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晦齋 李彦迪
山堂病起
산당에서 병을 앓고 나서〔山堂病起〕
평소의 뜻 경전을 연구하는 데 있었고 / 平生志業在窮經
구구하게 명리(名利) 따윈 추구하지 않았노라 / 不是區區爲利名
명선 성신 공맹을 배우기를 희망하고 / 明善誠身希孔孟
치심 존도 정주(程朱)의 가르침을 존경했지 / 治心存道慕朱程
벼슬하면 충의로써 세상을 구제하고 / 達而濟世憑忠義
물러나면 산속으로 돌아가서 수양할 뿐 / 窮且還山養性靈
불쾌함이 쌓일 줄을 어찌 예상하였으랴 / 豈料屈蟠多不快
한밤중에 일어나서 기둥에 기대노라 / 夜深推枕倚前楹
次孫生員叔卿韻 乙亥秋
생원 손숙경의 시에 차운하다을해년(1515, 중종10) 가을 〔次孫生員叔卿韻 乙亥秋〕
우주를 초월하는 기개를 품고 / 高懷超宇宙
강촌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노니 / 浪跡泊江村
성곽처럼 산이 두른 곳에 집 짓고 / 卜地山爲郭
띠를 베어 짠 자리로 문을 달았네 / 誅茅席作門
뒷산의 소나무들 집을 감싸고 / 蒼松擁後嶺
앞 언덕은 대나무로 덮여 있는데 / 翠竹被前原
가을 오면 벼와 서직 수확을 하고 / 秋隴收禾黍
봄 들판에 돼지를 풀어 키우네 / 春郊散彘豚
범중엄(范仲淹)의 근심 무슨 상관이런가 / 范憂千里遠
안회(顔回)의 단표지락(簞瓢之樂) 즐기며 사네 / 回樂一瓢存
분수대로 살아가면 생애 족하고 / 隨分生涯足
상황 따라 출처를 정할 뿐이니 / 因時出處分
궁통(窮通)에 어찌 마음 쓸 게 있으랴 / 窮亨那足介
득실(得失)은 입에 담을 필요 없어라 / 得喪不須云
일찍부터 충과 효에 뜻을 두었고 / 夙志惟忠孝
풍족하게 살고 싶은 욕심 없으니 / 平生非飽溫
소철(蘇轍)은 봉양 위해 벼슬 버리고 / 蘇因姑養退
한유(韓愈)는 가난으로 분주했었지 / 韓且爲貧奔
삐져나온 송곳 자루 보게 된다면 / 會見囊中脫
당하의 말이 어찌 필요하리오 / 何煩堂下言
거친 성품 야인으로 적합하거니 / 疏頑堪野逸
해후함은 임금님이 주신 은혜네 / 邂逅竊君恩
대궐 향한 충심 비록 간절하지만 / 雖切北辰拱
동해의 바닷가에 살려 하노라 / 却思東海蹲
요로에는 자욱하게 먼지가 날고 / 飛塵要路暗
환해(宦海)에는 놀란 물결 뒤집히는데 / 驚浪宦津飜
온 세상이 명예를 좇기 바쁘니 / 世竝趨名急
물에 빠진 사람을 누가 구하랴 / 人誰見溺援
동행하며 말고삐를 나란히 잡고 / 同行齊馬轡
구름이 짙게 덮인 산사(山寺)를 찾아 / 相訪抵雲根
산에 해가 기울도록 술을 마시며 / 把酒山將晩
바람 향해 큰 소리로 자주 웃도다 / 臨風髥屢掀
이주는 경세술을 발휘하였고 / 伊周經世術
추로는 하늘의 문 지니셨는데 / 鄒魯在天文
토론하니 시대는 다를지라도 / 論討時雖異
시 읊으매 드높은 뜻 한가지로세 / 吟哦志尙軒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 못 되고 / 不成甦旱雨
햇볕을 바치려는 정성뿐이니 / 空負獻君暄
훈업은 거울 자꾸 보게 만들고 / 勳業頻開鏡
시서는 거의 혼을 쏟게 하누나 / 詩書幾役魂
강가에서 넘어가는 해 바라보고 / 江頭瞻落日
울 밑에서 남은 술병 기울이노라 / 籬底對殘樽
큰길에는 고관들의 발길 안 닿고 / 紫陌阻軒冕
푸른 산이 형제처럼 옆에 있으니 / 靑山作弟昆
천지간에 매인 데가 없어 기쁘고 / 乾坤喜疏散
시끄러운 먼지 세상 염증이 나네 / 塵土厭囂喧
술기운에 얼굴이 불그레해져 / 入面春深暖
가슴 여니 뜻이 더욱 은근하여라 / 開襟意轉懃
산 위에는 찬별이 반짝거리고 / 寒星山上點
골짜기엔 푸른 연무 자욱하구나 / 綠霧洞邊屯
이로부터 자주 서로 내방하여서 / 從此頻來訪
술에 취해 달밤에 돌아갈지니 / 醉歸乘月昏
金莊寺踏靑 丙子
금장사에서 답청하다병자년(1516, 중종11) 〔金莊寺踏靑 丙子〕
가깝고 먼 들판에 파릇파릇 풀이 돋자 / 川原遠近綠初勻
보이는 풍경 마치 옛 신라의 봄날인 듯 / 滿目依然古國春
옥퉁소 소리 속에 천고의 한 서렸으니 / 玉笛聲中千古恨
답청하는 사람 향해 불게 하지 말지어다 / 莫敎吹向踏靑人
烏川路上
오천 노상에서〔烏川路上〕
말에 올라 바닷가 고을을 떠나 / 揮鞭發海隅
눈 돌리니 끝없이 펼쳐진 들판 / 擡眼極平蕪
싱그러운 신록은 온 산을 덮고 / 新綠千山遍
남은 꽃은 한 송이도 보이지 않네 / 殘紅一點無
즐거운 시절 맞아 모두 어울려 / 樂時渾物我
승경 찾아 강호를 두루 찾는데 / 探勝歷江湖
어찌하면 마음 아는 벗을 얻어서 / 安得携知己
강가에서 백 잔의 술을 마실까 / 臨流倒百壺
次朱文公武夷五曲韻
주 문공의 무이 오곡 시에 차운하다〔次朱文公武夷五曲韻〕
경건히 경서 읽어 깊은 뜻을 터득하니 / 欽把遺經得味深
깊은 이치 탐구에는 산림이 으뜸이지 / 探眞從古有山林
아양 곡조 알아듣는 사람이 없는지라 / 峨洋絃上無人會
태고의 마음 홀로 가슴속에 품고 있네 / 獨撫胸中太古心
病中覽言行錄朱文公傳
병중에 《언행록》의 〈주문공전〉을 읽다〔病中 覽言行錄朱文公傳〕
비 그친 뒤 서재에서 아픈 몸을 일으키고 / 病起幽軒雨後天
경적을 꺼내 펼쳐 전현을 대하노라 / 手携黃卷對前賢
꼽아 보면 내 나이가 아직 한창이건마는 / 吾年屈指猶云富
왜 이렇게 병이 많아 성한 날이 없는 건지 / 其奈身多疾病纏
병이 많아 성현의 사업에 힘을 쏟지 못하는 것을 스스로 한탄스러워했기 때문에 언급한 것이다.
勸學者
배우는 자들에게 권하다〔勸學者〕
배움이란 성인을 배우는 것이거니와 / 爲學應須學聖人
성인의 일은 본래 이륜이 그 바탕이지 / 聖功元是本彝倫
수편의 격언들은 먹줄과도 같으니 / 數篇格語眞繩墨
익혀서 통달하면 몸단속을 할 수 있네 / 熟講精通可律身
柏栗寺
백률사에서 진사 한자고에게 주다〔柏栗寺 贈韓進士子沽〕
전에 왔던 이끼 덮인 길이 정겹고 / 苔逕憐曾踏
솔 난간은 지난날에 기대었던 곳 / 松闌憶舊憑
푸른 산은 마치 나를 기다려 온 듯 / 碧山如有待
푸른 눈은 싫어하는 빛이 없구나 / 靑眼更無憎
천 년 고도 경주에 숲이 깊은데 / 草樹千年國
하룻밤 등불 아래 마음을 여네 / 襟懷一夜燈
해대의 가을 경치 더욱 좋기에 / 海臺秋更好
술을 들고 함께 또 오르려 하네 / 携酒又同登
甘浦舟中
감포 배 안에서 한자고에게 주다〔甘浦舟中 贈韓子沽〕
가을날의 포구에 젓대 소리 퍼지는데 / 一聲長笛海門秋
이별주를 마시면서 시름에 젖었었지 / 杯酒臨分段段愁
위수와 강운 서로 막혀 있어 괴롭더니 / 渭樹江雲苦相阻
오늘은 천애에서 배를 타고 노는구나 / 天涯此日幸同舟
小峯臺
소봉대〔小峯臺〕
땅이 다해 동쪽으로 바다와 맞닿으니 / 地角東窮碧海頭
우주 간의 어느 곳에 삼신산(三神山)이 있으려나 / 乾坤何處有三丘
비좁은 먼지 세상 살고 싶은 생각 없어 / 塵寰卑隘吾無意
갈바람에 노나라의 뗏목 타고 떠나고파 / 欲駕秋風泛魯桴
記夢 夢有人以暗黮事疑我。旣覺怳然。遂書二絶
꿈을 기록하다〔記夢〕 꿈에 어떤 사람이 암담한 일로 나를 의심하였으므로 잠에서 깨어난 뒤에도 정신이 멍하였다. 그래서 마침내 절구 두 수를 지었다.
한밤중에 작은 등불 마음속을 비춰 주니 / 殘燈中夜照肝脾
옥루가 으슥한들 스스로를 속일쏜가 / 屋漏雖幽肯自欺
모함받는 일 있어도 동요하지 않노니 / 枉被人疑渾不動
이 마음을 귀신이 응당 알고 있으리라 / 此心應有鬼神知
한 마음이 허정하여 작위(作爲)함이 없으니 / 一心虛靜自無爲
온갖 변화 닥쳐온들 동요시킬 수 있으랴 / 萬變交前孰得移
심한 의심 받더라도 의혹되지 않을지니 / 雖處至嫌猶不惑
꿈에서도 전금같이 되기를 기약했네 / 夢魂聊與展禽期
閑居卽事
한가롭게 지내며 즉흥적으로 읊다〔閑居卽事〕
심은 솔은 천 그루의 아름드리나무 됐고 / 種松已作千株擁
대는 올해 두어 뿌리 처음 옮겨 심었어라 / 移竹今年始數根
사방이 다 산이라서 안계를 막아 주니 / 四面皆山遮眼界
집이 본래 시끄러운 곳과 멀리 떨어졌네 / 卜居元是遠囂喧
동틀 무렵 구름 걷혀 산이 모습 드러내니 / 雲斂山開欲曉天
한봄의 맑은 경치 지금 한창 여유롭네 / 半春淸景正悠然
부귀영화 좇아 본들 무슨 보탬 있을쏜가 / 鍾鳴馳逐終何益
근래에 자연 속에 살게 된 게 다행이지 / 自幸年來臥石泉
山堂卽事
산사에서 즉흥적으로 읊다〔山堂卽事〕
산사에서 깊은 잠에 취했노라니 / 禪房高枕穩
새벽 창에 산색이 비춰 드누나 / 山色曉窓多
숲에서는 아름다운 새가 우짖고 / 林底幽禽語
바람 속에 제비가 가볍게 나네 / 風中輕燕斜
저녁 안개에 싸인 푸른 봉우리 / 翠巖留宿霧
아침노을에 잠긴 깊은 골짜기 / 深峽鎖朝霞
이 속의 정취 누가 알고 있으랴 / 誰識此中趣
한가로운 구름이 재를 지나네 / 閑雲嶺上過
山中卽事
산속에서 즉흥적으로 읊다〔山中卽事〕
비 그친 뒤 산중에는 냇물 소리 요란한데 / 雨後山中石澗喧
난간에 홀로 기대 종일 시를 읊조리네 / 沈吟竟日獨憑軒
평소 제일 싫어한 게 시끄러운 곳이지만 / 平生最厭紛囂地
시냇물 소리만은 거슬리지 않는구나 / 唯此溪聲耳不煩
누운 채로 앞산에 떠오르는 달을 보니 / 臥對前山月色新
하늘이 이 저녁에 은자(隱者)를 위로하네 / 天敎是夕慰幽人
앓던 병이 문득 낫고 정신이 맑아지니 / 沈痾忽去神魂爽
가슴속에 한 점의 먼지조차 없는 듯 / 胸次都無一點塵
숲 속 새가 지저귈 때 낮잠을 달게 자고 / 幽鳥聲中午夢闌
누워서 바위 위의 흰 구름을 바라보네 / 臥看巖上白雲閑
근래로 세상일에 뜻이 전혀 없으니 / 年來世事渾無意
내 눈이 푸른 산을 마주함이 마땅하리 / 吾眼猶宜對碧山
無爲
하는 일 없이
萬物變遷無定態 만물은 바뀌어가 놓아둠 없이 옮길천 모양태
一身閑適自隨時 이 한 몸 틈이 나서 때에 따라서 갈적
年來漸省經管力 해 오며 차츰 줄어 다루는 힘이 점점점 덜생
長對靑山不賦詩 오래를 청산 마주 시도 못 읊어 구실부
林居十五詠 秋葵(추규)
가을 해바라기
開到淸秋不改英(개도청추불개영) 열려서 맑은 가을 안 바뀐 꽃잎
肯隨蹊逕鬪春榮(긍수혜경투춘영) 기꺼이 길을 따라 다퉈 봄 빛나
山庭寂寞無人賞(산정적막무인상) 산에 뜰 고요 쓸쓸 즐길 이 없어
只把丹心向日傾(지파단심향일경) 다만 쥔 붉은 마음 해 보며 기웃
林居十五詠 存養(존양)
지키며 기름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산에 비에 쓸쓸해 꿈 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문득 들어 창 밖에 들꿩 소리를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사람의 온갖 걱정 모두 사라져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오로지 신령 근원 점 하나 밝혀
林居十五詠 觀心(관심)
마음을 살펴
空山中夜整冠襟(공산중야정관금) 텅 빈산에 한 밤에 가지런 갓옷 옷깃금
一點靑燈一片心(일점청등일편심) 점 하나 푸른 등불 한 조각 마음
本體已從明處驗(본체이종명처험) 바탕 몸 이미 좇아 밝은 곳 알려
眞源更向靜中尋(진원갱향정중심) 참된 근원 더 바램 고요 속 찾아
林居十五詠 獨樂(독락)
혼자 즐기며
離群誰與共吟壇(이군수여공음단) 무리 떠나 누구와 함께 시 읊어
巖鳥溪魚慣我顏(암조계어관아안) 바위 새 시내 고기 내 얼굴 익혀 버릇관
欲識箇中奇絶處(욕식개중기절처) 알려고 그 가운데 빼난 좋은 곳
子規聲裏月窺山(자규성리월규산) 두견새 소리 속에 달은 산 엿봐
林居十五詠 溪亭(계정)
시내정자
喜聞幽鳥傍林啼(희문유조방림제) 기쁜 들림 그윽 새 옆 숲서 울어
新構茅簷壓小溪(신구모첨압소계) 새로 얽은 초가집 작은 내 눌러
獨酌只邀明月伴(독작지요명월반) 혼자 술 다만 맞아 밝은 달 짝해
一間聊共白雲棲(일간료공백운서) 한 짧음 기댄 함께 흰 구름 머묾
林居十五詠 喜雨(희우)
단비가 내려
松櫺一夜雨聲紛(송령일야우성분) 솔 창가에 밤 하나 빗소리 시끌 격자창령
客夢初驚却喜聞(객몽초경각희문) 나그네 꿈 첫 놀람 되레 기쁨이
從此靑丘無大旱(종차청구무대한) 이부터 우리나라 큰 가뭄 없어 언덕구
幽人端合臥巖雲(유인단합와암운) 숨은 이 반 듯 붙어 바위에 눕네
林居十五詠 悶旱(민한)
가뭄걱정
農圃年年苦旱天(농포년년고한천) 짓는 밭은 해마다 모진 가문 날 밭포
邇來林下絶鳴泉(이래림하절명천) 요즘 와서 숲 아래 샘 울림 끊겨
野人不識幽人意(야인불식유인의) 시골사람 모르니 숨은 이 뜻을
燒盡靑山作火田(소진청산작화전) 불 다 살라 푸른 산 화전 만들어
林居十五詠 冬初(동초)
초겨울
紅葉紛紛已滿庭(홍엽분분이만정) 붉은 잎 어지러워 이미 뜰 가득
階前殘菊尙含馨(계전잔국상함형) 섬돌 앞 남은 국화 아직 향 품어 향기형
山中百物渾衰謝(산중백물혼쇠사) 산속에 온갖 무리 다 떠나 시들 쇠할쇠
獨愛寒松歲暮靑(독애한송세모청) 내 아껴 찬 소나무 세밑 푸름을
林居十五詠 秋聲(추성)
가을소리
月色今宵分外明(월색금소분외명) 달 빛깔 오늘밤엔 너무나 밝아
憑欄靜聽已秋聲(빙란정청이추성) 난간에 가만 들어 가을 든 소리 기댈빙
商音一曲無人會(상음일곡무인회) 상 음조 한 가락을 만난 이 없어
鬢上霜毛四五莖(빈상상모사오경) 귀밑머리 서리털 네댓 줄기로 줄기경
林居十五詠 初夏(초하)
초여름
又是溪山四月天(우시계산사월천) 또 이렇게 시내 산 사월의 날씨
一年春事已茫然(일년춘사이망연) 한해에 봄날 일은 이미 아득해
郊頭獨立空惆悵(교두독립공추창) 들머리에 홀로 서 휑해 슬퍼해 성밖교 슬퍼할창
回首雲峯縹緲邊(회수운봉표묘변) 고개 돌려 구름 봉 하늘가 아득 옥색표 아득할묘
林居十五詠 暮春(모춘)
저무는 봄
春深山野百花新(춘심산야백화신) 봄 깊은 산에 들에 온갖 꽃 새록
獨步閑吟立澗濱(독보한음립간빈) 혼자 걸어 틈 읊어 골짝물가 서 물가빈
爲問東君何所事(위문동군하소사) 묻기를 봄의 신께 무엇을 섬겨
紅紅白白自天眞(홍홍백백자천진) 붉어 붉게 희어 흰 나온 그대로
林居十五詠 早春(조춘)
이른 봄
春入雲林景物新(춘입운림경물신) 봄이 들어 구름 숲 볕 만물 새록
澗邊桃杏摠精神(간변도행총정신) 골짝 가 복사살구 다들 얼 나가 모두총
芒鞋竹杖從今始(망혜죽장종금시) 짚신에 대지팡이 이제 비로소 신혜
臨水登山興更眞(림수등산흥갱진) 물에 가 산에 올라 흥 다시 참돼
林居十五詠 觀物(관물)
만물을 보며
唐虞事業巍千古(당우사업외천고) 요순 때 일 이룸은 먼 옛날 높아 높을외
一點浮雲過太虛(일점부운과태허) 점 하나 뜬 구름이 먼 하늘 지나
蕭灑小軒臨碧澗(소쇄소헌림벽간) 물 끼얹은 작은 집 푸른 골짝 곁 뿌릴쇄
澄心竟日玩游魚(징심경일완유어) 맑은 마음 날 다해 물고기 구경 다할경 희롱할완
林居十五詠 感物(감물)
만물에 느껴
卜築雲泉歲月深(복축운천세월심) 살만한 집 구름 샘 세월은 깊어 ※卜居 卜地
手栽松竹摠成林(수재송죽총성림) 손수 심은 솔에 대 다 숲을 이뤄
烟霞朝慕多新態(연하조暮다신태) 안개 놀 아침저녁 꽤나 새 모습
唯有靑山無古今(유유청산무고금) 오직 있어 푸른 산 예이제 없어
林居十五詠 無爲(무위)
함이 없이
萬物變遷無定態(만물변천무정태) 만물은 바꿔 옮겨 놓인 꼴 없어 옮길천 모양태
一身閑適自隨時(일신한적자수시) 이 한 몸 틈이나니 때를 따름에 갈적
年來漸省經營力(년래점생경영력) 해 오며 차츰 덜어 꾸려가는 힘 점점점 덜생
長對靑山不賦詩(장대청산불부시) 오래마주 푸른 산 돈 안내 시엔 구실부
存養(존양)
양기를 보존함
山雨蕭蕭夢自醒(산우소소몽자성) 산에 비 쓸쓸하여 꿈 절로 깨니
忽聞窓外野鷄聲(홀문창외야계성) 문득 들려 창밖에 들꿩 소리가
人間萬慮都消盡(인간만려도소진) 사람세상 온 걱정 다 사라지니
只有靈源一點明(지유령원일점명) 있기에 신령 근원 한 점에 밝아
聽秋蟲(청추충)
가을벌레 소리를 들으며
百蟲迎暮苦啾啾(백충영모고추추) 온갖 벌레 저물자 애써 시끄러
晧月揚輝入小樓(호월양휘입소루) 밝은 달 올라 비춰 작은 루 들어
莫作西風宋玉恨(막작서풍송옥한) 짓지 마 가을바람 송옥의 한은 ※悲秋賦
任看天地自春秋(임간천지자춘추) 보는 대로 하늘땅 절로 봄가을
晩興(만흥)
저녁 흥취
風定煙消鏡面空(풍정연소경면공) 바람 그쳐 안개 꺼져 거울 면 하늘
數聲柔櫓夕陽中(수성유로석양중) 몇몇 소리 부드런 노 저녁볕 속에
却嫌未快湖山眼(각혐미쾌호산안) 되레 싫어 아니 시원 호수 산 눈에
逈立船頭數亂峯(형립선두삭란봉) 멀리 서서 뱃머리에 자주 아찔 봉
次曹容叟韻(차조용수운)
조용수의 운을 빌어
霧拯靑山晩雨餘(무증청산만우여) 안개 들어 푸른 산 늦은 비 남아 건질증
逍遙俯仰弄鳶魚(소요부앙롱연어) 거닐어 위아래 봐 솔개 물고기
莫言林下孤淸興(막언임하고청흥) 말을 마라 숲 아래 홀로 맑은 흥
幽鳥閒雲約共棲(유조한운약공서) 숨은 새 느긋 구름 함께 삶 맺어
小峯臺(소봉대)
소봉대
地角東窮碧海頭(지각동궁벽해두) 땅 모퉁이 동쪽 다해 파란바다 머리에
乾坤何處有三丘(건곤하처유삼구) 하늘과 땅 어딘가에 세 언덕이 있어서
塵寰裨隘吾無意(진환卑애오무의) 티끌세상 낮고 좁아 내 뜻함이 없어도
欲駕秋風泛魯桴(욕가추풍범로부) 타고 싶어 가을바람 노나라 배를 띄워
病中覽言行錄朱文公傳(병중람언행록주문공전)
병중에 언행록에서 주문공 전을 보며
病起幽軒雨後天(병기유헌우후천) 앓으니 조용한 집 비 개인 날씨
手携黃券對前賢(수휴황권대전현) 손에 잡은 누런 책 옛 성현 마주
吾年屈指猶云富(오년굴지유운부) 내 나이 손을 꼽아 아직도 젊어
其奈身多疾病纏(기내신다질병전) 그 어찌 몸에 많아 병에 얽매여
次朱文公武夷五韻調(차주문공무이오운조)
주문공의 무이오곡 운을 빌어
欽把遺經得味深(흠파유경득미심) 받드니 남긴 경서 맛 얻음 깊어
探眞從古有山林(탐진종고유산림) 참됨 찾아 예부터 산림에 있어
峨洋絃上無人會(아양현상무인회) 아양현 거문고 위 사람들 없어
獨撫胸中太古心(독무흉중태고심) 혼자 만져 가슴 속 먼 오랜 마음
金莊寺踏靑(금장사답청)
금장사 답청
川原遠近綠初匂(천원원근록초내) 시내 들 멀든 말든 푸름 처음 향 향내내
滿眠依然古國春(만면의연고국춘) 눈 가득 그렇듯이 옛 나라 봄이 滿眼
玉笛聲中千古恨(옥적성중천고한) 옥피리 소리 속에 천년 오랜 한 ※萬波息笛
莫敎吹向踏靑人(막교취향답청인) 불겐 마라 향해선 보리 밟는 이
甘浦舟中贈韓子浩(감포주중증한자호)
감포의 배 안에서 한자호에게
一聲長笛海門秋(일성장적해문추) 소리 하나 긴 피리 바다에 가을
杯酒臨分段段愁(배주림분단단수) 술잔을 나누자니 칸칸이 시름
渭樹江雲苦相阻(위수강운고상조) 위수 나무 강 구름 애써 어려워
天涯此日幸同舟(천애차일행동주) 하늘 끝 오늘에야 기뻐 같은 배
勸學者(권학자)
학자에게 권하며
爲學應須學聖人(위학응수학성인) 배움 됨은 반드시 성인을 배워
聖功元是本彛倫(성공원시본이륜) 성스런 공 으뜸은 떳떳한 도리
數編格語眞繩墨(수편격어진승묵) 몇몇 책 반듯한 말 참으로 먹줄
熟講精通可律身(숙강정통가률신) 익게 익혀 꿰뚫어 몸을 다스려
喜晴(희청)
날이 갠 것을 기뻐하며
霧盡山依舊(무진산의구) 안개 다 걷혀 산은 옛 같이
雲收天自如(운수천자여) 구름을 거둬 하늘 저처럼
奇觀森莫數(기관삼막수) 야릇이 보여 늘어서 못 헤
眞象豁無餘(진상활무여) 참된 물상은 뚫려 안 남겨
一妙看消長(일묘간소장) 한 묘함 보니 빠짐 자라남
玄機感捲舒(현기감권서) 깊은 틀 느껴 말리고 펼쳐
昏明要不遠(혼명요불원) 어두움 밝음 찾아 안 멀어
人孰反求諸(인숙반구저) 사람 뉘 되레 이에서 찾아
溪邊秣馬卽事(계변말마즉사)
시냇가에 말에게 꼴을 먹이며
下馬坐溪邊(하마좌계변) 말에서 내려 시냇가 앉아
褰衣步淸灘(건의보청탄) 옷 걷고 걸어 맑은 여울에 출건
灘淺小石露(탄천소석로) 여울 얕아서 자갈 드러나
激激鳴佩環(격격명패환) 부딪혀 흘러 옥 소리 울려
淸飆來水面(청표래수면) 맑은 회오리 물낯에 불어 폭풍표
灑然神骨寒(쇄연신골한) 물을 뿌린 듯 얼과 뼈 싸늘 뿌릴쇄
飄飄若羽化(표표약우화) 회오리바람 날개 돋은 듯
俯仰雲天寬(부앙운천관) 위아래 구름 하늘은 넓어
仙興浩難收(선흥호난수) 신선된 흥은 커서 못 거둬
沈吟坐石端(침음좌석단) 빠져 읊으니 돌 끝에 앉아
濯足聊自潔(탁족료자결) 발 씻어 한갓 스스로 깨끗
超然謝塵寰(초연사진환) 넘듯 물러나 티끌세상을
至趣獨自知(지취독자지) 다다른 멋은 나 혼자 알아
日斜猶忘還(일사유망환) 해는 기울어 돌아감 잊어
孤松(고송)
외로운 솔
群木鬱相遮(군목울상차) 뭇 나무 빽빽 서로 가리고
孤松挺自誇(고송정자과) 외론 솔 몸 빼 스스로 자랑
煙霞秘斡質(연하비알질) 안개 노을에 줄기 간직해 관리할알 幹枝
雨露長枝柯(우로장지가) 비와 이슬로 가지 자라나 자루가
千尺心應直(천척심응직) 천 자나 곧아 마음도 으레
九泉根不斜(구천근불사) 구천 땅 뿌리 기울지 않아
棟樑雖有待(동량수유대) 마룻대 들보 비록 갖춤에
斧斤奈相加(부근내상가) 도끼날 어찌 서로 더해져
不似巖邊老(불사암변로) 아니 같으니 바위 곁 늙기
含姿歲暮多(함자세모다) 머금은 맵시 해 보냄 많아
山堂卽事(산당즉사)
산에 집에서
禪房高枕隱(선방고침은) 선방에 숨어 높이 베고서
山色曉窓多(산색효창다) 산 빛은 짙어 새벽 창가에
林底幽禽語(임저유금어) 수풀 바닥엔 그윽 새소리
風中輕鷰斜(풍중경연사) 바람 속 제비 가볍게 날아
翠巖留宿霧(취암류숙무) 푸른 바위에 안개 껴 남고
深峽鎖朝霞(심협쇄조하) 깊은 골짝에 아침 놀 잠겨
誰識此中趣(수식차중취) 누가 알건지 이 가운데 멋
閒雲嶺上過(한운령상과) 한가한 구름 고개 위 지나
烏川路上(오천로상)
오천 길에서
揮鞭發海隅(휘편발해우) 채찍 휘둘러 바다 한쪽 떠
擡眠極平蕪(대면극평무) 눈 들어 끝은 넓고 거칠어 들대
新綠千山遍(신록천산편) 새로운 푸름 온 산에 두루
殘紅一點無(잔홍일점무) 남은 붉은 꽃 하나도 없어
樂時渾物我(낙시혼물아) 즐거운 때면 모든 게 내게
探勝歷江湖(탐승력강호) 빼난 곳 찾아 강 호수 다녀
安得携知己(안득휴지기) 어찌해 지녀 날 아는 벗을
臨流倒百壺(임류도백호) 물가에 나가 백병 술 비워
栢栗寺贈韓進士子浩(백률사증한진사자호)
백률사 한자호 진사에게
苔逕憐曾踏(태경련증답) 이끼 낀 길을 일찍이 밟아
松闌憶舊憑(송란억구빙) 솔 난간 기대 옛날 생각해
碧山如有待(벽산여유대) 푸른 산 있어 기다리듯 해
靑眼更無憎(청안갱무증) 바라는 눈에 미움도 없어
草樹千年國(초수천년국) 풀과 나무는 천년의 나라
襟懷一夜燈(금회일야등) 가슴에 품어 하룻밤 등불
海臺秋更好(해대추갱호) 바닷가 누대 가을엔 좋아
攜酒又同登(휴주우동등) 술 가지고 또 함께 올라가
九日無菊(구일무국)
구월 구일에 국화꽃 없어
欲撤金錢泛酒卮(욕철금전범주치) 거둬야지 금빛 동전 술잔에 띄울 국화꽃
登高空折未開枝(등고공절미개지) 높이 올라 괜히 꺾어 아니 핀 가지
傾壺漸發愁中笑(경호점발수중소) 병 기우려 차츰 피워 시름 속 웃음
滿帽難成醉後奇(만모난성취후기) 모자 가득 못 이루니 취한 뒤 빼남
冷蘂縱能酬晩節(냉예종능수만절) 차운 꽃술 늘어뜨려 늦은 철 갚아
淸芬堪歎負佳節(청분감탄부가절) 맑은 향기 견뎌 읊어 좋은 철 지고
仍驚物理渾如許(잉경물리혼여허) 이에 놀라 만물 도리 온통 같다며
吐馥流芳貴及時(토복류방귀급시) 향기 뿌려 흐르는 꽃 때 미쳐 높여
感興(감흥)
감동 흥취
萬象紛然不可窮(만상분연불가궁) 온갖 상 어지러워 다 뚫지 못해
一天於穆總牢籠(일천어목총뢰롱) 한 하늘을 받들어 모두가 갇혀
雲行雨施神功博(운행우시신공박) 구름 흘러 비 뿌려 신의 일 넓어
魚躍鳶飛妙用通(어약연비묘용통) 물고기 솔개 날아 야릇 씀 뚫어 ※詩經
雖曰有形兼有跡(수왈유형겸유적) 비록 일러 꼴 있어 자취 아울러
本來無始又無終(본래무시우무종) 본디 옴 없는 비롯 또한 끝없어 ※天符經
沈吟黙契乾坤理(침음묵계건곤리) 빠져 읊어 가만히 온 누리 도리
獨立蒼茫俯仰中(독립창망부앙중) 홀로 서서 아득히 위아래 보며
山中卽事(산중즉사)
산 속에서
淸晨梳罷快憑欄(청신소파쾌빙란) 맑은 새벽 다 쓸어 난간 기대 시원해
細雨隨風滿碧山(세우수풍만벽산) 가랑비 바람 따라 푸른 산을 채워서
野遠靑煙橫一抹(야원청연횡일말) 들 멀리 푸른 이내 쭉 발라 가로놓여 바를말
林深幽鳥語千般(임심유조어천반) 숲 깊이 그윽한 새 지저귐은 천 가지
忘機與物聊同樂(망기여물료동락) 틀 잊어 모두 함께 힘입어 같이 즐겨
安分於時獨自閑(안분어시독자한) 나뉨 맞게 때 맞게 저 혼자는 느긋해
乘興渺然迷出處(승흥묘연미출처) 흥겨워 아득해서 나갈 데를 잃고서
却疑身誤出人寰(각의신오출인환) 되레 헤매 몸 못 둬 사람세상 나와서
夢覺有感(몽교유감)
꿈에서 깨어나
常思理欲互相勝(상사리욕호상승) 늘 생각 도리 바램 서로를 이겨
幽獨危微倍戰兢(유독위미배전긍) 숨어 홀로 빼줄어 더 떨며 삼가 ※戰戰兢兢
一念差來便禽獸(일념차래편금수) 한 생각에 어긋나 짐승같이 돼
惕然驚起對靑燈(척연경기대청등) 두려워 놀라 벌떡 맑은 등 마주
長誦虞書十六字(장송우서십륙자) 오래 왼 순임금 글 열여섯 글자 書
一毫人欲便思除(일호인욕편사제) 한 털끝 사람 바램 생각을 없애
工夫尙覺多滲漏(공부상각다삼루) 배워 익혀 높이 깨 스밀 틈 많아 스밀삼
知有神明故警余(지유신명고경여) 알음 있어 신명이 부러 날 깨쳐
上洛路上卽事(상락로상즉사)
서울 올라가는 길에
大塊之中萬象藏(대괴지중만상장) 큰 덩어리 온 땅에 온갖 상 감춰
廓然悠久更無疆(확연유구갱무강) 둘러서 멀리오래 다시 끝없어
江河山岳長流峙(강하산악장류치) 강물에도 산에도 긴 흐름 솟음
日月星辰互隱彰(일월성신호은창) 해와 달 별자리별 서로 숨어 나
古往今來觀世變(고왕금래관세변) 옛 이제 가고오니 세상 바뀜 봐
春生秋殺見天常(춘생추살견천상) 봄 낳아 가을 죽여 하늘 늘 함 봬
箇中何物能爲此(개중하물능위차) 낱낱 속에 어떤 게 이리 할 건가
一本昭昭獨主張(일본소소독주장) 하나의 밝고 밝음 홀로 맡아서
舟中卽事(주중즉사)
배 안에서
列峀蜿蜿去不留(열수완완거불류) 이어진 산 구불구불 지나 안 멎어
悠然自在水中流(유연자재수중류) 아득하게 절로 있어 물 따라 흘러
錦屛影裏孤帆暮(금병영리고범모) 비단병풍 그림자 속 외론 배 저녁
綠鏡光邊兩岸秋(녹경광변양안추) 푸른 거울 비춰진 곁 양 언덕 가을
雲盡碧空悲一雁(운진벽공비일안) 구름 걷힌 푸른 하늘 슬픈 기러기
波恬斜日戱群鷗(파념사일희군구) 물결 고요 비껴진 해 노는 갈매기
胸中浩渺無涯興(흉중호묘무애흥) 가슴 속은 넓어 아득 끝없는 흥이
獨立蒼茫聘遠眸(독립창망빙원모) 혼자 서니 푸름 아득 찾아 멀리 봐
泛葵溪流(범규계류)
해바라기 띄워 시내에 흘려
向日丹心鬢欲秋(향일단심빈욕추) 해를 바래 붉은 마음 귀밑털 희어
朝朝垂淚滿顔愁(조조수루만안수) 아침마다 눈물 흘려 온 얼굴 시름
如何忽作英州去(여하홀작영주거) 어찌하여 갑자기 돼 영주를 떠나
萬里風波一葉舟(만리풍파일엽주) 만 리 뱃길 바람물결 한 잎 조각배
西子當年一入吳(서자당년일입오) 서시 그대 그해라서 오나라 들어 ※西施
春風秋月醉姑蘇(춘풍추월취고소) 봄에 바람 가을에 달 취한 고소대
豈知國破無歸處(기지국파무귀처) 어찌 알아 나라 깨져 갈 곳도 없어
愁把紅顔泛五湖(수파홍안범오호) 시름 잡혀 붉은 얼굴 오호에 띄워
山中卽事(산중즉사)
산중에서 읊다
雨後山中石澗暄(우후산중석간喧) 비온 뒤에 산속엔 돌 개울 시끌 따뜻할훤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잠겨 읊어 날 다해 혼자 난간서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삶 살며 가장 싫어 어질 왁자 땅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오직 이 시내소리 귀찮지 않아
臥對前山月色新(와대전산월색신) 누워 마주 앞에 산 달빛 새로이
天敎是夕慰幽人(천교시석위유인) 하늘 시켜 오늘 밤 숨은 이 달래
沈痾忽去神魂爽(침아홀거신혼상) 묵은 앓이 사라져 얼과 넋 시원 숙병아
胸次都無一點塵(흉차도무일점진) 가슴 속 모두 없어 한 점 티끌이
幽鳥聲中午夢闌(유조성중오몽란) 그윽한 새 소리에 낮 꿈을 깨어
臥看巖上白雲閑(와간암상백운한) 누워서 본 바위 위 흰 구름 느긋
年來世事渾無意(년래세사혼무의) 해는 옴에 세상일 아무 뜻 없어
吾眼猶宜對碧山(오안유의대벽산) 내 눈은 외려 마땅 푸른 산 맞아
閑居卽事(한거즉사)
한가히 살며
種松己作千株擁(종송已작천주옹) 솔을 심어 이미 돼 천 그루 안겨 안을옹
移竹今年始數根(이죽금년시수근) 대를 옮겨 올해는 몇 뿌리 나와
四面皆山遮眼界(사면개산차안계) 사면이 다 산이라 눈앞을 가려
卜居元是遠囂暄(복거원시원효喧) 가려살기 이 본디 시끌 멀리해
雲斂山開欲曉天(운렴산개욕효천) 구름 걷혀 산 열려 새벽 날 되려
半春淸景正悠然(반춘청경정유연) 봄 가운데 맑은 볕 정말 아득해
鐘鳴馳逐終何益(종명치축종하익) 종 울림 달려 쫓아 끝내 뭘 더해
自幸年來臥石泉(자행년래와석천) 절로 좋아 해는 와 자연에 누워
記夢(기몽)
꿈을 적다
殘燈中夜照肝脾(잔등중야조간비) 남은 등불 한밤에 속마음 비춰
屋漏雖幽肯自歎(옥루수유긍자탄) 새는 방 비록 깊어 스스로 한숨
枉被人疑渾不動(왕피인의혼부동) 삐딱해 남 못 믿어 꼼짝도 않아
此心應有鬼神知(차심응유귀신지) 이런 마음 맞추어 귀신이 알아
一心虛靜自無爲(일심허정자무위) 한마음 비어고요 저는 함 없이
萬變交前孰得移(만변교전숙득이) 온갖 바뀜 얽힌 앞 누가 옮길까
雖處至嫌猶不惑(수처지혐유불혹) 살아도 다한 싫음 안 헷갈려서
夢魂聊與展禽期(몽혼료여전금기)
꿈에 넋 한갓 함께 전금과 맺어 ※展禽=柳下惠
※柳下惠: 춘추시대 魯나라 賢人 이름이 展禽 곧기로 유명해 세 번 벼슬에서 쫓겨남(三黜)
山堂病起(산당병기)
산에 집에서 앓다가 일어나
平生志業在窮經(평생지업재궁경) 한 삶에 뜻한 일은 경서 밝힘에
不是區區爲利名(불시구구위리명) 아니니 낱낱 나눠 이끗 밝힘이
明善誠身希孔孟(명선성신희공맹) 착하게 몸을 닦아 공맹을 바래 孔丘 孟軻
治心存道慕朱程(치심존도모주정) 맘 다스려 도 지켜 정주를 그려 程顥 程頤 朱熹
達而濟世憑忠義(달이제세빙충의) 다다라 세상 건져 충의에 기대 기댈빙
窮且還山養聖靈(궁차환산양성령) 막히면 산에 와서 마음을 길러
豈料屈蟠多不快(기료굴반다불쾌) 어찌 알아 굽 감겨 못함이 많아
夜深推枕倚前楹(야심추침의전영) 밤 깊어 자리 밀어 기댄 기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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