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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미웅거러 스토리
Far Out Isn't Far Enough: The Tomi Ungerer Story ,
2012 요약미국 | 다큐멘터리 | 2014.11.13 | 청소년관람불가 | 98분
감독/브래드 번스타인
출연/토미 웅거러, 모리스 센닥, 줄스 페이퍼, 마이클 패트릭 헌
줄거리
창의력? 세상 모든 것이 아이디어지
[크릭터][즐로티][달사람] ][성냥팔이 소녀 알뤼메트] 등
다양한 동화를 비롯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천재 아티스트 ‘토미 웅거러’.
어린 시절 겪은 전쟁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며 폭력과 전쟁, 정복에 찌들어있는
세상을 날카롭고 치밀하게 풍자한 그의 강렬한 작품세계!
토미 웅거러 만큼이나 독특하고 새로운 아트 다큐멘터리가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토미 웅게러
토미 웅게러는 1931년 프랑스의 북동부 스트라스부르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역사가이자 대성당에 설치하는 시계를 만드는 예술가였다.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웅게러는 디자인 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그의 학교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세계제2차대전이 일어나 스트라스부르크는 독일군의 점령지가 되었고, 그의 어린 시절은 가난과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집이 폭격에 무너져 지하실에서 몇 달 동안 살기도 했는데, 이 때의 극적인 경험들은 오랫동안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게 된다. 웅게러가 어둡고 무서운 것을 그림책의 소재와 스토리로 사용한 것은 어린 시절 겪었던 전쟁의 암울한 기억에서 영향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쟁이 끝났지만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웅게러는 학업을 포기하고,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방랑 생활을 한다.
그림 도구를 메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다가 돈이 떨어지면 이것저것 잡일을 해가며 근근히 살아갔다.
결국 그의 젊은 시절도 빈곤과 병으로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1956년, 스물여섯 살의 나이로 미국에 건너간 웅게러는 오직 그림 그리기에 몰두했다.
그림을 들고 여기 저기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그는 결국 병들고 지쳐서 어느 출판사 앞에 쓰러지고 만다.
그런데 이 일은 그에게 있어 생애 최고의 기회가 되었다. 편집장이 그의 품안에 있던 그림을 보고 가능성을 알아 본 것이다.
편집장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그림을 의뢰하였으며 그 때부터 웅게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다음 해인 1957년, 웅게러는 첫 그림책인 ≪멜롭스가 하늘을 날다≫를 발표했다.
이 책으로 뉴욕 헤럴드 트리뷰지의 아동도서 명예상을 받게 되자, 웅게러는 그림책 작가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발표한 ≪크릭터≫는 그를 일약 그림책 작가 스타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크릭터≫는 그의 독특한 스타일이 빛나는 책으로 1941년 발표된 이래 줄곧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호기심 많은 원숭이 조지≫시리즈를 뒤집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웅게러의 매력적인 그림과 스토리에 매료되었으며,
모리스 센닥은 그의 그림을 일러 '언어와 예술의 강렬한 결합'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웅게러는 기발한 착상과 빠른 전개, 해학적 표현이 돋보이는
≪제랄다와 거인≫, ≪세강도≫,≪달사람≫ 등의 작품들을 연이어 내놓았다.
장난감 박물관을 만들어 안식처를 삼을 만큼 웅게러는 어린이들을 무척 사랑했다.
그렇다고 어린이를 위하여,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 주기 위하여 그림책을 만들지는 않았다.
또 스토리와 사건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굳이 애쓰지도 않았다.
다만 자기 자신이 어린이 마음이 되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었을 뿐이다.
" 모순 없이는 난 실업자일 뿐이다 ! "토미 웅거러
창의력? ...세상 모든 것이 아이디어지
" 그는 상대방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웃긴다 "토미 웅거러에 대하여 ..모리스 센닥
편견과 고정관념에 대한 비판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 책에 대해 '동심천사주의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는 지적 정서적으로 여리고 이해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린이 책에는 공포와 부도덕을 상징하는 주제나 소재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밝고 희망적이어야 하며, 어린이에게 평소 친숙한 존재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린이가 쉽게 동일시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은 매우 안정된 방법이다. 곰, 강아지, 토끼, 다람쥐, 귀여운 아이, 인형, 요정 따위가 그림책의 단골 주인공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것은 아이들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이 그대로 드러나는 ≪은지와 푹신이≫, ≪개구쟁이 해리≫, ≪장난꾸러기 원숭이 조지≫의 주인공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림책에서는 모든 것이 등장 인물로 나올 수 있으며, 어떠한 것이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어린아이에게 친숙한 것만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한 편견이며 이것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등장한 작가가 바로 토미 웅게러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예쁘거나 귀엽기는커녕 징그럽고 무섭다며 기피한 뱀이나 악어, 낙지, 박쥐와 같은 동물을 그림책의 주인공으로 발탁했다. 또 힘과 무기로 남의 물건을 빼앗는 강도나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과 같이 악과 부도덕을 상징하는 인물을 과감하게 기용했다. 이것은 그의 취향이 별스러워서 그런 동물을 좋아하거나 선과 악에 대한 생각이 없기 때문은 아니다. 그는 기존의 편견들이 만들어낸 왜곡된 이미지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것이다. 무엇을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감정은 학습과 전염에 의해 생겨난다. 어른들은 실제로 뱀을 만나 어떤 해를 입거나 무서웠던 적도 없으면서 사자나 늑대 같은 맹수들보 더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은 어린이에게 그대로 전염된다.
그러나 웅게러의 ≪크릭터≫를 통해 뱀은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착하고 귀여운 존재로 새롭게 태어난다.
이야기는 보도 할머니가 아프리카에서 파충류를 연구하는 아들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물은 다름 아닌 뱀이었다. 할머니는 처음에는 '꺅' 놀라며 어쩔 줄 모르지만 뱀에게 '크릭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다. 보도 할머니와 크릭터가 엮어 가는 여러 가지 정감 있는 생활 이야기를 통해 크릭터는 서서히 사랑스런 존재로 바뀌며, 도둑을 잡고 할머니를 구해내는 결정적인 사건을 통해 크릭터는 용감하고 의로운 존재로서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렇듯 뱀의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웅게러는 여러 면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먼저 뱀 '크릭터'의 캐릭터 개발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가는 선으로 외곽선을 부드럽게 그리고 연한 연두색 파스텔 톤으로 칠한 뱀은
징그럽기는커녕 귀엽기만 하다. 뱀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크릭터'만은 예외일 것이다.
그리고 이야기 무대를 아프리카 밀림에서 현대 도시로 옮긴 것은 아이들을 안심시키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맹수가 우글거리는 무서운 밀림보다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도시가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건을 끌어내기에 좋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야기의 무대를 아프리카에서 도시로 이동하여 주인공을 영웅화시키는데 성공한 또 다른 작품으로는 레이의 ≪장난꾸러기 원숭이 조지≫ 시리즈를 들 수 있다.
웅게러의 ≪제랄다와 거인≫(1967)과 ≪세강도≫(1969)의 등장 인물이나 소재, 사건은 그 이전에 나왔던 그림책과는 사뭇 다르다. 아이를 잡아먹는 식인 거인이나 무기로 사람들을 위협하는 강도가 어린이 책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매우 충격적이다. 거인이 들고 있는 피 묻은 칼이나 자루 속에 삐죽 나온 아이의 손, 무시무시한 강도들의 무기를 보면 먼저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그림책의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한 사람이고 밝은 이야기만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이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를 꺼린다. 아이들 정서에 맞지 않을 뿐더러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고 느끼는 섬뜩함은 어른들만의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은 무서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무척 재미있어 한다. 어른들처럼 책 속의 이야기를 실제 현상과 연상하여 생각하지 않으며 이야기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것도 동심천사주의에서 나온 선입견일 뿐이다. 아이들의 정서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하며
어떤 현상에 대해 유연성 있게 받아들일 줄 안다.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만큼 어두운 것도 받아들일 줄 안다.
웅게러는 아이들의 다양하고 유연한 감각을 파악하고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에 도전하여 기성 사회의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선한 것은 언제나 선하고 악한 것은 언제나 악하다'라는 경직된 사고를 깨뜨리고자 했다.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의 마음속에는 작은 일에 감동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이 들어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자 했다. ≪세강도≫를 통해 무시무시한 강도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며 작은 일에 깨달음을 얻어 좋은 일을 하는 것과 ≪제랄다와 거인≫에서는 식인 거인이 어린 소녀 제랄다에 의해 서서히 바뀌어 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떠한 것이라도 존재 그 자체로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인간은 매사에 자기 중심적인 사고와 좋고 싫다는 경직된 편견을 버려야만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웅게러 그림책의 메시지는 이것이며,
이를 위해 그림책의 새로운 주인공을 물색하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펼쳐나간 것이다.
풍부한 유머, 넘치는 상상력
웅게러는 그림책에서 주인공 묘사와 이야기 전개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유머 감각과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우선 주인공 설정에서부터 기발한 착상이 돋보인다. ≪제랄다와 거인≫에서 식인 거인을 정복하고 변화시키는 인물은 힘이 세거나 더 무시무시한 초능력자가 아니다. 그저 '요리를 아주 잘하는 어린 소녀'로 설정한 것은 독창적이고 소박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또, 달이 기울고 찰 때마다 몸이 커지고 작아지는 '달사람'이라는 설정도 매우 기발하다.
캐릭터를 묘사하는데 있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들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책을 읽기도 전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기다랗고 가는 몸에 콕콕 점찍어 놓은 두 눈으로 온갖 표정을 지어내는 뱀 크릭터, -날카로운 이빨과 위로 치켜진 눈, 뾰쪽한 수염, 뭉툭한 코의 거인, -검정 망토와 높다란 검정모자로 온몸을 가리고 두 눈만 빠끔히 내 놓은 강도들, -희고 둥근 얼굴에 대머리인 달사람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우스꽝스러우면서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캐릭터들의 눈은 언뜻 보기에는 별다른 생각없이 점을 콕콕 찍어놓은 것 같으나 ,그것만으로도 기쁨, 슬픔, 놀라움 따위의 감정을 풍부하게 표현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 전개에서 보여주는 웅게러의 상상력은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이다. ≪크릭터≫에서 뱀이 아이처럼 품에 안겨 우유 병을 빨고 있는 모습, 기다란 뱀의 침대, 크릭터가 입은 기다란 스웨터, 몸으로 숫자와 글자를 만드는 모습, 미끄럼틀이나 줄넘기가 되어 아이들과 노는 모습 등등, 더 이상 상상력이 필요 없을 정도로 뱀의 생태와 외모를 이용한 활동이 총동원했다. 장면 하나하나 그 자체가 유머이다. 한 가지 대상을 이용한 집중적인 상상력은 ≪에밀로 힘내라≫(국내 미번역)에서도 아낌없이 발휘된다. 에밀로는 다리가 8개인 낙지인데 흐물흐물한 신체적 특징을 이용해 흉내내기 게임을 보여준다. 온몸을 부풀리거나 쥐어틀기, 몸을 이용하여 의자 만들기, 새가 되기도 하는 것들. 이것을 본 독자들은 그의 뛰어난 재치와 센스에 감동하며 낙지라는 동물에 대해 전혀 새로운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한다.
≪제랄다와 거인≫에서도 그의 상상력은 기대 이상까지 나아간다. 이야기는 '거인이 제랄다의 요리를 먹게 된 후, 더 이상 아이들을 잡아먹지 않게 되었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랄다와 거인이 결혼하여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 이것에 대해 존 로 타운젠트는 "웅게러는 익살스럽고 풍부하지만 때로는 섬뜩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어린이책의 역사≫ 2 - 560쪽)고 평한 바 있다.
충격적 도입, 빠른 전개, 편안한 결말
≪제랄다와 거인≫의 도입은 매우 충격적이며 그림 또한 예사롭지 않다. 창살에 갇힌 아이의 손, 피 묻은 칼, 뾰쪽한 거인의 이빨 들은 이 책을 처음 보는 사람을 흠칫 놀라게 한다. ≪세강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펴자마자 무시무시한 강도 세 사람과 그들의 무기가 곧바로 소개한다. ≪크릭터≫에서도 생일 선물 보따리에서 뱀이 나오리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임에 틀림없다. 이런 도입들은 어른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지 모르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 아이들에게는 무섭거나 섬뜩할 새가 없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기 때문에 책장을 빨리 넘기고 싶어할 뿐이다.
도입에서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 웅게러는 빠른 스토리 전개로 아이들의 흥미를 놓치지 않는다. ≪크릭터≫나 ≪세강도≫를 읽으면 누구라도 뱀이나 강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겨를도 없이 스토리에 빠져들 것이다. ≪크릭터≫에서는 공간을 계속해서 옮겨가며 크릭터의 여러 가지 유머러스한 행동이 펼쳐지다가 좀 길어진다 싶을 때
도둑이 등장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터진다.
≪세강도≫에서는 강도들의 행적과 고아 티파니를 만난 뒤 일어나는 일들이 마치 빠른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는 듯 하다.
≪크릭터≫, ≪세강도≫, ≪달사람≫의 군더더기 없는 간단한 글은 복잡한 사건을 명쾌하게 설명하며 이야기의 빠른 전개에 톡톡히 한몫을 한다.
'그림책이란 주어진 화면이 제한되어 있고, 이야기도 짧고 간결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빈틈없는 구성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그림책은 32쪽을 넘어가지 않으며 실제로 작가에게 주어지는 것은 고작 27쪽 정도이다. 불필요한 장면이 있어서도, 앞뒤의 연결이 끊어져서도 안 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막힘 없이 풀어나가야 한다. 도입에서는 독자들의 마음을 붙잡고, 전개에서는 신중히 계산된 페이스와 클라이맥스로 이야기를 고조시켜야 하며 결말에서는 만족감과 놀라움을 주어야 한다.
'(그림책 쓰는 법, 보성사)
웅게러의 도입과 전개는 이와 같은 그림책 구성의 엄격한 규칙을 충실히 이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 결말은 어떠할까?
웅게러의 결말은 하나같이 고전적이다. 즉 '행복하게 잘 살았대'의 해피앤딩으로 이루어진다. 반전을 이용한 놀라움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야기는 행복한 결말이라는 한 가지 방향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결말에서는 그것을 확인하고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였다. 기피, 증오, 악을 상징하는 소재와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보니 결말에서 희망과 안도감을 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결말은 책의 이미지를 부드럽게 해줄 뿐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를 걱정하는
어른들에게도 위안이 될 것이다.
제한된 색으로 풍부한 색채감을 표현
그림책에 가지고 있는 동심천사주의적 편견은 그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거친 필치의 선과 어두운 색은 되도록 쓰지 않으며 부드러운 선과 밝고 화사한 색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의 그림은 반드시 색채가 다양해야 할 이유도, 예쁘고 화사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림의 선과 색, 스타일이 이야기 내용과 잘 어울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억제된 색상, 억제된 표현이 더 이야기를 살려낼 수도 있는 것이다. 화려하고 장식적인 책들이 각광을 받던 시대에 이처럼 제한된 색채로 흑백그림책을 들고 나와 성공한 그림책 작가로는 윈더가그(≪백만마리 고양이≫), 맥클로스키(≪아기 오리들에게 길을 비켜주세요≫)가 있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후배 작가들로는 제임스 도허티(≪앤디와 사자≫, 버지니아 리 버튼(≪장난꾸러기 기관차 추추≫)이 있으며 토미 웅게러도 ≪크릭터≫, ≪세강도≫에서 제한된 색 표현을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
≪세강도≫는 이전에 보았던 예쁜 그림책과는 아주 다른 느낌의 책이다. 전체적으로 어둡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탁하거나 칙칙하지는 않다. 오히려 심플하고 깨끗한 느낌을 준다.
검은 색과 파란색이 주조를 이루며 빨간 색과 노란 색이 양념처럼 가미되어 묘한 색의 조화를 이루어낸다. 여기서의 색 사용은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상징적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듯한 어두운 밤은 파란색으로, 강도의 옷이나 약탈,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상황은 검은 색으로, 희망의 상징인 금은 보화와 티파니, 달 등은 노란 색으로 표현하였다. 앞부분에서 빨간 도끼와 결말에서의 빨간 망토, 빨간 모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도끼를 빨간 색으로 칠한 것은 검은 색과 빨간 색의 대비를 살려 도구의 위력을 발휘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반대로 아이들의 빨간 망토와 빨간 모자는 강도들의 검은 망토, 검은 모자와 강한 대비로 선과 악, 불안과 희망을 상징하며
밝은 미래에 대한 강한 암시이다.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유능한 디자이너였던 웅게러는 책의 표지를 만들 때도 책의 이미지 표현이나 글자와 그림의 밸런스에 무척 신경을 썼다. ≪세강도≫의 표지를 유심히 보자. 파란 하늘 밑의 검은 망토와 검은 모자 차림의 세강도. 이들의 무기를 대표하는 빨간 도끼, 그리고 검은 망토 위의 흰 글씨의 제목. 그림들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글자와도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여 한 장의 산뜻한 그림엽서를 보는 듯하다. ≪크릭터≫는 굵은 선과 강렬한 색채 대비를 보여주었던 웅게러의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아주 다른 느낌을 준다. 가벼운 느낌의 선을 무척 조심스럽게 사용하였으며 투명 수채화로 따뜻한 색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색의 사용에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은 ≪세강도≫와 마찬가지이다. 검은 선과 초록, 빨간 색의 세 가지 색상만을 절제하여 사용하였으며 흰 여백을 최대한 살렸다. 생생한 선화와 섬세한 화면 처리 덕분에 불과
삼색이라는 색채의 제한은 전혀 눈에 띄지 않으며 더 이상의 색은 불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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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는 말 우리 아이들이 웅게러의 책을 많이 보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을 고르는 어른들에 의해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을 악한 것, 어두운 것, 비정상적인 것에서부터 격리시키고자 하는 어른들의 과보호는 별로 효과가 없어 보인다. 어차피 아이들도 온갖 가지 일이 일어나는 복잡한 사회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린이도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긍정적인 면은 물론 부정적인 면까지도 나름대로 바라보고 알 권리가 있다. 어린이들의 정서는 매우 다양하며 신축성이 있다. 또 어른들이 걱정하는 것보다 신중하고 분별력이 있다. 정서를 해친다는 편견으로 어린이가 누려야 할 문화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어서는 안된다. 웅게러는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예술적 감수성으로 새로운 그림책의 세계를 열어준 뛰어난 작가이다. 그의 책은 그 동안 어린이들에게 갖고 있던 동심천사주의적 사고가 명백한 편견이었음을 증명해 주었으며 어린이들을 더 폭넓은 문학과 예술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비판적 의식, 열린 사고, 유머러스한 풍자를 보여준 웅게러 그림책은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우리의 그림책은 너무 무겁지 않으면 너무 가볍다. 무거운 그림책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고르거나, 지식과 정보를 가능한 많이 담거나, 또는 진한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또 생활 그림책들은 아이들의 생활을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결국에는 교훈적으로 끝나다보니 가볍고 감흥이 없다. 우리의 그림책은 좀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주제 면에 있어서도 인간의 희로애락을 폭넓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도 기쁠 때가 있으면 아주 슬플 때도 있고, 때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도 하고 무서움에 떨기도 한다. 그림책의 이야기도 이러한 감정을 두루 다루면서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즉 고아나 장애, 병, 이별, 죽음, 이혼 따위의 상황도 그림책의 내용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분단이나 전쟁, 부조리, 왜곡된 고정관념, 차별의식, 지역주의와 같은 사회 역사적 문제도 아이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다루어진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웃음이 있고, 그 뒤에 무언가 깊은 여운을 남기는 풍자가 있다면 아이들은 더욱 재미있어 할 것이다.
그림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실험정신이 요구된다. 대체로 그림책에서의 선과 색 표현은 사실적이고 정형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진다. 즉, 하늘은 푸르게 잔디는 초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항상 정형화된 그림만을 보여준다면 이것은 아이들의 미적 체험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아이들 그림도 정형화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아이들은 색다르게 꾸며진 화면에 매우 흥미를 갖고 접근한다. 웅게러의 ≪세강도≫나 그 밖의 ≪태양으로 날아간 화살≫, ≪까막나라에서 온 삽살개≫,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보여주는 아이들의 흥미는 이것을 증명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