 원주, 간현, 양평, 능내, 양동 등등 수많은 역을 거쳐 근 네 시간 만에 청량리에 닿았다
중앙선 종창역..내리는 사람으로 분주하다
마중나온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청량리역 광장으로 나섰다
높이 솟은 기계탑이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로 짐꾼들의 지게 며 리어카 가 늘어 서있다
손님을 기다리는 광경이 진풍경이며, 그 옆으로 포장마차가 호객을 하며 장사진을 치고있다
난 잠시 어리버리 두리번거린다
난생처음 와보는 서울 하고도 청량리..그 번잡함에 정신이 없다
방향감각은 간데없고..어디가 어딘지..?
불광동으로 가야 하는데...도대체 감이 잡히지 않는다
아무나 잡고 물어볼 수도 없고... 조용히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는데 저쪽에서 갈래머리 하얀카라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둘이서 걸어온다
“쭈빗 쭈빗~” 하다가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학생 들이 힐끗 쳐다보며..둘이 눈치를 주고 받더니 이내 경계를 풀고
“아 녜~”
“저기 불광동 시외버스 타는 곳으로 갈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 말입니까..?”
“예~”
그중 눈썹 긴 학생이 오른쪽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길건너 조금만가면 버스정류장이 나오는데...몇번 버스인지는 모르구요 거기서 불광동 가는 버스를 타시면 됩니다..!“
“얼마나 걸리는데요..?”
“아마도 한 한시간 정도 일 거예요..!”
고운 목소리로 친절하게 알려준다
“예~ 감사합니다..”
살짝 내 몰골을 살피더니..둘이 마주보며 “씩~” 웃더니 조잘거리며 저편으로 걸어간다
고것들 상큼하게 생겼네..
수돗물이 좋긴 좋구나..
“나도 우리 동네선 한 인물 하는데 말이야..! 쩝~” 중얼거리며 알려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조그만 정류장에 닿았다
신문이며 성인잡지를 진열 해놓고, 버스표 며 가치담배를 파는 가판대가 분주하다
사람들도 벅적거리고.. 슬슬 주눅도 들고...
“휴~”
한숨 내쉬고는 “까짓껏 가보자..아니면 말고..!” 속으로 배짱을 부려본다
여러대 버스가 섰다 지나가기를 잠시 불광동 이란 글자가 쓰인 버스가 멈춰섰다
급히 차장 아가씨에게 물었다
“저~ 불광동 버스터미널 가나요..?”
“빨리 타세요..!”
쳐다보지도 않고 큰소리로 말한다
창밖으로 번잡한 종로 YMCA 건물이 보이는듯 하더니 멀리 교과서에서나 보이던 중앙청 이 보이고
코앞에 이순신장군 동상이며 이촌놈은 창밖 서울 구경에 여념이 없었는데 한참을 달려 무슨 고개를
넘더니 불광동 시외버스 터미널이란다
한참을 가다 서다를 반복하더니... “불광동 터미널 나오세요..!”
차장 아가씨가 상투적으로 소리지르고...
난 떠밀리듯 버스에서 내렸다
두리번...!
버스정류소 대합실로 들어갔다
“으메~”
웬 사람들이 이리 많은지..?
바글바글하다
그중에도 군인들이 왜 또 그리 많은지 정신이 없다
나중에 알고 보니 서부전선 전방 군인들이 들어가는 길목이 불광동 터미널 이었다
매표소 위에 붙은 시간표를 쳐다보며, 파주행을 찿았다
두시간에 한 대씩 다닌단다
소요시간은 두시간 반.... 망설이기는 이미 늦었고...
얼른 표를 끊었다
출발시간이 조금 남았다
담배생각이 간절하다
주변을 살폈다... 양아치 같은 놈들이 버글거리는 것 같다
슬쩍 화장실을 찿았다
사람들이 들고 나는 입구는 심하게 복작거렸다
구리고 지린 냄새가 코를 찌른다
조금 기다리는데 차례가 왔다...들어가 문을 잠구고...윗주머니에서 꼬불쳐온 담배를 빼물고 불을 붙였다
“후~”
한모금 깊이 빨고 수원하게 내뱉는다
이제야 정신이 돌아오는 듯 하여 앞을보는데.... 낙서가 새카맣게 쓰여있다
뭐~? “애인구함..”, “찐하게 한번 합시다..”, 여자의 중요한 부분을 그린 요상한 그림 등등..이 가득한데
그 밑에 “오른쪽을 보세요 ->” 라고 쓴 낙서가 눈에 띈다
그래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또 “오른쪽을 보세요 ->” 낙서가 똑같다
그래서 또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는데..
“뭘봐 개새끼야..!”
나도 모르게 “이런 씨발..!” 어이가 없었다
헛 웃음이 났다
담배를 비벼 끄고 밖으로 나왔다
긴장한 탓인지 핑~ 머리가 돌아버린다
이내 파주행 버스가 출발했다
제법 사람들이 버글거리고 서서가는 승객이 반은 넘는 듯 하다
세시간 제법 먼거리다
나중에 계산해보니까 우리 집에서 왕복 600리 거리였다
한참가는 중에 여기저기 정차하며 사람 태우며 하염없이 시간이 흐르고...
“근데 파주서 적성면은 어찌가고.... 또 객현리는 으찌 간다냐..!”
문득 생각 못한 걱정이 살아 났다
잠시 고민을 하지만 초행길에.. 내가 어쩌랴..?
슬쩍 눈치를 살피며.. 차장 아가씨에게 말을 건냈다
“저기~요 이차 적성면 까지 갑니까..?”
그 아가씨 무료한 표정으로 쳐다 보더니..
“거기는 안가는데...적성면가요..?”
“예~”
“파주에서 적성면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가세요..!”
하는 것 아닌가...?
“으메 미치겠네..!”
“그럼 객현리는 어찌가고..?”
쥐나는 머리를 달래면서...파주에 닿았다
내리자 마자... 좌판에 아주머니에게 적성면 가는 버스타는 곳을 물었다
왼쪽으로 돌아서 큰 사거리 까지 가란다
“네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를 하고 알려준 사거리 쪽으로 향했다
한참을 기다려 적성면 가는 버스를 타고 적성면으로 향 한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차장 누나에게 물었다
“저기 적성면에서 객현리는 어떻게 갑니까..?”
“객현리요..? 거기는 배원리 군부대 앞에서 걸어 가면되요..!”
걸어서 10분 거리란다
“아휴 다행이다..”
냉큼 버스에 올랐다.. 잠시 후에 청천벽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시리..그렇게 버스는 덜컹거리며
시골길을 달린다
막상 그녀를 만나면 뭐라고 하지..?
새삼 고민이다
“에라 부딪혀보고 생각하지 뭐..!”
차창 밖으로 낮선 시골 풍경이 지나간다
우리 동네서는 보기 힘든 군용 차량들이 즐비 다니는 모습이며..멀리 군부대 막사가 눈에 들어오고...
큰길 옆으로 이상한 장애물이며...
그위에 “반공 방첩”, “때려잡자 김일성 쳐부수자 공산당”, “먼저 보고 먼저 쏘자..!‘
등등의 붉은 글씨 표어가 어지럽다
“오싹~”
갑자기 한기가 돈다.. 분단국가 대한민국 처음보는 최전방 지역이었다
“배원리 부대앞 내려요..”
차장 아가씨 외침에 정신이 들었다
어느덧 목적지 다
그런데 출발할 때 들뜬 마음은 간데 없고...
뭔가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멍~
주변에 작은 구멍가게 가 있다
벌써 시계는 오후 두시를 넘고 있었다
가게문을 열고 들어가며.. “여기 혹시 객현리 156번지가 어디쯤입니까..?”
“156번지..? 156번지면 저 윗동네 버들네 인데..!”
주인인 듯 한 할아버지가 쳐다 보면서 자상하게 알려주신다
“저위로 가다가 다리건너서 군부대 앞 마을” 로 가서 물어보란다
“예~ 감사합니다”
“근데 어디서 왔어..?”
“예 충청도 단양에서 왔는데요..!”
“어 휴 ~ 멀리서도 왔구먼..!”
“윗마을 누굴 찿는가..?”
“예 이영실 이라고 친척입니다..!”
“그래..?” 갸우뚱 하면서... “못듣던 이름인데..”
“아뭏튼 그쪽가서 물어보게..!”
“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비극 전야 누가 알았으랴..!
우리동네는 “머시기..”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말이야..“
나도 갸우뚱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알려준 길을 서둘렀다
한참을 걸어 윗마을에 도착 하는네..군부대 정문에 군인 아저씨 둘이 초병을 서있고..
정문위에 “초전박살, 백발백중” 힘찬 구호가 써 있다 ..근데 느낌이 살벌하다
“왕대포, 각종잡화, 담배” 이런 상호가 붙은 가게가 눈에 띈다
가게로 들어 갔다
“어서 오세요..!” 주인 아주머니가 상냥하다
“저~ 156번지 가 어디인지 모르겠습니다..”
“학생 누굴 찿는데... 이름이 뭐야..?”
“저~ 이영실 이라고.....~
“이영실..?”
“우리동네 그런 사람 못들어 봤는데.>!”
“고등학생 인데요..!”
“여자..?”
“예 !”
“우리 동네 그런 여학생이 있었나..?”
“난 잘 모르겠고..!”
“156번지 면 저집 같은데.. 이리나와 봐요..” 하며 앞장서서 밖으로 나간다
난 쭈빗 뒤를 따랐다
언덕길 을 가리키며
“저 언덕길 옆에 간판보이지..?”
“내가 알기론 그집이 156번지야..! 한번 가봐요..!”
“예~ 감사합니다”
오늘 따라 감사할일이 우라지게 많다 “쩝~”
뭔가 진짜 기분이 요상 해진다
난 걸어서 그 집 앞에 서는데..
“엥..?”
[파주옥] 그 집 간판이다
이름하여 대포집 인거다
“뭐야 이거..?” 얼떨떨 해지는데..
가게 안에서 노래 가락이 흘러 나온다
난 이리저리 동태를 살폈다 .. 그러는데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진한 화장빨의 아주머니가 나오더니
“획~” 대야에 담긴 구정물을 쏱고 돌아서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학생 누구 찿아왔어..?”
“예~ 여기가 156번지 맞나요..?”
“그래 여기가 156번지야..!”
술냄새가 물씬 풍기는데
순간 머리가 하얘진다..이게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말이야..?
“근데 누굴 찿는데..?” 쌩하는 반말이다
정신을 차리고는..간신히..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이영실 을 찿는데요..!”
“영실이..?”
“니가 영실이를 어찌 아는데..?” 문득 분위기가 사납다
“동생이야..?”
“아니 그게 아니고..” 이거 미치겠다 그러는데..
“야..! 영실아 나와 봐 누가 찿아왔다..!” 반응이 없자
더 큰소리로 “야~영실앗..!”
“아이 왜 언니..?”
누군가 ..? 이영실 님..? 찟어진 월남치마에 진한 화장을 한 누님뻘 아가씨의 발그스레한 얼굴이
내눈에 들어 왔다
“여기 이학생이 너 찿아 왔단다 야..!” 하며 안으로 들어가며 “빨리 들어와..!”
“누구 신데요..?”
“저 이영실 이란 사람을 찿아 왔는데요..?”
“내가 이영실 인데..누군데...” 하며 나를 자세히 살피더니....
“아~!” 그 입에서 작은 탄성이 나오며 어디서 왔어요
“충북 단양에서 왔습니다..“, ”박xx" 라 하고요..“
“어머나...”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어쩔줄을 모른다
“이 쪽으로 와 봐요.. 누가 보기 전에..” 하며 내 옷깃을 잡고 가게 뒷편으로 이끈다
뒤돌아 나를 바로 새우더니... “어머나..” 한참을 어쩔 줄 놀라한다
나도 뭐가 뭔지 도대체 모르겠고...
“여기까지 오면 어떻해요..?”
“온다고 말도 없이..난 어쩌라고..?” 이 아가씨 입에서도 술 냄새가 역겹다
“그 멀리서 어쩔라고..!”
난 그냥 멍하니 서 있을 뿐이다
아무 말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멍~
“여기 이렇게 오면 안되요..!”
“미안 하지만 내가 이영실이에요..! 미안해요..!”
이제 상황이 파악되어 갔다
그래도 할 말이 없다 계속 그냥 멍~
“그냥 재미삼아 펜팔이라고 해본건데...미안해요..”
그녀.. 이 사람이 이영실이란다 .. 정말 미안한 표정이다
잠시 침묵....하는데
“야 영실아 빨리 안들어오고 뭐해..” 주인 아주머니가 성화 인것 같다
“들어 가요..!” 하며 나를 쳐다본다
“미안 하지만 빨리 그냥 돌아가요..”, “미안해요..!”
난 그 당시만해도 그런 것들의 실체가 무었인지 알 수있는 나이가 아니었고...
그 순간 그녀를 향해 뭐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 그냥 멍~ 할 수 밖에....
“어떻게 된겁니까..?”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다시 연락해요..” 그리고 돌아서며
“조심해서 잘가요..!”
“드르륵..!” 문닫는 소리가 꿈속인 듯 들린다
한참을 정신 줄을 놓고 있다가 .. 담배를 빼어 물었다... 까까머리 학생 놈이 남의 동네에서...
두어 모금 들이 마시는데...
“야~ 너 쪼그만 놈 담뱃불 안꺼..?”
깜짝 놀라 쳐다보니.. 군바리 두 놈이 술에 취해 들어 가며 눈을 홀킨다
난 담뱃불을 비벼 끄며.... 오던 길로 돌아 섰다
“존만한 새끼가 길바닥에서 확~ 죽여 버릴라..” 섬찟 하다
우리 동네 같으면 한번 붙어봐도 벌써 붙었을 텐데....
씨부렁거리는 소리를 뒤로하고 부지런히 걸었다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무 기억도 없다
꿈속에서도 그리던 여학생이었는데... 이런거 였구나
괜히 내가 미안해진다.. 올길이 아니었는데.. 사춘기 소년가슴에 알 수 없는 멍이 드는 순간이었다
한 순간도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로맨스.. 그 추억이 가슴을 아리게 했다
뭔가를 잃어 버린듯... 가슴이 뚫여 바람이 지나간다
겨우 이거였나..
나 혼자 들떠서... 히죽대던 기억이 허망하다
그녀가 가엽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일까..?
그 현실을 나는 무엇인지... 그때는 정말 몰랐다
어렴풋이.. 그녀가 가엽다는 느낌일 뿐...
첫마음 [정호승]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떠도 눈 한번 뜰 수가 없네.
사랑했던 첫마음 빼앗길까봐
해가 져도 집으로 돌아갈 수 없네..!
슬픈 추억이었다
그녀의 현실이 무엇이라도.. 난 그곳에 있었고, 난 그녀를 정말 원하고 있었다
지금은 지킬 수 없는 열아홉살 순정...
나에겐 분홍빛 추억이었다
가슴이 아려온다
돌아 오는길.. 찬바람이 .. 내 얼굴을 훔친다
그녀는 더욱 아린 가슴... 애환을... 눈물로 대신 했겠지만..!
수십년 전 로멘스가 지금은 기억속에 아름답기만하다
“이영실” 그녀도 어디에선가 지금은 잘살고 있기를 빈다.. 진심으로...!
정신을 차렸는데...
시간이 저녁을 향한다
돌아 갈길이 아득한데... 살고 봐야지 일단...
다시 버스를 타고 오던길 파주로 향한다...
“꼬르륵~”
“아~ 그러고보니 왠종일 아무것도 안먹었네.. ”
그 상황에 배고픔이 느껴지고.....
어느결에 파주에 도착했다
“뭐 좀 먹어야겠는데..!”
주머니를 뒤졌다.. 동전 몇 개에 잔돈 푼...
“아이고 잘 하면 집에 갈 기차도 못타겠네..!”
꾹 참고 서울로 향 했다
불광동에 도착하니 11시가 넘는다
청량리로 향한다
막차 10시40분 기차는 떠나고 광장이 휑하다
암담하다 .. 배도 고프고 빈둥거리며 여기저기 기웃거리는데.. 잠은 또 어디서 자는고..?
두려움이 엄습한다
미치겠다
돈도 없고 배는 고프고..이리저리 배회하는데 낮선 사람들의 눈총이 두려워진다
머리에서 쥐가나도록 고민을 해도 도무지 묘안이 없다
서울에 누나들 형이 즐비한데 어디 사는지도 모르겠고..전화도 없던 시절이다
또 가봐야 난리가 날거고..!
잘못하면...? 못된놈들에게 납치라도 당하면..?
“으시시..!” 오한이 솟는데 밤바람이 차다
그러는 와중에..!
역사 옆으로 “TMO", "민중의 지팡이..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파출소 간판이 불빛에 새롭다
흘깃 쳐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지..?”
그러는데...
경찰관 아저씨와 방범완장을 찬 대원 몇 명이 잡담을 하며 지나가며..나를 쳐다보더니..
“학생..?” 빨리들어가 집이 어디야..? 좀 있으면 통행 금지야..!“
난 당황하여 “예~” 하고 자리를 뜬다
그러나 갈 곳이 있는 것 도 아니고
“통행금지..? 그런게 있었구나..!”
충청도 우리동네는 밤새 놀아도 됐었는데.. 쩝~
그러나 난 갈곳이 없었다 “정말 어찌해야 하나..?”
파출소로 가서 도와 달랠까..?
“아니야..!“ 나도 모르게 머리를 가로 저었다
그때만 해도 경찰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며 무서운 존재였다.. 유신시대 아니었던가..?
잘못이라도 해서 불려가면 얻어맞기 일쑤라고 들었다
안 좋은 기억도 있었고..!
몇 달 전 이었다
초겨울 고삐리 친구들이 겁없이 삼거리 주막집 오미네집 대폿집에 모였다
옥수수 막걸리에 두부두루치기를 안주삼아 거해지고 있는데.. 누군가 ..
“한판 때릴까나..?“
“그럴까..?”
“좋아..!”
우리는 가끔 고스톱이면..도리짓꼬땡 이라는 화투놀이를 하였는데..
그날 그렇게 주막집 아주머니에게 안방을 빌려 화투판이 벌어진거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렇게 그집 단골이었다 흐흐~
안방으로 자리를 옮겨 판이 벌어진다
일명 “도리짓꼬땡“
한참을 주고 받는데.. 갑자기 “드르륵.>!”
장짓문이 열리면서 매포지서 순경 두명이 들이 다쳤다
그때는 밤마다 순경들이 마을을 돌면서 화투놀음을 단속하던 시절이었는데
우리가 재수없이 걸린 것이다
“다들 꼼짝마..!”
다들 화들짝 놀라 문쪽을 바라보는데..
정모쓴 경찰이 흐릿한 불빛에 찬찬히 우리를 살피더니 ..
“이놈들봐라..! 학생놈들이..!”
하면서 방으로 들어선다
우리는 혼비백산 할 수 밖에... “멍~” 찌고 있는데
한참을 뭐라고 하더니 머리를 한 대씩 쥐어 박는다
“차례대로 니들 이름하고 아부지 이름 대..!”
“거짓말하면 혼날줄 알아..!”
우리는 주눅이 들대로 들어서 숨도 제쟈로 못쉬고 떨고 있었다
내 차례가 왔다
“이름..?”
“박XX" 요..! ”아부지는..?“
“큰일 났네..!” 속으로 정신이 없다
짧은 시간에 아부지 역성을 떠올리며 겁부터 난다
순간 그냥 그대로 불었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안 봐도 뻔한 거..!
“오싹~” 한다
울 아부지 함자는 “찬” 자 “훈” 자 인데.. 순간 나도모르게..
“박원훈이요..!”
“확실해..?”
“예~!”
그분은 철다리 밑에서 조그만 가게를 하는 오촌 당숙님 이었다
일단 그렇게 넘어 가는데....
“너희들 내일 아침 7시까지 매포 지서로 와..!”
“알았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다들 “예~” 한다
일곱명인가..? 꽤나 여러명이었다..
성민이, 남율이, 명성이, 동석이, 상철, 윤석이 등등..
그러고는 조용히 경찰들이 사라지고..
“지랄났네..!”
누군가 걱정스럽게 내뱉는다
“하~ 재수없을 라니까..!”
“근데..? 그 새끼들 언제 들어 왔냐..? 소리도없이.. 개새끼들..!”
그렇게 씨부렁거리며 머르르 극적 거린다
난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어떻하지..?“
학교로 연락이라도 가면 난 끝장이다
그순간 “아~ 정희 아부지가 매포지서 차석이지..!”
“으메~ 잘하면 살수도 있겠다..”
속으로 되뇌이며....
“상철아..?”, “정희네 아부지가 지서 차석이잖어..?”
“그렇네... 그새끼 너하고 친하니까..낼 아침에 니가 먼저 걔한데 얘기좀 잘해봐..”
“그래 알았다..”1
그렇게 정리를 하고 아침에 삼거리에서 일찍 만나기로하고 헤어졌는데..
고민스러워 밤새 잠을 설쳤다
어느새 새아침이 밝았고..새마을 노래가 새벽을 깨우는데.....
우리는 삼거리에 하나 둘씩 다시 모였다
다들 말은 안하지만.. 겁먹은 얼굴로 패잔병처럼 어슬렁대며 매포지서로 향 한다
그 당시 매포순경들은 지서 옆 허름한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내가 조용히 정희를 불러 내었다
“정희야~!”
정희는 유독 나하고 친한 놈인데.. 내가 어설픈 짓을 하면서 내 걱정을 많이 하는 모범생 아이였다
“야~ 웬일이냐 아침일찍..?”
“어~ 그게아니고..”
어저께밤일을 자초치종 설명을 하는데..
“야 임마 조심 좀 하지 자식이..” 하며 투덜거린다
다행하게도 어제 그 순경 아저씨가 ..정희네 관사 옆집이며 정희를 이뻐한단다
“정희야 한번만 살려줘.. 아님 난 오늘 죽는다..” , “지발~”
“아~ 그시끼.. 따라와봐..”
허름한 관사 골목을 들어가 어느 문앞에 서는데..
“덜커덩..!” 문이열리면서 어제 그 순경아저씨가 내복 차림으로 김이 모락모락나는 세숫대야를 들고
나오는 거 아닌가..?
“질끔~” 난 속으로 분명 떨고 있었다
“아저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정희가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고.. “어~ 정희야 일찍 일어났구나” 하며 반색한다
알고보니 그분은 정희 아버지 부하 경찰관이었던 것이다
“웬일이냐..? 근데?”
그분이 정희를 보고 묻는다
“예 아저씨 얘가 요 내친군데요..!”
“근데..?” 하면서 고개를 비껴 나를 쳐다 본다
난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며 “안녕 하세요..?” 모기소리를 냈다
정희가 빠른 말로
“어제 밤에 얘네들이 하괴에서 화투놀이하다 혼났 다는네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아저씨..!”
“저놈이 니 친구냐..?”
“예 같은반 짝궁입니다” 정희가 간절하게 용서를 구했다
나를 한참 쳐다 보시더니..
“흠..!”
“너희들 한번만 더그러면 정말 혼난다..학생 놈들이 공부는 안하고.. 그 무슨 짓이야..?”
소리를 내지르신다
“예~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내가 숨도 안 쉬고 재빠르게 대답했다
“흠~”
“좋아 우리 정희를 보고 이번만 용서 한다 돌아가서 공부 열심히 하도록..~”
“네 감사 합니다..” 머리를 구십도로 숙였다
“가봐..!”
“휴~” 머리를 꾸벅이며 돌아서는데 나도모르게 안도의 한숨....
“고맙다 임마..~”
“아~ 시끼 너 까불고 다니는거 보고 그럴줄 알았다 임마..!” 정희가 속사포로 내뱉는다
“미안해 임마 고맙고.. 나붕에 짱깨 한그릇 살게..!”
“자식.. 알았어 잘가라..”
그렇게 곤욕을 치른적이 있었거늘 어찌 쉽게 타지에서 내발로 파출소를 찿으랴..!
그러나 어쩌랴..!
한참을 고민하다가 죄 지은 것 도 아니고.. 차비도 떨어지고 배도 고프고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슬그머니 파출소 앞으로 다가갔다
한참을 기웃거리는데.. 경찰관 한분이 나오더니.. 나를 발견하고는
“너 뭐야..? 왜그래..?”
“아 그게~ 저”
“이리 와봐..!”
쭈삣 거리는데 “이리와 봐 엠마..!”
“너 어디서 왔어..?”
“...........................”
“어~ 이 자식봐라..!"
"너 이리 들어 와봐..!“ 하며 내팔을 잡고 파출소로 들어 간다
난 속으로 에라 모르겠다..“ 그냥 끌려 들어간다
“너 여기 앉아봐..!”
엉거주춤 앉는데...
“너 뭐하는 놈이야.. 집이 어디야..?”
“충북 단양인데요..!”
“충북단양 ..?”
“예..!”
“근데 왜 이시간에 어슬렁거려 임마..?”
“그게 아니고 막차를 놓쳐서 그만..!”
“그래..? 너 서울은 왜 왔는데..?”
“그냥 어디 좀 다니러 왔다가...”
“어디..?” 소리가 커진다
파출소벽에 걸린 방망이 가 눈에 띄는데 더욱이 으스스 하다
난 깜짝 놀라며... “파주요..”
“친척집에 ..?”
“예~”
그렇게 팔자에 없는 파출소에서 하루밤을 지내게 된다
근데 생각보다 그양반들 친절 하더란다
“야~ 그런데 첯차가 낼 새벽 7시나 되야 되는데..”
하며 나를 쳐다본다
“저 그냥 여기서...”
“그래 거기 앉아서 눈좀 붙여라 자식~”
그때 파출소 문이 열리더니 정복 입은 순경이 들어오는데.. 모자에 금태가 둘려있다
파출소장 이었다
나를 보더니 “얜 뭐야..?”
아까 그 순경이 뭐라고 뭐라고 설명 한다
“그래 촌놈이 오입왔구먼..!” 하며 껄껄 웃는다
난 어쩔줄 모르고..!
“너 밥은 먹었냐..?”
“......................”
“이자식 굶었구만...너 몇 살이야..?”
“고 2입니다..”
“그래 우리 큰놈하고 같구만..!”
“어느 학교..?”
“제천고등학굡니다..!”
“배고프지..?”
“.....................”
“아부지는 뭐하시냐..?”
“마루보시 다니다가 퇴직하시고 농사 지으십니다..”
“그래 어이~? 김 순경 얘 국밥 한 그릇 시켜줘..!”
“아~ 예” 순경이 반듯하게 대답한다
“아~ 그리고 이놈 돈도 없는 듯 한데 내일 통행증이나 하나 써줘서 보내.. 순진한 놈이네 그놈..”
그러는데 여러 사람이 들락 거리고...
잠시 후 어떤 아주머니가 시문지 덮인 쟁반에 국밥을 날라 왔다
“으메 배고픈거..” 배에선 난리 굿이다
“야 학생 이거 먹어라“ 순경이 턱으로 밥쟁반을 가리킨다
“어서 먹어 임마..”
“예~ 감사합니다 "
신문지를 걷어냈다 먹음직스런 순대국에 깍두기 목젖이 떨어질 정도로 군침을 삼킨다
“꿀~꺽~”
난 정신없이 밥을 퍼넣었다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만찬은 처음이었다.. 그런 기분 이었다
그럴 수밖에..? 하루종일 굶은데다 긴장한데다 충격받은데다... 원참..!
식곤증이 왔다
살살 졸리는데 시끄럽기 시작한다
밤새 붙들려 오는사람... 옥신 각신 잠은 거의 못 자고 날밤을 그냥 새우듯 하는데...
날이 밝아온다
“어이~ 학생 이리 와봐..”
“이름..?”, “네~?”
“이름대 임마..!”
“아~ 네”
그렇게 네모난 종이에 다가
“위사람은 어쩌고 저쩌고 ~~ 하기 바랍니다 청량리 파출소장 아무개“
도장 “꽝~“
이거 가지고 조심해 가라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님 찿아 600리 역사가 막을 내리고 있었다
난 집에 돌아와 울아부지 에게 천하에 못된 놈으로 엄청나게 혼났는데
그 꾸지람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건 후 난 웬지 사는게 싫을 정도로 소침하게 지냈던거 같다
어린 마음에 표나지 않는 상처 였으리라.. 그래도 그 추억은 영원히 지금도 아름답기만 하다
그런 과정을 격으며조금은 성숙해 졌을 것 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문득 그 이름 “이영실” 이 생각 날 때가 있다
[時] 명령
사랑이 오라 하면
불로라도 물로라도 아니 가오리까?
사랑이 손짓하여 부르면
험한 것을 사양하오리까?
사랑이 오오, 사랑이 나를 찾는다면
마중하러 먼 길을 아니 가오리까?
만나거든 다시는 떠나지 않도록
사랑이여 나더러 오라 하소서.
발벗은 채로 뛰어 가오리다.
사랑이여, 나더러 빨리 오라 하소서.
모든 것 버리고 달려 가오리다.
사랑이여, 나를 따라오라 하소서,
땅 끝까지 가오리다.
그 명령이 그런 힘을 나에게 줍니다.
- 주요한
[출처] [사랑글귀] 연예편지 | 사랑에 관한 짧은 시|
이렇게 고2 마지막이 지나가고 있었다
조용히 타들어가는 종이..는 연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데..
그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태우고 있었다
그것은 마음속 이별 이었다
이영실 님 지금도 당신이 행복하길 빕니다...!
첫댓글 아고ᆢ길기도하다
잔머리의 대가 여기 또있넹
한참 읽었음ᆢ수고하셨습니다
남자들은 고딩을 이렇게도 보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