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청년부 박하영입니다.
지난 4월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는데, 짧게 나눠보고자 합니다. 이번 여행은 11박13일동안 스페인의 6개 도시에 머무르는 일정이었습니다. 이틀에 한번씩 캐리어를 싸는 고생스러운 일정이었지만, 도시마다 다른 분위기에 취해 피곤 한 줄 모르고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짐을 풀자마자 사냥개처럼 동네를 한 바퀴 돌 고, 시에스타에 맞춰 낮잠도 자고, 해가 지지 않는 거리를 밤늦게까지 쏘다녔었네요. 한국과는 7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한국의 오전 11시는 스페인에선 새벽 4시인거 죠. 오전예배 시간을 맞출 수도 없고, 빠듯한 일정을 따라가다 보니 개인경건의 시간 을 갖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잠들기 전에 간신히 기도하고, 톡방에 올려주신 말씀 본 문으로 오전에 짧게 묵상하는게 전부인 날들었습니다. 이런 불성실함 와중에도 하나 님께서는 여행 내내 좋은 날씨와 안전으로 살펴주셨습니다. 소매치기도 안 당하고, 안 싸우고, 안 아팠어요. 저녁마다 기도해주신 성도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마드리드는 미술관이 아주 유명합니다. 프라도, 티센보르네 뿐만 아니라 작은 박물 관이 곳곳에 숨은 교양있는 도시에요. 하지만 마요르 광장과 마드리드 궁전을 다녀 오니 어느새 폐관해버렸더라구요. 그 대신 현지인들이 잔뜩 줄을 선 루프탑을 발견 한 덕분에 멋진 야경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스페인 은행과 미술관, 메트로폴리스 빌딩 등 유서깊고 아름다운 건물이 즐비한 거리를 한눈에 담았어요. 톨레도는 마드리드 근교 소도시 중 하나입니다. 톨레도 대성당과 아기자기한 골목이 매력적인 고즈넉한 소도시에요. 보통은 당일치기로 짧게 다녀오긴 하는데, 기차역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새소리를 마주치는 순간 일찍 떠날 수 없는 곳이란 생각이 들었습 니다. 누가 제 머릿속을 엿보았는지, 톨레도 대성당을 보며 ‘성당이 얼마나 크겠냐’며 시큰둥했던 제 마음도 와장창 깨졌습니다. 벽면마다 새겨진 수십명의 성직자를 지나 거대한 마리아 조각상을 따라 이동하면 천장까지 이어진 구조물이 등장합니다. 뾰족 하고 웅장하고 경건하며, 없던 종교심까지 만들어내는 곳이었어요. 아무도 알아봐주 지 않는 곳의 디테일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머리카락 한 올까지 모두 아시는 하나님 은 알고 계시니 괜찮겠다 싶었어요.
남쪽으로 내려가면 알함브라 궁전의 도시인 그라나다입니다. 길가의 오렌지나무를 지 나 성 아래에 다다르면 까마득한 성벽만 보입니다. 여길 올라야 합니다. 제주 오름같은 언덕을 올라 궁전 입구에 들어서면 수도원과 알 카사바 요새가 보이고, 곧이어 나사리 궁전이 보입니다. 이곳은 섬세하게 웅장해요. 뾰족한 건 하나도 없이 모두 희고 완만한 데, 높은 천고를 가득 채우는 아라베스크 문양이 압도적입니다. 궁전이 아주 넓은데 겹 치는 패턴이 없고, 곳곳에 분수와 정원으로 꾸며놓았습니다. 자본이란 이런거죠. 덕분 에 후대까지 눈이 즐겁네요. 세비야에서는 스페인 광장과 축제가 기억에 남습니다. 원래는 하루종일 광장 근처에 머 물려고 했어요. 김태희가 광고를 찍었다던 스팟으로 가다보니 사람들 의상이 심상치 않 습니다. Feria de Abril 이라는 지역 축제가 막 시작했다고, 가게도 문을 닫고 교통통제 를 하고 있습니다. 출근길 2호선 같은 인파를 따라가봅니다. 축제 장소에 도착하니 사 람과 마차가 가득하고, 도로 양쪽으로 수십개의 천막(카세타)가 즐비합니다. 카세타는 동호회나 가문에서 먹고 마시며 춤추려고 준비하는 거라고 합니다. 방문객을 위한 카세 타에 자리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여성은 휘황찬란한 전통의상을, 남성은 3피스 정장으로 갖춰입고 함께 춤추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배우는 건지, 아는 곡이 나오면 환호성이 터집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려서 춤추는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보기 좋았습니다. 마요르카는 럭셔리한 휴양지입니다. 수십개의 만(bay)과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섬이에 요. 세비야에서 비행기를 타고 위쪽으로 한시간 정도 올라가면 금세 도착합니다. 섬 답 게 세차게 부는 바람을 맞으며 팔마 대성당과 주변 산책로를 거닐고, 샹젤리제 거리처 럼 우아한 시내를 구경합니다. 다음날 일정은 쇼팽이 머물렀던 동네 발데모사, 아기자 기한 소예르 항구, 그리고 지중해 그 자체인 칼로데스모로입니다. 요시고 사진전으로 유명해진 해안 만인데요, 물 색이 파워에이드처럼 푸르고 맑아서 신행지로도 유명합니 다. 칼로데스모로에 발을 담그려면 험한 산길을 지나 가파른 절벽을 내려가야 하는데, 예상치 못했어도 엄청 재미있었어요. 거미처럼 내려가니 사진에서 보았던 그 바다가 나타났습니다. 사진과 실제는 역시 다르더라구요.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기억에는 오래오 래 남을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입니다. 건축 가 한 명이 후대에 도시 하나를 먹여살릴 줄 누가 알았겠어요. 당시에는 건축주 파 산시키는 건축가로 유명했다던데 지금은 그의 건축물을 보러 전세계에서 모여들고 유네스코로 지정되기까지 합니다. 자연요 소와 종교심이 컨셉인 그의 건축물은 그 림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까사바트요에 서 바다와 뼈를, 구엘 공원에서 도마뱀을,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복음서를 볼 수 있어요.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아직도 건 축중인데, 일부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 러웠습니다. 천장까지 뚫린 내부와 스테 인드글라스, 글라스 너머로 내리쬐는 노을빛이 아름다워요. 자연 속에서 창조주 를 찾으며 자기 일에 반영하려던 열정이 보입니다. 여기서는 일행과 구교-신교의 차이와 기독교 유일신, 이단과 사이비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는데요. 그런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었던 게 감사했어요. 세상 이 교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기꺼이 견디 도록 넉넉한 마음과 사랑을 구하고 싶습 니다. 직장인이 2주동안 해외여행 다녀오기도 쉽지 않은데,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리프 레시 휴가를 준 덕분에 다녀올 수 있었습 니다. 3번의 이직을 하는 동안에도 이런 여유가 없었고, 앞으로 어떻게 일하면 좋 을지 고민이 많아 지쳐있었는데, 지금은 새로운 마음으로 재밌게 일하고 있습니 다. 늘 저의 예상을 넘어서 인도해주신 하 나님의 일하심을 신뢰하라고 계속해서 말 씀해주십니다. 하나님 나라보다 세상 걱 정이 더 많은 저에게 신실하게 보여주십 니다. 마땅한 곳에 노력을 기울여 세월을 아끼고, 알아야 할 바를 알고 해야할 바 를 행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주세요.
박하영 자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