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維歲次) 경인년 정월 초칠일, 저희 한마음산악회원 일동은 이곳 유서 깊은 경산의 삼성산에 올라 이 땅의 모든 산하를 굽어보시며 그 속의 모든 생명들을 지켜주시는 산신령님께 고하나이다.
산을 배우고 산을 닮고자 우리가 모인지 어언 10여년 째가 되니 어찌 감회가 없으리오. 돌이켜보면, 매주 한 번씩 산을 올라 그 횟수가 470여회에 이르고 연인원만 하여도 헤아릴 수 없이 많으니 이것을 어찌 작은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산행 하나 하나마다 산을 배우고 산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충만하였으며, 무엇보다도 크게 다친 이도 없었고 낙오자도 하나 없었으니, 이는 신령님의 자애로우신 보살핌의 덕이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옵니다.
그러므로 저희가 오늘 이곳을 찾아 시산제를 올리는 뜻도 바로 거기에 있사옵니다. 우리는 속세의 번잡한 인간이지만, 일단 산에 들면 산이 곧 우리이고 우리가 곧 물이며, 구름이며 나무며 풀이며 바위들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산과 골짜기를 걸을 때마다 묵묵히 우리의 발걸음을 지켜보시며, 흥에 겨워 질러대는 노래 소리나 왁자지껄한 우리의 경망스러움도 너그러이 들어주시며, 오로지 무사안전한 산행이 되도록 우리를 보살펴주신 산신령님이시여!
아무쪼록 바라오니, 무거운 배낭을 둘러멘 우리의 어깨가 굳건하도록 힘을 주시고, 험한 산과 골짜기를 넘나드는 우리의 두 다리가 지치지 않도록 힘을 주시고, 허리에 찬 수통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늘 채워 주시고, 험로에 이르러 몸뚱이를 의지할 밧줄이 낡아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독도(讀圖)를 잘못하여 엉뚱한 골짜기를 헤매지 않게 하시고, 조난을 당하여 추위와 굶주림으로 무서운 밤을 지세지 않게 하소서.
또한 바라오니, 천지간의 모든 생명들은 저마다 아름다운 뜻이 있나니,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도 함부로 하지 않으며, 그 터전을 파괴하거나 더럽히지도 않으며, 새 한 마리 다람쥐 한 마리와도 벗하며 지나고, 추한 것은 덮어주고 아름다운 것은 그윽한 마음으로 즐기면서 산행을 하는 "산을 닮아 좋은 사람들"이 되도록 해주소서.
오늘 우리가 준비한 술과 음식은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이는 우리의 정성이오니 어여삐 여기시고 즐거이 받아 거두소서. 이제 올리는 이 술 한잔 받으시고, 올 한해 우리의 산행길을 굽어 살펴 주소서.
절과 함께 한 잔을 크게 올리나이다. 부디 歆饗하시옵소서.
경인년 1월 7일
한마음산악회 회원 일동 상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