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월호리 둠벙
김중석[낚시춘추 객원기자. (주)천류 필드스탭 팀장]
8월 중순을 넘기면서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호남지역에도 붕어 조황이 슬슬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는데 고흥의 신양지와 보성의 영천지, 장흥의 가학지 등에서 호황 소식들이 전해져 왔다.
이번 화보 촬영은 함평군 학교면 월호리 영산강변에 있는 월호리 둠벙에서 진행했다.
지난 여름 동안 이곳을 드나들었던 무안의 박경희 회원 일행이 허리급 붕어를 마릿수로 낚아 올린 곳이다.
월호리 둠벙은 4대강 공사가 한창일 때 영산강변 저류지 형식으로 준설 공사를 하면서 형성 된 곳이다.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공사가 도중에 중단된 후 그대로 방치된 둠벙이다.
영산강 붕어가 유입되었기 때문에 씨알이 굵은 것이 특징이며 미터급 잉어도 서식한다. 또한 숭어도 상당량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2만평 규모로 평지형 저수지와 비슷하게 생긴 이 둠벙은 수심이 앝고 수초가 밀생한 구간과 수심이 깊고 소초가 적은 구간이 있는데, 박경희 일행이 손맛을 본 곳은 수심이 너무 깊어서 그간 낚시인들이 찾지 않은 구간이라 했다.
화보촬영을 떠나기 일주인 전인 8월 19일 순천의 유남진씨가 선발대로 출조하여 초저녁에 33cm 월척을 낚았으나 밤 9시경부터 천둥번개가 치고 소나가기 세차게 내려 밤낚시를 할 수 없었고 비가 그친 아침에 연거푸 네 마리의 월척을 낚았다고 했다.
예초기로 풀 쳐내며 진입로 개척
지난 8월 26일, 평산가인 광주 지역 회원들과 월호리 둠벙을 찾았다.
현장에 도착해 포인트를 둘러보며 설명을 해주던 박경희 회원은 “봄에 이곳에서 산지렁이를 미끼로 장어낚시를 하다가 심심찮게 허리급 이상의 붕어들이 물고 올라와 이곳이 붕어터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낚시인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라 수풀이 허리춤까지 자라 있었다. 김영석 회원이 예초기로 풀을 쳐내며 진입로를 확보했고 그제야 비로소 포인트를 선정할 수 있었다.
수심은 2.5m로 꽤 깊었다. 긴대를 활용해봤자 수심도 깊고 넓게 분포된 마름수초를 넘길 수 없는 상황이라 김동관 회원과 남재문 회원이 수초제거기로 마름밭에 구멍을 내고 찌를 세웠다.
필자의 포인트는 등 뒤 둔덕 넘어로 영산강 본류가 흐르고 있었는데 며칠 전 내린 많은 빗물이 흐르면서 흙탕물로 변해 있었으나 둠벙에는 우윳빛 물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글루텐 미끼를 달아 던지자 첫 입질이 왔다. 찌 놀림을 파악하기 위해 챔질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고 있는데 찌가 수면 위에 벌러덩 누워버린다. 9치급 빵 좋은 붕어였다.
그런데 오후 4시가 되자 찌톱이 일제히 솟구치기 시작했다. 영산강 하구둑의 배수갑문을 개방했기 때문이었다.
찌톱이 순식간에 한 뼘 정도 드러나더니 한 시간도 안 돼 수심이 60cm나 얕아졌다. 그러나 이후 수위가 회복되면서 붕어 입질도 살아났다.
이 타이밍에 맞춰 최상류에서 낚시했던 함인철 회원이 36cm의 월척을 비롯 준척급 붕어를 여러 수 낚아냈고, 필자에게도 입질이 들어와 준척급 붕어를 낚아냈다.
대부분 월척에 육박하는 굵은 씨알이었다. 사진 촬영을 위해 자리만 비우면 찌가 하늘 높이 솟은 것이 몇 차례 목격했는데 확실히 수위가 불어날 때 붕어의 입질이 잦음을 알 수 있었다.
영산강 하구의 배수갑문은 바닷물때에 맞춰 열리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강수량이 많아 강 영산강 수위가 높아지면 수시로 배수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어 하루에도 몇 차례씩 배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배수가 이루어질 때가 되면 잠시 낚싯대를 놓고 본부석으로 모여 커피 타임 시간을 가졌는데 오히려 여유가 있어 좋았다.
동틀 무렵에 쌍둥이 ‘준4짜’
날이 어두워지자 간간이 입질을 하던 블루길도 자취를 감췄다. 생미끼에는 동자개가 연신 달려들어 미끼를 모두 글루텐과 옥수수로 바꿨다.
밤에도 배수를 하는지 수시로 수위가 내려갔다가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그 영향으로 별다른 입질이 없었고 김영석 회원만이 9치급 붕어 몇 마리를 낚아냈다.
깜박 잠이 들었다가 동틀 무렵에 주변이 소란해 눈을 떠보니 우측에 앉았던 남문 회원의 낚싯대가 활처럼 휘어진 것이 보였다.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고 뛰어가 보니 거대한 붕어와 실랑이 중이었는데 힘들게 올려보니 우람하게 생긴 붕어였다. 서둘러 사진 촬영을 하려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에 앉았던 남재문 회원도 입질을 받아냈다.
두 회원이 거의 동시에 낚아낸 월척은 39cm. 4짜에서 1cm 빠지는 쌍둥이 월척이었다.
김동관 회원도 입질을 받아 32cm의 월척을 낚아냈는데 그는 옥수수 미끼로 입질을 받았다.
밤에는 잡어만 반응을 보일뿐 붕어의 입질이 없다가 여명이 밝아오면서부터 소나기성 입질을 받아낸 셈이었다.
남재문 회원은 “마름 언저리보다는 마름속에 붕어들이 몰려있는지 마름밭에서만 입질을 합니다”라고 말했다.
남문 회원 역시 다대편성을 포기하고 마름밭에 네 개의 구멍을 냈는데 그 역시 마름 속에서만 입질을 받았다고 했다.
그에 반해 필자를 비롯해 마름 언저리를 넘겨서 찌를 세우는 전략을 펼친 회원들은 대부분 월척을 만나지 못했다.
한편 이곳을 자주 찾았던 박경희 회원은 그동안 노려보지 못했던 영산강 본류대에 대를 펼쳐 보았는데 한 뼘 정도의 작은 누치만 마릿수로 낚았다. 본류대낚시는 신통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
월호리 둠벙에서는 밤에는 잡어만 반응을 보이므로 굳이 밤을 샐 필요는 없어 보였다.
여명이 밝아오는 타이밍에 소나기성 입질이 들어오므로 이 시간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취재 이후 지난 9월5일. 전남지역 평산가인 회원들이 다시 출조해 32~38cm의 월척을 마릿수로 낚았다는 소식이 전해져 왔다.
가을의 문턱에서 월호리 둠벙의 호조황은 이제 그 시작을 알리는 셈이다.
월호리 둠벙 근황
가을로 접어들면서 수면위에 떠 있는 마름수초가 삭기 시작하여 수초제거작업 없이도 낚시자리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리가 많은 만큼 조금만 발품을 팔면 훌륭한 생자리 포인트도 만날 수 있다.
월호리 둠벙에는 블루길과 배스가 서식하지만 배스는 거의 낚이지 않고 블루길과 누치, 그리고 동자개가 달려든다.
그래서 식물성 미끼인 글루텐과 옥수수가 잘 먹히지만 블루길의 입질이 없을 때에는 지렁이도 잘 먹히는 상황이다.
여름에는 국지성 소나기가 자주 내려 수시로 배수를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바다가 썰물이 되는 타이밍에만 수문을 개방하므로 물때만 잘 맞춰 출조하면 낚시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최고의 입질 타이밍은 일몰과 일출 때다. 특히 아침 시간에 월척이 몰아치기로 낚이는 경향이 짙다.
◆가는 길→ 광주⦁목포간 1번국도의 학교사거리에서 영암⦁동강 방향으로 23번 국도를 따라 4.7km를 가면 동강교가 나온다. 동강교를 건너기 직전 기아타이거즈 함평야구장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2.5km진행후 좌측 자전거 도로를 따라 2.3km를 더 들어가면 우측에 월호리 둠벙의 수면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함평군 학교면 월호리 517-12
함평 월호리 둠벙 동쪽 연안.
가운데 도랑을 통해 영산강 본류의 물이 넘나든다.
월호리 둠벙에서 가장 잘 먹힌 미끼는 글루텐.
어분 성분을 첨가하면 누치가 많이 낚이므로 단품으로 쓰는 게 좋다.
아침 낚시로 마름밭에서 월척을 뽑아낸 남재문 회원.
생자리를 개척하기 위해 예초기를 동원해 진입로를 다듬고 있는 김영석 회원.
남재문 회원이 마름밭 생자리에 포인트를 만들기 위해 좌대를 들고 진입하고 있다.
그 결과 가장 출중한 조황을 누렸다.
찌 세울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수초제거기로 수초를 걷어내는 남문 회원.
마름 언저리에 세운 찌.
평소에는 언저리에서 월척이 자주 낚였으나 이날은 많은 낚시인이 출조해 소란했던 탓인지 마름 속에서 입질이 잦았다.
아침시간에 거의 동시에 입질을 받은 남재문(왼쪽), 남문 회원은 39cm의 쌍둥이 월척 붕어를 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