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운동사에 있어 자립생활운동(Independent Living Movement)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부터이며, 그 후 자립생활의 개념이 체계화되고 점차 장애운동 뿐 아니라 장애인복지 서비스 전달체계상 주류에서 논의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IL의 핵심적 개념은 장애인의 문제는 장애 당사자가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장애인 자신의 생활 전반에 있어 선택권(Choice-making) 및 자기결정권(Self-determination)은 장애인이 보장받아야 할 기본인권의 하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결정권이나 선택권의 보장은 인권과 윤리적 실천을 기본가치로 하는 장애인 복지나 사회서비스 분야에 있어 답해야 할 과제인 동시에 그리 새로운 주제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만 자립생활과 기존 재활 혹은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준거틀(Paradigm)간의 차이는 이런 기본적이며 핵심적 개념을 장애인복지 실천현장 속에서 어떻게 조작적으로 정의하고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에서 진정한 자기결정권과 선택권 바꾸어 말해 자립생활권의 이념으로부터 실천전략에로의 전환에 관한 문제이다.
참고적으로 자립생활 패러다임은 장애인복지 뿐만 아니라 노인, 노숙자(Homelessness), 정신장애인 등에 대한 복지 및 서비스 분석/평가 패러다임으로 서비스 이용당사자, 가족 및 해당 분야 전문가 집단 등에게 중요한 이슈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이들 모두 자신의 생활전반에서 자기결정이나 선택을 할 수 있는 삶의 주도권(Locus of control)에 있어 경계선에 위치하는 사회적 소수(Social minority)이기 때문일 것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몇 가지 용어들에 대한 나름의 개념 정의가 선행돼야 하겠다.
그중 하나가 패러다임이라는 용어인데 우리는 자립생활을 흔히 분석 패러다임(Analytic paradigm)이라 하여 기존의 재활 패러다임(Rehabilitation paradigm)과 비교 고찰하고 IL 패러다임의 등장과 함께 장애인복지에 있어 자립생활에로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필요충분 조건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렇다면 패러다임의 개념은 무엇이고 어떻게 장애인에 대한 자립생활과 연관되었을까?
Kuhn 이라는 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재창된 패러다임의 개념을 쉽게 이해하자면 특정 패러다임은 어떤 현실을 정의하고 문제를 규명하며 해결해주는 틀(Framework)을 제공하고 해당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을 제시한다.
변칙(Anomaly)과 전환(Shift)을 핵심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하는 Kuhn 의 분석적 패러다임에서는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분석되지 않는 현상이나 사실에 대해 변칙이 나타나고 변칙의 양적 증가는 위기의 가속화와 함께 해당 현상이나 사실에 대한 설명을 위한 대안이 요구되며 기존의 지배적 패러다임은 폐기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의 불가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장애와 장애로 인한 문제를 이해함에 있어 지배적 패러다임은 재활패러다임인데 반해 개인의 장애에 있어 신체적 결함(Impairment)의 문제보다는 그로 인한 물리적, 심리사회적 참여기회의 차단과 차별로 일축되는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사회적 불리(Handicap)의 문제로 장애문제를 규정하고 이에 대한 해결 기술 혹은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 자립생활이라고 하는 변칙은 더 이상 변칙도, 대안도 아닌 장애인복지 분석패러다임이다.
IL 패러다임에 있어 장애인은 사회가 자신에게 부여해 준 병자의 역할에서 벗어나 구제 불능의 무기력(Helplessness)의 수면에서 깨어나 스스로의 선택권과 결정권을 주장하고 자신의 삶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정상적 사회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자립생활에서 독립의 개념보다 자립의 개념을 대두시키는 것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인간은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며 생활을 영위하므로 독립생활은 존재할 수 없으며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립생활이란 장애인이 자아와 권리를 가진 자립적 주체로서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현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주도적인 선택권을 행사함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장애인 자립생활에 대한 이해를 위한 개념적 기반을 대략적으로 설명했다. 장애인복지의 새로운 동향을 이해하고자 하는 본 장에서는 자립생활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앞으로 우리는 자립생활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등장배경, 자립생활의 이념과 철학, 구체적인 프로그램 전반에 살펴보고 끝으로 자립생활이 장애인복지 주류(Mainstream)에 포함되어 서비스 전달체계상의 주지하는 의미, 적용가능성과 나름의 전략방안에 대하여 시론적 논의를 전개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