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9일자 민중의 소리 ‘마을버스 기획취재’ 관련 해설
- 김훈배 정책위원
서울시 마을버스의 어려움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제기되었으나, 당시엔 업체가 보유한 노선이 전부 적자이거나 한 개 노선으로만 유지해야 하는 소수 영세업체들만의 이야기였다. 즉 민영체제인 마을버스는 교통카드 태그수를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따라 시에서 손실분을 지원받는 금액이 달라졌기에, 출근시간엔 대기시간 없이 종점에 도착하는 대로 출발시키거나 퇴근시간엔 전철역에 몇 분 정차했다가 출구에서 올라오는 승객들을 가능한 대로 계속 태우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이것이 서울시 마을버스가 유지될 수 있었던 하나의 방법이자 생존전략이었다.
아울러, 서울시는 2011년 1월에 조례를 개정하면서 마을버스 업체들의 무분별한 증차를 방지하겠단 목적으로 자치구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개통한 노선이나 대당 승객 수 800명을 초과하여 증차를 시행한 면허에 대해선 환승손실분을 포기하는 조건을 내세워 자발적 운영을 강요했다. 물론 노선을 새로 만들거나, 순수 증차 면허를 확대한 업체들은 기존 흑자노선을 보유한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어려움은 없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대부분을 요금수익에 의존하면서 승객들을 많이 태워야지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코로나 시국을 겪고 있는 지금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오랜 시간 동안 위기들이 쌓이고, 쌓이다가 한꺼번에 터진 셈이다. 이처럼 전례가 없는 상황들을 마주하다 보니 마을버스 운수업계 및 종사자들은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으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에게로 이어졌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 정류장 및 지하철과 한참 떨어진 사각지대의 이동을 담당한다. 이를 인간의 신체로 비유하면 모세혈관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데, 주로 이용하는 승객들도 학생 및 교통약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에겐 소중한 발이 되어주기도 하는 고마운 마을버스가 코로나로 없어지거나 폐지될 위기에 직면했다. 분명 업체들도 노선을 폐지하는 순간 이용하는 주민들의 어려움이 심할 것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노력하지만, 차를 굴리면 굴릴수록 적자만 계속 누적되기에 할 수 없이 감차를 시행한다. 대수가 빠지면 빠질수록 종사자들 역시 근무를 해야 할 날에 무급휴가를 보내야 하고,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입는데 여전히 현실적인 대책은 오리무중이다.
이로 인하여 서울시와 마을버스 조합, 종사자들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단체행동 현수막에 “서울시의 직무유기”라는 표현을 썼을 것이며, 운수업체 대표들이 추운 겨울에 거리로 나갈 생각을 했겠는가.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서울시가 쥐고 있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우선 마을버스 업계의 의견은 이렇다. 일반인 요금은 900원으로 6년째 동결 중이지만, 청소년 및 어린이 요금은 2007년 이후 14년째 동결상태기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한 2015년 6월 인상 당시 마을버스도 첫차부터 새벽 06:30분까지 기본요금의 20%를 할인하는 조조요금제를 똑같이 적용한 만큼 마을버스만이라도 따로 요금인상을 시행함과 동시에 환승할인 제외를 포함한 별도 요금체계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마을버스를 준공영제 시내버스 수준으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난색을 비춘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예산에 방역비용까지 추가되는 상태서 마을버스까지 지원하는 것은 어렵단 뜻이다. 참고로 성동구의 경우 재정지원 제외대상 마을버스의 유지를 위해 자치구와 서울시가 각각 50%씩 분담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으나, 이 역시 서울시는 수용하지 않았다. 물론, 마을버스 전부를 시내버스 수준으로 지원하는 것은 자칫 준공영제의 오명을 다시 재현할 가능성도 적지 않기에 조심스러운 것이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하지만, 2004년부터 시내버스와의 적잖은 차별을 감수하며 주민들의 이동권을 책임졌던 마을버스가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마을버스 조합의 자체적인 해결로 떠넘기는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서울시가 문제해결 중심에 앞장서야 한다.
지난 2021년 03월 22일 마을버스의 상황이 계속 심각해져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는 ‘위기극복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단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으로 마을버스 운수업체 한 곳당 1천만원의 재난지원금과 마을버스 종사자들에게도 1인당 50만원의 피해지원금을 지급한다.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단순 일회성 지원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마을버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얼마나 큰 효과와 실효성이 있을진 의문이다. 서울시 마을버스 전체 137개 업체가 코로나로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업체가 영세하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똑같은 마을버스라도 업체마다 ‘빈부격차’가 존재하는데, 일부 업체는 타 지역의 계열사를 보유하거나 시내버스까지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자체 차고지에 가스충전소, 자동차검사소를 경영하며 요금수익 말고도 추가적인 이익을 발생시키는 업체도 존재한다. 더불어 시내버스 업체가 관리하는 마을버스 역시 준공영제 예산으로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대규모 마을버스 업체들에게 전달되는 지원금은 자칫 눈 먼 돈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너무 영세하여 오래전부터 경영악화가 진행되면서 힘겹게 운행하는 업체들은 1천만원의 재난지원금과 종사자 한 명당 지급되는 50만원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노선을 한 두 개 정도로 유지하는 업체들의 경우 그 단독노선 자체가 생계를 유지하는 자산이나 다름없는 만큼 이번 상황을 버티기 위해 사채 혹은 대출을 사용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런 상황들을 감안한다면 재난지원금 자체가 당장의 급한 위기는 넘길 수 있을지 몰라도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로 접어든 이상 직접적인 대책으로 삼기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을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서울시 마을버스의 위기를 벗어날 방법은 여러 개의 업체로 쪼개진 마을버스에 대한 운영 및 경영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시도를 생각해야 한다. 동시에 민영체제로 인하여 이번과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도 노선이 사라질 위험이 없도록 공공성을 부여하여 지속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마을버스의 경우 최소 7대 이상을 보유해야 자격을 인정받기에 노선을 하나만 보유한 업체들이 계속 설립되었고, 재정지원 제외대상으로 포함될 경우 문제해결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져 종사자들의 노동권은 물론 이용 시민의 이동권까지 침해되는 문제가 반복되었다.
사실 마을버스 자체를 서울시가 공영방식으로 운영하면 가장 합리적일 수 있겠으나, 249개 노선 전부를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시범적으로 재정지원 제외대상 15개 노선을 시작으로 공영화 작업을 착수함과 동시에 서울교통공사가 인수 후 직접 운영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사각지대 지역주민들의 보편적인 이동권을 실현시켜야 한다. 공공성만 확보된다면 마을버스 종사자들의 노동권 및 근로환경도 개선되는 것은 당연한 만큼 지금부터라도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고민할 시기다. 특히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을버스 업체의 빈부격차에 따라서 종사자의 근로환경도 달라지고, 이용자들 역시 편하게 이용하는지. 불편하게 이용하는지의 여부가 달라진다.
마을버스는 대중교통 사각지대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연결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다르게 표현하자면 각박한 세상에서 이웃과 이웃을 하나로 연결하는 소통공간이기도 하다. “나에게 마을버스는 좋은 친구입니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전처럼 마을버스가 동네를 열심히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서울시와 조합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