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비가 온 모양이었다. 흔들리는 기차. 배낭을 머리맡에 두고 누웠더니 다리를 죽 뻗을 수가 없어서 새우잠을 잤다. 중간중간에 우뢰와 같은 맞은편 기차 지나가는 소리와 속도 탓에 지나치게 덜컹거리는 기차 때문에 긴장이 되었던가보다. 그래서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계속 악몽을 꾸었고, 중간중간 잠이 깼다. 잠을 제대로 못이뤄 뒤척이다가 시디피로 음악을 들으며 차라리 눈을 감았다.
아침 7시쯤 암리차르에 도착했고, 기차역 밖으로 나가자, 릭샤꾼(일종의 driver)들이 다가와 정신이 없었다. 서로 손님을 태우기 위해 목소리가 높아졌고, 내가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가만히 서있자, 태희 언니는 나를 데리고 저쪽에 가만히 서서 호객 행위는 하지 않는 릭샤꾼에게 다가갔다. 그 와중에도 호객행위를 하던 릭샤꾼들이 자신의 릭샤에 태우려고 우릴 졸졸 따라왔다. 태희 언니는 단호하게 그 호객꾼들을 물리쳤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걸까. 언니가 그렇게 완강히 거부하는데도 호객꾼들은 무안한 것도 모르는지 계속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가 타려는 릭샤는 비싸다는 식으로 헐뜯으며 자기들의 릭샤를 타라고 했다.
릭샤꾼들은 외국인에게는 바가지 요금을 부가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태우려 하는 것이라며, 가급적이면 호객행위를 하지 않는 릭샤꾼의 릭샤를 타라고 태희 언니가 충고했다. 호객행위를 하지 못하고 뒤쪽에 물러서서 가만히 있는 릭샤꾼들은 대부분 영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초적인 힌디(인도어)를 알면 괜찮다는 말도 덧붙였다. 태희 언니는 황금사원까지 15루삐에 싸이클 릭샤비를 흥정했다.
언니와 나, 각자의 배낭. 꽤나 무거울텐데 싸이클 릭샤의 릭샤꾼은 저 앙상한 다리로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그가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느라 그의 등이 동그랗게 휘고, 그의 다리의 근육이 긴장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이렇게 앉아 있는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태희 언니는 이들이 하루 평균 50루삐(약 1500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가는 길에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 나와서 언니와 나는 릭샤에서 내려서 걸어야 했다. 그리고 경사가 끝나고 평지가 시작되자 다시 릭샤에 올라탔다.
암리차르에 위치한 황금사원은 시크교인들의 성지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시크인들로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황금사원 초입에 위치한 <스리 구루 람 다스 니와스>에서는 여행자에게 무료로 숙소를 제공하고, 식사까지 제공한다. 대신 떠날 때는 여행자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기부금을 내면 된다.
황금사원에서 제공하는 무료식당에 들어가려면 보자기 같은 것으로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게 가려야 한다. 시크인들이 머리에 터번을 두르는 것도 다 이와같은 이유에서 이다. 식당 입구에서 나눠주는 주황색 보자기로 머리를 감싸고 들어가, 나눠주는 식판과 숟가락을 받아 2층으로 들어가 바닥에 앉으니 짜파티(얇게 펴 구운 밀가루떡) 2장과 달(곡류를 넣어 끓인 것), 물을 주었다. 시크교의 사두가 지나가면서 앉아있는 사람들이 내민 손 위에 짜파티를 툭 올려주고는 지나갔다. 짜파티를 받을 때는 두 손으로 받아야 하며, 얼마든지 더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조용히 앉아, 공손히 짜파티를 받았고, 그들의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아침에는 흐릿하던 하늘도 맑아져 햇빛이 뜨거웠고, 황금사원에서 바라보는 석양도 아름다웠다.
첫댓글 어느새 정현님의 팬이 되었군요. 사진자료도 보고 싶어요. 여기 카페에 들어 오면 내 나이 20대로 돌아온 느낌!
서로들 이렇게 돕고 사는거겠죠???
사진은 조만간 올리도록 할게요., 지금은 자료실 용량이 너무 적어서요., 서버 물색중^^
정신없음과...혼란스러움과...먼가 알수없는곳...같아...
인도에서 구하기 힘든 지도 보기만해도 설레입니다. 5학년 주부가 정현씨 좋아지려구하네요
벌써 여행을 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