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뱀? 인자 다리가 아프네!"
허리를 잘린 플라타나스가 지나친 사람의 간섭에 저항이나 하듯이 하늘로 가지를 뻗어 올린 학교옆을 지나 노송정을 향한다.
선조 할아버지께서 갓끈과 도포자락을 휘날리면서 이길을 오갔을 것이리라. 세월이 흘러도 길가 어느 구석에 조상의 자취가 있거니 여기면서....................
사방 스무평남짓 가지를 벌린 향나무가 마당에 서 있다. 늘어진 가지를 스스로 지탱할수 없어 쇠파이프로 받쳐져 있는것이 진성이씨의 후손중 누군가가 향나무에 떼를 써 보는가 보다.
고래등 같은 기와 지붕이 겹겹이 보이는 종택은 먼 옛날 조상님의 권위와 영광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찰방공 할아버지와 퇴계선생할배도 태어나고 자랐다하니 명문가의 전통이 이어져온 집이다. 하지만 그러한 조상님의 영광과 권위가 내게는 먼 다른 사람의 이야기 같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피는 물려 받았겠지만 가난한 농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명문가의 전통을 이어주기에는 아버지, 할아버지에게 어려움이 많았다.
본관을 떠나 초야에 터를 잡고 살면서 가문은 이어온지 이미 400여년이라 잊혀진 것들이 많을 것이다.
허리를 펴고자하나 이미 굽어 굳어진지라 다 펴지지 않아서 가슴을 치켜세워 균형을 잡다보니 자연히 팔은 뒤로 뻗게 된다. 부모를 공경하고 자식에게 사랑을 베풀며 가난한 가장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불평할 틈도 없이 살아온 다부실 진성이씨의 며느님들이 오늘 이 길을 걸어가는 모습에서 만만치 않았던 시집살이를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도 우리가 양반 가문에 시집을 오기는 왔능가비라...."
양반 가문의 며느리가 되기는 했었으나,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지도 못하고 가난한 진성이씨의 후예를 배필로 삼고 고생을 팔자로 받아 들이며 숙명처럼 살아온 힘겨움에대해 할말도 많을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