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잠을 자도자도 너무 피곤하다.
밤에 잠들기 전에 명상도 해보고, 낮에 등산을 해보고, 일을 더 열심히 해보고...
내 몸을 혹사시켜보기도 하지만 잠들기 힘들다.
피곤해서 침대에 올라가서 자릴 잡고 누우면 그때부터 내 머리속은 복잡해진다.
내일 아침에 회의준비 걱정, 딸아이 학원비 걱정, 심지어 운동화가 낡았는데 사야할가, 마누라한테 골라달라고 할가.
이렇게 글로 써보면 참... 한심하고 쓸데없는 생각들이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면 또 선잠을 잔다. 악순환이다.
이렇게 1년이 다되어 가다보니 내 몸에 이상한 변화들이 생겨났다.
대화하는데 단어가 안떠오르는건 기본이고, (아,그 뭐더라 연발), 글을 읽으면 앞에 내용이 생각이 안나고, 말을 하다가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생겼다.
심각하다. 아직 월급쟁이로 10년을 더 일해야 하는데 이런 머리상태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이젠 걱정이 앞선다.
그럼 바로 병원을 가면 될일인데, 이것도 나이들어가는 증상인지 병원가기가 왜 이렇게 싫은지 6개월올 넘게 고민하다
며칠 전 우연히 병원을 갔다.
그것도 서울 출장 중 두시간 정도 기차시간이 남아 우연히 "정신과" 라고 적힌 간판을 보고 "가보자"
(정신과를 간 이유는 일단 한번도 가 본적이 없었고, 단순히 스트레스가 많으니 상담을 받으면 좀 완화될거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상담 결과는 의외였다. 아니 진찰 결과가 없었다고 해야하나
의사 선생님 말씀은 "수면검사를 받아보시길 권고합니다. 오늘의 진찰은 없었던 걸로 하시죠"
허 참.
의사 선생님 말씀이 맞는 거 같았다. 합리적인 생각인데 또 생각없이 행동했군. 바로 반성하고 부산에 오자마자 "수면검사"를 검색하고 집근처 이비인후과를 찾아갔다.
잠을 못자고, 오후 4시만 되면 눈이 감기고, 억지로 졸음을 참으며 일하면 결국 편두통이 옵니다.
의사선생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수면장애"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시작된 피검사, CT, 수면검사가 이틀에 걸쳐 진행되었고. 오늘 그 치료과정이 결정되었다.
피검사를 통해서는 "자작나무" 알레르기가 있어 환절기에는 비염이 심해진다.
CT 결과 안면부 내부에 물혹(사람 두상의 뼈를 보여주며, 오른쪽 볼 안쪽에 물주머니가 있다고 함)이 커져서 제거수술이 필요하고 그 제거수술을 하면서 비염치료도 병행할 것을 추천)
참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설명에 내 인생에 처음하는 내심 수술이란 말에 겁도 나고 없는 통장잔고에 비용도 걱정되었지만,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더 늦으면 더 큰 비용과 시간이 들거야.
이 합리적인 결과를 왜 1년을 고생한 후에 했을까.
꼰대는 고집불통이다.
2025.03.16 일요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