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너무나 귀여운 외모와 미소를 지녔지만, 약간 까칠한 느낌이랄까, 조금 긴장된 표정의 이세돌 9단이 오후 7시 15분전쯤 서울 (재)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얼마 안 있어 '꽃보다 남자'의 'F4'가 연상되는 박영훈 9단도 등장. 4월 23일(木) 오후 7시부터 바둑TV에서 생중계 될, 제1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8강전 첫대국의 주인공들이다.
평소와 같다면 '이세돌과 박영훈' 초일류 강자들의 승부결과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겠지만, 하루 전 한국기원을 통해 알려진 '이세돌 한국리그 불참통보'건이 현장에 나타난 몇몇 기자들의 더 큰 관심사였다.
굳이 '승패'관련 소식만 자세히 전하려는 의도만이라면, 인터넷 수순중계와 바둑TV 해설을 열심히 청취하는게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지만, '22일 전해진 09년 이세돌의 한국리그 불참소식'은 현장에서 이세돌의 모습을 한컷이라도 포착하고, 그에대한 몇마디 '멘트'라도 들어야 겠다는 대국 외적인 관심이,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사무국을 대국시작 1시간 전부터 기웃거리게 된 이유다.
'이세돌 한국리그 불참'이라는 이 이슈는 대한민국 전체로 본다면야 '너무 사소한 화제'일 수 있지만, 한국 바둑계 내부로만 한정한다면 이세돌 9단은 물론, 한국기원 관계자들과 대회유치를 위해 전력을 투구한 관계자들에겐 지금 당장의 '너무 뜨거운 감자'라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쬐금(?)' 있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오해가 생기기 쉬운 부분도 있고, 신경 쓸 것도 많다.
현장에 나온 보람은 있었다. 대체로 침묵하기보다는 분명하게 '한마디' 하는 것을 조금 더 선호하는 이세돌 9단이기에 당연하게도 짤막하나마 입을 열었다. 다음에 등장하게 될 '불참소식'과 관련한 이세돌 9단의 '멘트'와 실명 혹은 익명으로 소개될 분들의 의도와 말이 혹시라도 잘 못 전달된다면, 그것은 같이 취재를 한 다른 기자분과, 내 기사가 실리는 매체나, 몇 마디 말문을 연 이세돌 9단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작성자인 본인의 책임임을 먼저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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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왜?
주절주절 밝혔다시피 온전히 비씨카드배만을 취재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이세돌 9단을 보자 마자 묻고 싶었던 것은 다음의 한 가지다.
'대체 왜 그런거야?'
대국장이 차려진 스튜디오에 들어 가기 전, 대기실에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이세돌 9단을 바라 보며, 어떤 질문을 던질까 생각하던 취재기자 몇몇이 타이밍을 재며 마른침을 삼킨다. 선수를 친 것은 바둑신문 유경춘 기자다. 얼마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유 기자는 단도직입적으로 매우 솔직한 질문을 던졌다.
'... 한국리그 불참말이죠. 곤란한 질문같은데..이유가 뭐죠? (피곤한)일정 때문입니까? 중국리그 참가문제 때문입니까? 혹은 팀 소속 문제때문입니까?'
'... 복합적이죠'
'신안군 문제도 있는 것인가요?'
'그건 아니죠(강한 부정)'
'불참에 대한 어떤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여러사람에게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해랄 것 까지야..(쓴 웃음)'
'(무엇이라고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9단에게 좀 더 많은 편의(선택권)를 제공하는 방식을 추가한다면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습니까?'
'그건..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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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준결승 진출!
오후 7시부터 시작된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의 비씨카드배 8강전 대국은 엎치락 뒤치락 매우 치열했다. 이세돌 9단이 초반 앞서는 듯 했으나, 박영훈 9단이 하변전투에서 다소 무리하게 들이 받자 이 9단이 큰 착각을 범해 잡을 수 있던 돌을 놓아주게 되, 박영훈 9단에게 대국의 흐름이 쏠렸다.
◀ 박영훈 9단, 한발짝의 실수로 준결승 진입실패
그러나 박영훈 9단도 착각을 범해 대국의 승리는 결국 이세돌 9단에게로 향했다. 203수만에 박영훈 9단이 돌을 던지면서 첫번째 준결승 진출자는 한국의 이세돌 9단으로 확정됐다.
이세돌 9단은 바둑TV 승자 인터뷰에서 '초반부터 내가 좋은 바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변에서의 착각으로 다 진 줄 알았다. 박영훈 9단이 착각하지 않았다면 이기기 어려웠던 바둑'이라고 평가하며, '준결승 상대로는 중국의 황이중보다는 한국의 조한승이 상대로써 올라와 주기를 바란다'며 조한승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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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 대국이 중계 중인 시간에 한 프로기사와 '이슈'와 관련해 통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좀 더 사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위치이며, 이세돌 9단을 이해할 수 있는 프로기사였다. 나름의 배경설명이 될 수 있기에 내용을 옮긴다. 다만 프로기사의 실명은 본인이 '익명'을 요구했기에 익명으로 처리한다. 이번 이슈에 대한 일종의 배경설명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이세돌의 불만
'이세돌 9단은 몇 년 전 부터 한국리그에 대한 불만(혹은 불참)의사를 주변에 밝혀 왔다. (한국리그가 벤치마킹한) 중국리그는 구단제 방식이 확고해 인지도 높은 상위랭커들에 대한 보상체계가 잘 되 있어, 성적이 좋을경우 계속해서 몸값이 상승하는데 비해, 한국리그는 그런 것이 없어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한국리그는 상위 클래스의 희생으로 전체가 유지된다는 그런 설명이다. '
방법론에는 찬성하기 힘들어
'이세돌의 입장은 심정적으로 맞다. 충분히이해할 수 있으며 동조할 수도 있다. 또한 이세돌의 돌발행위는 결과적으로 바둑계의 파이가 커지는데 기여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 불참소식은 뉴스를 보고 서야 알았지만 지금과 같은 방법은 비난을 많이 받을 소지가 있다. 특히 신안팀 문제가 벌써 많이 걸리지 않나.
평판
이전 경우라면 이세돌 9단의 일을 외부에 비밀로 한 채, 한국기원이 며칠 더 영향력있는 프로기사들을 더 동원해서 설득해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외부에 공표했을 것이다. 이번 경우는 한국기원의 포기가 예상보다 빠른 편인데, 이는 이세돌에 대해 프로기사를 포함한 한국기원의 많은 구성원들이 대체로 두 손 들었다는 의미다. 좋은 의미라기 보다는 바둑계 내부에서 이세돌 9단에 대한 인식이 안좋아 졌다는 의미도 된다. 따라서 빨리 포기하고 대안을 찾아 본다는 뜻이다. 좋은 의도로 진심을 가지고 이세돌 9단을 위해 나서 줄 사람이 이전보다 줄었다는 의미도 된다. 그건 걱정이 된다.
※ 중국리그를 '프로축구의 프리미어리그'나 프로야구의 '미국 메이져리그'로 비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과는 다르다. 중국리그 규모가 한국리그 규모보다 크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프리미어리그나 메이져리그처럼 비교대상을 찾을 수 없을만한 큰 시장이 아니며, 중국리그의 파이자체가 한국리그 보다 큰 것은 절대 아니다. 이세돌 9단이 중국리그에서 받는 대우는 특별한 것이며, 갑,을조로 나뉘어 열리는 중국리그의 일부 중국 선수들은 의미있는 상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말하자면 한국리그보다 작을 수 있는 규모임에도 한국리그에 비해 훨씬 더 상업적이며 자본주의적인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이는 가치판단의 문제라 무엇이 더 옳다고 하긴 어렵다. 사람들이 어떤 가치에 더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규정과 상금비중은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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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이 끝난 후, 한국일보의 박영철 바둑전문위원과 유경춘기자와 함께 한국기원 뒷문에서 5분여 대화를 나눴다. 이세돌 9단은 기자들에게 직접 담뱃불을 붙여 주기도 했다. (순간 끊었던 담배를 피우고 싶었다.) 박영철 위원은 젊은 후배 기자들이 별 다른 것을 물어 오지 못하자 답답해서 직접 나섰다.
이세돌 9단은 대국시작전보다 대국 후에 불참에 대해 좀 더 길게 말했다. 이 9단은 한국기원 후문에서 기자들과 한모금을 빨며 이야기를 나눴고, 자리를 떠났다. 말하던 도중 박영훈 9단과의 격한 '승부호흡' 여진이 있었던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고 가볍게 손이 떨리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의사표시 했다
'작년과 재작년에도 한국바둑리그에 대한 (불참)생각은 자주 표출한 편 이었다. 재작년과 작년 계속해서 참여하게 된 것은, 일단 점덤 더 중요성이 높아지는 '한국기원 기사랭킹'에 바둑리그가 매우 중요했기 때문이며, 두번째는 2년연속 소속팀이었던 제일화재에 대한 '의리나 정'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제일화재도 빠졌고), 바둑리그에 빠지는 것이 랭킹유지에 손해가 되지도 않았다.( 한국랭킹 5위정도의 강자와 싸워야 랭킹유지에 큰 손해가 없는 듯 하다. 다른 경우는 9승3패정도는 해야 유지되는것 같다) 랭킹산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가 '
기원 행정불만이나 중국리그 참여가 불참의 직접 이유는 아니다
'행정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 물론 한국기원의 행정에 불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국 일정'과 같은 행정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나 개인적인 문제가 불참의 직접 이유가 될 순 없다. 또한 중국리그 참여를 위해 한국바둑리그를 빠지는 것이라 하긴 힘들다. 중국리그는 10판 뿐이다. (다른 기전에 참여하면서도 중국리그도 뛸 수 있다는 뜻) 내가 손해가 되지 않고 내가 빠짐으로서 다른 기사가 참여할 수 있어 혜택을 받는 다면 빠질 수도 있는 거고, 내가 참여할 의사가 없는 기전에 분명 참여포기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고향팀에 미안한 마음
이번 년도에 들어오면서도 팀 확정전에 불참의사를 몇 번 밝혔다. 다만 그런 의사표시가 공식적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겠다. 대국통지서에 나온 불참통보시간보다 불참의사를 늦게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이세돌 9단은 20일 월요일 전화로 기전 담당직원에게 불참의사를 통지했다) 그러나 내 의사를 이전부터 조금이라도 파악하고 있었다면, 팀 구성전이라도 혹은 출범하기 전이라도 이를 알려 줄 수 있었을 것이라 아쉽다. 또 09년 리그의 진행상황을 알려준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결국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또 (일방적으로) 불참의사를 통보하는 게 돼 아쉽다. 다른 무엇 보다 갑자기 고향팀이 한국리그에 들어 오고, 게다가 1순위로 지명한 다는 것이 다름아닌 나인 것이 분명해 너무 마음에 걸린다.
기자들이 그냥 인간적으로 말하고 싶던 것은 '그래도 참가하는 건 어떻겠느냐'는 것이지만, 이미 유창혁' 9단과 '양재호' 9단이 분명 훨씬 더 감성적으로 설득했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이세돌 9단의 의지는 확고해 보이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분명 많다.)
23일 8강전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은 준결승전에서 조한승 9단과 중국 황이중 7단의 승자와 맞붙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