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4코스 감천사거리∼신평교차로
이원근
● 일시: 2025.3.30. (일), 맑음
● 경로: 감천사거리∼두송대선터널∼다대포항∼홍티고개∼낙동정맥∼장림교∼신평교차로
※ 시점: 감천사거리(감천동 449-2), 교통편) 부산역 171번 버스, 감천우체국 하차
부산역 61번, 부산천연가스 발전기 하차
종점: 신평동교차로(신평동 642-17), 교통편) 지하철1호선 신평역 도보 이동
● 거리: 20.51km, ● 시간: 5시간 41분
마음이 답답할 때, 고민이 머릿속을 어지럽힐 때 나는 주로 산책을 한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방법이지만, 좋은 풍경을 보며 무작정 걷는 것이 더 큰 위안을 줄 때가 많다. 걸으면서 복잡한 생각들이 한 올 한 올 풀려나가는 느낌이 든다. 흉허물없는 친구들과 함께 남파랑길 4코스 23km를 걸으면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겠다.
남파랑길 4코스는 감천교차로에서 신평교차로까지 이어지는 길로, 부산만이 지닌 독특한 풍경을 품고 있다. 산과 바다, 전통 수산시장과 고층 아파트들이 한데 어우러져 도심과 자연이 공존하는 길이다.
초입에서부터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감천항을 지나 안구평정류소를 지난다. 정치 얘기가 나와서, 나라 걱정보다는 온갖 권모술수로 자기네 권력 유지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인들을 욕하다가 그만 두송반도 해안길로 들어서는 것을 놓치고 말았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두송반도 해안길을 놓치는 바람에 세련된 해운대나 광안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력이 넘치는 부산 바다의 풍경을 놓치고 말았다.
아쉬운 탓에, 우리 부주의 탓을 그들에게 돌리고 서로 신나게 욕하며 걷는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단조로운 감천항로의 노상 주차장의 끄트머리쯤에서 편의점에 들러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로 갈증을 해소했다. 쌀쌀한 봄날의 바람을 맞으며 마시는 한 모금의 막걸리는, 잠시나마 피로를 잊게 해주었다.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말 부산의 봄은 남해안 특유의 온화한 바람이 꽃샘바람과 함께 찾아온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길 위에서, 마음도 점점 가벼워졌다.
평탄한 길이긴 하나, 80 노인네들에게는 23km가 무리라 판단하고 다대포항 무더위쉼터에서 바로 낙동정맥을 가로질 다대포해수욕장으로 넘어섰다. 몰운대는 예전에 낙동정맥 완주 기념식을 했던 곳이기도 해서 감회가 새로운 곳이다. 울창한 숲길을 따라 걸으며 한때의 성취를 떠올려 보고도 싶었으나 욕심을 접었다.
강변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를 걷다 보니 바다와 함께 호흡하는 기분이 든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솔솔 부는 바닷바람, 중간중간 마련된 휴식 공간과 화장실까지. 걷기에 최적화된 환경 덕분에 더욱 편안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정돈된 산책로를 따라 도착한 곳은 장림포구. 이곳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느낌이 든다고 하여 '부네치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장림포구를 지나 해안산책로를 따라 을숙도와 맹금머리 모래톱을 보며 걷다 보니 신평동교차로다. 4코스의 종점에서 오늘 여정을 마무리한다.
이번 코스는 부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길이었다. 길 중간중간 힘든 구간도 있었지만, 어느새 모든 것이 지나가고 바다의 푸르름과 봄의 따뜻함만이 남았다. 푸른 바다를 따라 걸으며 마음을 정리하려 했지만, 고민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아지경으로 걷는 동안만큼은 근심도 걱정도 잊을 수 있었다. 걸으며 느끼는 해방감과 봄날의 따뜻한 기운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했던 생각들을 천천히 녹여주고 있었다.
첫댓글 ㅡ 최진영
세련된 공곡의 글 솜씨에 한마디 달기도 조심스럽다.
작은 섬 하나에도, 길섶 풀 한포기 꽃 한 송이에도 공곡의 세계에서는 무한한 이바구가 숨어 있다. 무한한 그의 세계에 빠져 들어 걷고 또 걷는 것 같다. 함께 걷는 게 참 좋다.
감사합니다.
글에 대한 감상도 좋지만 그날의 느낌이나 감상을 더더욱 바랍니다.
참가자 모두의 생각이 댓글로라도 모아져야 그날의 우리들 역사가 완성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ㅡ 안목원
걷는 길에는 늘 공상의 날개가 펼쳐진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이 살아가는 집들 그리고 오늘 내가 살아가는 모습, 이제 남은 인생 남 부끄럽지 않게 후회없이 살아야 할텐데! 그래도 막역한 친구들과 사심없이 걸으니 너무너무 좋다! 이런 우정이 오래오래 이어 가기를 기원한다.
ㅡ 권수문
팔순어르신들께서 무려 20여km를 주파하시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남해안은 해안선이 복잡하고 리아스식 해안선이라 아주 복잡하지요. 중간중간 막걸리도 한 잔 하시면서 참 부러ㅜㄴ 여정입니다. 우리는 길도 모르고 컴퓨 도 할줄 몰라 형님의 흉내를 감히 낼 수가 없어 아쉽습니다. 항상 즐거운 여정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