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어머니께
이 편지를 무기명으로 보내는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약간의 부끄 러움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지 를 읽다 보면 엄마는 제가 누군지 아실 거 라 생각합니다. 30대가 되어서야 엄마의 젊은 날이 궁금 해집니다. 어릴 적엔 그저 당연히 내 엄마 니깐 엄마의 희생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 데, 엄마는 내가 딸이니 그저 자기를 버리 다시피 희생하셨던 겁니다. 그런 엄마를 보며 저도 내 아이를 낳으면 엄마의 마음 을 알 거 같았는데, 오히려 엄마의 마음의 깊이는 날이 갈수록 감히 헤아리기 어렵습 니다. 엄마, 늘 곁에서 보고만 있고 힘이 되어 드 리지 못하고 도움만 받고 있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저 자식에게는 괜찮다, 신경 쓰지 말아라, 밥은 먹었냐..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렇겠지만, 그리고 저도 제 자식 에게 그렇겠지만, 우리 엄마한테는 내가 엄마의 가장 가깝고 솔직하고 편안한 안식 처가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힘들고 어려운 일 있을 때, 엄마가 말 씀하셨죠. 그런 일들 다 하나님께 맡겨 놓 고 걱정 말고기도하자 라고. 그렇게 기도 로 응원해 주셨던 거처럼, 엄마도 엄마의 남은 인생 온전히 하나님만 의지하며 그분 께서 주시는 마음의 평안을 누리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엄마가 나중에 지난 세 월을 돌이켜 볼 때 모든 것이 정말 하나님 의 은혜였다고 기쁘게 고백하는 날이 금방 올 것임을.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다고 기쁘게 고백하는 날이 눈앞에 있음을. 엄마, 평소엔 그저 무뚝뚝한 딸이라 잘 표 현 못 했지만 이 편지에서만큼은 마음껏, 정말 엄마를 많이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 고 싶습니다. 엄마가 희생하고 인내한 시간이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행복한 시간을 누리지 못했 을 겁니다. 엄마의 눈물 어린 기도가 없었다면, 하루 일과가 끝나고 집에 돌아갔을 때 문 앞에 서 환히 반겨주는 엄마가 없었다면, 수많은 어려운 일들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엄마의 보배로운 믿음과 사랑의 자태가 우 리 가족의 모든 것을 탄탄하게 만들었습 니다. 나의 어머니가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엄마의 딸이어서 행복합니다. 이 러브레터의 답장은 기도로 받겠습니다.
2024년 5월 20일
누군가의 딸이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