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연출의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를 보고
3월 18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오태석 작/연출의 음악극 <북청사자야 놀자>를 관람했다.
우리 민족이 곰이나 호랑이를 영물로 떠받들고 제례를 올린 것은 오래되었으나, 서양 짐승의 왕격인 사자를 높이 떠받들고 놀이대상으로까지 삼은 것은 불과 20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조선왕조 후기, 청조(淸朝) 고증학(考證學)과 실학(實學)의 전파와 함께 대륙을 통해 들어온 서양문물과 백수의 왕 사자의 관한 지식은, 당시 대륙과의 통상로의 거점이며, 특히 조선조에서 가장 앞장선 선지직의 정치가들 중 학문과 예술을 겸전한 추사 김정희 같은 인물들의 유배지가 바로 함경도 북청이었기에, 그곳 사람들에게는, 선지식들의 영향으로 선진문화수용에 앞장섰고, 놀이문화도 팔도에서 가장 으뜸가는 명품으로 발달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청조(淸朝)에서의 사자놀이는 수백 마리의 사자탈과 함께 격렬하고 열정적이고 질탕한 놀이와 춤사위로 가히 천지가 진동하는 듯한 굉음과 마치 전쟁터에서의 격전과 방불한 형태의 압도적인 춤사위로 이루어지지만, 북청사자놀이는 한두 마리나 대여섯 마리의 형태로 유지되니, 어떠한 이유나 명분을 부여해도 옹졸하고 초라한 것은 어쩔 수 없으나, 우리의 전통음률과 춤사위와 연희에 맞춰 재창조한 것이기에 독특하고 우아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는 자평에 수긍은 하지만 미흡하다는 마음을 떨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 오태석의 <북청사자야 놀자>를 보고 그러한 인식을 180도로 바꾸게 되었다.
도입에 네 명의 여인이 등장 동서남북을 향한 춤사위가 시작되고, 재난과 역병을 피하게 해 달라는 노래가, 현재 우리사회에 펼쳐진 각종 정치적 갈등과 불공정한 이익분배의 현실과 구제역으로 인한 대재앙을 풍자하면서, 사자와 호랑이에게 이를 극복하게 해 줄 것을 기원하고, 이들의 기원에 따라 두 영물이 등장하는데, 무대에 이미 등장한 출연자에게 두 영물의 탈을 쓰고 대역을 하도록 만든 점이다,
이것은 모든 것을 신께 의지하려는 인류의 나약한 의지를, 모든 재난과 역경은 인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지가 웅변으로 반영된 것이라 할 수가 있다.
대단원에서 주인공이, 역귀의 유혹에 빠진 자신의 처가 역귀와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보면서도 노하지 않고, 시를 읊는 것에 감동한 역귀가 주인공을 우러르며, 앞으로 사자탈을 쓰거나 사자나 호랑이의 그림을 부적삼아 사용하면, 역귀의 침입이 결코 없으리라는 약속을 하고 떠나갈 때, 역시 양보다는 질, 백 개의 탈보다는 생명을 불어 넣은 한 개의 약속된 탈이 훨씬 소중하고 값진 것임을 깨닫게 해준 공연이었기 때문이다.
극단 목화의 연기자 정진각, 조은아, 이수미, 송영광, 김성언, 김태환, 정일협, 이승현, 정연주, 문현정, 윤희경, 이주희, 김준범, 신화철, 배효도, 조복래, 김용범, 양예지, 이승배, 김성혜, 강의모, 박주희, 김호준, 부혜정, 한자용, 정주현, 신혜리와 함께 출연한 악사들, 이창재의 대금, 장연정의 해금, 김주현의 아쟁, 김보리의 피리, 송우주의 타악이 어우러져 이승무의 의상, 손진숙의 분장, 문근성의 전통춤, 조은아의 무대, 이경천의 의상이 천재적인 연출가 오태석의 걸작희곡과 혼연일체가 되어 남산국악당 개관이래 최고의 음악극<북청사자야 놀자>를 탄생시켰다.
극단 목화레퍼토리컴퍼니와 오태석 연출가의 차기 작품에 기대를 한다.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극작가/연출가 박정기(朴精機)
첫댓글 일본인 친구랑 가서 보았던 북청사자야 놀자....(자랑하고픈 맘도 좀 있었구요) 친구는 좀 어려운 내용이라고 하더라구요...무대 , 소품, 의상.........음악......기억에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