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주를 향하는 여정.. 이미 저는 반쯤 감동 먹은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무대뽀로 시작한 여행계획... 큰 기대없이 몇 가지 정보나 얻을까 하고 카페에 글을 올렸을 뿐인데,
이니그마님은 휴가까지 같은 시기에 내면서 2박3일 가이드를 자청해 주셨고, 순심(그 녀는 의외로 투명한 파란이란 아뒤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댔고, 줄여 부르는 투파란 호칭도 아주 싫어했다... 투파가 모야? 양파도 아니고, 대파도 아니고... 이럼서...ㅡㅡa 차라리 이름이 낫다고 하여 이름으로 부름)이는 여행길에 같이 나서서 도움을 주지 못 한 걸 그렇게 아쉬워 하면서 미리 이니그마님과 통화를 해서 본인과 연결을 시켜주고, 이준이라는 제주도 회원을 다시 수소문해서 연결 시켜주고, 전화통화를 통해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고...
이니그마님은 제주도 공항까지 마중을 나왔고, 2박3일 내내 같이 다니면서 길 안내와 관광지 안내에 혼신을 기울여줬습니다. (혼신이란 말이 과장된 수사에 불과한 게 아닙니다. 계속 온갖 곳에 전화를 걸면서 길을 물어보고 들려갈만한 가치가 있는 지 거듭 확인하고...)
스스로는 여름휴가 모처럼 제주도 다시 한번 돌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라고는 했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저 때문에 지칠 정도로 신경을 많이 쓴 게 느껴집니다.
나중에 얘기를 하기도 했지만 애초의 계획대로 혼자 무대뽀로 렌트 카 가지고 여기저기 덤볐으면 정말 제주도 길거리에서 시간 다 보냈을 거란 확신이 드는군요... 정말 감사... (__) 여러분도 참조하시길...
준이는 순심이랑 전화통화를 통해 알게 된 지 겨우 사흘만에 서울에서 모 회원이 내려 오니까 너가 꼭 챙겨~라는 갑작스런 미션을 토스 받고서 그러면 나도 당연히 가봐야지.. 라면서 제주에서의 숙소를 수소문해 주고 저녁을 사 먹이고, 담날 피곤할 텐데 공항까지 마중을 나와 주고...
2.
첫날 서귀포에서 하루를 묵고, 둘쨋날 제주시로 올라 오면서 제주도의 푸르름을 실컷 만끽한 후 저녁 때 모임을 위해 시청 근처로 모였습니다.
우선 우여곡절 끝에 준이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하고 숙소를 소개 받은 후 근처 삼겹살 집으로 갔습니다. 탐이라고... 준이가 자신있게 소개할 만큼 정말 맛깔스러운 느낌이었고, 돌 위에 구워먹는 맛도, 특이하게 판 위에 같이 구워주는 새콤한 김치의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거기에 첨 먹어보는 한라산 소주... (제주엔 참이슬이나 진로가 거의 없다더군요...^^)
이니그마님은 말이 별로 없는 타입이었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내를 위해서 열심히 애쓰느라 진이 다 빠졌답니다.), 성격 활달하고 서글서글 한 준이의 등장으로 전체적인 분위기가 꽤나 업이 되었지요. (자작을 좋아하는 이니그마님... 준과 난 놀란 눈빛을 교환하고...^^;;)
우울하게도 순심은 일이 너무 바빠서 올 수 있을 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전언이 준이를 통해 전해졌는데, 그 와 중에 순심이 내게 주려고 만들어 놓은 유자차를 대신 준이가 가져 왔습니다. 준이 역시 순심이의 얼굴조차 보지 못 한 상태에서 맡겨져 있는 짐만 대신 갖고 왔다는 것이죠...
주르르..... 톡! (감동받은 눈물 한방울...)
그렇게 업된 상태에서 얼큰해진 우리는 "그래 그러면 12시고, 1시고 투파님 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건배~" 이러고 있는데, 중간에 다시 전화가 오네요... 짐 곧 갈 수 있을 거 같다고.
우린 다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피닉스라는 곳으로... (음... 스트라토랑 관련 있을까..? 없을까..? 없겠쥐..?) 거기서 잠시 4.3 항쟁 얘기가 나왔다 곧 순심이까지 합류해 대.망.의. 제주도 벙개 완성!
그러고 보면 그 날 세 명의 제주도 회원들 모두 서로 얼굴을 처음 보는 자리였다니 저 때문에 그 날의 만남이 성사된 거 같아 기분이 좋아 지기도 했습니다. ^^
순심이가 오자마자 다시 업업된 분위기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 노래방으로 이동하여 목찢기... 밴드를 했었다는 준이는 역시 프로의 솜씨답게 멋진 고음처리와 하늘하늘한 바이브레이션이 멋졌고, 순심이 역시도 안정되고 고운 목소리를 과시했습니다. (이니그마님은 이 시점에서 2차와 3차(!) 약속이 있어 ㅃㅃ~)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와 먹을 걸 또 잔뜩 사가지고 저의 숙소로 다시 이동~~ (암튼 분위기 열라 좋고 기분도 만땅이었습니다. 음... 최소한 본인은 그랬음...ㅡㅡa)
거기서 이런 저런 얘기 하구, 그제서 순심이랑 말트기 하구 그러다 새벽 4시쯤 되서 제가 꾸벅꾸벅 졸다 보니 두 손님이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맘 같아선 계속 밤 새 놀고 싶은데, 두 사람은 낼 출근해야 하구, 저두 오른 술 땜에 정신이 하나두 없어서리...
3.
순심이는 물론 육감적인 몸매의 글래머이기도 하지만 ^^;;;;;;; 먼가 푸근하게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면이 있어서 준이도 정말 친누나 같이 편하다며 첨만난 사이 같지 않게 잘 어울렸고, 저 역시도 순심이가 준이 또래라기 보다는(둘이 한살 차이) 오히려 나와 비슷한 또래인 거처럼 느껴졌다는 사실... (나와는 네살 차이인데...^^;;) 코스의 지민이, 현정이, 명화의 스물 아홉 여걸(?) 3인방에 한명 추가해야 될 듯...
준이는 영업 일을 하는 친구답게 사람이랑 어울리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구,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스타일이어서 역시 사람을 아주 편안하게 해 주었고... 음악애기에 대한 굶주림이 아주 컸던 듯 합니다. 나중에 멜이든 전화든 많은 얘기를 나누기로...
이니그마님은 겉으로는 상당히 얌전하고 과묵해 보이는 데 비해 한잔 들어가니 꽤나 터프한 면모의 잠재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나저나 언제 신세를 제대로 한번 갚아야 될 텐데...
머랄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들의 친절함과 정성은 그들이 제주도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아님 원래 내가 운좋게 그렇게 따뜻한 사람들만을 만난 것일까... 정말 메마르게 살아온 인생길 속에 오랜만에 온기를 느끼게 된 거 같아서요...
4.
다음날 술에 절어 정신 못 차리다 점심 다 되서 숙소에서 나와서 가볍게 두어군데 시내를 둘러보고 공항으로 돌아와 렌트카를 반납했습니다. (휴가라 퍼져 잘 수 있었던 본인과 이니그마님, 출근시간이 점심 때 가까와 여유가 있던 순심이와 다르게 그 시간에 갔다 거의 바로 출근해야 했던 준이 걱정이 많이 됐는데, 그럼에도 공항에 다시 얼굴 보러 마중을 나와 줌.)
그렇게 준이, 이니그마님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순심이에게 문자 하나 날리고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쐐액 하는 소리와 함께 부웅 떠오르는 비행기 속에서 보석처럼 투명한 바다빛깔과 파도소리들도 너무 좋았지만, 그들과의 만남이 더욱 즐겁고 재밌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면서 피곤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