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목사로서 은퇴한 지 만 3년째가 됐습니다. 목사로서 은퇴하기 전에는 모든 것을 목회 중심적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은퇴 직후부터 모든 것을 평신도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됐습니다. 성도들은 은퇴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도 되는데, 목회자라는 이유로 우리 부부는 은퇴와 동시에 목회자로서의 50년, 그리고 해남중앙교회에서 38년 이상 함께 했던 교회공동체 성도들 사이에서 떨어져 나와 낯선 광주로 훌쩍 떠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녀들은 다 결혼을 해서 떠났고, 오롯이 우리 부부만 남았습니다. 언젠가는 내가 먼저일지 아내가 먼저일지 모르지만 떠나게 될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그의 사역을 마칠 즈음에 영적인 아들 디모데에게 한 말이 생각납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다 떠나고 누가만 나와 함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후임목사님이 설교 초대도 해주시고, 이모저모로 챙겨 주시니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무하는 동안 함께 동역했던 부교역자 출신들과 해남중앙교회 출신 목회자들과의 만남과 식사교제와 쌀과 반찬으로 챙겨 주고 있습니다. 떠나온 교회 성도님들이 이모저모로 연락도 해주고, 가끔은 식사에 초대도 해주고, 찾아와 주면서 챙겨 주기도 하고, 여러분이 교대로 커피 쿠폰으로 사랑을 베풀어 주시니 참 감사합니다. 그리고 은퇴한 목사님들 부부와 광주에 사는 해남중앙교회 출신 성도님들과의 교제도 큰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은퇴 후, 이렇게 저렇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있으니 그래도 우리 부부 잘 살았다는 생각에 참 행복합니다.
그래도 함께 했던 성도님들과 주변 목회자들과의 관계에서 떠나는 은퇴 후의 삶의 가장 중요한 행복은 부부 간에 사이좋게 지냄에 있다는 것을 생각한 나는, 은퇴 전부터 부부 둘이 잘 놀았던 예행 연습 때문에 은퇴 후에도 여전히 둘이서 잘 놀고 있다는 점이 감사합니다. 그래요. 부부 사이가 좋아야 다른 모든 인간관계도 좋아집니다. 부부 사이를 좋게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한 목회 사역입니다. 은퇴한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은퇴 후에 찾아 온 여유 있는 많은 시간들을 부부의 행복을 위해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의 외로움을 잘 극복해 가고 있습니다.
인생을 잘 마무리 하면서 '주님이 예비하신 저 너머의 세계인 천국' 으로 잘 돌아가는 일이 모든 신앙인들의 바람이지만 특히 은퇴 후, 늙음을 알지 못하고 죽도록 충성했던 목회자의 삶의 자리에서 떠나면서 천국이 가까워진 늙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암이라는 안 좋은 병을 견디면서 천국이 가까왔음을 더 실감하게 되었고, 아내나 나나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피곤함이 쉽게 오면서 천국 갈 준비가 더 바빠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이 부르실 때,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영과 혼과 몸을 흠 없이 보전하는 일에 힘을 쓰고 있습니다. 이 일은 은퇴 후의 가장 중요한 사역입니다.
은퇴 후, 삶의 끝자락에 서서 얻는 교훈은 나의 사역에 대한 주님의 평가입니다. 번영주의, 실용주의에 물든 현대의 세속주의는 '얼마나 교회를 성장시켰는가?' 로 평가를 합니다. 크게 성장했으면 큰일을 이룬 자처럼, 자신이 대단한 존재가 된 것처럼 교만하게 만들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 것처럼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은퇴하고 나니 소위 세상적인 표현으로 '큰 목회' 를 한 자나 '작은 목회' 를 한 자나 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범한 성도의 삶, 평범한 시민의 삶을 살게 됩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보거나 알아주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단지 기억할 것은 내가 주님을 만날 때, 주님은 나의 모든 사역을 평가한다는 사실입니다. 주님은 달란트 비유에서 말해주듯이 '착하고 충성되게 청지기의 사명을 감당했는가?' 와 '얼마나 사랑의 삶을 살았는가?' 특히 사랑의 삶을 사는 일, 즉 그동안 받은 많은 사랑을 나누는 일입니다. 여기까지 온 것이 다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합니다.
우리 부부 남은 삶 잘 살겠습니다. 주님이 잘 했다 칭찬하시고 면류관 쓰도록 말입니다. 여러분! 저희 부부를 사랑해 주시고 기도 많이 해주세요. 우리 부부가 이 글을 읽는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축복합니다. 샬롬!
첫댓글 목사님 사모님 ^^
은퇴후 에 삶이 더 빛나시는목사님의 삶을 통하여
자부심을 느끼며 자랑스럽습니다
목사님 사모님 지금도 많이 사랑합니다
기도도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