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성당을 다니기 전이었던 중학교 때 이런 궁금증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왜 하필 에덴동산에 사과나무를 심으셔서, 또 뱀을 창조하셔서 인간이 죄를 지을 빌미를 만드셨을까?
만약에 사과나무(선악과)가 없었더라면, 뱀이 없었더라면, 첫 인간이 죄를 지었을리도 없고,
모든 인간이 원죄의 굴레에 빠질 일도 없으며, 하느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을 텐데, 하느님은 왜 그러셨을까?
창세기에 나오는 인간 창조 과정을 살펴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지어내셨습니다.(창세1,26-27)
또 하느님께서는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당신의 숨을 불어넣어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창세2,7)
하느님과 인간의 공통점은 영적인 존재라는 점이고, 차이점은 하느님은 영 자체이신 성령이시고, 인간은 하느님의 영 일부가 육체와 결합된 존재라는 점입니다.
하느님의 모상인 인간
가장 흔한 질문이지만, 대답하기에는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그리스도교는 창세기의 인간 창조 과정에 주목하며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이라고 답합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한편으로는 위대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계를 지닌 존재입니다.
17세기 프랑스의 위대한 수학자이며 신학자였던 파스칼은 그 유명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는 말로 인간을 규정하였습니다.
이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위대함과 동시에 비참함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비참함을 알기에 위대한 존재이지만, 스스로를 넘어서는 존재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파스칼은 <팡세> 제1부에서 신 없는 인간의 비참함에 대해 말하고, 제2부에서는 신과 함께하는 인간의 지복에 대해 다룹니다.
인간은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어떻게 구원될 수 있나?
처음 창조되어 하느님과 함께할 때 인간은 근심 걱정이 없었고, 아프거나 죽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살기 시작했을 때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느님이 하라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길인데, 인간은 하느님을 거역합니다.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귀한 선물 중 하나가 자유입니다. 사랑에는 반드시 자유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자기애가 아닙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인정하고,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자유 없는 사랑은 인간을 아프게 하고, 사랑 없는 자유는 공허할 따름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에게 자유를 주셨기에, 인간은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유는 매우 소중합니다.
문밖에 위험하다고 자신이 사랑하는 자녀들을 집 밖에 못 나가게 하고, 집 안에 가둬두는 것을 사랑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잘 가르치고 보호하면서, 사랑하는 자녀가 자유롭게 살도록 돕는 것이 사랑입니다.
하느님은 왜 이 세상에 선악과를 따 먹지 않았더라면, 만일 하느님이 뱀을 창조하시지 않았더라면,
인간이 이렇게 고생하거나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든 인간은 한편으로는 하느님의 모상을 지닌 거룩한 존재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쉽게 유혹과 죄에 빠질 수 있는 약한 존재입니다.
창세기의 가르침은 아담과 하와 사이에 뱀이 존재하지 않을 때 에덴이 완벽한 곳이 되는 것이 아니라,
뱀을 다스릴 수 있는 성숙한 인간이 살아가는 곳이 진정한 에덴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인간은 죄 많은 세계, 고통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지만, 결국 하느님의 은총 속에서 살고 있기에, 하느님께 순종하며,
하느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구원은 죄를 짓기 이전의 아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여주신 길, 진리, 생명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모상(콜로1,15)이자 하느님의 완전한 모상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창조주를 닮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원죄 때문에 인간 안에서 일그러진 하느님의 모상은 구원자이며 구세주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그 본래의 아름다움이 복원되었고 하느님의 은총으로 고귀한 품위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8,32)
인간은 인간의 본래 모습을 회복할 때 참으로 인간다울 수 있고 완성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압은 바로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진리를 알고, 참으로 자유롭게 되며,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요?
요한복음 8,31-32에 답이 있습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자유롭게 되기 위해 진리를 깨달아야 하고, 진리를 개닫기 위해 예수님의 제자가 되어야 하고, 제자가 되기 위해 예수님의 말씀 안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님 안에 머무르는 것이 인간 완성의 길이자 구원의 길이고 방법이며 결론입니다.
신앙생활을 잘하는 법이 있을까요? 구원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요?
이 세상에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지난 2천 년 동안 그리스도교는, 이 모든 질문의 답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분명하게 이야기해줍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 삶의 길이고 진리이며 생명이라고, 이 어둡고 힘든 세상을 이기는 승리의 길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확실하게 말합니다.
신앙생활이란 예수님 말씀을 여러분의 귀와 마음으로 잘 듣고, 마음에 잘 새겨두며, 그 말씀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을 잘 하는 비결은 예수님의 몸을 정성스럽게 모시는 것, 그래서 예수님이 내 안에 머무시도록 그분을 도와드리는 것입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도록 그분을 도와드리는 것, 힘 빼고 조용히 머무는 것이 가장 훌륭한 신앙생활입니다.
인간은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었기에, 인간이 완성에 이르는 길은 하느님의 본질적인 모습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신앙생활은 인간이 완성을 향해 가는 길입니다.
이 길은 내 안에 그리스도가 형성될 때까지(갈라4,19참조) 그분을 믿고 따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