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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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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심가 차도와 보도 사이를 철망을 두른 닭장차들이 점거하고 있는 살풍경. 군사독재시대 5공의 향수. 길가던 사람 무조건 불러세워 놓고 가방 열어보라던, 신분증 보여달라던 2인1조의 게슈타포들 모습은 사라졌지만, 철판과 철망으로 장갑한 닭장차들과 그 곁에 쪼그리고 앉거나 줄서 있는 이순신 장군들(서울 광화문이나 부산 용두산 공원 또는 초등학교 교정에 서 있는 하나같이 닮은꼴의 투구쓰고 갑주 입은 동상과 너무나 닮은 거무튀튀한 몰골들)은 점점 늘고 있다. 오랜만에 서울을 찾는 외국인들은 한국이 다시 옛시절로 회귀하고 있음을 알리는 방증자료로 여길 게 분명하다. 한국의 본색은 역시....
한 가지 기술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그 닭장차와 닭장차를 빈틈없이 이어붙이는 운전실력. 수십대의 닭장차들이 성곽(산성)처럼 이어붙은 서울시내는 마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정착촌을 가르는 인조장벽처럼 통행을 가로막고 심지어 시야마저 차단한다. 다닥다닥 붙여 놓은 닭장차들 사이를 투과하기란 무망하다. 사람 주먹 하나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밀착시켜 놓은 게 마치 가스불로 용접해 놓은 것 같다. 한 마디로 살벌하고, 국제도시라는, 저들이 보여주고 싶어 할 수도 서울 풍모와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고 저들 입맛에 맞지 않는 풍경을 차단하는 저들의 노력이야말로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풍경을 연출해내고 있다는 역설을 저들은 모르는 모양이다.) 이 괴물 성곽이 거의 매일 서울 시내 어딘가를 점거하고 있다. 추위 속에 줄서서 떨고 있는, 아니면 무료하고 멍한 어린 이순신들 모습이 안쓰럽고, 오직 치안(차단)효율만을 생각하고 명령을 내리는 관료들 발상이 한심하다. 그들의 존재는 마치 대한민국이 여전히 치안부재의 무법천지임을, 그리고 무력동원 없이는 체제유지가 불가능한 무능한 정권임을 나라 안팎에 선전하기 위해 반정부 세력이 고안해낸 트로이의 목마 같다.
마포 공덕동 5거리 교차로. 거의 매일 교통지옥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광화문 쪽에서 아현동을 거쳐 마포대교, 여의도, 또는 강변북로 쪽으로 가는 차량행렬(A코스라 하자)과 신촌에서 서강대 앞을 거쳐 용산 쪽으로 가는 차량행렬(B코스)이 부딪혀 빚어내는 기현상이다. 물론 워낙 통행차량 대수가 많다보니 어쩔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살펴 보면, 최소한의 경찰인력 투입으로 대부분 해소할 수 있는 문제일 것 같다. 문제는 항상 느리게 교차로를 지나가는 A코스 차량 꼬리가 신호등이 바뀌어 B코스 차량들이 가로질러 가야 할 교차로 한중간을 가로막고 있는데서 유발된다. 다음 신호를 잔뜩 기다리던 B코스 차량들은 막상 녹색 진행신호가 들어와 달리려 해도 앞을 가로막고 있는 A코스 차량 꼬리 때문에 달릴 수가 없다. 녹색 진행신호등이 빨간불로 바뀔 때쯤 꼼짝못하던 꼬리 마지막 부분이 겨우 자리를 비켜주는 순간, 안달하던 B코스 차량들이 가속페달을 밟아보지만 간신히 몇 대가 뛰쳐나가자 말자 서부역에서 만리동 고개를 거쳐 내려오는 길쪽의 C코스 차량들이 우르르 밀려온다. 결국 이런 식으로 B코스 차량들은 계속 차곡차곡 쌓여가 길게길게 줄을 서서 거북이 행진을 계속한다.
문제는 공덕동 교차로 이후 마포대교쪽 A코스 차량적체. 그 앞쪽 차량들이 빠져주지 않으니 신호등 바뀌어 밀려드는 A코스 차량들은 교차로를 빨리 지나가지 못하고 느릿느릿 이어지다가 신호등 바뀌면 거기를 가로질러가야 할 B코스 차량들을 막는 장벽이 된다. 근본적으로 과도한 차량통행을 모두 흡수할 수 없는 도로 용량부족에 원인이 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기술적으로 상당부분 해소할 길이 없지 않다. 교차로 A코스 쪽에 경관 한 명만 배치해 서 A코스 진행이 계속 밀리고 다음 신호등 켜질 때가 가까워 온다 싶으면 한발 먼저 A코스 차량행진을 손신호로라도 끊어서 꼬리의 길이를 미리 짧게 끊어주면 된다. A코스 차량들도 어차피 꼬리에 붙어 줄서서 따라가봤자 교차로만 막을 뿐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형편이라면 약간 양보해서 경관 손신호에 따라 미리 스톱해서 B코스 차량들이 바뀐 신호를 타게 만들어주는 게 낫다. 어차피 금방 못 갈 것 다른 코스 차량들이나 지나가게 길을 만들어주면 된다. 그런 사정을 차 안에 앉아 있는 운전자들이 알 도리도 없고 설사 알았다 한들 집단적으로 어떻게 할 방도도 없다. 이곳 상황은 사정을 뻔히 알면서,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낼지 뻔히 알면서도 제 먼저 가려고 앞쪽 꼬리에 악착같이 따라붙어 다른 코스 차량들 진행을 방해하는 얌체족 운전자들에게 책임을 지울 수 있는 그런 차원의 상황이 아니다. 느려빠진 차량행진을 타고 밀려가는 차 안의 운전자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걸 할 수 있는 건 전체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외부의 경관이다. 한 두 명 정도의 인력이면 충분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A코스 교차로 바로 지난 지점에 길따란 건널목(횡단보도)가 있는데 이것도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A코스 차량 꼬리들은 신호가 바뀌어 몰려드는 B코스 차량들에게 길을 내주려고 안달하지만 교차로 직후 바로 앞에 횡단보도 신호등이 B코스 신호등과 동시에 녹색으로 바뀌는 통에 거기에 걸려 나아갈 수도 없다. B코스 차량 운전자들이 비켜달라고 A코스 차량 꼬리들을 향해 연신 경적을 울려대지만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는 횡단보도를 그냥 질러갈 수도 없다. 게다가 바로 그 위치에 중앙차로를 달리는 시내버스 정류장을 만들어 놓았으니 사정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 불합리해 보이는 현장을 지나다니다 좀 한심하다 싶어 마포경찰서 교통과에다 전화를 걸어 항의성 하소연을 해봤으나 잘 알았다는 태평한 소리만 들었을 뿐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마포서는 바로 그 교차로에서 불과 걸어서 2~3분 거리다. A코스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마 그 고충을 잘 모르는건지. A코스 쪽이 메인로드이고 복잡한 시내 차량들을 한시바삐 외곽으로 뽑아내야 하는 사정상 다른 코스보다 A코스 통행에 우선권을 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겠다 싶어 무진 이해하려고 노력해봤으나(그래서 상대적으로 통량량이 적은 C코스의 교차로 신호등 녹색 진행신호 시간을 다른 코스 녹색신호 시간보다 짧게 끊어 불과 몇 대만 지나도 빨간 등이 켜지게 하는 신호조작도 합리적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물론 그것도 훨씬 더 융통성있게 운용할 수 있는데도 그러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 한심한 현상을 방치하는 듯한 경찰쪽 태도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A코스 통행 우선권 주는 것과 다른 코스 적체를 방치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사태 파악이 어려울 만큼 사정이 복잡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인력 투입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교통경찰차들은 수시로 그 지역을 경광등 번쩍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왜 그게 안 될까? 왜 횡단보도 위치와 버스정류장 위치 재조정은 왜 하지 않는 걸까? 서울 마포구 공덕동 로터리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여러 곳에서, 이건 참 불합리한 신호체계다, 오히려 교통흐름을 방해한다, 싶은 교차로나 신호등들이 발견된다. 차를 타고 다니는 교통경관들은 금방 그 불합리를 깨달을 수 있을 텐데 왜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신호체계는 바뀔 줄 모를까?
시위진압 때 발휘하는 그 무모할 정도의 신속무비 용맹무쌍은 어디서 간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