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친정에 잠시 머물 때, 맛있게 먹었던 마른오징어고추조림이 떠올랐다. 눈도 침침해지고 이도 부실해진 엄마는, 이제 좋아하던 오징어 다리도 잘 씹지 못하신다. 그래서 다리보다 연한 몸통만 골라 조금씩 심심풀이로 뜯어드셨나보다. 어느 순간 오징어 다리만 수북하게 남게 되자, 엄마는 '하는 수 없이' 꽈리고추랑 섞어 간장에 졸여 밑반찬을 만드셨다. 여동생 도시락 반찬으로 만드셨다고 하는 그 조림을 나는 앉은 자리에서 밥 한 공기와 함께 뚝딱 한 접시씩 비우곤 했다.
자주 시름시름 앓는 엄마는 이런 몇 가지 '허드렛 반찬'에 밥을 먹는 큰 딸을 안쓰럽게 여기셨지만, 나는 잠시 며칠 동안이었지만, 엄마 집에서 먹었던 그 마른오징어조림이며 오이장아찌무침이며, 매콤구수한 된장찌개며, 모든 것들이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만든 음식들이 엄마보다는 못하지만 제법 맛깔스럽고 먹을 만하다고 느낄 때마다, "그래, 이제는 내가 엄마에게 이런 걸 해드려야 할 때지..."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막상 엄마와 함께 있으면, 나는 여전히 서너 살 어린애처럼 '이거 해줘, 저거 해줘'하며 내 욕심을 채우고 만다.
엄마 맛을 흉내내어본 마른오징어고추조림. 보기엔 그럴 듯한데, 역시 그 맛은 아니다. 그래도 남편은 쩝쩝거리며 맛나게 먹어주었다.
조리법 : 마른 오징어를 미지근한 물에 담궈 하룻밤 불린 뒤 연해지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팬에 기름과 간장을 약간 두른 뒤 오징어를 넣고 은근한 불에서 조린다. 반쯤 조려졌을 때, 꽈리고추와 물엿, 혹은 꿀을 넣고 마저 조린다. 달콤짭쪼름하려면, 간장과 물엿이 넉넉히 들어가야 한다. 마지막에 깨를 뿌려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