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후 입교하면 첫날은 방배정및 침대배정 그리고 항공피복 및 장구류를 지급받습니다.
2주간의 가입교 기간이 지나고 3~4명의 탈락자가 나가게 될것을 감안해서 처음 2주간은 다소 비좁은 공간이 될수도 있으므로 방배정 및 침대배정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게 좋습니다.(어차피 2주 후엔 바뀌니까)
항공피복 및 장구류는 선배들이 수년간 사용하던 B급내지 C급을 지급받습니다.
수북이 쌓여있는 비행복중에서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를 골라입으면 되고 헬멧은 따로 사이즈가 없으므로 주는대로 받으면 됩니다.
(헬멧은 2~3인-조-당 1개씩 지급되며 역시 낡은 것)
이때 주의할점은 제가 여러차례 강조한것처럼 절대로 내것먼저 챙기려고 이기적인 행동을 해선 안된다는 것입니다.
2주간의 가입교기간이 지나고 탈락자를 추릴때 가장중요한 것은 비행적성 그자체보다 오히려 그 사람의 인간 됨됨이 임을 절대 잊으면 안됩니다.
2주가 거의 끝나갈 무렵 백지 설문지를 나누어 주고 가장 좋은 사람과 가장 싫은 사람을 의무적으로 써내는 상호평가(일명 '살생부')는 꼭 있으며 아주 중요한 탈락요인이 됩니다.
청소도 먼저하고 더럽고 힘들고 짜증스러운 일도 솔선하고 불평불만이나 짜증없이 묵묵히 주위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것이 육군항공 조종사생활 내내 따라다니는 '바람직한 인간형'입니다.
2. 입교 첫 날
다음날 아침 가입교식 행사를 학생대장 주관하에 간단히 마치면 바로 항공기가 계류되어있는 계류장에 가서 500MD항공기에 분승하고 훈련장으로 날아가서 비행훈련을 하게 되는데 우선 첫날은 관숙비행(교관이 항공기를 급기동시 훈련생의 상태변화를 보고 비행적성을 판단하는 비행)을 하게 됩니다. 드물지만 개중엔 바지에 실례를하거나 구토를 하는 사람들도 있으며 이런 경우 당연히 탈락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흥분되고 짜릿하면서도 한편으론 다소 두렵고 불안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어서 '과연 잘해낼수 있을까' 내지는 '다른 사람들은 다 괜찮은데 나만 겁먹은걸 보면 내가 비행적성이 안맞는건 아닐까'고민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보면 모두 똑같은 생각이었다는것을 알게되고 처음 느꼈던 불안감은 비행에 익숙해지면 차차사라지게되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3. 가입교 기간
처음 2주간의 비행훈련은 계속 Hovering(무선모형 하시는 분들은 간혹'호버링'이라는 일본식 발음으로 표현하지만 '하버링'으로 발음하는것이 일반적임)위주로 진행됩니다.
헬기 조종의 기본인 하버링은 상식적으로 아시는 것처럼 처음엔 무척 어렵습니다.
또, 숙달된 조종사에게도 하버링은 다른 비행형태에 비해 피로도와 부담이 많은 비행상태입니다.
처음 조종간을 잡는 대부분의 학생조종사는 마치 춘향이가 그네 뛰듯 사방을 휘젓기 일쑤이고 대부분은 두려움때문에 계속 고도를 높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입교 기간중 조종학생들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인 '하버링을 빨리 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도로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4. 정 입교
2주차 토요일 점심시간은 참으로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입니다.
오로지 조종사가 되겠다는 일념하에 여기까지 와서 최선을 다했음에도 눈물을 흘리며 짐을 싸서는 터벅터벅 위병소를 나서는 동기생을 본다는 것은 한편으론 '나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희열이 교차해서 참으로 어색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면 학생대 마당에서 학생대장주관하에 조촐히 가졌던 가입교식과는 달리 대연병장에서 항공학교장 주관하에 정입교식이 치러집니다.
그 날 이론수업 시간에는 소장계급의 항공학교장이 직접 수업에 들어와서 조종사의 마음가짐과 주의사항등 한시간여에 걸친 강의시간이 포함되어있습니다.
특별히 사고를 저지르지 않는 한 이제 거의 졸업을 보장 받게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5.비행훈련
앞서 설명대로 기상이 허락하는 한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은 비행, 오후는 이론교육으로 진행되며 비행교육은 기초비행훈련(하버링-택싱-이/착륙-장주비행-제한지 이/착륙-산정 이/착륙-모의계기비행:시뮬레이터),전술훈련(N.O.E비행:일명'사행비행'이라고도 하며 계곡을 따라 뱀처럼 낮게 하는 비행술-화생방상황하 방독면 착용비행-,공중사격:건,라켓,토우), 기종전환훈련(UH-1H,AH-1S,UH-60P)등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6. 빨간마후라 수여식(단독비행기념행사)
비행훈련 기간중 장주 이/착륙과목이 끝날 즈음 단독비행 평가가 있습니다.
비행계획서 제출부터 항공기점검,시동,이륙,선회,교신,수평비행,강하,착륙,시동종료에 이르기 까지 전과정을 스스로 해내야 하므로 가입교 이후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이지만 해내고 나면 그만큼 보람도 큰 과정이기도 합니다.
과거 O-1 또는 OH-23기종으로 비행교육을 하던 시절에는 말그대로 학생조종사 한사람만 타고 단독비행 평가를 했지만 지금은 육군규정상 항공기내에 한명이 아닌 두명의 조종사가 반드시 탑승하고 비행하여야하므로 교관이 옆에 앉아있는 채로 단독비행을 하게됩니다.
육군에서는 이것을 '동승 솔로'라고 표현하는데 아무래도 옛날에 비해 의미도 좀 퇴색되고 낭만도 좀 덜한건 어쩔수없습니다.
단독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빨간마후라 수여식등 축하행사가 끝나면 개인별로 A급(군에서 새것을 지칭하는 표현) 개인용 헬멧/조종장갑등을 지급받습니다. 이 피복 및 장구류들은 보병의 철모나 소총처럼 반납했다가 남이 쓰던 것을 다시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졸업 후 자대배치를 받을때에도 항상 자기것으로 가지고 다니게 됩니다.
또한 조종학생들 스스로 공모해서 제작한 비행마크를 단독비행 이후 비행복 오른쪽 가슴에 부착할 수 있으며 이때쯤 되어야 학교내 행정병등 병사들이 경례를 제대로 하기 시작합니다.
7.이론 교육
항공학교 조종과정은 말 그대로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곳으로 쓸데없는 복잡한 이론으로 머리아프게하기보단 조종사로서 꼭 알아야 할 기초적인 이론과 실무위주로 교육합니다.
과목은 기초비행원리, 항공기상, 항공관제,항공영어,정비관리,항공기 구조,....이외에 항공법등 교통부가 발행하는 민간회전익사업용면장취득을 위한 필수교육내용등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8.졸업
가입교를 포함 총 22주간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수료하고나면 은으로 만들어진 윙(날개 휘장)을 지급받고 가죽점퍼1벌,비행복2벌,조종화,조종장갑2착,가죽 계급장,윙명찰 등 조종사에게 필요한 피복과 조종사로서의 표식이 담긴 명찰들을 지급받습니다.
졸업식은 항공학교장 주관하에 성대하게 치러지며 1등은 육군참모총장상,2등은 교육사령관상,3등은 항공항교장 상장과 함께 메달을 수여받습니다.
7.조종사 양성비용
군 헬기조종사 1명을 22주에 걸쳐 양성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2억원쯤 됩니다.
여기에는 교관 및 정비사들의 인건비, 헬기 감가상각비,유류비,교탄소모비 등이 모두 포함된 비용으로 졸업후 10년에 걸쳐 빚을 갚아나가듯이 상환하면 됩니다.(물론 농담입니다.)
8. 조종사의 생활자세
조종사는 타병과 장교에 비해 많은 혜택이 주어집니다.
우선 급여가 1/3이상 많아지고 대부분 후방지역에 주둔하게되며 지역 미혼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으로 많은 유혹을 받게 되기도 합니다.
한때 항공학교장이셨던 모 예비역 준장은 조종학생들에게 건전한 사생활을 강조하시면서 혀뿌리와 *뿌리를 항상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하시기도 했습니다.
조종사는 한편 많은 제약과 감시(?)를 받습니다.
결혼을 할때에도 처가쪽에 전과자나 대공 용의선상에 올랐던 사람이 있어서 신원조회 결과 불가 판정이 나면 결혼을 포기하던가 날개를 떼어내던가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하고 조종사 개개인의 사생활은 지역 기무부대의 동향보고 대상으로 사생활이 문란하거나 채무변제에 문제가 생기는 등 비행에 영향을 끼칠만한 문제가 발생되면 공중근무 자격심사위원회에 회부되어 심한 경우 비행정지 또는 강제전역을 당하기도 합니다.
8. 자대배치
개인의 희망 또는 교육받은 기종과 거의 무관하게 컴퓨터 추첨식으로(일명 뺑뺑이)배치 되며 이때 배치받은 부대의 보유기종이 앞으로 자신의 주기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