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의 추억
“니들이 게맛을 알아?” 5년전쯤 롯데리아의 신제품 ‘크랩버거’ 광고출연모델인 신구의 이 한마디가 한때 세간에는 유행어가 되었다. 노인과 바다의 한 장면을 패러디하여 거대한 대게를 배에 싣고 하선을 하다가 노인역을 한 신구가 지나가는 배의 선원들에게 던진 말이다.
대게의 주산지는 경북동해안이다. 지리적으로 진주지역에서는 대게를 맛보기가 쉽지 않아 개천예술제가 되면 등장하는 1톤차량에서 판매하는 홍게찜을 대게로 오인하는 분들도 많았던게 사실이다. 그러다 교통과 유통의 발달로 지역에서도 대게를 취급하는 식당을 드물게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지에서 먹는 대게의 맛과는 비교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울진대게 vs 영덕대게
우리나라 대게 주산지는 경북울진 후포이다. 고려시대 예주라고 불려졌던 울진은 대게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해 임금님에게까지 진상을 하였다한다. 하지만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교통시설이나 보관시설 부족등으로 영덕지방으로 대게가 팔려가면서 “영덕대게”가 세상에 더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우리고장 특산물 되찾기와 식민 잔재 청산 차원에서 울진대게 되찾기 운동이 벌어져왔지만 영덕에서는 이미 굳어진 명성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우습게도 울진에 가면 대게원조비가 세워져있고 영덕에도 대게원조비가 세워져있다. ‘한일해협’도 아니고 잡은대게를 어느 항구에 가서 파는지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니 차라리 외국에도 알릴겸 ‘동해대게’라고 이름 붙였으면 하는 개인적인 생각도 든다.
그대 그리고 나......강구항
요즘 주말저녁이면 억척스러운 ‘대한아줌마’의 로맨스를 보여주는 “내생에 마지막스캔들”이 란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올리고 있다. 수년전 이 드라마의 주인공 최진실이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대한아가씨’로 분하여 인기를 끈 드라마가 바로 “그대 그리고 나”이다. 이 드라마가 마침 영덕군 강구항을 배경으로 하였고 이후 강구항은 전국적인 유명 관광지가 되기도 하였다. 강구항은 대게의 고장답게 포구로 들어가는 강구대교 위에 커다란 대게 모형이 걸려 있다. 강구대교를 건너면 입구부터 약 1km에 이르는 부둣가를 따라 영덕대게 전문 식당이 줄줄이 늘어서 손님을 맞이한다. 100여 개에 달하는 식당 앞 찜통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고, 대게 찌는 구수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동네다.
가는길이 더 즐겁다.
대게는 금어기(6월부터 10월)를 제외하고는 언제던지 맛 볼수 있지만 가장 맛있는 대게를 맛볼려면 속살이 꽉찬 2월에서 4월사이가 제일 좋다고 한다. 하지만 제철 대게맛만을 보기 위해 진주에서 2시간이상을 달려 강구항으로 가는 것은 뭔가가 아쉽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분들이라면 가는길에 호미곶과 삼사해상공원을 함께 둘러보신다면 멋진 여행코스가 될 것이다.
우선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마산방향으로 가다가 중부내륙고속도로를 이용 포항방면으로 간다. 아무리 포항땅이지만 제철이 끝난 과메기에 미련을 버리고 그 유명한 ‘상생의 손’이 있는 호미곶에서 잠시 여유를 즐긴다. 다시 7번국도를 이용 위로 ‘북상’하다보면 우측으로 삼사해상공원이 나타난다. 삼사해상공원은 동해안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강구항을 조망하기에는 최고의 위치에 있다. 재밌는것은 이곳에 얼마전 SBS ‘있다,없다’에도 나왔던 “국민가수 태진아 친동생집”이란 상호의 휴게소가 진짜로 있다. 물론 태진아의 친동생이 직접 영업을 하고 있다.
아빠도 게맛을 알자!
며칠지나면 가정의 달인 5월이다. 올해는 유독 5월 달력에 빨간글씨가 많이 보인다. 특별한 보너스도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잔인한 달’로 기억될 수도 있겠지만 책장속 낡은 책속에 숨겨둔 비상금이라도 풀어서 ‘멋진아빠’가 될 수 있다면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서부시장근처에서 ‘탕’ 한그릇을 뚝딱 비운 후 “니들이 개맛(?)을 알아?”라고 외치는 아빠의 모습보다는 “게맛”을 아는 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은 더 보고싶어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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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혜여니 너무너무 귀여울때네요~ ㅋㅋㅋㅋ 혜연이 밖에 안보임
아...호미곶 상생의 손이다...ㅜㅜ
(토요가족여행답사기-울산광역시편 참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