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 푸코의 광기의 역사를 ..,

[솟는샘물]

 

푸코는 광기의 역사에서 17세기 서양에 이르러 이른바

‘대감금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전까지 나환자가 그 주인공이던 수용소가 어느덧 새로운 종류의 인간들로 채워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동일한 부류의 인간들은 아니었다.

그들 중에는 빈민, 실업자, 죄수, 심지어 게으른 학생조차 포함되어 있었으며, 오늘의 주목거리인 광인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감금된 자들에게는 노동의 의무와 규율에 따른 생활이 부과되었다. 위반에 대해서는 가혹한 채찍질이 뒤따랐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채찍질을 견디지 못한 많은 인간군들이 점점 노동의 의무와 규율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충분히 규율을 체화했다고 판단되는 자들에게는 방면과 시민으로서의 권리 회복이라는 선물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끝까지 석방될 수 없었던 존재가 있었다. 이들 광인들은 노동의 의무와 규율의 부과를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인들은 그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인간들이 석방되고 마침내 수용소의 주인공으로 광인만이 남게 되었을 때,

그곳은 더 이상 수용소가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정신병원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많을 때는 파리 시민 100명 당 1명 꼴로 여러 달 동안의 감금을 겪어야 했던 역사의 한 구석을 들춰냄으로써 푸코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광인들

오삐딸 제네랄의 탄생과 영국과 독일에서의 교화소의 설립으로부터 18세기 말까지를 이성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 시대는 낭비벽이 심한 타락한 가장들, 방종한 탕아들, 불경한 언행을 하는 사람들 등 스스로 파멸을 재촉하는 사람들을 감금했다.

그러나 주지해야 할 것은 ‘광인들’이 실제로 감금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했다는 점이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에서 본다면 감금은 추문을 피하고자 하는 열망에 의해서 설명될 수 있다. 17세기까지는 가장 극악하고 비인간적인 형태의 범죄는 대중에게 폭로되지 않는 한 재판이나 처벌이 없었다.

 반대로 감금은 비인간적인 자로 하여금 수치심을 갖게 하는 양심에 대한 일종의 배반이다. 광기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는 관행을 유지하지 않았다. 광인들을 대중 앞에 노츨시키는 것은 중세적인 관행으로써 독일의 나르튀르머의 경우를 보면 광인들을 유리 안에 가두고 관람했다고 한다. 베들레헴의 병원에서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보고도 있다.

19세기 초까지 광인은 괴물로 남아 있었다. 즉 어원에 따르면 보여져야 하는 존재였다. 감금은 비이성을 은폐시켰고 그 결과 비이성으로부터 수치심을 박탈했다. 이제 고아기는 우리 내부의 괴물이 아니라 이상한 메카니즘의 동물, 오랫동안 인간을 억압해 온 야수성이 되었다.

오늘날 우리는 광기를 결정론적으로 파악하는 관습을 갖고 있다. 결정론에서는 자유는 점진적으로 억압되며 따라서 광기는 광기를 야기한 원인들, 광기의 추론적인 진행형태들과 함께 결정론이 주장하는 자연적인 규칙성만을 보여줄 뿐이다.

고전주의 시대의 인간에게 광기는 자연적인 상태도 비이성의 심리학적인 혹은 인간적인 근원도 아니었다. 광기는 비이성의 경험적인 형태였다. 그리고 광인은 동물적인 발작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타락을 체험하면서 비이성이라는 기저 영역을 드러냈다. 이러한 비이성은 인간을 위협하고 모든 형태의 인간의 자연적인 실존을 둘러쌌다.

열정과 정신착란, 광기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현대의 정신의학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정신병에 대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푸코의 사유는 자못 시선을 달리한다. 푸코는 광기를 ‘정의 불가능한 것’으로 정의한다. 정의는 어떤 것인가? 정의란 언어라는 수단을 사용하는 사유의 이성적 활동이다.

하지만 광기에 대해서는? 광기는 이미 그 이성의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가? 자신의 경계 바깥에 존재하는 대상에 대해 경계 안쪽의 언어를 통해 정의를 내리는 것은 개념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광기야말로 이성이 내리는 정의(definition)의 공간에 대해 가장 극한에 서 있다. 그것은 비사유의 영역이다. 따라서 광기는 항상 그 자체로서 정의된 적이 없으며, 오직 비이성으로서 정의될 뿐이다.

다시 한번 나눔 또는 분할이라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자. 우리의 사유는 나눔 없이는 진행될 수 없다. 인식은 나눔을 통해서만 무차별적인 세계를 분별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눔은 아무런 규칙도 없이, 또는 기분 내키는대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렇게 된다면 이른바 인식의 통일성, 사유의 통일성은 보증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나눔의 규칙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푸코가 주목했던 것은 이 나눔의 규칙이 역사적 층위에 따라 변환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 나눔의 규칙들의 묶음을 그는 ‘인식의 가능성의 조건’이라고 불렀고, '말과 사물'에서는 에피스테메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나눔의 규칙은 인식에 외재적인 사회적 조건 아래서 인식에 내재적인 언어가 행해지는 게임의 룰과 같은 것이다. 그 규칙은 사유와 실재가 만나는 접점에 존재하면서, 말해지는 것과 말해지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과 푸코의 논의에 매달리면서 이러한 철학적 논의가 어떤 점에서 광기와 이성의 문제 속으로 접맥되는 것인지를 궁금하게 여기게 된다.

나눔의 규칙들이 인식에 외재적인 사회적 조건과 만나는 공간에 존재하는 한, 그 규칙들은 더 이상 순수사변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의 모든 갈등과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나눔의 규칙들이 가진 현실성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나눔이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우리는 어떤 기준에 입각해서 이를테면 물컵과 플라스틱컵을 한 쪽에 놓고, 도자기 접시와 알루미늄 호일 접시를 다른 한 쪽에 놓게 되는가? 우리는 어떤 기준을 사용해서 백인 남성과 여성을 한 쪽에 놓고 황인 남성과 여성을 다른 한 쪽에 놓게 되는가?

그들을 동일한 범주에 속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도대체 어떤 필연성 때문인가? 서양 철학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매달려 왔다. 칸트의 해결책은 아마도 근대 철학이 행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인식에 내재하는 12가지의 범주를 통해, 즉 객관을 주관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했던 동일률의 법칙을 확증했다.

A와 B는 같다. 왜 같은가? 그들이 무언가 동일한 속성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그들의 동일한 속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선험적인 범주들 덕분이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서 물컵과 플라스틱컵이 도자기접시와 알루미늄 호일접시와는 다르면서 동일한 속성을 공유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에 쌓여 있다.

위상학적으로 본다면 적어도 컵에 고리가 달리지 않은 이상 두 종류의 물건들에는 어떤 차이도 없다. 그렇다면 아마도 이런 대답이 가능할 듯하다. 컵은 그 속에 물이나 음료수를 부어 마시기 위한 것이며, 접시는 그 위에 음식을 쌓아 두기 위한 것이라는. 여기서 이미 우리는 사유의 나눔이 현실의 ‘용법’과,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알게 된다.

부시맨은 콜라병에서 자신들의 물병과 동일한 속성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피리의 속성을 발견한다.

요컨대 나눔의 규칙은 우리 의식에 내재해 있는 어떤 범주 같은 것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각 시대, 각 문화의 언어적 질서와, 그에 맞닿아 있는 사회적, 제도적 질서 속에서 생산되고 작동한다.

그리고 그 나눔은 동일한 것과 동일하지 않은 것의 나눔일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서 나눔은 순수한 사유의 영역 엄격히 말한다면 순수사유의 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사유는 사유의 외재적 조건 없이는 성립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존에 머물지 않고 현실 속의 모든 갈등들을 배태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정상과 비정상의 나눔 속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자. 어떻게 해서 동일한 것과 동일하지 않은 것의 차이가 정상과 비정상의 차이로 전화하게 되는 것일까?

평균의 개념

사회학적 일탈의 개념.

인간과학은 흔히 정상을 흔히 평균과 동일시한다. 달리 말하자면 정상은 흔히 수적 다수에 의해 정의된다고 말해진다. 이를테면 그것은 정규분포표 상의 평균에 얼마나 近似한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것은 인간과학이 과학인 한에서, 즉 규범적 가치판단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한에서 반드시 요구되는 덕목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정상, 즉 평균은 그저 수적 다수일 뿐이며, 일탈 역시 그저 수적 소수일 뿐이다. 예컨대 범죄자가 일탈자인 것은 사회과학적 관점에서는 그의 도덕적 결함 때문이 아니라 사회적 평균으로부터의 지나친 벗어남(deviant) 때문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은 사회에 의해 교정 받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여기서 역설적인 질문 하나를 던져 보자. 과연 수적 다수이기 때문에 정상이 된 것일까, 아니면 거꾸로 정상이라고 규정되었기 때문에 수적 다수가 된 것일까, 혹은 그 다수 속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모두가 믿게 된 것일까?

'광기의 역사'가 빛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푸코는 그 책의 첫 장을 대감금의 시대 이전 르네상스시기로부터 시작한다. 물론 그 무렵에도 광인은 적어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처벌받아 마땅할 비정상이 아니라 때로는 비웃음의 대상으로, 때로는 오히려 신의 비밀을 선지한 예지자로 취급되었다. 그들은 감금되지 않았으며, 세상과 어울려 있었다.

그들은 수적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그저 기이하게 다른 존재였을 뿐 감금되어야 할 존재, 즉 비정상인 존재로 이해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광인 대신 서양의 중세를 수놓았던 타자는 나환자였다. 나환자들로 가득 채워져 있던 수용소는 중세적 질서 속에서 저주받은 자들을 위한 몫이었다.

그러나 그 곳은 단지 저주의 공간만은 아니었다. 나환자에 대한 저주는 곧바로 정상인들에게 축복을 내려준 신의 은총에 대한 찬미로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나환자들은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존재이기도 했다.

따라서 나환자의 수용은 나병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나병과 신성한 거리를 유지함과 동시에 신의 영광을 현전하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였던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광기의 역사󰡕 1장과 󰡔감시와 처벌󰡕을 참조하라.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 광인들을 수용소 속으로, 침묵의 언어 속으로 밀어 넣었던 힘일까?

푸코가 주목했던 것은 - 그 자신의 정의에 따른 - 고전주의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사회, 좀 더 정확히는 권력의 요구였다. 새로운 시대의 권력의 요구는 어떤 것이었을까? 우선 경제적인 동기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경제적으로 중상주의 시대에 상응하던 이 시절, 국부는 인구의 수, 좀 더 정확히는 노동할 수 있는 인구의 수로 측정되었다.

감금의 표면적 목적은 노동하지 않는 모든 부류의 인간들을 집단화하여 그들을 노동시키고자 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통한 노동의 창출이 실제로 얼마나 큰 경제적 효과를 낳을 수 있었는지는 미심쩍다. 푸코가 주목하는 부분은 경제적 동기보다는, 권력이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합리성, 새로운 종류의 도덕을 구축하고자 했다는 데 있다.

17세기, 부르조아들이 성장하던 시기에, 절대권력이 이들과 길항관계를 유지하면서 국부의 증진에 매진하고자 했을 때, 그들에게는 당장의 약간의 노동창출만이 아니라 노동의 지속적 재생산을 보증할 새로운 종류의 도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즉 노동을 신성시하고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새로운 종류의 도덕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에 걸 맞는 종류의 노동이었으며, 따라서 일하지 않는 자들, 혹은 일할 수 없는 자들에게는 감금이 주어져야만 했다는 것이다.

광기가 이 수많은 비노동의 존재양태들 중에서도 최후의 영예를 안게 된 것은 당연했다. 그것은 매질을 통한 처벌로는 교정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에게는 지속적인 감금이 부과되었다.

광기는 치료받아야 할 병이라기보다는 처벌받아야 할 죄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시기 광인들의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들은 광인의 치료를 담당하는 의학자로서보다는 광인을 부르조아적 질서로 인입시켜야 했던 일종의 행정가였던 것이다.

이런 한에서 이 시기 정신병원(나아가 병원 자체)은 더 이상 종교적 기관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질병의 의학적 치료를 위한 기관도 아니었다. 이 시기 병원이 견지해야 할 원칙은 “발전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서 보호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17-8세기 병원에서 ‘치료’는 육체적인 회복 자체를 추구했다기보다는 도덕적 개량을 추구하는 것이었으며, 그 도덕의 내포는 정확히 새롭게 부상하고 있던 ‘노동의 윤리’를 습속화시키는 것이었다.

따라서 고전주의 시대 이성이 광기에 주목하면서, 자신과 광기를 더 이상 양립불가능한 존재로 구별짓고자 했을 때, 이성이 바라보았던 대상은 광기가 아니었다. 이성이 주목했던 것은 광기의 어둠 속에서 여전히 세계를 신비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던 비광인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광기를 처벌했던 것은 비광인들로 하여금 더 이상 세계를 종교와 신비의 우상 속에서가 아니라 현실의 노동의 두터움 속에서 바라보게 만들기 위한 위협이었다.

광인이 차이의 담지자가 아니라 양립불가능한 대상으로 전화되었을 때, 동일함과 동일하지 않음의 나눔은 정상과 비정상의 나눔으로 전화한다. 모든 차이가 정상과 비정상의 대립인 것은 아니다. 오직 한 쪽이 다른 쪽의 배제를 통해서만 존립할 수 있는 관계 속에 빠져들 때 차이는 대립이 된다. 그 때 차이는 정상에 의해서 관측되는 비정상까지의 거리이며, 그 거리는 정상의 지도에 따른 비정상 쪽의 힘든 발걸음에 의해서만 좁혀지거나 무화될 수 있다.                    계속..,

[별빛]

현대인들의 권력남용, 심지어는 정상 비정상도 지식과 권력의 힘으로 결탁한 것이라고 보는 것 같은데..뭐랄까? 생각을 좀 해야할 것 같으네요..^^..

[박미희]

좀 어렵기는 하지만 관심을 갖게 하는 내용입니다.

[금강]

감시와 통제는 권력이란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들게 되고, 그 괴물은 다시 인간을 감시와 통제로써 다스리려 하기 때문에 푸코는 그 권력의 힘을 언어로 보고 언를 해체시키기로 했다고 한것도 같은데.... 하여튼 서양학은 흑백논리만 있구 중용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하든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